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우리는 비건 집밥 -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드는 국, 찌개, 반찬 52
김보배 지음 / 길벗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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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채식데이를! 『오늘부터 우리는 비건 집밥』


코로나 시대는 많은 것을 바꿨다. 그 가운데 하나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코로나 전에도 환경 문제에 대해, 비건이라는 생활 양식에 대해 흥미를 느끼긴 했다.

그러나 '실천'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 건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마주하게 된 엄청난 양의 일회용품 쓰레기. 환경문제를 생생하게 느낀 순간이었다.

텀블러를 갖고 다니게 되었다. 에코백을 고이 접어 가방에 챙기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고기 없는 날을 지내기로 했다.

비건 데이를 할까 했지만, 한순간에 식습관을 바꾸는 건 어려웠다.

고기 없는 하루를 보내는 일조차 실패하는 주도 있었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는 노력을 그치지 않으려 한다.

비건 요리책, 베이킹 책들도 찾아 읽어보고 있다. 요리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실천 의욕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

『오늘부터 우리는 비건 집밥』도 다양한 채식 요리를 알고 싶어 읽게 되었다.


요리 레시피를 5가지 파트로 나눴다.

첫 파트는 국과 찌개. 육수 대신 채수를 활용했는데, 특히 뽀얀 곰탕을 만드는 것이 흥미로웠다. 새송이 미역국도 맛있을 것 같다.

두번째는 김치에 관한 파트. 비건 김치 양념 만드는 방법이 있고, 그 양념을 활용해 만드는 김치 다섯 가지를 소개했다. 배추 겉절이, 파김치, 깍두기, 토마토 김치, 봄동 샐러드 김치. 이 책을 빨리 읽었더라면 비건 김치를 체계적으로 만들었을텐데, 아쉽다. 지금 비건 김치를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맛을 보장할 수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역시 처음 해보는 건 감보다는 레시피가 중요하다.

세번째는 다양한 반찬이다. 육류와 생선 없이 만드는 반찬들. 다시마 볶음이나 포두부 진미채는 해보고 싶다.

네번째는 버섯을 이용한 요리들을 소개한다. 표고버섯 유부 잡채나 새송이 장조림은 비교적 익숙한 조합이라 반가웠다. 버섯 요리는 국물 요리가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은 한그릇 요리. 잔치국수나 떡볶이부터, 떡국에 짜파구리까지. 채식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한그릇 요리를 만들 수 있음을 알았다. 내년에는 콩물 떡국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연습해야겠다.

각 요리 레시피들은 크게 영어 이름이 있는데, 디자인이 마치 잡지의 한 부분같아 흥미롭다.

요리 방법 위쪽에는 저자의 코멘트 같은 부분도 있어서 친근감을 더한다.


평소 육식보다는 채식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채식 요리는 담백하고 깔끔해서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책에 실린 52가지 레시피를 모두 시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끌리는 것들을 차근차근 만들어가며 앞으로도 일주일에 하루 채식의 날을 지켜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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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 인생은 리치하게
박세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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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의 인생 2막 이야기, 『세리, 인생은 리치하게』


박세리. 너무나 유명한 우리 나라의 1세대 여자 골프 선수.

이름은 많이 들어봤으나, 선수 생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박세리에 대해 알게 된 것, 더 알고 싶어지게 된 것은 모두 그녀의 인생 2막인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특히 재미있게 본 건 E채널의 '노는 언니'라는 프로그램.

운동선수로 활약하던 출연진이 은퇴 후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활동을 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에세이가 나왔다는 소식을 보고, 궁금해졌다.

방송으로 알게 된 박세리의 삶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들을 알고 싶었다.


지금까지 선수로서 힘든 과정을 소화해냈으니, 이제는 즐겁게 살고 싶다. 좋은 사람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회적으로도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 (p.56)


선수 생활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만, 자세하게 나오진 않는다.

그저, 과거 지낸 선수로서의 삶이 현재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이야기할 뿐.

이력이 워낙 잘 알려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현재'에 집중하려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이들을 도우려는 마음이 반짝 반짝 빛난다!


인생의 법칙은 때로 굉장히 단순하다. 나를 믿고, 나를 지키며 솔직하게 나아가면 된다. (p.68)


단순히 유명인의 에세이를 읽으며 호기심을 충족하는 독서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에세이를 읽으면서, 책에 담긴 솔직한 생각들이 인상 깊었다.

정말 멋진 삶을 살고 계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금전적인 것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책 속에서 마음이 넉넉하고 여유로운 의미의 '리치' 언니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런 분인 것 같다.

특히 '나를 지키며 솔직하게 나아간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려는 태도.

배우고 싶다,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운동 선수로 살아가면서, 그 이후의 삶을 살아가면서 겪은 일들을 대하는 모습들이, 생각들이 좋다.


박세리의 선수 은퇴 후 맞이한 인생 2막의 다양한 활동과, 솔직한 생각들을 담아낸 에세이.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는데, 이 에세이를 통해 그녀의 내적인 부분들을 알 수 있다.

방송으로 많이 접하는 분이라 그런가? 글을 읽으면 실제로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만큼 편안하게 읽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을 부분도 많은 매력 가득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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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 하니? 읽는 영어 문법 - 중학교 문법 전과정
이연수 지음 / 지식공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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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공부하기! 『놀면 뭐 하니? 읽는 영어 문법』


영어는 평생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험을 위해, 자격증을 위해 공부하는 건 언제나 어려웠다.

영어를 즐겁게 공부하면서도 머릿속에 제대로 기억해 둘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항상 생각하지만 어렵다.

그런 면에서 『놀면 뭐하니? 읽는 영어 문법』의 소개에 끌렸다.

읽으면서 외우게 된다니, 책 읽기를 좋아한다면 딱 맞는 공부 방법이 아닐까?


깔끔한 디자인의 표지.

안을 열면 활용방법이 적혀 있다.

"공부처럼 말고, 잠깐 쉴 때 개념부터 읽어 봐요!"

공부하느라 낯선 언어들을 붙잡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온다.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며 머리 식히는 느낌으로 영어 문법을 기본부터 다지는 것이다.


차례를 보면 기초부터 차근차근 나아간다.

문장의 구성요소에서부터 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와 부사 등 단어를 배운다.

시제를 배우고 조동사를 익힌 후, 전치사와 접속사, to 부정사와 동명사도 설명한다.

다음은 과거진행, 미래진행, 현재완료, 대과거, 과거완료 등 복잡한 시제와 분사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관계대명사와 가정법으로 마무리.

차례를 쭉 훑어보면서, 기억 저편에 묻혀있던 영어 문법 내용을 떠올리게 된다.

배워서 알게 되었는데, 실제로 활용해야 할 때 떠오르지 않는 상황.

책을 반복해서 읽으며 개념을 확실히 잡아둔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설명은 딱딱한 문어체가 아니라, 대화하는 듯한 구어체라서 편안한 마음으로 읽도록 돕는다.

중요한 부분에는 음영으로 표시해 두어 따로 정리할 필요없이 핵심을 바로바로 파악할 수 있다.

깔끔한 편집 덕분에 책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자주 하는 실수를 짚어 준 부분이라던가, 파트가 끝날 때 있는 간단한 문제는 공부한 내용을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짚어보게 할 것이다.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영어 문법 책.

책을 읽기 전 기대하던 부분을 잘 충족시켜 준,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앞으로 영어 공부를 이어나가는 중에, 종종 이 책을 읽으며 영어에 대한 친밀감을 키우려고 노력해야겠다.

공부에는 그런 익숙함과 편안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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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있는 계절
이부키 유키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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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개가 함께 한 열여덟의 순간들, 『개가 있는 계절』

이번에 읽은 『개가 있는 계절』은 따스한 힐링과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들은 졸업을 앞둔 열여덟 살 학생들과, 그들이 돌보는 하얀 개.
표지에서 보이는, 분홍빛 벚꽃 핀 배경 아래 함께하는 모습이 포근하다.
다른 시간대의, 같은 나이의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시절만의 풋풋한 청춘이 있음을 보여준다.

1988년(쇼와 63년)에서부터 2019년(레이와 원년)에 걸쳐 흘러가는 시간 속에 머물렀던 이야기다.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세상은 많이 변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그대로 이어진다.
어느 고등학교에 우연히 찾아와 머무르게 된 새하얀 강아지 고시로.
학생들의 부탁으로 당시 교장의 허락하에 그는 '학교의 강아지'가 되었다.
강아지를 돌보는 학생들은 일지를 쓰게 되었고, 고시로는 자신을 돌보는 학생들의 반짝거리는 순간들을 바라본다.

"어딜 가든 뛰는 사람 위에는 나는 사람이 있어. 하지만 평범하든 아니든 내가 가진 걸 믿고 갈고닦아 나갈 수밖에 없잖아." (p.94)


첫번째 에피소드, 밀려오는 파도 소리.

주요 주인공은 고시로에게 이름을 물려주게 된 하야세와, 그와 함께하며 설렘을 느끼는 유카.

그들은 그들이 주인공이었던 첫 에피소드 이후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고시로가 학교에서 살게 되고, 미술부원들이 고시로를 돌보는 모임을 만들게 된다.

하야세는 미술부원 중에 가장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으로, 미대를 지망하고 있었다.

한편 빵집 딸인 유카는 도쿄 진학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겪게 된다.

유카의 입장에서 읽다보면, 차별하는 것이 느껴지는 가족들의 태도에 화가 났다.

하지만 그 차별에 어떤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되니, 편견을 가지고 있었구나 싶어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부모님, 조부모님이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른다.

그들이 가진 경험이 지금 하는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차별이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마냥 가시를 세우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춘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족에 관한 생각도 하게 만든 에피소드.


두번째 에피소드, 세나와 달린 날.

전혀 연결고리가 없던 우등생 아이바가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 사쓰키.

두 사람은 함께 엄청나게 인기를 끄는 F1 경기를 보러 가게 된다.

첫번째 이야기와 다르게, 청춘의 활기참과 불타오르는(?) 우정을 느낄 수 있던 에피소드.

기운이 나는 느낌이었다.


"내일은 아무도 모른다."

할머니는 그 뒤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들었나 싶어 나쓰코는 슬쩍 곁눈으로 보았다.

할머니의 이불이 가늘게 떨렸다. 그 모습에 놀라 황급히 일어났다.

할머니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 죽여 울고 있었다.

"내일은……, 정말로……, 모르는 기다." (p.188)


세번째 에피소드, 내일의 행방.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에피소드였다.

수험생인 나쓰코는 적당히 진학하려고 했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자연 재해가 일어나면서,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면서 그녀의 삶은 바뀌게 된다.

갈 곳이 없어진 할머니를 모셔온 아버지.

그런데 재난 후유증으로 할머니는 거실에서 항상 TV와 불을 켜고 지내 가족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결국 내년이면 대학 진학으로 집을 떠날 나쓰코가 할머니와 한 방에서 지내기로 한다.

나쓰코가 듣던 음악에 대해 물은 할머니는, 'Tomorrow never knows', 즉 '내일은 아무도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듣자 그 날의 트라우마를 털어놓는다.

직접 재난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데, 살아남은 이들의 슬픔을 생각하게 되어 먹먹해졌다.

나쓰코는 할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기르던 개와 닮은 고시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집밖으로도 나오지 못하던 할머니는, 나쓰코의 졸업식에 와서 고시로와 셋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책 소개에서 이야기하던 '희망'을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읽으면서 해당 곡도 궁금해 검색해 들어봤는데, 가사도, 음도 좋다.

소설 덕분에 좋은 곡 하나를 알게 되었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필사적으로 공부해 앞으로 이 손을 바꿔나갈 것이다.

생명의 온기를 지키는 손으로.

내일의 행방은 이 손으로 붙잡을 것이다. (p.200~201)


네번째 에피소드, 스칼렛 여름.

첫 에피소드에 나왔던 인물들이 잠시 등장한다.

이번 이야기는 살짝 어두운 면도 있었지만,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있었다.

학교에서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학교 밖에서 노래하고, 있을 곳을 찾아 헤매는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다섯번째 에피소드, 영원하게 만드는 방법.

어릴 적 첫사랑을 다시 만나게 된 소년.

모교의 선생님이 되어 돌아오게 된 유카.

어느새 나이가 든 개 고시로.

그들이 죽음을 가까이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뭐든지 영원한 건 없지만, 지금의 순간을 영원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이 에피소드에 그 방법이 어떤 것인지 담겨 있는데, 따스한 내용이라 좋았다.


최종화, 개가 있는 계절.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학교에 유명한 작가가 된 하야세의 전시가 열린다.

그 전시에는 학교에 살았던 개, 고시로를 그린 그림이 있다.

앞선 이야기에서 나왔던 등장인물의 소식들이 언뜻 보이고, 어긋났던 인연이 다시 이어진다.


"잊은 걸 찾았구나."

네, 하고 하야세가 끄덕였다.

"이번에는 완벽하게요." (p.366)


고등학교에서 지낸 고시로와 그를 돌보던 고돌모 아이들의 긴 시간에 걸친 이야기.

시대는 모두 다르지만, 그들이 마주하는 고민, 서로 감정을 주고 받는 모습들은 비슷하다.

추억을 되살리면서도, 시대가 변하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음을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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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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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상함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얼마나 이상하든』


책 소개에 끌려 읽어보고 싶어진 소설.

각자 이상한 점과 결핍을 안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

그 인물들을 통해 세상이 규정하는 '이상함'과 '평범함'의 거리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깔끔하고 반듯한 느낌의 표지에서는 결핍이나 이상함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저 안에서, 어떤 인물들을 만나게 될까?


주인공은 정해진. 불면증 편의점에서 시간제로 일한다.

정해진 규칙과 순서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강박증을 지니고 있다. 만약 그러지 못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기는, 일종의 징크스.

한편 그녀가 일하는 편의점 이름이 '불면증'인 것은 사장이 6년째 불면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별의별 짓을 다 해도 그의 불면증은 좀처럼 치유되지 않고, 편의점만 점점 확장하고 있다.

배달하러 가는 집의 극작가는 집을 시계로 가득 채웠다.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이명을 더 큰 소음으로 잠재우기 위해서다.

몇 년 째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마크는, 비행기를 못 타게 되어 버렸다는 비밀이 있다.

2년 전 만난 초등학생 다름이도 특이하다. 어릴 적 기억과 연결된 111번 우체통 철거를 막기 위해 열심히 편지를 쓰고 있다.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승리는 수녀복을 입고 다니는 배우지망생이다.

그들은 모두 이상하지만, 아예 이해하지 못할 이상함은 아니다.

충분히 있을 법한 이상함. 결국 그들의 이야기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였다.


나는 긴 한숨 끝에 못다 한 말을 이었다. "죽음을 본다는 게 그래.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몸은 물론 마음까지 다치게 해……." (p.83)


사장의 부탁으로 편의점 3호점에서 일하던 해진은 기묘한 존재를 마주한다.

사람 형상 같은데 사람은 아닌 것 같은 것이, 점점 형체를 이루어 마침내 검은색의 사람으로 탄생한다.

그는 해진에게 자신의 이름을 지어달라 하고, 해진은 혼란스러워한다.


뭔가 이상한 듯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뭔가 이상해야 하는데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이상했다. 어쩌면 너무너무 이상하기 때문에 이상의 범주를 벗어난 이상이라 아예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한편으로 또 이상했다. 도대체 이런 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P.89)


그 기묘한 존재는 '김만초'라는 이름을 얻었고, 그를 포함해 해진과 이웃들의 이야기가 서서히 풀려간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변화해간다.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이 나오는 만큼, 다양한 관계들이 존재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일상의 느낌에, 판타지 요소를 살짝 넣은 이야기는 꽤 괜찮았다.


한국 소설을 읽는 걸 어려워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가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한국 소설을 만나는 게 소중하다.

『얼마나 이상하든』이라는 소설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저자의 전작들도 차근차근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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