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 안전가옥 쇼-트 9
류연웅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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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소설,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


류연웅의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9번째 작품이다.

자그마한 문고본에 얇은 사이즈로 가지고 다니며 간편하게 읽기 좋았던 책.

가독성도 아주 좋다.

표지는 연둣빛이라 안정감을 주는 느낌이 있다.


주인공이 대학 한 학기 수업 동안 자업자득으로 독박써버린 조별과제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등장인물들의 회상과 언급을 통해 자유롭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들이 속속 발견된다.

무엇보다 시원시원하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점이 가장 큰 매력!

주인공의 행적을 정신없이 따라가는 가운데 종종 마주치게 되는 주석들.

숫자를 보고 페이지 하단에 눈이 향하면, 설명이 적힌 때도 있지만 '복선입니다. 기억하세요'라고만 쓰인 때도 있다.

그 모든 복선이 어떤 식으로 실행되었는지, 마지막에 '복선 회수 목록'으로 정리까지 했다.

중간중간 그 목록을 보고 어떤 식으로 복선이 회수되었는지 보며 페이지를 넘나드는 재미도 있다.


총 3부로 나눴다. 맨 앞에 강의 계획서가 있는데, 1주차부터 16주차까지 진짜 계획서처럼 정리했다.

1~8주차의 이야기를 담은 근본론.

9~12주차의 이야기를 담은 근절론.

13~16주차에 그 이후 이야기까지 담은 뇌절론.

구분은 아주 선명하다. 각각 그때까지의 국면을 전환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자기 비하를 보고 싶지 않았다. 남을 근절할 수 없어서 자신을 근절하는 사람들, 그런 태도가 근본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며 삶에 의미 부여 하는 모습. 그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과거의 나 하나로 족하다. 그래서 나는 최후의 뇌절을 시전했다. (p.145~146)


빠짐없는 복선 회수와 의외의 연결로 촘촘히 짜인 이야기.

가볍게 이야기를 따라가다 문득 인식하게 되는 진지한 주제들이 있는 소설.

단편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는 『칵테일, 러브, 좀비』, 『위치스 딜리버리』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난 건데, 셋 다 괜찮게 읽어서 시리즈에 속한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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