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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소설이지만 현실에도 있을 이야기, 웰컴 삼바
우정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생각과 달리 가혹한 현실이 느껴져서 씁쓸함을 안겨준 책.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삼바는 체류증 기간을 갱신하기 위해 경찰서에 간다.
그러나 그들은 기간을 늘려주기는커녕, 그에게 수갑을 채운 채 호송한다.
삼바가 도착한 곳은 불법체류자를 모아두는 수용소였다.
머지않아 그는 추방될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들은 삼바가 프랑스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삼바는 프랑스에서 오래 살아왔고, 일을 했고, 세금도 냈다. 무엇보다 그는 프랑스를 사랑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창살 뒤에 갇혀 있어도 손목에 수갑을 차고 있어도, 그는 프랑스를 사랑했다.
그는 애국자였다. (p.26)
위의 내용은 아직 삼바의 순수성이 엿보이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이 부분을 읽으며 뭔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했고,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삼바는 수용소에서 다양한 과거를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삼바와 같이 힘든 과거를 헤치고 프랑스까지 올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그들에게 활짝 열려 있는 자유의 나라가 아니었다.
삼바는 혼란에 빠져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삼바의 이 말은, 그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혼란에 빠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법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삼바는 세상에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찾는 게 뭔지 아는 사람들과 어둠 속을 헤매는 사람들. 삼바는 스스로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지 않고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p.104)
다행스럽게도, 삼바는 단체의 도움으로 즉시 추방은 면하게 된다.
삼바는 그날부터 불법체류자가 된다. 그리고 그의 삶도 바뀌어 버렸다.
계속해서 이야기는 흘러간다.
살아가기 위해 불법체류자가 되어야만 하는 현실.
그 현실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냉정한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그건 아마도 삼바의 이야기가 소설 속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있잖아요, 난 여기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기 전에는 프랑스 따윈 신경도 안 썼어요. 애국심이니 뭐니 하는 건 늙은이들이나, 내 조부모, 증조부모처럼 전쟁을 겪은 세대나 가지는 거였죠.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난 프랑스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었어요. 자유, 혁명, 문화, 인권의 나라요. 프랑스가 그 이미지에 못 미치면, 난 부끄러워요. (p.196)
화자가 삼바, 마뉘와 대화를 하는 중에 이야기한 부분이었다.
책 속의 배경은 프랑스지만, 우리 나라도 이런 현실을 마주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때문에 이 말이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평소에 애국심이 없는 듯 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가 가진 꽤 괜찮은 이미지들이 사실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되면...
너무, 안타깝고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법 체류자에 대한 불편한 인식도 있다.
결국 두 가지 관점이 계속해서 충돌한다.
그들의 사연은 안타깝지만, 모두 받아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전 JTBC 비정상회담에서 다뤘던 이민에 대한 이야기도 떠올랐다.
더 좋은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사람들, 그러나 받아주지 않는 나라들...
그렇게 그들은 또다른 법을 어길 상황에 다다를 지도 모른다. 이 책의 삼바처럼.
왜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행복이 다른 이에게 똑같이 주어지지 않는 걸까?
이 책은 동명의 영화 원작이다.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영상으로 만들어졌을까.
삼바가 프랑스로 향하는 이야기,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자연의 모습들.
프랑스에서 불법체류를 하게 되면서 달라진 삼바의 삶... 그리고 삼바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그 모두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