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해서 그렇습니다 - 소극적 평화주의자의 인생다반사
유선경 지음 / 동아일보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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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담은, 소심해서 그렇습니다

 

푸른빛의 심플한 표지를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읽기 시작한다.

소심한 사람은 생각이 많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의 평범한 순간속에서 생각한 것들을 담아낸 책이다. 보통의 순간들, 보통의 느낌들.. 평범한, 그래서 더욱 공감하기 쉬운 이야기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소심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겠지.

비슷한 느낌의 책들을 읽었을 때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역시 많은 글귀들을 적어두었다. 공감하고, 기억하고 싶은 글귀들. 하지만 나는 소심하고 평범한 사람이라, 그 글귀를 통해 공감하고 느낀 것들을 통해 많이 변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지는 모르겠으나, 확 바뀌지는 않는 것 같다.

작가님께서 방송작가 일을 오래 하신 분이라 그런지, 글로 차분하게 일상의 순간들을 잘 포착해내신 것 같다. 그리고 존댓말로 써져 있어서 더 잔잔한 느낌이 더해졌다. 편안하게 부담없이 읽어갈 수 있었다.

 

이것이고 저것이고 아무것도 선택하고 싶지 않고

예고 아니오고, 아무런 답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세상에는 있는 법입니다. (p.178)

 

책에서 소개된 에피소드들 중에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들은 두어개가 있다.

하나는 '사소한 고백'이라는 제목의 이야기. 엉망인 모습일 때 호감을 가진 상대를 만나게 되었는데, 차갑게 대하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했던 경험.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매우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그때 그 아이는 날 어떻게 생각했으려나...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사실은 널 많이 좋아했었다고 함께 즐겁게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애써 마음을 숨겼었다는 거, 절대 모르겠지. 그건 다 소심해서 그랬던 거다. 어떤 모습이라도 날 좋아해줄거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소심한 인간이라서.

 

다른 하나는 '과거가 발목을 붙잡을 때'에서 말하는 것. 요즘 계속 생각하는 문제라서 기억에 남았다.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내가 했던 잘못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내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였다면 그건 어떻게 해야할까... 연예인들의 과거 잘못에 대한 기사들을 볼 때마다 생각했고, 과거에 나에게 상처를 준 친구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게 말을 걸 때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오래전 과거일 뿐이라서 다 잊어버린 걸까... 하긴, 상처를 준 사람보다 상처받은 사람이 더 오래 기억한다는 말이 있긴 하다. 어쨌거나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상처받은 일 뿐 아니라 상처 준 일도 기억에는 없지만 분명 있었을 거란 거. 그러니까 원망보다는 반성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가야 한다는 걸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함부로 다른 누군가를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결국 누구나 상처를 주고 사니까.

 

아무튼 소심한 나를 다시 발견하고, 그게 나만이 아님에 살짝 안심하고, 그렇게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그 느낌들을 읽어가게 했던 책이었다.

마지막 후기에서 이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을 딱 한 줄로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그 글귀로 이 서평을 마무리할까 한다.

 

이 모든 것은,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보통의 느낌.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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