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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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상함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얼마나 이상하든』


책 소개에 끌려 읽어보고 싶어진 소설.

각자 이상한 점과 결핍을 안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

그 인물들을 통해 세상이 규정하는 '이상함'과 '평범함'의 거리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깔끔하고 반듯한 느낌의 표지에서는 결핍이나 이상함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저 안에서, 어떤 인물들을 만나게 될까?


주인공은 정해진. 불면증 편의점에서 시간제로 일한다.

정해진 규칙과 순서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강박증을 지니고 있다. 만약 그러지 못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기는, 일종의 징크스.

한편 그녀가 일하는 편의점 이름이 '불면증'인 것은 사장이 6년째 불면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별의별 짓을 다 해도 그의 불면증은 좀처럼 치유되지 않고, 편의점만 점점 확장하고 있다.

배달하러 가는 집의 극작가는 집을 시계로 가득 채웠다.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이명을 더 큰 소음으로 잠재우기 위해서다.

몇 년 째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마크는, 비행기를 못 타게 되어 버렸다는 비밀이 있다.

2년 전 만난 초등학생 다름이도 특이하다. 어릴 적 기억과 연결된 111번 우체통 철거를 막기 위해 열심히 편지를 쓰고 있다.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승리는 수녀복을 입고 다니는 배우지망생이다.

그들은 모두 이상하지만, 아예 이해하지 못할 이상함은 아니다.

충분히 있을 법한 이상함. 결국 그들의 이야기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였다.


나는 긴 한숨 끝에 못다 한 말을 이었다. "죽음을 본다는 게 그래.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몸은 물론 마음까지 다치게 해……." (p.83)


사장의 부탁으로 편의점 3호점에서 일하던 해진은 기묘한 존재를 마주한다.

사람 형상 같은데 사람은 아닌 것 같은 것이, 점점 형체를 이루어 마침내 검은색의 사람으로 탄생한다.

그는 해진에게 자신의 이름을 지어달라 하고, 해진은 혼란스러워한다.


뭔가 이상한 듯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뭔가 이상해야 하는데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이상했다. 어쩌면 너무너무 이상하기 때문에 이상의 범주를 벗어난 이상이라 아예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한편으로 또 이상했다. 도대체 이런 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P.89)


그 기묘한 존재는 '김만초'라는 이름을 얻었고, 그를 포함해 해진과 이웃들의 이야기가 서서히 풀려간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변화해간다.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이 나오는 만큼, 다양한 관계들이 존재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일상의 느낌에, 판타지 요소를 살짝 넣은 이야기는 꽤 괜찮았다.


한국 소설을 읽는 걸 어려워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가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한국 소설을 만나는 게 소중하다.

『얼마나 이상하든』이라는 소설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저자의 전작들도 차근차근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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