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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소 그랑 오텔
고시가야 오사무 지음, 정선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변의 민박집에 온 독특한 세 손님, 보소 그랑 오텔
민트색과 분홍색, 두 색의 조합이 매력 있는 표지다.
'보소 그랑 오텔'이 뭘까, 제목을 보고 궁금했다. 작중의 배경인 바닷가 마을의 민박집 이름이었다.
이미지도, 이름도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흘러나온다.
화자는 무려 네 사람이다!
민박집 보소 그랑 오텔의 딸인 여고생 나쓰미.
지나치게 음침한 여인인 사토.
지나치게 유쾌한 아저씨인 스기누마.
지나치게 소심한 청년인 다나카.
이들은 각자의 고민을 안고 보소 그랑 오텔에 머물고 있다.
네 명의 시점이 번갈아 나오지만 이리저리 플롯이 꼬여있진 않아 읽기 어렵지 않다.
시점을 구분하는 작은 이미지도 깔끔하고 단순한 형태로,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다.
나쓰미는 물고기 모양, 사토는 핸드폰 모양, 스기누마는 기타 모양, 다나카는 카메라 모양인데, 각자의 이미지를 간결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이다.
일상을 벗어난 비일상의 상황.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책에서는 너무 특별한 일이 일어나 탈이었지만.
원래라면 전혀 연결고리가 없었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교류하면서 변화할 한 걸음을 내딛게 되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보소 그랑 오텔의 손님들은 모두 그 계기를 맞게 되었다.
사토는 고뇌에 찬 얼굴로 '보소 그랑 오텔' 체크인을 하게 되었었다.
회사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던 그녀는, 홧김에 갑작스레 유급휴가를 내고 도망치듯 이 곳, 보소 그랑 오텔로 왔다.
민박집 사람들은 그녀의 어두운 얼굴 때문에 걱정했다. 혹시 무슨 일이 나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러나 그들이 걱정하던 문제는 정작 다른 이가 품고 있었다. 두번째 손님, 스기누마 이야기다.
겉으로는 밝게 행동하지만 사실은 지쳐 있는 아저씨. 그는 실패에 지쳐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하고 있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아낌없이 돈을 쓰는데, 어쩌면 그건 부채감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손님은 짝사랑 중인 대학생 손님이다.
우연히 찍은 여고생에게 반해 무작정 그녀를 찾으러 온 다나카. 그녀에 관한 어떤 정보도 없이 그냥 사진을 찍은 곳으로 찾아온 것이다.
우연은 그에게 호의적이었는지, 그 여고생은 무사히 찾았지만 얼떨결에 거짓말을 해버리고 만 그는 진실을 말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마지막으로 민박집 딸인 나츠미에게도 고민이 있다. 그녀는 수험생. 진로 문제로 고민 중이다.
고민을 속에 숨기고 있던 사람들은 2박 3일간 지내면서 서로 영향을 받게 되고, 고민을 겉으로 꺼내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다.
결정적인 건 어떤 '사건'이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민박집 이름인 '보소 그랑 오텔'의 유래도 밝혀진다.
책 표지가 주는 느낌 그대로의 이야기였다. 독특해 보이는 조합이지만 읽을수록 매력있는 이야기.
여름 휴가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이 책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여행지에 가져가 읽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