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영향력 -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어떻게 나에게 스며드는가
마이클 본드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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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사이 스며드는, 타인의 영향력

 

우리는 일상에서 직접 운전석에 앉아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스스로 끌어낸 감정을 느끼고, 우리가 믿는대로(또는 믿지 않는 대로) 선택한다고 여긴다. 대부분 착각이다. 지난 40여 년간 인간이 어떻게 자기 행동을 결정하는지를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사회적 영향에 휩쓸리기 쉬운 존재다. (p.27)

 

뭐랄까, 읽을수록 좀 무서워졌던 책이다. 인간의 자율성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또 일종의 뫼비우스의 띠 같기도 했다. 내가 영향을 받는 타인 또한 나에게서 영향을 받고, 그 개인개인이 모여 전체적인 의견을 말하는 '사회'가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인데 그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이렇게 책에서는 '사회 심리학'을 다루고 있다. '개인 심리학'과는 달리, 사회와 관련된 심리학인 것이다. 때문에 제목과 같은 '타인의 영향력'에 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이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집단의 이념에 영향을 받게 되는지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 말하는 '사회', 혹은 '군중'에 대해서 긍정적인 관점만으로도, 부정적인 관점만으로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생각이 이리저리 널을 뛰었지만... 서로 다른 관점을 보고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니까.

 

어떤 사회적 상황에서 강렬한 감정이 일어날 때 어떻게 생긴 감정인지 정확히 집어내지 못한다면, 주위 사람들에게서 받아들인 감정일 가능성이 크다. 그와 반대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남에게 감정을 나눠줄 가능성도 크다. (p.34)

 

'슬픔은 전염된다'는 말이 있다. 사실은 슬픈 감정 뿐 아니라 행복감과 같은 다른 수많은 감정들도 전염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말하는 용어가 바로 '감정전염'이다. 감정전염은 타인의 표정, 말투, 목소리, 자세들을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따라해 자신과 일치시키면서 감정적으로까지 동화하는 경향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놀라운 것은 2014년에 밝혀진 페이스북의 감정조작 실험의 결과로, 현대에 보편화 되어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서도 감정의 전염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 뿐 아니라 온라인 너머의 사람들과도 동화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 감정전염을 통해 인간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마음을 이해하는 것... 하지만 그것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감정전염을 비롯한 이 서로에 대한 '모방욕구'는 부정적인 결과로 흐를 가능성도 동시에 품고 있다.

 

그것은 바로 극단화라는 것이다. '극단화'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발생하게 되는데, 생각이 비슷한 집단 안에 속해있을 경우, 자신의 견해를 지지하는 주장만 듣기 때문에 더 확고한 관점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한편 집단의 의견과 다른 소수의견을 가졌던 경우에는 남들과 다르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경향 때문에 주장을 바꾸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과정을 거치면서 선명하고 분명한 관점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를 배우며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왜 정치적인 면에서 중도주의는 실패하게 되는 걸까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어쩌면 이 '극단화'라는 문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고하지 않고 양쪽을 다 포용하는 입장은 양쪽으로부터 모두 비판받게 되고, 확고한 관점을 세워 영향력을 확장하기에 어려웠을 것이다.

한편 이 '극단화'와 관련된 책 속 서술에서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이와 관련한 인터넷의 역할이다.

 

인터넷은 오랫동안 사회를 평등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예견되어 왔지만 실제로는 내 의견과 편견을 반영해주는 사람들과 교류하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선스타인의 표현처럼 우리 자신의 가치관을 "더 크고 요란한 버전"으로 접할 수 있고, 덕분에 이념의 성 안에서 더 공고히 자리 잡는다. (p.124)

 

확실히 인터넷은 정보의 자유롭고 폭넓은 공유를 통해 '평등'의 가치를 확산시킬 것을 기대되는 기술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너무 많은 정보 때문에 결국은 다양한 관점을 보는 것이 아니라 '관심있는 정보'만 찾아 접하게 된다. 이것은 결국 '극단화'가 이루어지는 첫번째 과정을 밟게 된다. 자신의 의견을 더욱 확고히 하고 다른 의견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오해는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완해줄 방법이 필요함을 생각하게 했다.

 

그러나 '집단'은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두번째 챕터에서 '군중'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데, 꽤 설득력있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비상사태에서 집단 속의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져 서로 먼저 도망치려고 싸우기보다는 서로서로 도와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연대의식이 이기심을 이긴다. (p.80)

 

'군중'에 대해 부정적인 이론은 귀스타브 르봉이 <군중심리>라는 그의 저서에서 이야기한 것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 당대 대부분의 지식인이 '군중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유명한 지식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현대와는 달리, 그 시대에서는 교육의 격차도 있었고, 아니면 지식인들이 자신의 특권을 부각하고 싶었기 때문에 왜곡된 시선으로 보았을 수도 있다. 어쨌든 군중이 항상 어리석고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모형들은 꽤 합리적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군중 심리'라는 건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개별적인 사람들이 그렇듯이, 양면성을 가진 것 같다. 물론 <군중심리>라는 책에 대한 내용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군중에 대해 지나치게 장밋빛으로 보기에는 부정적인 사례들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속에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개인이 집단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주고받게 되는 영향력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내용이라 서평에는 중점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영웅'과 '악당'이 되는 사람들도 다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신의 집단이 아닌 다른 집단과의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아 일어났던 피해도 있었다.

최근에 아들러의 심리학이 유행하면서 '개인 심리학'에 더 끌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사회 심리학' 책을 읽으니 이 부분도 무시할 수 없음을 느꼈다. 아무리 개인적인 의지를 세우려 해도 결국 사회에 속한 이상 그 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남았던 글귀로 서평을 마무리해볼까 한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회심리학'과 '개인'의 관계를 잘 정리한 글귀인 것 같다.

 

집단 정체성이 자기 정체성에 앞서고, 협력이 자율성에 앞선다. 우리는 다양한 흐름에 휩쓸리지만,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주는 존재는 바로 헤엄치는 사람들이다.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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