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말을 못하는 겁니다 - 일의 디테일을 완성하는 말투와 목소리
이규희 지음 / 서사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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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습관과 목소리를 다듬는 법, 『당신은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말을 못하는 겁니다』


어떤 책이든 만날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지도 모른다.

자기계발서는 읽지 않았었다. 책들이 비슷비슷한 이야기 같아 도움받는다는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종종 읽는다.

'자기계발'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들에 관해 집중하는 책들에 눈이 간다.

『당신은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말을 못하는 겁니다』는 '일'과 관련한 말하기의 기술에 대해 알려준다는 점에 끌렸다.

프롤로그에서 이 책이 승무원들의 목소리를 분석하고 연구하며 알게 된 노하우들을 담았다고 하기에 혹시 특정 직업군과 관련된 내용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책 내용은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노하우였다.

커뮤니케이션 방법, 업무적으로 인정받는 보고의 디테일, 매력적인 목소리를 만들어가는 법, '셀프 브랜딩'하는 법 등 말하기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을 쌓는 법을 소개했다.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 어떤 것들을 고려하고 연습해야 하는지 핵심적인 부분만 간결하게 정리해서 좋다.

평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어떻게 보완하고 해결해가야 할지 알 수 있었다.

말하기가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노력이 많이 필요함을 알았다.

전체적인 편집 디자인이 깔끔해 읽기 좋다.

말하기의 요령별로 하나씩 소개한 부분은 대부분 몇 페이지 되지 않는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골라 하나씩 읽고 적용하기 좋다. 종종 있는 키포인트 코너는 핵심만 뽑아 기억하기 좋게 정리했다.

말하기 요령에 더해 좋은 목소리를 만들기 위한 발성 연습, 고유한 목소리인 '키톤'을 찾는 법, 발음 교정, 목소리 관리를 단계별로 짚어가는 부분도 좋다. 말의 내용 뿐 아니라 그 말을 이루는 '목소리'를 다듬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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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저승 최후의 날 1~3 - 전3권 안전가옥 오리지널
시아란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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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망의 여파는 저승도 피할 수 없다! 『저승 최후의 날』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건 카카오 페이지 웹소설이었다.

인류가 멸종되는 사태에 직면하고, '믿는 이'들이 사라지면서 저승도 사라지게 된다는 이야기.

어딘가 익숙한 설정이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예전에 안전가옥 앤솔러지 『대멸종』에 실렸던 단편.

그 단편의 설정에서 시작해 단행본 3권에 걸친 긴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단편은 단편대로의 재미가 있지만, 내용이 늘어나니 인물도 다양해지고 이야기의 폭도 넓어져 새로운 재미가 가득 더해졌다.

『대멸종』에서도 소재나 설정이 워낙 괜찮다고 생각했던 단편이었기에 읽을 이야기가 더 생겨서 좋았다.

만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재해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었다.

이승이 멸망하기 시작한 지 대략 만 하루만에, 이제는 저승이 멸망의 문턱에 서고야 말았다. (『저승 최후의 날 1』p.223)

별을 관측하기 위해 천문대로 향하던 호연과 예슬. 그 별이 엄청난 밝기를 뿜어내는 것을 목격한 뒤 죽음을 맞이했다. 그들이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승에 망자의 영혼들 몰려들기 시작한다. 별이 뿜어내는 방사선으로 인해 사람들이 연이어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에서의 인류 멸종 위기. 그런데 이 위기는 저승까지 이어진다.

저승이 존재하는 것은 그 저승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 믿는 이들이 죽음을 맞이하며 이승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자 해당 저승도 사라지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가설이었지만, 소육왕부의 완전한 붕괴로 진실임이 입증된다.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 것일까. 현대적인 저승의 모습. 다른 저승들과의 교류를 시도하는 모습. 이승에 남은 생존자들과 접촉하는 모습. 여러 형태의 저승에 대한 내용을 기록물로 남기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야기는 저승의 구성원들, 망자들, 그리고 지구의 생존자들의 내면과 상황을 번갈아 비추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웹소설로 완결까지 나온 작품이었지만 내용이 긴만큼 단행본으로 읽는 게 더 편하게 느껴진다.

전개에 따라 3권으로 나뉜 구성이 적절하게 호흡을 조절하며 읽게 된다.

이승의 멸망이 저승의 멸망으로 이어진다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관점을 토대로 천문학, 저승, 신화, 그리고 인간들의 충돌을 흥미진진하게 엮은 소설이다.

『대멸종』에 실렸던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이 책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 분량이 상당하지만 그만큼 재미도 상당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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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고통 - 고통과 쾌락, 그 최적의 지점에서
폴 블룸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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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쾌락이 공존할 수 있을까? 『최선의 고통』

책 소개에 흥미가 생겨 읽게 된 『최선의 고통』.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고통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때때로 '스스로 선택해서' 고통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일상 생활 속에서 가볍게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종교적 이유, 사회적 활동까지.

고통을 선택함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정리하자면 행복한 사람은 건강하고, 재정적으로 넉넉하고, 많은 쾌락을 누리며 사는 경향이 있다. 삶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야심 찬 목표를 세운다. 그들의 삶은 더 많은 불안과 걱정에 시달린다. (p.73)

무서운 공포 영화 관람. 지독하게 매운 음식 먹기. 힘겨운 에베레스트 등정. 아이를 키우는 일. 종교적인 고행.

처음에는 고난과 고통이 어떻게 행복으로 향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책에서 말하는 선택적 고난 사례들을 보니 수긍할 수 있었다. 단순하게 쾌락을 충족시켜주는 형태의 고통도 있고, 의미가 있기 때문에 행복을 주는 힘겨움도 있다. 고통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고, 더 나은 나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고통'이라는 주제에 관해 다양한 갈래로 살펴볼 수 있다.

픽션과 현실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즐기려면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특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 적당히 걱정하고, 집착하고, 두려워할 만큼만 빠져들어야 한다. 특히 픽션의 경우 일이 잘못될 때 이 캐릭터들은 모두 실재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공감, 고뇌, 걱정이 즐거움을 압도하지 않는다. (p.150)

책에 나온 고통과 관련된 이야기들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건 픽션에 관한 이야기였다. 평소 한국 소설을 잘 못 읽는데, 그 이유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그대로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소설은 외국 소설을 읽을 때보다 현실감이 너무 진해져서 거리 두기가 힘들 때가 많다. 읽는 즐거움보다 읽는 고통이 훨씬 커진다. 같은 생각이어서 어쩐지 반가운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저자가 선택적 고난을 권하는 건 아니다. 어쨌거나 고난이고 고통이니까. 그 고난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온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게다가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삶을 살아가며 충분히 고난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은 고난이 찾아왔을 때 긍정적인 결과로 향하도록 방향을 제시해주는 쪽에 가깝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 고통이 '최선의 고통'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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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 만들어지고, 유행하고, 사라질 말들의 이야기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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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를 이야기하는 책, 『그래서...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이 책은 '미래 사어 사전'이 제목일 수도 있었다.

유행어, 신조어에 관한 책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떤 이유로 흔히 쓰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용 빈도가 낮아지고, 잊혀질 말들.

그 말들을 통해 볼 수 있는 현재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어떤 단어가 새로 생겨난다는 건 언젠가 사라질 거라는 뜻이다. 어떤 단어가 유행한다는 것 역시 언젠가 유행이 끝나고 사라질 거라는 뜻이고. 따라서 모든 신조어와 유행어는 언젠가 사어가 될 운명과 함께 태어난 셈이다. 우리 모두 그런 것처럼. (p.9)

유행어, 신조어를 소개하는 책이지만 사전으로 보기엔 애매하다.

단어를 소개하고 그에 대한 주관적 생각을 담았다.

중립적인 느낌은 아니다.

지금 유행하는 단어들인 만큼 처음 보는 단어는 거의 없었다.

처음 알게 된 건 휴거, 엘사, 빌거 정도. 그 뜻이 충격적이고 씁쓸했다.

막연했던 것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며, 의미가 선명해진다.

그런 걸 생각하면 이 책에서 소개한 신조어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들을 담아서 마음이 좋지 않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취준생'이다.

이 단어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있었음에 놀랐다.

그리고 계속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공감하게 된다.

취업은 과거나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나 중요한 문제일 테니까.

이 책에서 말하는 신조어에 얽힌 생각들을 모두 공감하진 않았다.

다른 입장과 다른 경험을 가졌기 때문에, 신조어에 대해서도 다르게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그런 차이와 다른 관점을 생각해보는 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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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조건 - 철학이 진실을 구별하는 방법
오사 빅포르스 지음, 박세연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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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진실을 구별하는 방법, 『진실의 조건』

예상은 했지만 『진실의 조건』은 읽기 꽤 어려운 편이었다.

철학적 사고를 통해 '진실'을 어떻게 찾아내야 하는지 말해주는 책.

그 철학적 사고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과정은 쉽게 쉽게 지나갈 수 없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이 책을 고교생 필독서로 선정하여 배포했다고 한다.

이 시대에 '진실'을 구별하기 위해 철학적 사고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식이 단지 우리 머릿속에 든 무언가(즉, 우리가 무엇을 믿는지)에 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존재하는지(즉, 우리가 믿는 것이 진실인지)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p.32)

지식을 정의내리는 것으로, 책은 시작한다.

지식이란 무엇인가.

지식은 이론적 지식과 실천적 지식으로 구분하 ㄹ수 있는데, 어떤 지식이든 얻기 위해서는 생각만으로 충분치 않다. 믿음, 확신이 필요하다. 믿음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온다.

믿지 않으면 그와 관련된 지식은 얻지 못하기 때문에, 지식 전파를 위해서는 단순히 정보전달을 하는 것을 넘어 그 주장을 사람들이 믿게 해야 한다.

그러나 믿음이 아무리 강력해도 지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강한 확신이 있어도 그게 실제 진실이 아니라면 뭔가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 믿음이 진실이라는 근거와 증거가 필요하다. 때문에 지식은 '사회성'을 지녔다.

우리는 믿을 만한 근거를 갖춘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기 원하는 것을 믿는다. (p.58)

의도된 합리화. 이것이 오늘날의 '지식 저항'의 핵심 요인이다.

우리가 타당한 반대 증거가 있음에도 뭔가를 계속해서 믿는 것은 자기 믿음에 대한 반론을 이해하고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한 지식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지가 새로운 지식을 쌓을 기회를 박탈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한편 외부적으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렵게 뒤섞는 시도, 거짓 정보와 음모론 등은 사람들의 '믿음'을 약화시키고 진실을 구별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한다. 혼란을 겪으며 피로에 빠진 사람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더 나은 사고를 하기 위해, 지식을 제대로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글쓴이는 네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비판적 사고, 출처 비평, 전문가의 역할, 그리고 팩트 체크를 하고 토론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각각의 요소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책을 읽으면서 진실을 찾아가는 건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로감을 느낀만큼, 이 책이 얼마나 필요한지 역설적으로 느낄 수 있다.

천천히 차근차근, 이 책을 제대로 읽어 두는 과정이 지금 시대에서 꼭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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