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 낯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되다
김경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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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품은 이야기를 읽는 여행, 『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는 세계 곳곳의 도시를 여행한 이야기를 묶어낸 에세이다.

단순히 풍경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인문학적 지식을 연결하며 곳곳을 걷는다.

여행 에세이에 '인문'이라는 부분이 더해진 것이 색다를 듯해 읽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모든 폐허는 의미 있고 위대하다. 한때 엄청난 역사를 만든 현장이었으니까. (p.40)


각 도시에 따라 역사와 문학, 건축, 음악 등 가지각색 인문학 요소를 만나볼 수 있다.

유럽과 미국 인문 기행으로 시작하여, 일본, 중국, 아시아를 차례로 거친 후 한국에서 마무리되는 여행 이야기.

우리 역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다고 할 수 있는 서양권의 여행기는 비교적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먼 과거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문학작품과 연결되는 여행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작품이 궁금해진다.

먼 곳의 이야기이니만큼, 거리감을 적당히 유지한 채 지식을 지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점이 좋다.


하지만, 일본에서부터 시작되는 아시아권의 이야기는 달랐다.

일본, 중국, 아시아, 한국의 이야기들은 근현대사의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어쩔 수 없이 우울하고 씁쓸한 마음을 한켠에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가까운 과거이기에. 그 역사에 대한 저자의 인식에서 '주관적이다'라고 인식하게 되는 느낌도 있었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오히려 가까운 나라들의 여행 이야기가 더 멀게 느껴졌던 것 같다.


삶과 여행은 분리되지 않는다. 길 위에서 생각하고 또 길을 가는 것이 인생이다. (p.214)


전 세계 여러 곳의 도시를 여행한 이야기들은, 모두 적절한 분량인데다가 구성이 깔끔하다.

저자 소개를 보니 언론인이어서 '역시!'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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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프리퀀시 트리플 9
신종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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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분위기를 머금은 단편집, 『고스트 프리퀀시』


독특하다.

세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가 묶인 책 『고스트 프리퀀시』.

죽음과 유령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무섭진 않았다.

기이한 느낌은 가득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첫번째 단편, '마그눔 오푸스'는 태몽을 꾸는 것이 죽음과 연결되는 이야기였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오래된 설화를 연상시킨다. 특히 '꿈' 부분이 그렇다.

태몽을 꾸는 이들을 통해 다음으로 이어지는 생명, 그리고 맞게 되는 죽음.

시간의 흐름은 모호하지만 이야기의 흡입력이 상당히 좋았다.


두번째 단편, '아나톨리아의 눈'.

주사위를 굴려 나온 합 : 0~99 사이의 값에서 나온 숫자가 있는 이야기가 있다.

각 이야기 앞에 있는 '숫자'들은 이야기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등장한다.

연결성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의 나열인듯 하여 조금 혼란스러웠었다.

모두 '소멸'되는 무언가가 이야기 속에 존재한다는 점이 공통적인 듯하다.

연결성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더라도 이야기들은 모두 흥미롭기에 읽는 재미가 있는 편이다.


세번째 단편, '고스트 프리퀀시'. 표제작이어서인가? 가장 흥미로웠다.

고스트는 유령이고, 프리퀀시의 의미는 사전을 찾아보니 3가지였다. 빈도, 잦음, (소리, 전자파등의) 진동수.

이 단편에서 프리퀀시는 이 중 세번째, 진동수를 의미하는 듯하다.

유령의 소리가 들리는 것과 작가들이 작품을 쓰는 것을 연결지은 내용이다.

소리가 '파동'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매끄럽게 읽히는 편은 아니었지만 묘하게 끌리는 느낌이 있다.

특히 초반에 나온 이 문장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무언가 픽션이 되면 그것은 사라진다.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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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인 게 싫을 때 읽는 책 - 우울과 불안이 마음을 두드릴 때 꺼내보는 단단한 위로
이두형 지음 / 아몬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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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완벽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내가 나인 게 싫을 때 읽는 책』

 

『내가 나인 게 싫을 때 읽는 책』. 제목에 끌려 읽었다.

내가 나인 게 싫을 때, 읽는 책이라 하니 지치고 힘든 마음을 위로해주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부제도 '우울과 불안이 마음을 두드릴 때 꺼내보는 단단한 위로'이니까.

예상은 맞았고, 읽을수록 점차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참 좋았다.

 

완벽하지 않은 삶을 완벽하지 않은 우리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p.7)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수용전념치료(ACT)'를 기반으로 한 대중교양서다. 심리치료기법 중의 하나인 '수용전념치료'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받아들일 것을 내세우는 방법이라고 한다. 책 속에서는 직접적으로 이 내용을 언급하지 않아 소개글을 보고 놀랐다. 복잡할 수 있는 전문 지식보다 친근하게 생활과 맞닿아 있는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한 구성이 어려움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스스로의 마음을 포함해 어떤 존재로부터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내 삶은 괜찮다'라는 사실을 확인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오늘 하루를, 내가 채워가고픈 하루로 채워가기 위해 살아갈 뿐이다. (p.123)

 

읽으면서, 부정적인 마음을 어떻게 하나의 요소로 받아들여야 할지 알아갈 수 있었다.

완벽하지 않은 나에게 실망하고, 그래서 우울해지고 불안해지는 마음.

그런 마음을 다독이며, 앞으로는 그렇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한다.

부정적인 감정들로부터 비롯되는 조급함, 불안함과 좌절감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녹는 느낌이다.

내가 나인 게 싫을 때 읽는 책으로 적절하다.

그런 싫은 나의 모습들도 나임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니까.

 

마음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찾아본 심리학 개념들이 오히려 당신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진 않은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p.143~144)

 

심리학 책이니만큼 읽으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건 큰 장점이다.

내용의 영향도 있었지만, 편집 디자인도 좋았다.

챕터가 바뀔 때마다 옅은 초록빛의 내지가 있어 눈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것.

충분히 넉넉한 글 간격도 읽는 이에게 여백의 휴식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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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소설 쓰기 - 짧지만 강렬한 스토리 창작 기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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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어렵다면 초단편은 어떠세요, 『초단편 소설 쓰기』

 

작법서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읽어본『초단편 소설 쓰기』.

이 책으로 '초단편'이란 장르를 처음 알았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엽편 소설을 말하는 것 같다.

글쓴이가 이야기하듯, 초단편은 요즘 시대에 수요가 높은 장르다.

게다가 초단편은 원고지 20~30매 정도의 아주 짧은 글이니 부담이 적다.

일단 한 번 써보자! 하는 마음으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초단편은 가볍다. 초단편 쓰기 역시 얼마든지 가볍게 도전할 수 있다. 평소 글쓰기가 어려웠다면, 이 책을 통해 부담감을 덜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p.9)

 

초단편이라는 글쓰기에 도전해볼 생각이 들었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

의욕만 가지고 무작정 글을 쓰려고 한다면, 첫문장에서 막혀버릴지도 모른다.

『초단편 소설 쓰기』는 지금까지 900여 편의 초단편을 쓴 글쓴이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들을 담은 작법서다.

 

정리하자면, 쉬운 단어로 구성된 간결한 단문에다가 이중 해석의 여지가 없고, 동어 반복이 적은 문장이 가독성 좋은 초단편에 어울리는 문장이다. (p.24)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거나 써봤다면, 글마다 약간의 형식적 차이가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다른 글과는 다른, '초단편'을 쓰는데 필요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단편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 것이다.

그 내용들을 단계별로 챕터를 나누어 차근차근 정리했다.

1장, 쓰기 전. 초단편의 장르적 특성과 자료 조사, 예상독자 파악, 캐릭터 설정 등 쓰기 전에 미리 알고 준비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부터 시작한다.

2장, 쓰는 중. 쓰는 중에는 어떤 단계들을 거치고, 첫문장 쓰기에서부터 제목과 등장인물 이름 짓기, 짧은 내용 안에 어떤 것들을 넣고 어떤 것을 제외해야하는지 등 본격적으로 글쓰기와 관련된 부분들을 적절한 사례들을 제시하며 알기 쉽게 설명한다.

3장, 다 쓴 후. 완성된 작품을 퇴고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초단편 작법서이기 때문일까? 이 책 자체도 초단편이라는 장르처럼, 간결하게 필요한 정보들만 담아내 가독성이 좋은 편이다.

어렵지 않게 책을 읽다보면 부담없이 초단편 한 편 써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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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생활기록부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나혁진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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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자신의 죽음을 납득하기까지, 『유령생활기록부』

 

'납득. 바로 그게 정답이 아닐까?'

요는 자신의 죽음에 스스로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납득'하는 것이다. (p.76)

 

허영풍. 35세. 무직.

만취한 채 들어간 골목길에서 뒤따라온 괴한에게 살해 당했다.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니 유령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죽으면 누구나 유령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한 초등학생 유령 사건을 통해, 유령이 되는 것은 '자신의 죽음에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

그 후 생전에 알고 있던 인물들을 찾아가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고, 그들이 얽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다.

유령이라 살아있는 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지만, 몇몇 사건에서는 영풍이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도 있다.

 

흔히 유령이라고 하면 원한을 지니고 있어서 승천하지 못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유령의 존재 이유를 '자신의 죽음에 대한 납득'에 두고 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20년이란 시간 동안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이승을 떠도는 유령.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이 '죽음의 진상 파악'을 향해서만 달려가는 건 아니다.

생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찾아가 살아있을 당시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삶을 정리하는 느낌도 있다.

죽음으로 인해 객관적으로 자신의 삶을 보게 되면서, 반성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죽음의 진실을 깨닫는 결말이다.

전체적으로 범인 추적기라기보다는 책의 제목처럼, '유령 생활'을 기록한 이야기다.

무겁지 않은 미스터리라 읽는 부담이 적다. 유령 이야기지만 으스스하다기보다는 사람의 이야기같이 느껴진다.

 

주인공이 영화광인 관계로 각 에피소드의 제목은 영화 제목에서 따왔다.

아쉽게도 영화를 즐겨보지 않기에 모두 본 적 없는 영화였다. 이야기 내용이 제목을 빌린 영화와 얼마나 연계가 되어있을까? 만약 영화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그와 연결되는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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