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영향력 -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어떻게 나에게 스며드는가
마이클 본드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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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사이 스며드는, 타인의 영향력

 

우리는 일상에서 직접 운전석에 앉아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스스로 끌어낸 감정을 느끼고, 우리가 믿는대로(또는 믿지 않는 대로) 선택한다고 여긴다. 대부분 착각이다. 지난 40여 년간 인간이 어떻게 자기 행동을 결정하는지를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사회적 영향에 휩쓸리기 쉬운 존재다. (p.27)

 

뭐랄까, 읽을수록 좀 무서워졌던 책이다. 인간의 자율성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또 일종의 뫼비우스의 띠 같기도 했다. 내가 영향을 받는 타인 또한 나에게서 영향을 받고, 그 개인개인이 모여 전체적인 의견을 말하는 '사회'가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인데 그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이렇게 책에서는 '사회 심리학'을 다루고 있다. '개인 심리학'과는 달리, 사회와 관련된 심리학인 것이다. 때문에 제목과 같은 '타인의 영향력'에 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이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집단의 이념에 영향을 받게 되는지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 말하는 '사회', 혹은 '군중'에 대해서 긍정적인 관점만으로도, 부정적인 관점만으로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생각이 이리저리 널을 뛰었지만... 서로 다른 관점을 보고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니까.

 

어떤 사회적 상황에서 강렬한 감정이 일어날 때 어떻게 생긴 감정인지 정확히 집어내지 못한다면, 주위 사람들에게서 받아들인 감정일 가능성이 크다. 그와 반대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남에게 감정을 나눠줄 가능성도 크다. (p.34)

 

'슬픔은 전염된다'는 말이 있다. 사실은 슬픈 감정 뿐 아니라 행복감과 같은 다른 수많은 감정들도 전염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말하는 용어가 바로 '감정전염'이다. 감정전염은 타인의 표정, 말투, 목소리, 자세들을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따라해 자신과 일치시키면서 감정적으로까지 동화하는 경향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놀라운 것은 2014년에 밝혀진 페이스북의 감정조작 실험의 결과로, 현대에 보편화 되어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서도 감정의 전염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 뿐 아니라 온라인 너머의 사람들과도 동화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 감정전염을 통해 인간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마음을 이해하는 것... 하지만 그것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감정전염을 비롯한 이 서로에 대한 '모방욕구'는 부정적인 결과로 흐를 가능성도 동시에 품고 있다.

 

그것은 바로 극단화라는 것이다. '극단화'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발생하게 되는데, 생각이 비슷한 집단 안에 속해있을 경우, 자신의 견해를 지지하는 주장만 듣기 때문에 더 확고한 관점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한편 집단의 의견과 다른 소수의견을 가졌던 경우에는 남들과 다르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경향 때문에 주장을 바꾸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과정을 거치면서 선명하고 분명한 관점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를 배우며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왜 정치적인 면에서 중도주의는 실패하게 되는 걸까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어쩌면 이 '극단화'라는 문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고하지 않고 양쪽을 다 포용하는 입장은 양쪽으로부터 모두 비판받게 되고, 확고한 관점을 세워 영향력을 확장하기에 어려웠을 것이다.

한편 이 '극단화'와 관련된 책 속 서술에서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이와 관련한 인터넷의 역할이다.

 

인터넷은 오랫동안 사회를 평등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예견되어 왔지만 실제로는 내 의견과 편견을 반영해주는 사람들과 교류하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선스타인의 표현처럼 우리 자신의 가치관을 "더 크고 요란한 버전"으로 접할 수 있고, 덕분에 이념의 성 안에서 더 공고히 자리 잡는다. (p.124)

 

확실히 인터넷은 정보의 자유롭고 폭넓은 공유를 통해 '평등'의 가치를 확산시킬 것을 기대되는 기술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결국은 다양한 관점을 보는 것이 아니라 '관심있는 정보'만 찾아 접하게 된다. 이것은 결국 '극단화'가 이루어지는 첫번째 과정을 밟게 된다. 자신의 의견을 더욱 확고히 하고 다른 의견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오해는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완해줄 방법이 필요함을 생각하게 했다.

 

그러나 '집단'은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두번째 챕터에서 '군중'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데, 꽤 설득력있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비상사태에서 집단 속의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져 서로 먼저 도망치려고 싸우기보다는 서로서로 도와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연대의식이 이기심을 이긴다. (p.80)

 

'군중'에 대해 부정적인 이론은 귀스타브 르봉이 <군중심리>라는 그의 저서에서 이야기한 것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 당대 대부분의 지식인이 '군중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유명한 지식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현대와는 달리, 그 시대에서는 교육의 격차도 있었고, 아니면 지식인들이 자신의 특권을 부각하고 싶었기 때문에 왜곡된 시선으로 보았을 수도 있다. 어쨌든 군중이 항상 어리석고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모형들은 꽤 합리적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군중 심리'라는 건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개별적인 사람들이 그렇듯이, 양면성을 가진 것 같다. 물론 <군중심리>라는 책에 대한 내용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군중에 대해 지나치게 장밋빛으로 보기에는 부정적인 사례들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속에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개인이 집단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주고받게 되는 영향력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내용이라 서평에는 중점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영웅'과 '악당'이 되는 사람들도 다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신의 집단이 아닌 다른 집단과의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아 일어났던 피해도 있었다.

최근에 아들러의 심리학이 유행하면서 '개인 심리학'에 더 끌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사회 심리학' 책을 읽으니 이 부분도 무시할 수 없음을 느꼈다. 아무리 개인적인 의지를 세우려 해도 결국 사회에 속한 이상 그 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남았던 글귀로 서평을 마무리해볼까 한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회심리학'과 '개인'의 관계를 잘 정리한 글귀인 것 같다.

 

집단 정체성이 자기 정체성에 앞서고, 협력이 자율성에 앞선다. 우리는 다양한 흐름에 휩쓸리지만,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주는 존재는 바로 헤엄치는 사람들이다.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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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양복의 사나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혜경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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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와 캐릭터의 매력, 갈색 양복의 사나이

 

남아프리카를 배경으로 '대령'이라 불리는 수수께끼의 인물을 추적하는 책이었다. 그 사이사이에 등장인물들의 비밀이 어우러져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읽다보면 아무래도 비슷비슷한 설정이 눈에 띄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이번에 읽은 <갈색 양복의 사나이>는 얼마전 읽었던 <비밀결사>와 유사한 설정이 있었다.

그건 범죄조직의 우두머리가 수수께끼에 싸여 있는데, 사실은 그가 아주 가까이에 있었던 인물이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범인 외에 다른 인물들도 각자의 비밀이 있어서 수사에 혼란을 주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다.

또 어떤 인물을 다른 인물로 착각하는 경우도 그녀의 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 소재이다.

하지만 이 비슷함 때문에 익숙함에서 느껴지는 재미도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은 분위기가 뭔가 매력적이다.

남아프리카가 배경인데다가 주인공 앤은 고고학자의 딸이다. 그래서인지 분위기가 거칠고 투박한 느낌이 있었다.

사실 아프리카와 관련된 내용이 미스터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는데도, 배경인 것만으로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현대적인 문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지만, 가끔은 이렇게 원시적인 생활에 가까운 곳에서 살아가는 것도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한편 이 책의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추적이 두 명의 여성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한 명은 주인공인 앤 베딩펠드이며, 다른 한 명은 그녀가 단서를 쫓아 우연히 탄 배에서 만난 클래런스 블레어 부인, 수잔이다.

두 사람은 전문적인 탐정이 아닌 아마추어이다. 그러나 잃을 것이 없는 도전정신과 모험심을 가지고 있는 앤과 그런 그녀에게 끌린 수잔은 멋진 파트너이자 친구가 되어 있다. 그들이 사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게임'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언급이 있는데, 그녀들이 그렇게 생각하며 사건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독자 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사건들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확실히 화자의 시선은 중요하다.

 

"수잔, 당신은 이 모든 일들을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나도 알아. 게임처럼 보이는 건 앤 탓이야. 앤의 모험심에 내가 물든 거라고. 도무지 사실 같지가 않다니까. 내가 위험한 범인들을 쫓으면서 아프리카를 종횡무진하고 있다니. 클래런스가 알면 아마 발작을 일으킬걸." (p.203)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로맨스도 역시나 등장한다. 앤은 첫 만남부터 강렬했던 남자, 해리 레이번에게 끌린다. 그는 그녀가 살인자로 의심했던 '갈색 양복의 남자'였다. 하지만 앤은 그가 범인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의 성격이 살해방법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의 만남에서는 항상 다툼이 있다. 해리 레이번은 앤을 마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성격은 아프리카의 이미지와 닮아 있다. 가면을 쓰고 세련됨을 지키는 척 하지 않는, 자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들. 그리고 그 뒤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다.

 

"연인들은 항상 싸워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 떄문이지요.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 사랑도 식는 법이죠."

"그 반대는요? 서로 싸우는 사람들을 연인이라고 말할 수 있소?"

"잘...... 잘 모르겠어요."

나는 순간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p.258)

 

'대령'의 정체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고, 오히려 다른 비밀들이 의외로 다가온 부분이 있었다. 등장인물들도 놀랐던 '파젯'의 비밀 같은 경우가 그랬다. 그래서 미스터리의 촘촘함보다는 전반적인 분위기와 캐릭터의 매력이 더 돋보였던 책이었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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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캐릭터 데코 도시락
김보연 지음, 기린반 그림 / 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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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입 둘다 만족시켜줄, 우리 가족 캐릭터 데코 도시락

 

전에는 관심 없었는데, 요즘은 밖에서 먹는 것보다는 될 수 있으면 집에서 먹는 게 좋은 것 같아서 점차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짠맛과 자극이 덜한 음식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버렸다. 물론 가끔 자극적인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집에서 하나하나 만들어 먹다보니 자연스레 입맛이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낀다.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쉽게 요리 레시피들을 찾아볼 수 있어, 굳이 요리책을 보면서 음식을 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그래도 가끔 요리책들을 보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요리를 찾아보는 것도 좋아하게 되었다.

 

요리책의 종류는 다양하게 읽는 편이지만, 이번에 읽은 책처럼 도시락 관련 책은 여러 모로 마음에 드는 요소가 있다.

매일매일 도시락을 다르게 싸갈 수 있도록 반찬, 밥을 다양한 스타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할 뿐 아니라, 한 끼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분량이 비교적 간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시락은 가지고 가서 먹는 것이므로 쉽게 상하지 않을법한 조리법이 소개되고 있어서 좋고, 도시락을 보기에도 좋게 꾸며서 장식하는 것들도 나와서 그 모습을 보는 재미까지 있다.

 

이번에 읽은 <우리가족 캐릭터 데코 도시락>은 기존에 읽었던 도시락 관련 요리책과는 또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일러스트!

레시피가 사진이 아니라 일러스트를 활용해 설명하고 있어서 더욱 앙증맞고 귀여운 이미지를 주었다.

완성된 도시락 사진도 너무 예뻐서 '도시락'을 정성껏 싸고 있다는 만족감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예쁘게 꾸며진  레시피가 가득했다. 만들어 보고 싶은 레시피도 많았다.

일단 가장 먼저 시도해볼까 생각중인 것은 '치킨 너겟'과 '홍차 푸딩'이다.

 

치킨 너겟은 닭가슴살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가장 관심이 갔다. 치킨너겟은 잘 먹어보지 못했는데 집에서 만들어서 먹으면 색다른 맛일 것 같아 기대가 된다. 홍차 푸딩은 연한 갈색이 너무 예쁘게 보였고, 만드는 방법도 비교적 간단해 보여서 쉽게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젤라틴을 어디서 구해야할지 알아봐야할 것 같다. 그런데 푸딩에 젤라틴을 넣는다니 신기했다. 젤라틴은 젤리에만 사용되는 줄 알았는데. 홍차를 우려낸 찻물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유와 생크림에 우려내는 거라 홍차 푸딩이 더 부드럽고 은은한 맛이 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홍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만들어서 맛있으면 두고두고 만들어 먹어봐야겠다.

 

맨 앞에 있는 '간단 도시락 법칙'을 비롯한 도시락을 쌀 때 참고할 만한 다양한 팁들도 유용해 보였다. 남편 도시락, 아이들을 위한 캐릭터 도시락, 피크닛 도시락, 디저트와 간식 도시락, 이벤트 도시락으로 나뉘어 소개된 레시피들 하나하나 보는 재미가 있었던, 그런 요리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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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 낯가림 심한 개그맨의 우왕좌왕 사회 적응기
와카바야시 마사야스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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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감 또 공감!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긴 무명시절을 끝내고 갑작스럽게 얻은 인기, 몰려드는 일. 그렇게 이 책의 저자는 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그런데 사회에 속해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피곤하고 힘들었다.

이전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일들이 신경이 쓰이고, 기존에 옳다고 생각했던 가치들과 다른 가치를 중시하는 태도에 혼란이 생긴다.

저자 와카바야시 마사야스가 사회인이 되면서 겪은 이런저런 일들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를 엮은 글이다.

사회인 1학년부터 4학년, 그리고 졸업 논문까지. 긴 시간에 걸쳐 쓴 글이 담겨 있기에 읽을수록 어쩐지 성숙함이 느껴졌다.

 

이 책은 공감되는 많은 책에서 그랬듯이,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를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로 바꿔주고 있다.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들과, 그 에피소드에 얽힌 저자의 생각들에 공감, 또 공감했다.

 

자의식 과잉이잖아, 사람들이 내게 말하곤 한다.

그래, 맞아. 누구도 나 같은 것한테 눈길을 주지 않아. 그건 나도 안다고. 그런데 말이야. 내가 있잖아. 내가! 내가 보고 있다고!(p.55)

 

나는 나다. 그렇게 생각하고 무시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나는 그로 인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다. (p.157)

 

예를 들면 이런 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신경쓸 필요없다고 조언해주는 사람들. 하지만 다른 누구가 아닌 나부터가 아무런 관심 없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러지 않으라는 법이 있는가? 아니다. 그래서 고민하고 힘들어한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것이 신경이 쓰인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제약을 걸게 되어버린다.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면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

 

"괜찮을 거예요."

물론 정말로 괜찮은지 어쩐지는 계산에 없다. 방법도 분석도 고찰도 나중이다.

괜찮을 거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괜찮아지기 시작한다. (p.93)

 

이 부분은 뭔가 위로받게 된 부분. 특히 마지막 줄이 좋았다.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면, 정말 나아질까? 모든 문제는 확실히 긍정적인 마음이 가장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의욕이 생기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분석도 고찰도 찾게 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속에서는 의심이 고개를 들고 있더라도 말해야 하는 것이다.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지금, 행복하세요?"라고 같은 질문을 받은 작가님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제트코스터 같다고 할까요"라고 답했다. 요 몇 년 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푼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서운 줄 알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줄을 선다.

절규하면서 내려온다.

두 번 다시 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충만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다시 제트코스터를 타려고 줄을 선다.

일이 그것과 닮았다고 한다. (p.106~107)

 

아마 여기서 말하는 '제트코스터 같은 일'은 정말 좋아하는 일을 말하는 거겠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원했던 일.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 그래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 힘들어도 결국은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 저자처럼 나도 뭔가 문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니 역시 작가님은 다르다. 어려운 문제를 멋진 비유로 답해주시니.

 

모두가 말한 대로였으나, 모두가 말한 대로의 세계는 재미가 별로 없다. (p.172)

 

책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점차 성숙해진 저자의 태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회에 어느정도 적응해 '사회인'이 되어있는 모습. 저자는 이야기한다.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던 주변의 조언들이 시간이 흐르고 나니 옳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조언대로 이루어졌다고. 그 사람들은 먼저 사회에 적응한 사람들이었으니, 그 조언이 맞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조언대로 따르는 세계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평범하고 온화한, 틀에 박혀버린 세계이기 때문일까... 활기라는 것이 없는 세계는 확실히 재미가 없을 것 같긴 하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남이 하는 것에 비평, 비판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평과 비판을 받는게 두려워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사소한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숨 막히는 세상이 되었다고. (p.206)

 

이 글을 읽으면서는 가끔은 타인에 대한 관심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타인에게 엄격하다보니, 스스로에게도 엄격해지게 된다. 남을 비판하고 비평하는 일이 많아지다보니 점점 속에만 담아두고, 그래서 마음에 병이 든다. 가끔은 마음껏 속에 있는 우울감을 쏟아내고 싶다가도, 너무 약한 소리를 한다는 비판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선뜻 속을 내보이지 못한다. 자칫 잘못하면 '패배자'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새로운 것을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게 된다. 슬퍼지는 글이었다. 이건 누구 한 사람의 변화로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기술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지만 깊이있는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

 

이외에도 많은 글들에서 공감하며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저자처럼 이렇게 사회에 나와서 우왕좌왕했던 일들을 적어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저자의 경우는 연재했던 내용이지만, 그냥 개인적으로 적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후에 읽어보면 소소한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변화해왔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혹시 초심을 잃어버렸다면 되찾는데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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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8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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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인듯 상상인듯, 보이지 않는 도시들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 있던 책을 꺼내들었다.

표지를 넘기니 그 안에 적어둔 책 구매 연도가 적혀있다. 2011년. 벌써 4년 전이다.

오랜만에 다시 읽었지만 여전히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이미지를 채우는 책이었다.

그래도 처음 읽었을 때보다는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었다. 예전에는 그저 스치고 흩어졌다면, 이번에 읽을 때는 각 도시 안에서 이야기하는 상징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을 연상할 수 있었다. 아무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이 책은 도시들이 주인공이다. 오래전, '동방견문록'을 썼던 마르코 폴로가 거대한 제국을 이룩했던 황제, 쿠빌라이 칸 앞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도시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내용이다. 몇 부로 나뉘어 있는데, 전체적인 도시들은 또 같은 제목에 번호가 다른 것들이 섞여 있다. 그러니까 두 가지 방식으로 묶어낼 수 있다. 하나는 순서대로 읽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제목을 가진 도시끼리 묶어 읽어보는 것이다. 아직 두 번째 방식은 취하지 않았는데, 다음에 읽을 때는 순서대로 말고 같은 제목을 가진 도시끼리 읽어볼까 생각중이다.

그런데 마르코 폴로가 이야기하는 도시들은 모두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도시들도 보인다. 하지만 그 기묘함 뒤에는, 과거에 존재했었던, 현재에 존재하는 도시들의 모습이 숨어있으며, 몇몇 도시는 이상적인 도시들의 모습도 있다. 결국 그가 이야기하는 도시들은 현실이면서, 동시에 상상 속에 존재하는 도시들인 것이다. 그게 뒤섞여 있는 것은, 그 도시들이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르코 폴로 속의 기억 속에서 재배치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은 필요 이상의 것들로 넘칩니다. 기억은 도시를 존재시키기 위해 기호들을 반복합니다. (p.29)

 

이 책은 서점에서 돌아다니다가 다소 충동적으로 구매했다가 막상 읽어본 후에는 당황했던 기억이 있는 책이다. 읽기는 어렵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책. 이탈로 칼비노의 책은 그런 것 같다. 아니, 어쩌면 환상소설들이 그런 걸까? 이제까지 읽었던 흥미로운 환상소설들은 이런 느낌이었다. 어쩌면 그 안의 상징들을 해석하려고 했기에 어렵게 느껴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해하려 하지말고 그저 묘사되는 도시들의 모습을 상상해 가며 읽는 것이 더 어울린다. 어딘가에 있을법한, 혹은 어디에도 없을 듯한 도시의 이미지들이 차례차례 독자앞에 등장하고, 쌓여가는 그런 책이다.

 

전에 읽을 때와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차이를 두었떤 또 하나는, 이번에는 각 '부'의 처음과 끝에 있는 마르코 폴로와 쿠빌라이 칸의 대화 부분을 더욱 꼼꼼하게 보았다는 점이다. 혼란스러웠던 내용을 가닥을 잡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여러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었다.

처음엔 몰랐는데, 다시 읽으면서 확실히 느꼈다. 또 한 번 천천히 두고두고 읽어가야겠다고. 시간이 좀더 흐른 후에, 기억에서 희미해질 때가 되면.

 

도시의 형태는 그 목록이 무한하다. 모든 형태가 자신의 도시를 찾고 새로운 도시들이 계속 탄생하게 될 때까지. 모든 형태의 변화가 끝나고 나면 도시의 종말이 시작된다.

지도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로스앤젤레스, 쿄토, 오사카 같은 도시와 형태 없는 도시들의 시작도 끝도 없는 그물망들이 넘쳐난다.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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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0-2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읽은 책인줄 알고 있었는데 비슷한 다른 제목의 책을 혼동한 ..이탈로칼비노 의 보이지 않는 도시 ..한마디로 마르코 폴로 놀이와..비슷한...ㅎㅎㅎ
그랬다고 합니다..믿거나 말거나..ㅎㅎㅎ 실재 이제 드는 생각은 그의 바람이 섞인게 아닐까..라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