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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 낯가림 심한 개그맨의 우왕좌왕 사회 적응기
와카바야시 마사야스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공감 또 공감!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긴 무명시절을 끝내고 갑작스럽게 얻은 인기, 몰려드는 일. 그렇게 이 책의 저자는 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그런데 사회에 속해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피곤하고 힘들었다.
이전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일들이 신경이 쓰이고, 기존에 옳다고 생각했던 가치들과 다른 가치를 중시하는 태도에 혼란이 생긴다.
저자 와카바야시 마사야스가 사회인이 되면서 겪은 이런저런 일들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를 엮은 글이다.
사회인 1학년부터 4학년, 그리고 졸업 논문까지. 긴 시간에 걸쳐 쓴 글이 담겨 있기에 읽을수록 어쩐지 성숙함이 느껴졌다.
이 책은 공감되는 많은 책에서 그랬듯이,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를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로 바꿔주고 있다.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들과, 그 에피소드에 얽힌 저자의 생각들에 공감, 또 공감했다.
자의식 과잉이잖아, 사람들이 내게 말하곤 한다.
그래, 맞아. 누구도 나 같은 것한테 눈길을 주지 않아. 그건 나도 안다고. 그런데 말이야. 내가 있잖아. 내가! 내가 보고 있다고!(p.55)
나는 나다. 그렇게 생각하고 무시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나는 그로 인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다. (p.157)
예를 들면 이런 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신경쓸 필요없다고 조언해주는 사람들. 하지만 다른 누구가 아닌 나부터가 아무런 관심 없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러지 않으라는 법이 있는가? 아니다. 그래서 고민하고 힘들어한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것이 신경이 쓰인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제약을 걸게 되어버린다.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면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
"괜찮을 거예요."
물론 정말로 괜찮은지 어쩐지는 계산에 없다. 방법도 분석도 고찰도 나중이다.
괜찮을 거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괜찮아지기 시작한다. (p.93)
이 부분은 뭔가 위로받게 된 부분. 특히 마지막 줄이 좋았다.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면, 정말 나아질까? 모든 문제는 확실히 긍정적인 마음이 가장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의욕이 생기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분석도 고찰도 찾게 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속에서는 의심이 고개를 들고 있더라도 말해야 하는 것이다.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지금, 행복하세요?"라고 같은 질문을 받은 작가님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제트코스터 같다고 할까요"라고 답했다. 요 몇 년 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푼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서운 줄 알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줄을 선다.
절규하면서 내려온다.
두 번 다시 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충만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다시 제트코스터를 타려고 줄을 선다.
일이 그것과 닮았다고 한다. (p.106~107)
아마 여기서 말하는 '제트코스터 같은 일'은 정말 좋아하는 일을 말하는 거겠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원했던 일.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 그래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 힘들어도 결국은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 저자처럼 나도 뭔가 문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니 역시 작가님은 다르다. 어려운 문제를 멋진 비유로 답해주시니.
모두가 말한 대로였으나, 모두가 말한 대로의 세계는 재미가 별로 없다. (p.172)
책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점차 성숙해진 저자의 태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회에 어느정도 적응해 '사회인'이 되어있는 모습. 저자는 이야기한다.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던 주변의 조언들이 시간이 흐르고 나니 옳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조언대로 이루어졌다고. 그 사람들은 먼저 사회에 적응한 사람들이었으니, 그 조언이 맞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조언대로 따르는 세계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평범하고 온화한, 틀에 박혀버린 세계이기 때문일까... 활기라는 것이 없는 세계는 확실히 재미가 없을 것 같긴 하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남이 하는 것에 비평, 비판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평과 비판을 받는게 두려워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사소한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숨 막히는 세상이 되었다고. (p.206)
이 글을 읽으면서는 가끔은 타인에 대한 관심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타인에게 엄격하다보니, 스스로에게도 엄격해지게 된다. 남을 비판하고 비평하는 일이 많아지다보니 점점 속에만 담아두고, 그래서 마음에 병이 든다. 가끔은 마음껏 속에 있는 우울감을 쏟아내고 싶다가도, 너무 약한 소리를 한다는 비판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선뜻 속을 내보이지 못한다. 자칫 잘못하면 '패배자'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새로운 것을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게 된다. 슬퍼지는 글이었다. 이건 누구 한 사람의 변화로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기술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지만 깊이있는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
이외에도 많은 글들에서 공감하며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저자처럼 이렇게 사회에 나와서 우왕좌왕했던 일들을 적어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저자의 경우는 연재했던 내용이지만, 그냥 개인적으로 적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후에 읽어보면 소소한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변화해왔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혹시 초심을 잃어버렸다면 되찾는데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