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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 검은 고양이 외, 최신 원전 완역본 ㅣ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평점 :
공포의 묘한 전염성, 에드거 앨런 포 소설전집2 공포편
위험 따위는 두렵지 않아. 그 뒤에 남은 공포가 두려운 것이지.
(p.33)
총 5권으로 구성된 에드거 앨런 포 전집에서 공포편이 2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네번째로 읽은 것은 공포소설과는 잘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특히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충격은 긴긴 밤 동안 떠나가지 않고 머릿속에서 나를 괴롭혔었다. 그런데 하나도
아닌 여러 공포 이야기를 읽어야한다니,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뒤로 계속 미룰 수만은 없었다. 마무리로 공포 소설을 읽는 것도 내키지 않았기에 결국 네번째에 와서야 공포편을 읽게 되었다.
공포 편에는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 중 '공포소설'로 분류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을 검은
고양이를 비롯해, 어셔가의 몰락, 리지아, 적사병 가면, M.발데마르 사건의 진실, 윌리엄 윌슨,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다, 아몬틸라도 술통,
함정과 진자, 직사각형 상자, 생매장, 모렐라, 절름발이 개구리, 메첸거슈타인, 베레니스, 밀회, 심술 요정의 순서로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의외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꽤 읽은 모양인지, 이번에도 예전에 읽었던 이야기가 몇 개 있었다. 대표작 '검은 고양이'는 위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어렸을 적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받아서 약간은 안 좋은 기억과 함께 기억되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도 많이 접해왔던 작품이라 그런지
처음에 느꼈던 그 두려움이 완화된 느낌이었다. '어셔가의 몰락'도 대충 훑어봤던 기억이 났다. 그 음산하면서 불안한 분위기가 신경을 정말
예민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아몬틸라도 술통'도 이미 읽었던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의 경우는 예전에 수사 드라마인 CSI를 보다가 나왔던
대사에서 알게 된 이야기였다. 벽 안에 매장된 시체에 관한 말에서 '아몬틸라도의 술통'이냐고 말했던 것이다. 궁금증에 검색해보니 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였고, 그것이 비유하는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읽으면서 특히 눈길이 갔던 이야기는 '윌리엄 윌슨'과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다'였다.
'윌리엄 윌슨'의 경우 처음에는 일종의 도플갱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마지막의 강렬한 반전은 이 글을 단순히 공포소설로만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일종의 교훈 비슷한 것이 느껴지게 했다.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다'는 기괴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나름 현실적인 스타일의 공포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자연의 엄청난 능력에 의해 재난을 당하는 내용인데, 거기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중간에 약간의 과학적 이론이 등장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것들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이 비록 미스터리, 공포, 환상, 풍자, 모험 이렇게
다섯 가지로 구분을 해두긴 했지만 결국 모두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이라는 점을 일깨웠다.
공포편에 담긴 이야기들에서 특이했던 것은 제목이 유달리 '사람이름'으로 되어 있는 것이 많았다는 점이다. '어셔'가의 몰락, '리지아',
'M.발데마르' 사건의 진실, '윌리엄 윌슨', '모렐라', '절름발이 개구리', '메첸거슈타인', '베레니스'가 제목에 주요 인물의 이름
내지는 별명이 들어간 경우였다. 비유적인 제목이 아니라 직접적인 이름이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 더 공포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효과를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또 에드거 앨런 포가 쓴 공포 편 이야기에서 꽤 많이 반복되고 있는 소재가 '생매장'이다. 죽은 이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공포스러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산채로 매장하는 것 또한 잔혹한 일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꽤 많이 반복되는 것을 보니 당대에 '생매장'이라는 것이 큰 문제로
작용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것을 제목으로 하여 생매장의 사례에 대해 언급하는 글도 실려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한편 다양한 공포 이야기를 통해 공포를 불러오는 요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공포를 불러오는 것이 괴기스러운 것 외에도
있다는 점이었다. 음산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라, 자연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고, 지속적인 괴롭힘 때문에 생겨나는 공포도 있다. 공포를
불러오는 요소의 공통점은 그것들의 '집요함'이라는 특성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장르 문학의 효시라고 평가받고 있는 에드거 앨런 포 답게, 공포 문학 면에서도 아주 인상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것은, 이 책을 읽은 후에 있었던 약간의 공포스러운 경험이다.
이 책을 읽은 것은 버스 안이었다. 환한 대낮이었기 때문에 공포 소설을 읽어도 두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책을 읽고
나서 생겼다. 갑작스레 불안감이 생겼던 것이다. 버스의 흔들거리는 것이 불안했다. 떨어지지는 않을까, 갑자기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불안감이
자꾸만 증폭되고, 머리가 미칠듯이 아파왔다. 신경은 있는대로 곤두섰다. 그렇게 공포의 긴긴 시간이 흐르고, 버스는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흔들림이 잦아들고 불안감도 가라앉았다.
그렇게 되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예전에 느꼈던 두려움이 잠재되어 있다가 에드거 앨런 포 스타일의 책을 읽으면서 점차 불안감을
키워냈던 것일까. 아니면 이 책 자체가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 걸까. 이 안의 공포가 전염된 것인가. 어쩌면 단순히 햇빛을 많이
쬐서 생긴 현기증 탓일지도 모른다. 혹은 멀미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원래 멀미를 하지 않았는데 하필 오늘 하게 되었다면 그것도 뭔가
기묘하다.
아, 역시 공포 소설은 나랑은 맞지 않는 것 같다.
공포는 잠들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파괴될 것이다.
(p.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