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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알타이 걸어본다 6
배수아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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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보면 이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될까?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처연함? 쓸쓸함? 혹은 공허함?

이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텅 비어버린 듯한 그런 느낌들을 표현할 딱 맞는 단어를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이 책의 첫인상은 그래서 모호했다. 무언가 강렬한 어떤 분위기를 느꼈는데, 딱 잘라 그 느낌이 '이것'이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여러 감정이 섞여든 복합적인 감정이라 그랬다기보다는, 일종의 어휘력 부족? 묘사를 잘 하지 못해서 이야기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낯설지 않으면서도 낯선 감정.

 

여행은 저자가 읽었던 한 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갈잔 치낙의 자전적 소설인 <귀향>. 처음에 그 책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과는 달리 그 책을 읽고 갈잔 치낙을 만나보고 싶어졌다고 했다. 그렇게 낭독회 일정을 찾아보다가, 그가 매여름 신청자들을 모아 그가 머무는 곳인 알타이-투바 땅으로 데려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운명처럼 그녀는 낯선 알타이 땅으로 떠나게 된다. 낯선 유럽인들과 함께 하는 여행, 그녀는 그곳을 방문한 첫번째 타국 아시아인이라 했다.

 

여행에세이를 읽으며 느끼는 느낌들이 그 책에서 소개하는 곳이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정해질수도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새삼 느꼈다.

이 책은 이제까지 읽어온 다른 여행 에세이와 너무나 달랐다.

처음에는 그것이 저자의 성향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것은 이 책에 소개된 지역 때문이었다.

다른 여행지는 이미 그 전에 읽었던 다른 책을 통해, 여행책자를 통해, 혹은 TV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던 곳이었다.

실제로 가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간접경험했던 장소들.

같은 장소들에서 변주되는 다른 경험들을 읽어나갔지만, 기본적으로 각 여행지에 대한 느낌들이 세워져 있었고 언뜻 색다른 느낌이 끼어들 뿐이었다.

하지만 알타이-투바란 곳은 백지상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던 곳이었다.

저자도 이곳에 가기 전 여행 정보가 담겨 있을 법한 책을 찾아봤지만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니까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독자 역시 이 책을 읽을 때 모두 처음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분명히 어떤 느낌을 느꼈는데, 설명할 수가 없어서 화가 날 정도.

어쨌든 그 익숙하지 않음이 알타이-투바라는 곳과 이 책의 매력이다.

 

스텝에서의 산책자는 거리와 시간, 원근과 사물의 실체에 대하여 아주 다른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문득 두려움을 유발하는 고립감, 고독감이 형체 없는 번개처럼 엄습하는 것이다. (p.96)

 

책을 읽어가며 느꼈던 그곳의 자연. 원초적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그저 아름답기만 하지만은 않은 풍경에 대한 묘사들을 읽어가면서 계속해서 궁금해진다.

묘사만으로도 이렇게 빠져드는 곳인데, 실제 두 눈으로 보면 어떨까. 우리가 옳다고 믿어왔던 지식들, 감각들이 그저 고정관념일 뿐임을 보여주는 곳.

평소에는 깊이 빠져들지 못하는 감정들에 강하게 빠져들 수 있게 하는 곳...

거기에 글씨에 색감이 강하지 않은 음영효과를 넣어 강조한 글들과, 흑백 사진들은 전반적으로 분위기를 톤다운 해주고 있어서 편집, 디자인적인 부분까지 책의 내용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의 묘한 여운을 주는 마무리까지, 끝까지 그 분위기를 붙잡아주는 구성이었다.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이 우리들을 향해 오고 있구나. 우리는 오늘 저녁 그녀를 만나게 되겠구나. 그녀와 함께 양고기 죽을 먹고 밀크티를 마시게 되겠구나. (p.233)

 

문득 궁금해진다. 그곳에 가면, 이 모호했던 느낌이 분명해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망설여진다. 그곳에 가서 실체를 마주했을 때, 전혀 다르게 다가올까봐. 저자의 경험과 느낌들을 전해받은 그대로 간직하며 일종의 로망으로 남겨두는게, 현실적으로도 맞는 결론이겠지,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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