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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프레데리크 그로 지음, 이재형 옮김 / 책세상 / 2014년 4월
평점 :
걸음걸음에 담긴 생각들, 걷기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
걷는다는 것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읽어볼 수 있는 책이었다. '걷기'에 관해 이렇게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저자의 사유 뿐 아니라 '걷기'를 즐겨 했던 작가들과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는데, 그들이 걷기를 통해 얻은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도 참 좋았다.
니체, 랭보, 루소, 소로, 네르발, 칸트, 프루스트, 벤야민, 간디, 횔덜린 까지.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다소 낯선 이름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걸으면서 생각한 것들은 모두 놓치기엔 아까운 귀중한 생각들이었다. '걷는 행위'는 그들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고, 또 자연 속에서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던 것이다. 위대한 생각들이 그들의 걸음 걸음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하니, 걷는 것도 뭔가 특별함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왜 걷는지 그 이유를 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걷는다. 떠나기 위해 걷는다. 만나기 위해 걷는다. 다시 떠나기 위해 걷는다. (p.81)
우리는 매일매일 걷는다. 하지만 걸음에 특별히 의미를 부여한 적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걸을 때면 정말 별의 별 생각들이 떠오르곤 한다. 뜬금없이 이야기 쓸만한 소재가 떠오르기도 하고,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때도 있다. 그저 생각없이 무심히 걸어갈 때도 있다. 책 속에서는 이렇게, 걷기라는 것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함을 말해준다. 심지어 아무 생각없이 걷는 행위조차도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관점이었다.
걷기는 활기 없고 반복적이고 단조롭다. 이건 정말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결코 지루하지 않다. 사람들 말대로 단조로움은 권태로움에 맞서도록 해야 한다. 권태로움은 계획의 부재, 전망의 부재다. 할 일이 없어 자기 주변을 뱅뱅 도는 것이다. 기다리기는 한다. 그러나 분명한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p.293)
걷는 행위와, 그 행위로 인해 생각하게 되는 것들. 사소하게 스쳐지나가는 생각부터 깊이있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걸을 때는 동시에 무언가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혼자서 걸을 때 깊이 생각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걸음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이 있다.
다양한 주제의 걷기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이 책은 밖에서 하나씩 차분하게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걷고 싶어지면 걷다가, 다시 또 벤치에 앉아 글을 읽다가, 때로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켠에 적어보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 이 책을 깊이 알아가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읽을 때는 정말정말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후에 읽은 다른 책들에 살짝 그 기억이 묻혀버린 감이 있어, 조금 아쉽다. 책에 담긴 걸음에 대한 사유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몇 가지 인상깊었던 것 위주로만 기억하게 된 것 같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책의 경우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서평이 갈린다. 하나는 인상깊은 내용을 다 넣다보니 엄청나게 길어져 버린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책 내용에 걸맞게 쓰고 싶은 마음에 비해 글쓸 능력이 모자라서 좀처럼 쓸 수 없는 경우이다. 이번에는 두번째 경우가 된 것 같다. 아무래도 철학적 사유라는 것은 익숙치 않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걷기'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었으며, 깊이 생각하는 것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다음 번에 이렇게 사유와 관련된 책을 읽게 된다면 좀더 오래, 깊이 읽어가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종말은 모든 것이 멈출 때가 아니라 모든 것이 끝도 없이 계속될 때다. (p.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