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양복의 사나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혜경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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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와 캐릭터의 매력, 갈색 양복의 사나이

 

남아프리카를 배경으로 '대령'이라 불리는 수수께끼의 인물을 추적하는 책이었다. 그 사이사이에 등장인물들의 비밀이 어우러져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읽다보면 아무래도 비슷비슷한 설정이 눈에 띄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이번에 읽은 <갈색 양복의 사나이>는 얼마전 읽었던 <비밀결사>와 유사한 설정이 있었다.

그건 범죄조직의 우두머리가 수수께끼에 싸여 있는데, 사실은 그가 아주 가까이에 있었던 인물이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범인 외에 다른 인물들도 각자의 비밀이 있어서 수사에 혼란을 주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다.

또 어떤 인물을 다른 인물로 착각하는 경우도 그녀의 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 소재이다.

하지만 이 비슷함 때문에 익숙함에서 느껴지는 재미도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은 분위기가 뭔가 매력적이다.

남아프리카가 배경인데다가 주인공 앤은 고고학자의 딸이다. 그래서인지 분위기가 거칠고 투박한 느낌이 있었다.

사실 아프리카와 관련된 내용이 미스터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는데도, 배경인 것만으로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현대적인 문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지만, 가끔은 이렇게 원시적인 생활에 가까운 곳에서 살아가는 것도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한편 이 책의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추적이 두 명의 여성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한 명은 주인공인 앤 베딩펠드이며, 다른 한 명은 그녀가 단서를 쫓아 우연히 탄 배에서 만난 클래런스 블레어 부인, 수잔이다.

두 사람은 전문적인 탐정이 아닌 아마추어이다. 그러나 잃을 것이 없는 도전정신과 모험심을 가지고 있는 앤과 그런 그녀에게 끌린 수잔은 멋진 파트너이자 친구가 되어 있다. 그들이 사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게임'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언급이 있는데, 그녀들이 그렇게 생각하며 사건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독자 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사건들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확실히 화자의 시선은 중요하다.

 

"수잔, 당신은 이 모든 일들을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나도 알아. 게임처럼 보이는 건 앤 탓이야. 앤의 모험심에 내가 물든 거라고. 도무지 사실 같지가 않다니까. 내가 위험한 범인들을 쫓으면서 아프리카를 종횡무진하고 있다니. 클래런스가 알면 아마 발작을 일으킬걸." (p.203)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로맨스도 역시나 등장한다. 앤은 첫 만남부터 강렬했던 남자, 해리 레이번에게 끌린다. 그는 그녀가 살인자로 의심했던 '갈색 양복의 남자'였다. 하지만 앤은 그가 범인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의 성격이 살해방법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의 만남에서는 항상 다툼이 있다. 해리 레이번은 앤을 마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성격은 아프리카의 이미지와 닮아 있다. 가면을 쓰고 세련됨을 지키는 척 하지 않는, 자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들. 그리고 그 뒤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다.

 

"연인들은 항상 싸워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 떄문이지요.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 사랑도 식는 법이죠."

"그 반대는요? 서로 싸우는 사람들을 연인이라고 말할 수 있소?"

"잘...... 잘 모르겠어요."

나는 순간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p.258)

 

'대령'의 정체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고, 오히려 다른 비밀들이 의외로 다가온 부분이 있었다. 등장인물들도 놀랐던 '파젯'의 비밀 같은 경우가 그랬다. 그래서 미스터리의 촘촘함보다는 전반적인 분위기와 캐릭터의 매력이 더 돋보였던 책이었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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