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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평점 :
부엌에 들어선 소설가,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어쩐지 요리 에세이를 많이 읽고 있는 요즘. 또 한 권의 요리 에세이가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 하면 이 에세이의 '저자'가 눈에 띄었다.
줄리언 반스. 그의 소설을 몇 권 읽었다. 에세이는 처음이던가 싶었지만 전에 한 권 읽은 게 기억났다. 그래도 요리 에세이는 처음이다.
부제가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이다. 소설가가 요리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궁금했다.
읽어보니 요리하는 일상 이야기이긴 한데.... 생각했던 것과 느낌이 달랐다.
아무래도 제목에 '레시피'가 들어가서일까, 저자는 다양한 요리책을 언급한다.
요리하는 과정보다 요리책에 관해 사색한 내용들의 비중이 크다. 부제에도 충실하다.
요리책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들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 덕분에 다양한 서양 요리 책도 알게 되었는데, 번역서가 있으려나.
아, 이러다가 저자처럼 요리책이 책장 한가득 쌓여버리면 안되는데.
요리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교훈은, 요리 책이 아무리 솔깃해 보여도 어떤 요리들은 반드시 음식점에서 먹어야 제일 맛있다는 사실이다. (p.74)
줄리언 반스는 맨부커 상을 수상한 소설가지만 부엌에서는 평범한 일반인이다.
요리책에 실린 사진으로 본 맛있어 보이는 요리.
의욕을 가지고 만들어 보려 하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재료 계량부터 문제다. 적절한 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찌어찌 계량을 하고 순서에 따라 만들어도 완성작은 사진만큼 훌륭하지 않다. 모양 뿐 아니라 맛 역시도.
그가 열심히 준비한 디너파티에서 제일 맛있었던 건 근처 가게에 부탁해 사온 요리였다.
나는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때로는 요리할 때 자신의 '감'을 따라보라고.
레시피에 나온대로 정확하게 만드는 게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긴 하다. 특히 제과제빵은 그렇다.
하지만 요리에는 때로 '도전'이 필요하다.
음식 재료 각각이 어떤 맛을 내는지 생각하고, 적절한 맛을 위해 어느 정도 넣어야 할지 스스로의 판단을 믿어보는 것이다.
음식의 맛이란 건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기온의 영향도 있고, 어떤 요리가 함께하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느낌이 있다. 재료 각각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 현재 요리하는 이의 판단이 중요한 거다.
레시피를 참고하며 요리하되,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요리하면 되지 않을까. 실수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끝까지 읽다보면 저자도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완벽한 레시피에 맞추려하기보다는, 요리를 하는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사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