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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북소믈리에가 될까
조선우 지음 / 책읽는귀족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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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생활을 되돌아보다, 우리는 어떻게 북소믈리에가 될까

 

제목을 보는 순간 끌렸다. '북소믈리에'라는 단어가 참 매력적이었다. 세상에 나와있는 다양한 책들을 읽고, 그 내용을 음미하고, 취향에 맞는 책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겠다 싶었다. 이 책은 그렇게 자신의 취향을 찾아 독서를 하고, 독서하는 법을 단순히 책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것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기에, 이 책의 내용에서 비교적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면 지식을 쌓고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인문서만의 매력에 관한 글이랄까. 인문서적의 경우, 처음엔 섣부르게 다가가기 힘든 책이지만 읽다보면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다. 책이란 건 그렇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일단 빠져들게 되면 그 다음에는 그 책으로부터 얻는 것 때문에 계속 계속 읽고 싶어진다. 책에서는 단순한 재미도 느낄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어려움을 이겨내고 알게 된 지식의 달콤함이다. 이렇게 새로 알게 된 지식들은 또다른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그 분야에 연쇄독서를 하게 만든다. 그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며 생각의 폭은 점점 넓어진다. 그럼에도 계속, 지식에 대한 갈증은 더해만 간다.

 

우리는 많은 독서를 통해 통찰력의 바탕이 되는 데이터를 축적한다. 인풋을 하지 않으면 아웃풋도 없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더라도 계속 책에 갈증을 느낄 수 있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아니,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깊이 있게 알지는 못했던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많은 것을 얕게만 알고 있다는 걸 느낄 때 독서의 필요성이 더 절실하다. 그리고 독서가 주는 즐거움에 새삼 놀라곤 한다. (p.121)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고전이나 인문서적을 대부분으로 읽는 것은 내 취향은 아니다. 나는 독서생활에서 가장 크게 얻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이기 때문이다. 독서가 가장 큰 취미이고 다른 것에서 얻는 스트레스 해소보다 독서에서 얻는 스트레스 해소가 가장 크다. 딱 내 취향의 책을 읽어가면서 느끼는 즐거움. 그리고 순전히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 읽기 시작한 책에서 만나는 뜻밖의 깨달음이 좋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이런 내 독서생활에 대한 반성도 느끼게 되었다. 최근 많은 책들을 읽고 있는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책을 단순히 소비재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종종 예전보다 책 하나하나에 쏟는 관심과 애정이 부족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예전보다 흥미있는 분야의 신간에서 매력을 찾는 것도 어려워졌다. 책에 대한 좀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독서법'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얼마전 읽었던 사이토 다카시의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가 생각났다. 그 책과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차이점 중 하나가 독서습관을 들이기 시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이토 다카시는 일단 독서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흥미있는 책들을 위주로 읽어갈 것을 말했다. 반면 이 책에서는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양보다는 질을 중시할 것을 이야기한다. 내 개인적인 의견은 사이토 다카시의 의견에 가깝다. 물론 양질의 독서, 필요하다. 하지만 독서를 즐기지 않는 많은 사람들은 일단 텍스트를 읽어가는 것부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흥미를 자극하는 책을 읽으며 긴 텍스트에 익숙해진 이후, 추천도서들을 읽으면서 깊이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를 하며 많은 책을 접하다보면 때로 한단계 도약을 하게 만드는 작품을 만난다. 지금 만난 이 책은 그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가을, 다가오는 9월엔 고전을 다시 조금씩 읽어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 책이 반갑기도 했다. 100퍼센트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독서에 대해 이야기하는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표현을 못했던 말들을 표현해준 느낌인 부분들도 있었다. 그렇게 나의 독서생활을 되돌아보고 다시 재설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건넸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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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우유 - 그리움으로 찾아낸 50가지 음식의 기억
김주현 지음 / 앨리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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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담긴 추억 이야기, 바나나 우유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어 빌려온 책. 그 책을 읽기로 한 이유가 어떤 리뷰를 보고서가 아닌 경우에는, 보통 책을 읽기 전에는 다른 이들의 리뷰를 그다지 보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어떤 내용일지 감을 잡고 싶어서 리뷰를 몇 편 읽었었다. 그런데 리뷰를 보니 기대치가 좀 낮아지는 느낌이었다. 노란 표지색에서 전해지는 밝음과 달리, 추억이 항상 밝지만은 않다는 내용이 담긴 리뷰도 있었기 때문이다. 리뷰를 보기 전보다 더 알쏭달쏭해진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비교적 앞부분에서 관심을 끄는 이야기가 있었다. '만화책'에 관한 이야기였다. 형제들과 만화책을 보기 위해 일종의 '작전(?)'을 펼친 부분도 두근두근 흥미로웠지만, 내 눈길을 잡은 건 그 뒤에 있는 <리틀 포레스트> 이야기에 반가웠다. 영화가 참 좋았었는데, 하고 기억이 떠올랐다. 소박하게 스스로 만들어 먹는 음식에 대한 따뜻함. 영화를 봤을 때 생각했듯이, 원작 만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눈에 들어왔던 것은 파스타면을 '알단테'로 삶는 것과 삶의 '타이밍'에 관해 풀어낸 글이었다. 면을 언제까지 익힐 것인가 하는 문제와 삶을 연관시킬 수 있다는게 흥미로웠다고나 할까.

이렇게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음식과 관련된 추억을 담고 있었다. 추억 이야기를 풀어놓고, 이어 그 추억 이야기와 연관된 음식 이야기를 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 과거의 추억은 책을 읽기전 봤던 어떤 리뷰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좋은 기억만 담고 있지는 않았다. 어려웠던 시절, 아팠던 시절에 대한 되새김. 하지만 그것들 모두 지나간 추억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돌아가고 싶은 기억은 아니지만, '과거'라는 이름에서 전해져오는 묘한 감성이 느껴지는 추억.

때로는 추억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추억과 연계되어 있었다. 그리고 슬픔이 담겨있지만 거기에는 위로도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바나나 우유는 어쩐지 추억과 참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는  나름 메인이라고 할 수 있을 추억들이 담긴 이야기보다는 음식 관련 이야기가 더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익숙했던 음식들도 있었고, 아닌 것도 있었지만 마치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느꼈던 것처럼 음식 이야기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만족도는 올라갔다.

어쨌든 추억를 바탕으로 풀어놓은 이야기에서나, 음식 이야기에서나 공감되는 부분들도 꽤 있었던, 따뜻하게 읽은 책이었다는 결론이다.

 

올해도 실수투성이였다. 그래도 이렇게 실수하고 실수하고, 미안해하고 미안해하면서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기대하면서 또 슬쩍 희망하면서 가야지.

어제의 실수투성이 당신, 너무 걱정 말아요.

언젠가 꽤 괜찮은 인생이 돼 있을 테니까요.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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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아의 소중한 것과 오래도록 함께하는 생활
가도쿠라 타니아 지음, 김정연 옮김 / 테이크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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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렇게 살고 싶다, 타니아의 소중한 것과 오래도록 함께하는 생활

 

책은 생각보다 얇았다. 게다가 구성 또한 간결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부담없이 읽기에 좋았다. 

이 책에서는 저자 타니아가 생활하면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것들에 대해 담고 있다. 크게는 벽의 색을 칠하는 인테리어와 관련된 부분에서부터, 가구들, 작은 소품들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게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각 소개글은 한 페이지로 짧았다. 왼쪽 면에는 소개하는 것에 대한 사진을 한 면 가득 싣고, 오른쪽에는 소개글을 담아냈다. 한페이지에서 소개글이 마무리되다보니,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하는 아쉬운 내용도 있었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떨어지는 느낌이 좋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을 하나 꼽는다면 그녀가 맨 앞에 써둔 '물건과 교류하는 규칙'이 아닐까 싶다. 소중한 물건들을 만들어가기 위해 물건들과 어떻게 교류해야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고른다. 물건 손질을 즐긴다. 물건을 너무 늘리지 않는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스타일의 중심이 되는 물건을. 적정한 가격을 생각한다.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사용하는 방법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소유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오래된 물건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활에 '아름다움'을.

그녀의 조언들을 하나하나 촘촘히 읽어가면서 물건과 교류하지 않고 그저 '소유'에 집중해왔던 생활을 반성했다. 소장하고 있는 모든 물건들에 대해 적용할 수 있을 규칙. 특히 나는 '책'에 대해 생각했다. 언젠가부터인가 점차 늘어나게 된 소장도서. 하지만 막상 정리하려고 하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중에도 새로운 책들은 자꾸만 늘어나 책꽂이를 가득 채우고 책탑이 여럿 생겼다. 지금은 읽지 않지만 언젠가 다시 읽을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소장하고만 있는 책들도 많아졌다. 책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이 예전보다는 덜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반성하게 되었다. 조만간 책 분류를 제대로 다시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 소개된 물건들 가운데에서는 익히 접한 것들도 꽤 있었지만, 독특해서 흥미가 생기는 소품들도 많았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쿠션 테이블'이었다. 쿠션 테이블은 위는 테이블처럼 판판한 부분이 있고, 아래는 쿠션처럼 폭신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일종의 아이디어 상품 같기도 한데, 가지고 있으면 참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정말 가지고 싶었다. 독서와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참 유용할 것 같은 소품이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따스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저자의 글쓰기 스타일이 참 좋았다. 특히 마무리 글이 마음에 닿았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물건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생활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도 그녀처럼 나만의 스토리를 담은 물건들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졌다.

 

모든 물건에는 스토리가 있고, 그것을 구입한 주인에게는 하나하나마다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물건을 계속 가지고 있을지, 아니면 처분할지는 그 살마의 가치관을 나타내줍니다. (p.139)

 

그렇게 책을 덮었는데, 문득 뒷표지에 적힌 글이 눈에 들어왔다. 이 글 역시 참 좋다. 차분하고 조곤조곤하게 이야기하는 느낌의 글. 매력적이었다. 이 책의 이미지가 이 뒷표지에 실린 글 그대로였다고 생각한다. 물건을 통해 그 사람의 스타일과 삶에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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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5 : 모험 편 - 아서 고든 핌 이야기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5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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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의 모험들, 에드거 앨런 포 소설전집5 모험편

 

드디어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도 이걸로 마지막이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모험 이야기. 모험이라는 것은 다양한 사건과 이야기가 생겨나는 만큼, 이전에 읽은 미스터리편, 공포편, 환상편, 풍자편과는 달리 단 두 편의 이야기만 실려 있는데도 두께는 비슷하다. 그 모험 이야기들은 '아서 고든 핌 이야기'와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 두 편이다.

이 두 이야기는 모두 미완성이며, 탐험자의 이야기를 재편집해 들려준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에드거 앨런 포는 이것을 자신이 지어내 쓴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가 들려준 내용을 이야기의 형식으로 자신이 편집해서 들려준다는 구성을 취했다. 이것은 마치 아서 코난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왓슨이 홈즈의 이야기를 글로 썼다고 설정한 내용이나, 모리스 르블랑이 <아르센 뤼팽 시리즈>에서 뤼팽의 이야기를 자신이 편집해서 옮긴 것처럼 설정한 것과 비슷하다.

'아서 고든 핌 이야기'와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는 동시에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한다. 전자는 바다, 남쪽을 향한 모험을 다루고 있다면, 후자는 육지, 북쪽을 향한 모험이기 때문이다. 완전히 정반대의 설정을 가지고 있다는게 흥미롭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전집을 읽어가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5개의 분야로 구분짓기는 했지만 작품 하나하나에 있어서는 다양한 면이 담겨 있었다는 점이다. 공포 이야기에서 미스터리한 부분을 느끼기도 하고, 환상 편에서 공포스러운 부분을 느끼기도 했다. 풍자 편에서도 미스터리한 내용이 있었으며, 이 모험편의 이야기 속에서는 환상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했다. 굳이 에드거 앨런 포가 아니더라도, 모험 이야기의 대다수가 기묘한 내용의 나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책에 실린 '아서 고든 핌 이야기'의 경우는 어쩐지 천일야화의 '신밧드의 모험'이 떠오르기도 했다. 바다로 모험을 떠난다는 점과 한 모험에서 죽다 살아난 이후 또 다른 모험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였다. 특히 이 이야기의 경우 영화 '파이이야기'에도 영향을 미쳤었다고 했다. 모르던 이야기였는데, 꽤 유명한 이야기였나 싶었다.

'아서 고든 핌 이야기'는 저자의 의도 때문에 남극 이야기를 다루기 전에 중지가 되었는데, 그건 남극에 대한 정보가 아직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글의 후기에서, 남극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하며 만약 남극 이야기가 있었다면 조만간 떠날 남극 탐험단이 가져올 정보와 비교할 수 있었을 것이라 말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 '아서 고든 핌 이야기'에 속한 특이해 보이는 내용이 사실은 당대의 과학적인 발견에 어느정도 토대를 두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의 경우는 에드거 앨런 포의 마지막 작품으로 그가 사망하면서 미완성으로 남은 작품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이 소설에 어떤 내용을 담으려 했을까? 이렇게 미완성으로 끝난 작품들을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사실 모험편의 경우 환상편보다 더 실망스러웠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소설 전집의 순위를 매겨보자면 풍자편>미스터리편>공포편>환상편>모험편이다. 모험편의 경우 미완성으로 마무리 된 부분이 아쉬웠던 것도 있고, 장편보다는 단편을 선호하는 취향이 반영되기도 했다. 그래도 이 소설 전집을 읽으면서 에드거 앨런 포의 몰랐던 소설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모험편은 에드거 앨런 포 소설전집을 마무리하는 책이니만큼 에드거 앨런 포 소설에 대한 해설도 짧게 실려 있었다. 이 해설을 읽으면서, 포의 소설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들을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그의 작품 중 많은 것에서 '생매장'과 '분열된 자아'의 모티프가 등장한다는 해설은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특히 '분열된 자아'의 경우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작품에서도 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포의 소설의 '분열된 자아'라는 모티프는 정신과학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흥미로웠다. 이 관점에서 포의 소설을 하나하나 다시 읽어본다면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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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프레데리크 그로 지음, 이재형 옮김 / 책세상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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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걸음에 담긴 생각들, 걷기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

 

걷는다는 것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읽어볼 수 있는 책이었다. '걷기'에 관해 이렇게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저자의 사유 뿐 아니라 '걷기'를 즐겨 했던 작가들과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는데, 그들이 걷기를 통해 얻은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도 참 좋았다.

니체, 랭보, 루소, 소로, 네르발, 칸트, 프루스트, 벤야민, 간디, 횔덜린 까지.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다소 낯선 이름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걸으면서 생각한 것들은 모두 놓치기엔 아까운 귀중한 생각들이었다. '걷는 행위'는 그들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고, 또 자연 속에서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던 것이다. 위대한 생각들이 그들의 걸음 걸음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하니, 걷는 것도 뭔가 특별함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왜 걷는지 그 이유를 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걷는다. 떠나기 위해 걷는다. 만나기 위해 걷는다. 다시 떠나기 위해 걷는다. (p.81)

 

우리는 매일매일 걷는다. 하지만 걸음에 특별히 의미를 부여한 적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걸을 때면 정말 별의 별 생각들이 떠오르곤 한다. 뜬금없이 이야기 쓸만한 소재가 떠오르기도 하고,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때도 있다. 그저 생각없이 무심히 걸어갈 때도 있다. 책 속에서는 이렇게, 걷기라는 것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함을 말해준다. 심지어 아무 생각없이 걷는 행위조차도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관점이었다.

 

걷기는 활기 없고 반복적이고 단조롭다. 이건 정말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결코 지루하지 않다. 사람들 말대로 단조로움은 권태로움에 맞서도록 해야 한다. 권태로움은 계획의 부재, 전망의 부재다. 할 일이 없어 자기 주변을 뱅뱅 도는 것이다. 기다리기는 한다. 그러나 분명한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p.293)

 

걷는 행위와, 그 행위로 인해 생각하게 되는 것들. 사소하게 스쳐지나가는 생각부터 깊이있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걸을 때는 동시에 무언가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혼자서 걸을 때 깊이 생각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걸음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이 있다.

다양한 주제의 걷기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이 책은 밖에서 하나씩 차분하게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걷고 싶어지면 걷다가, 다시 또 벤치에 앉아 글을 읽다가, 때로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켠에 적어보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 이 책을 깊이 알아가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읽을 때는 정말정말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후에 읽은 다른 책들에 살짝 그 기억이 묻혀버린 감이 있어, 조금 아쉽다. 책에 담긴 걸음에 대한 사유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몇 가지 인상깊었던 것 위주로만 기억하게 된 것 같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책의 경우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서평이 갈린다. 하나는 인상깊은 내용을 다 넣다보니 엄청나게 길어져 버린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책 내용에 걸맞게 쓰고 싶은 마음에 비해 글쓸 능력이 모자라서 좀처럼 쓸 수 없는 경우이다. 이번에는 두번째 경우가 된 것 같다. 아무래도 철학적 사유라는 것은 익숙치 않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걷기'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었으며, 깊이 생각하는 것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다음 번에 이렇게 사유와 관련된 책을 읽게 된다면 좀더 오래, 깊이 읽어가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종말은 모든 것이 멈출 때가 아니라 모든 것이 끝도 없이 계속될 때다.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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