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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탐구 생활 ㅣ 박람강기 프로젝트 6
엘러리 퀸 지음, 홍지로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8월
평점 :
추리작가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가득한, 탐정 탐구 생활
어떤 설명이 되었든 간에, 바로 거기에
탐정 소설의 정수가 깃들어 있다. 있음 직하지 않은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 말이다. (p.118)
누군가 나에게 엘러리 퀸에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느냐
묻는다면 그건 만화 <명탐정 코난> 때문이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명탐정 코난>의 등장인물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핫토리 헤이지'가 좋아하는 작가가 바로 '엘러리 퀸'이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엘러리 퀸 작품을 읽은 적이 있었지만 그다지 큰 인상을 남기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다시 엘러리 퀸 작품을 찾아 읽으려고 마음 먹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엘러리 퀸 초기 작품 시리즈인 국명시리즈가 있음을
알고 그 시리즈를 읽어나가면서, 엘러리 퀸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했고 결국 그 시리즈는 전권 소장했다. 그래도 물론 제일 좋아하는 탐정
캐릭터는 엘러리 퀸이라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엘러리 퀸의 작품들도 하나씩 하나씩 찾아 읽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신간 도서를 둘러보다가 엘러리 퀸의 에세이를 발견하고 바로 읽기로 결정했다. 제목부터가 확 끌린다. <탐정 탐구
생활>이라니. 게다라 저자는 추리 작가! 최근에 읽은 북스피어의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들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도로시 L.세이어스의
글과 윌러드 헌딩턴 라이트의 글과 비슷하게 탐정 소설의 계보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그것은 전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도, 이 책은 정말이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엘러리 퀸이 쓴 총 50편의 글들은 제각기 다른 분량들인데다가,
소소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기대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즐겁고 재미나게 읽었던 책이었다.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탐정소설을
좋아한다면 즐겁게 공감하며 읽어갈 수 있을 법한 내용으로 가득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목에 맞게 모두 '탐정 소설'과 관계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알고보니 이 책의 원제는 <In the Queen's Parlor>이었다. 번역하면 '퀸의 응접실에서' 정도로 할 수 있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그 제목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확실히, 이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하지만, 아직 엘러리 퀸이
대중화되었다고 볼 수 없는 입장에서 그런 제목은 모험이었을 것이라고, 역자도 밝히고 있다. 그점도 어느 정도 공감되는 바였다. 어쨌든 이
<탐정 탐구 생활>이라는 흥미를 끄는 제목 덕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엘러리 퀸도 좋아하고 탐정 소설도 좋아하고 미스터리도 좋아하는 독자이기 때문에 책 속에 실린 50편의 글 모두 다 재미있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으나, 서평에 구구절절 내용을 옮겨놓는 것보다는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기 때문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만 살짝 소개하려
한다.
2장에서 정말 신기하다 싶은 이론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탐정학의 계보로 본 셜록, 네로, 르콕, 프로제'의 공통점이라고. 렉스
스타우트가 창조한 탐정 네로 울프Nero Wolfe가 위대한 탐정 셜록 홈즈Sherlock Holmes와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모음의 종류와 위치. 셜록의 모음 e-o가 홈즈에서는 o-e의 순서로 뒤바뀌어 나오는 것처럼, 네로 울프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르콕Lecoq도
있고, 심농의 프로제Froget도 있다. 그리고 이것의 기원은 결국 포Poe라는 것이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정말 매력적인 이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저자가 추리소설 작가이니만큼 친구들인 추리 작가들 사이에서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에피소드도 있고, 비슷한 아이디어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경우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작가의 필명에 얽힌 에피소드들도 참 재미있었다. 물론 최고의 탐정 소설을 꼽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어가면서는 읽어보고 싶어진 소설들이 많아져서 즐거운 고민으로 쌓이기도 했다. 책을 수집하는 내용에서는 굳이 추리소설 작가가 아니라도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공감할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채워져 있었다.
탐정소설에 대한 아이디어는 모든 곳에 널려 있다. 문자
그대로, 우리 주변 사방에 있다. 따라서 질문에
대한 답은 무언가를 숨길 때 가장 숨길 법하지 않은 곳에 숨긴다는 포의 구상을 따라 질문 자체에 담겨 있다. 세상에 도대체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으세요? 물론 세상에서죠.
(p.62)
탐정 소설에
관한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읽어가면서 너무너무 즐거웠다. 기본적으로 이 장르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엘러리 퀸과 추리작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장르에 대한 호감을 더욱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이 책은 양장본이라 좀 무거울 수 있다는 점만 감안한다면 비교적 짧은 내용들이
섞여있는 50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들고다니면서 조금씩 읽을 수도 있으니 그게 또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