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의 모든 역사 - 인간의 가장 깊은 비밀, 뇌를 이해하기 위한 눈부신 시도들
매튜 코브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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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까지 뇌를 얼마나 알아왔는가, 『뇌 과학의 모든 역사』


『뇌 과학의 모든 역사』는 뇌 과학 연구의 역사를 정리하고, 현재 진행되는 연구들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은 책이다.

우리 인류가 이제까지 우리 머릿속의 '뇌'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바꾸어왔는지 차근차근 키워드를 따라 지식을 쌓게 된다.

과학 연구의 역사를 다룬 만큼 분량이 상당히 많은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게 다루지 못한 분야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뇌 과학의 역사가 길고 다양한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인류가 뇌를 이해하는 방식의 변천사를 통해 그동안 마음과 영혼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왔으며, 그것이 어떻게 다시 뇌 과학 연구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문화사적 고찰을 통해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p.6~7, 추천의 말/정재승)


뇌 과학이라는 다소 어려울 법한 분야를 담았지만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챕터 제목이 단어 하나로 되어 있어 깔끔하게 느껴진다.

과거는 심장, 힘, 전기, 기능, 진화, 억제, 뉴런, 기계, 제어이다.

현재는 기억, 회로, 컴퓨터, 화학, 국재화, 의식이다.

각각 해당 키워드가 중점이 된 논의들, 연구들, 그 결과로 인한 인식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중간 중간 연구에서 진행된 실험과 관련한 내용들은 감정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내용들도 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든, 동물 실험이든 윤리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사례들이 있어 충격을 준다.

맨 앞에 있던 추천의 말처럼, 뇌 과학 연구들을 바탕으로 사회문화적인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어서 비전공자들이 읽기에도 부담이 덜하다.

학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뇌에 관해 연구해온 내용을 책을 읽으며 차근차근 지식을 쌓아올리는 느낌이었다.

뇌 과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독자라면 이 책을 차분히 읽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하다.


제아무리 아름답고, 논리적이고, 매력적인 유행하는 이론이라 해도 실험적 근거가 없다면 결국은 버려질 수밖에 없다. (p.129)


책을 읽다가 우연히 만난 즐거움도 있었다.

'과거'편에 있는 '기억'파트에서 등장한 '뇌 과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환자'로 기록된 H.M., 헨리 몰레이슨의 이야기.

예전에 읽었던 조이스 캐롤 오츠의 『그림자 없는 남자』가 떠올랐다.

뇌에 문제가 생겨 새로운 기억을 만들지 못하는 환자라는 점에서 남자 주인공과의 유사성이 있다.

어쩌면 작가가 H.M.에서 영감을 얻어 그 책을 썼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예전에 읽은 책과의 우연한 연결고리가 독서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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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순간을 팝니다
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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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공간이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하다, 『머물고 싶은 순간을 팝니다』

 

『우리는 취향을 팝니다』의 후속작으로 나온 『머물고 싶은 순간을 팝니다』는 코로나 시대 이후 오프라인 공간이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공간은 어떤 요소들을 품고 있을까, 공간 브랜딩이 어떤 것인가 알고 싶은 마음에 읽기로 했다.

 

코로나는 다양한 오프라인 공간들이 그동안 본질적인 역할 외에도 많은 부수적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었죠. 평소 당연하게 행하던 것들에 제약이 생기면서 행동 반경이 작아지고, 자유 또한 축소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p.7)

 

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꾸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공간에 가는 것을 망설이게 되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으로 많은 일을 처리하려 한다. 그 상황은 우리가 그동안 무심하게 누리던 것들이 특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만들었다. 그 중의 하나가 다양한 오프라인 공간이었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유롭게 새로운 공간을 방문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것들을 누릴 수 있는 짧은 시간이 소중해졌다. 사람이란 역시 무한히 주어지는 것보다 한정적인 것에 끌리는가 보다.

 

전보다 더 적은 기회 속에서 최대한의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소비자들이 공간을 선택하는 건 더 신중해졌다.

오프라인 공간을 신경 써서 구성해야 할 필요가 높아진 것이다.

침대 없는 침대 브랜드의 오프라인 공간, 손님이 직접 뭔가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 다양한 전시가 함께하는 공간.

『머물고 싶은 순간을 팝니다』는 매력적인 오프라인 공간들을 소개하고, 그 공간들이 왜 매력적인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오프라인 공간이 온라인과 다르게 '차별화'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오래 머무르고 싶어하는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공간 인테리어와 관련된 것에 직원들의 서비스 같은 인적 측면도 포함되어야 한다.

한 순간 반짝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라, 쭉 방문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취향이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취향을 판매한다는 것은 운영하는 주체가 그 취향 자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추천한다는 것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운영자의 풍부한 경험이 더해질 때 진정성을 가질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p.150)

 

책에서 팝업스토어와 카멜레존의 사례를 이야기한 내용이 기억에 남았다.

팝업스토어는 많이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카멜레존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용어였다.

카멜레존(chamelezone)은 공간 안에 일정 부분을 다른 콘텐츠에 할애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것들의 이종결합을 위한 공간이라고 한다. 원데이클래스나 서점의 북토크, 독서모임도 여기에 속한다. 주로 판매하는 제품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진행해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변화를 주는 카멜레존. 이름만큼이나 매력적인 공간활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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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 안전가옥 쇼-트 9
류연웅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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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소설,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


류연웅의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9번째 작품이다.

자그마한 문고본에 얇은 사이즈로 가지고 다니며 간편하게 읽기 좋았던 책.

가독성도 아주 좋다.

표지는 연둣빛이라 안정감을 주는 느낌이 있다.


주인공이 대학 한 학기 수업 동안 자업자득으로 독박써버린 조별과제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등장인물들의 회상과 언급을 통해 자유롭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들이 속속 발견된다.

무엇보다 시원시원하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점이 가장 큰 매력!

주인공의 행적을 정신없이 따라가는 가운데 종종 마주치게 되는 주석들.

숫자를 보고 페이지 하단에 눈이 향하면, 설명이 적힌 때도 있지만 '복선입니다. 기억하세요'라고만 쓰인 때도 있다.

그 모든 복선이 어떤 식으로 실행되었는지, 마지막에 '복선 회수 목록'으로 정리까지 했다.

중간중간 그 목록을 보고 어떤 식으로 복선이 회수되었는지 보며 페이지를 넘나드는 재미도 있다.


총 3부로 나눴다. 맨 앞에 강의 계획서가 있는데, 1주차부터 16주차까지 진짜 계획서처럼 정리했다.

1~8주차의 이야기를 담은 근본론.

9~12주차의 이야기를 담은 근절론.

13~16주차에 그 이후 이야기까지 담은 뇌절론.

구분은 아주 선명하다. 각각 그때까지의 국면을 전환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자기 비하를 보고 싶지 않았다. 남을 근절할 수 없어서 자신을 근절하는 사람들, 그런 태도가 근본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며 삶에 의미 부여 하는 모습. 그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과거의 나 하나로 족하다. 그래서 나는 최후의 뇌절을 시전했다. (p.145~146)


빠짐없는 복선 회수와 의외의 연결로 촘촘히 짜인 이야기.

가볍게 이야기를 따라가다 문득 인식하게 되는 진지한 주제들이 있는 소설.

단편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는 『칵테일, 러브, 좀비』, 『위치스 딜리버리』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난 건데, 셋 다 괜찮게 읽어서 시리즈에 속한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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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괜찮은 결심 - 예민하고 불안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정켈 지음 / 아몬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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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강박에 대한 그래픽노블, 『이만하면 괜찮은 결, 심』


최근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인 그래픽노블 장르를 종종 읽는데, 읽는 책마다 괜찮아서 이 장르 자체에 만족감을 느낀다.

이번에 읽은 그래픽 노블은 『이만하면 괜찮은 결, 심』으로, '불안과 강박'을 다뤘다.

부제는 '예민하고 불안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각각 다른 형태의 '불안과 강박'을 가진 '고결'과 '조심'이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 마주한 여러 에피소드를 담았다.


표지부터 주인공들의 성격이 보인다.

청결에 강박적인 모습을 보이는 파란 색감의 '고결'.

혹시 모를 위험이 있진 않을까 불안해하는 붉은 색감의 '조심'.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살아가며 충돌을 겪진 않을까, 싶은데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 점이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상대의 불안과 강박을 알게 되어도,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모습이 좋다.

누구나 '고결'과 '조심'처럼 불안과 강박을 품고 있다. 형태만 다를 뿐.

청결에 신경쓰고, 가능성이 적어보이는 위험이라도 불안해한다.

서로의 섬세함을 존중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고결'과 '조심' 같이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조심'의 어릴적 에피소드였다.

12살이었던 조심. 엄마에게 혼나고 나서 홧김에 눌러버린 클릭하면 죽는다는 글.

하지만 그건 낚시글이었고, 그녀는 죽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그런 글을 볼 때마다 가볍게 생각했는데, '조심'의 에피소드에서 그 글은 가볍게 보이지 않았다.

그 글을 클릭하고 난 '조심'의 심경 변화가 강렬함을 준다.

진지한 느낌과 귀여운 느낌이 조화롭게 이어진다.


책을 읽으며 나의 '불안과 강박'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서로 잘 맞춰가며 살고 있는 '고결'과 '조심'을 보며, '불안과 강박'이 기필코 떨쳐내야만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들은 스스로를 지키고 더 잘 살기 위한 마음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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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
송인석 지음 / 이노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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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억을 읽으며 힐링하는 여행 에세이, 『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


코로나가 세상을 뒤덮기 전부터 그 이후까지, 총 582일간 여행한 이야기를 담은 여행 에세이.

하나로 쭉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다소 단절감이 있는 구성. 이야기 한 편 한 편 읽어도 좋겠다.


표지는 노을지는 풍경이다. 물결 위에 있는 건물들의 모습에서 잔잔한 여운이 전해진다.

이국적인 풍경을 보며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게 한다.


직접 느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간접적으로 한계가 있다. 여행이 그러하다. 세상을 마주해보고 걸으며 느끼는 감정들, 가슴으로 기억하는 것들은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 (p.91)


여행 에세이라 사진이 많다.

이국적인 풍경,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자연의 정경,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

사진들은 간접적으로 여행을 느끼도록 도운다.

간접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저자는 말했다.

나는 이 정도로 충분했다. 나중엔 생각이 변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다. 책으로 마주하기에도 벅차다.


우리는 모두 같은 세계에 살고 있지만, 인종, 종교, 가치관 등 사는 방식은 다르다. 하지만 어딜 가든 착한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는 걸 잊지 않아야겠다. (p.185)


1년을 훨씬 넘긴 긴 시일 간의 해외 여행.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 겹쳐 더 힘들었을텐데,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 대단하다 생각했다.

다양한 사람과 상황을 마주하면서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어느 곳에나 있었던 착한 사람들 덕분이기도 했다.

책 속의 에피소드들에서 사람과의 교류가 담긴 이야기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건, 그 진솔함이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 에세이는 역시 읽는 것만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내가 직접 여행을 가지 못하더라도, 책을 통해 다른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을 상상하도록 도와주는 책.

여행에세이를 오랜만에 읽어 만족감이 더해졌던, 『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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