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아 3호
미스테리아 편집부 엮음 / 엘릭시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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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는 잡지가 되어가고 있는, 미스테리아 3호

 

<미스테리아>도 벌써 3호째 읽는 중이다. 이번 호의 표지는 회색(그레이)였는데, 이건 아마도 이번 호의 메인 테마인 '스파이'와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잡지 안의 글을 읽고 나니 내용 중에서 정보 요원의 성격에 따라 블랙, 그레이, 화이트로 구별하는 부분이 떠오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파이에 대한 글은 가볍게 읽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그 마지막에 있었던 스파이 소설들 소개가 흥미로웠다. 읽고 싶은 책들도 있었고.

 

3호까지 읽으면서 점차적으로 마음에 들고 있는 코너는 신간 미스터리 관련 도서에 대한 서평을 담아낸 '취미는 독서'라는 코너이다. 한 명이 쓴 게 아니라 온라인 서점 MD, 번역가, 작가, 온라인 커뮤니티(미스터리 관련) 운영자 등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평을 쓴 걸 읽는 게 재미있다. 다양한 사람이 있는 만큼 다양한 취향을 접할 수 있다. 평소 좋아하지 않아 관심이 없던 미스터리 책에 대한 정보들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데다가 서평 스타일이 미묘하게 달라서 글 자체의 읽는 재미들도 다 다르다. 특히 이번호에서는 그런 느낌이 강했던데다가 원래는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 혹은 스토리라인인데도 읽어보고 싶어지게 하는 책들도 몇 권이나 있었다.

 

이 잡지에서 제일 기대하고 있는 코너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야스이 도시오의 '밀실 입문'은 마치 숙제하듯이 열심히 읽었다. 재미보다 뭔가 밀실 트릭에 대한 분석을 소개하는 게 특이해서 지식 쌓는(!) 기분으로 읽는 중이다. 물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밀실 트릭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지만 그 과정에서 소개되는 트릭을 사용한 작품들을 살짝 암시해주는 부분을 읽을 때마다 해당 작품이 뭘까 매우 궁금하다. 읽고 싶어진다. 심지어 이미 읽었다는 것을 아는 상태인데도 말이다!(체스터튼의 '보이지 않는 남자' 같은 경우)

 

그리고 지난 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도 흥미로웠던 실제 사건과 그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을 모티브로 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지난 호에서는 찰스 디킨스가 창조한 인물이 등장했다면 이번에는 <월장석>이었다. 특히 그 내용과 관련한 사건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놀랐다. 한편 법의학자의 실제 사건 이야기는 분명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현실적이지 않은 느낌이 든다. 그건 현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까? 아무튼 조금 기묘한 느낌이었다.

 

마지막에 실려있는 단편은 아직 안 읽었다. 1호, 2호, 3호 다 합쳐서 이 뒷편의 단편은 잘 안 읽고 있는데, 나중에 시간 나면 천천히 읽어보려 생각 중이다. 다만 이번 3호에 실린 단편 중에 조이스 캐롤 오츠의 작품이 실려 있기에 그 작품은 빠른 시일 내에 읽어보려 한다. 그 작가의 에세이를 나름 흥미롭게 읽었었기 때문에 소설 스타일은 어떨까 매우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흥미로운 내용이 실려있었던 3호. 아무래도 4호 역시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잡지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인 '밀실 입문'이 아직 연재중이기 때문이다. 그게 끝나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는 걸로. 하지만 어쩐지 계속 구매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이미 이 잡지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의미인 걸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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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신다
아녜스 마르탱 뤼강 지음, 정미애 옮김 / 문학세계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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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짐작 못할 이야기, 행복한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신다

 

이 책은 책 출간 배경이 조금 독특하다. 프랑스에서 e-book으로 저자가 자비 출판을 한 뒤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면서 대형 출판사와 정식 계약해 종이 책으로 출간되고, 역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전 세계에 수출되고, 영화까지 제작하게 된 책이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하다. 이야기에 매력이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걸까? 또 한편으로는 프랑스에서는 e-book 시장이 꽤 보편화된 것일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실망했다. 제목을 보고, 뒤의 설명을 보고 '북카페'와 관련있지 않을까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북카페 이야기는 맨 뒤에 아주 조금만 나와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던 책이었다. 특히 제목으로 이 이야기를 짐작해서는 절대 안된다. 이 책의 제목은 바로 주인공이 운영하는 북카페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책 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오히려 이 책의 주인공은 행복하지 않았던 편이었다. 맨 처음부터,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상심한 주인공 디안느는 남편이 가고 싶어했던 아일랜드의 한 마을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이웃과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홀로 서기로 다짐하고 다시 파리 한복판에 위치한 자신의 북카페로 돌아와 일을 시작한다.

 

여기서 조금 의외였던 것이 결말에서 연인이 행복해지는 쪽으로 가지 않았다는 점. 주인공 여성이 홀로서기를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가 된 점이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조금 충격적이었다. 이 책이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다른 것을 지향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고나 할까.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고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사랑은 새로운 사랑을 만나 잊혀져야 할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기억들을 품은 자기자신을 찾고 지켜내야 행복해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 느낌이 많이 났었는데, 결말에서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것이 프랑스 소설의 특징이었던 걸까? 프랑스 소설을 좀더 찾아 읽어봐야할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북카페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었고, 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 않아서 기대보다 아쉬웠던 책. 하지만 한 여성의 상실감을 치유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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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해서 그렇습니다 - 소극적 평화주의자의 인생다반사
유선경 지음 / 동아일보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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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담은, 소심해서 그렇습니다

 

푸른빛의 심플한 표지를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읽기 시작한다.

소심한 사람은 생각이 많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의 평범한 순간속에서 생각한 것들을 담아낸 책이다. 보통의 순간들, 보통의 느낌들.. 평범한, 그래서 더욱 공감하기 쉬운 이야기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소심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겠지.

비슷한 느낌의 책들을 읽었을 때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역시 많은 글귀들을 적어두었다. 공감하고, 기억하고 싶은 글귀들. 하지만 나는 소심하고 평범한 사람이라, 그 글귀를 통해 공감하고 느낀 것들을 통해 많이 변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지는 모르겠으나, 확 바뀌지는 않는 것 같다.

작가님께서 방송작가 일을 오래 하신 분이라 그런지, 글로 차분하게 일상의 순간들을 잘 포착해내신 것 같다. 그리고 존댓말로 써져 있어서 더 잔잔한 느낌이 더해졌다. 편안하게 부담없이 읽어갈 수 있었다.

 

이것이고 저것이고 아무것도 선택하고 싶지 않고

예고 아니오고, 아무런 답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세상에는 있는 법입니다. (p.178)

 

책에서 소개된 에피소드들 중에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들은 두어개가 있다.

하나는 '사소한 고백'이라는 제목의 이야기. 엉망인 모습일 때 호감을 가진 상대를 만나게 되었는데, 차갑게 대하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했던 경험.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매우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그때 그 아이는 날 어떻게 생각했으려나...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사실은 널 많이 좋아했었다고 함께 즐겁게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애써 마음을 숨겼었다는 거, 절대 모르겠지. 그건 다 소심해서 그랬던 거다. 어떤 모습이라도 날 좋아해줄거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소심한 인간이라서.

 

다른 하나는 '과거가 발목을 붙잡을 때'에서 말하는 것. 요즘 계속 생각하는 문제라서 기억에 남았다.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내가 했던 잘못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내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였다면 그건 어떻게 해야할까... 연예인들의 과거 잘못에 대한 기사들을 볼 때마다 생각했고, 과거에 나에게 상처를 준 친구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게 말을 걸 때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오래전 과거일 뿐이라서 다 잊어버린 걸까... 하긴, 상처를 준 사람보다 상처받은 사람이 더 오래 기억한다는 말이 있긴 하다. 어쨌거나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상처받은 일 뿐 아니라 상처 준 일도 기억에는 없지만 분명 있었을 거란 거. 그러니까 원망보다는 반성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가야 한다는 걸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함부로 다른 누군가를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결국 누구나 상처를 주고 사니까.

 

아무튼 소심한 나를 다시 발견하고, 그게 나만이 아님에 살짝 안심하고, 그렇게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그 느낌들을 읽어가게 했던 책이었다.

마지막 후기에서 이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을 딱 한 줄로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그 글귀로 이 서평을 마무리할까 한다.

 

이 모든 것은,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보통의 느낌.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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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먹어요
아녜스 드자르트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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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있는 여자 식당을 열다, 날 먹어요

 

이 책을 읽어가면서 어쩐지 오래 전 읽은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 떠올랐다. 음식과 욕망이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비슷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책이 비슷한 스토리는 아니다. 라우라 에스키벨의 글이 좀더 강렬하고, 프랑스 작가인 아녜스 드자르트의 <날 먹어요>는 잔잔함도 섞여들어가 있다. 도발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말이지.

 

의외로 확, 빨리 읽히지는 않았다. 그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주인공에 좀처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주인공, 꽤나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식당 '셰무아'를 열기 위해 위조서류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식당이 잘 되면서 주변 사람들이 확장을 권하는데도 심드렁하다. 게다가 가족과도 연락할 수 없게 된 과거를 가지고 있는 여자다. 특히 그 '과거'가 좀 꺼림칙해서 그녀를 끝까지 좋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굳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소설 자체는 흥미롭다. 그녀가 만들어가는 음식들을 비롯해 그녀가 보는 세상이 매끄럽게 잘 묘사되어 있다. 쉼없이 과거와 교차되는 이야기도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으나 나중에는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렇게 그녀가 밝혀가는 과거의 사건들을 읽어가면서 현재의 그녀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그녀의 삶보다는 그녀가 식당을 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변화를 겪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게 되는 소설이었다. 물론 나중에 또 읽는다면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하나의 긴 장편 소설이지만, 각 이야기는 다소 단편적인 감이 있어서 그 부분이 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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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알타이 걸어본다 6
배수아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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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보면 이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될까?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처연함? 쓸쓸함? 혹은 공허함?

이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텅 비어버린 듯한 그런 느낌들을 표현할 딱 맞는 단어를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이 책의 첫인상은 그래서 모호했다. 무언가 강렬한 어떤 분위기를 느꼈는데, 딱 잘라 그 느낌이 '이것'이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여러 감정이 섞여든 복합적인 감정이라 그랬다기보다는, 일종의 어휘력 부족? 묘사를 잘 하지 못해서 이야기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낯설지 않으면서도 낯선 감정.

 

여행은 저자가 읽었던 한 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갈잔 치낙의 자전적 소설인 <귀향>. 처음에 그 책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과는 달리 그 책을 읽고 갈잔 치낙을 만나보고 싶어졌다고 했다. 그렇게 낭독회 일정을 찾아보다가, 그가 매여름 신청자들을 모아 그가 머무는 곳인 알타이-투바 땅으로 데려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운명처럼 그녀는 낯선 알타이 땅으로 떠나게 된다. 낯선 유럽인들과 함께 하는 여행, 그녀는 그곳을 방문한 첫번째 타국 아시아인이라 했다.

 

여행에세이를 읽으며 느끼는 느낌들이 그 책에서 소개하는 곳이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정해질수도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새삼 느꼈다.

이 책은 이제까지 읽어온 다른 여행 에세이와 너무나 달랐다.

처음에는 그것이 저자의 성향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것은 이 책에 소개된 지역 때문이었다.

다른 여행지는 이미 그 전에 읽었던 다른 책을 통해, 여행책자를 통해, 혹은 TV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던 곳이었다.

실제로 가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간접경험했던 장소들.

같은 장소들에서 변주되는 다른 경험들을 읽어나갔지만, 기본적으로 각 여행지에 대한 느낌들이 세워져 있었고 언뜻 색다른 느낌이 끼어들 뿐이었다.

하지만 알타이-투바란 곳은 백지상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던 곳이었다.

저자도 이곳에 가기 전 여행 정보가 담겨 있을 법한 책을 찾아봤지만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니까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독자 역시 이 책을 읽을 때 모두 처음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분명히 어떤 느낌을 느꼈는데, 설명할 수가 없어서 화가 날 정도.

어쨌든 그 익숙하지 않음이 알타이-투바라는 곳과 이 책의 매력이다.

 

스텝에서의 산책자는 거리와 시간, 원근과 사물의 실체에 대하여 아주 다른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문득 두려움을 유발하는 고립감, 고독감이 형체 없는 번개처럼 엄습하는 것이다. (p.96)

 

책을 읽어가며 느꼈던 그곳의 자연. 원초적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그저 아름답기만 하지만은 않은 풍경에 대한 묘사들을 읽어가면서 계속해서 궁금해진다.

묘사만으로도 이렇게 빠져드는 곳인데, 실제 두 눈으로 보면 어떨까. 우리가 옳다고 믿어왔던 지식들, 감각들이 그저 고정관념일 뿐임을 보여주는 곳.

평소에는 깊이 빠져들지 못하는 감정들에 강하게 빠져들 수 있게 하는 곳...

거기에 글씨에 색감이 강하지 않은 음영효과를 넣어 강조한 글들과, 흑백 사진들은 전반적으로 분위기를 톤다운 해주고 있어서 편집, 디자인적인 부분까지 책의 내용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의 묘한 여운을 주는 마무리까지, 끝까지 그 분위기를 붙잡아주는 구성이었다.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이 우리들을 향해 오고 있구나. 우리는 오늘 저녁 그녀를 만나게 되겠구나. 그녀와 함께 양고기 죽을 먹고 밀크티를 마시게 되겠구나. (p.233)

 

문득 궁금해진다. 그곳에 가면, 이 모호했던 느낌이 분명해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망설여진다. 그곳에 가서 실체를 마주했을 때, 전혀 다르게 다가올까봐. 저자의 경험과 느낌들을 전해받은 그대로 간직하며 일종의 로망으로 남겨두는게, 현실적으로도 맞는 결론이겠지,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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