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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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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틀을 넘어서, 우물에서 하늘 보기

 

일단, 제목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라는 제목은 뭔가 시적인 느낌이 있다. '우물'과 '하늘'로부터 연상되는 이미지들 때문이다. '우물'은 뭔가 깊이있는 것을 끌어올리는 느낌이 있고, '하늘'은 높고 맑고 푸른 이미지라서 약간 반대되는 느낌도 있다.

거기에 이 둘을 묶어낸 제목 자체도 어떤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우물에서 하늘을 본다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을 떠오르게도 하기 때문이다. 둥근 우물 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둥글고 좁게만 보일 것이다. 그런 것처럼,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한계, 처한 상황의 틀 속에 갇혀 판단하고 비평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까지가, 제목을 보면서 생각한 것들.

 

이 책은 저자 황현산이 같은 제목으로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낸 것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각 글의 분량이 집중도 높여 읽기 좋았던 것 같다.

책표지 왼쪽 위에 조그맣게 쓰여있는 '황현산의 시 이야기'를 보고 시에 대해서 비평하는 글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시 뿐 아니라 문학 전반적인 내용, 거기에 영화와 주요 이슈까지 담아낸 글이었다. 어쩌면 비평이라는 것이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평은 나에겐 아직 미지의 장르라서, 그 내용이 옳다 그르다 판단하며 읽기보다는 비평가가 제시해주는 새로운 관점을 알아가는 편이다. 때문에 이 책도 그런 태도로 읽게 되었다.

눈길을 붙잡는 흥미로운 관점들이 많았다. 특히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사치'라는 것이 예술적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과 번역과 '보편언어'에 대한 생각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 중 '보편언어'에 대한 내용들은 다음과 같았다.

 

외국 사람은 우리의 문학작품을 제 나라 말로 번역하겠지만, 우리는 외국어로 쓰인 작품을 우리의 모국어로 번역한다. 이때 모국어는 모국어이면서 동시에 모국어를 넘어서서 어떤 보편언어의 성격을 지닌다. (p.118)

 

책 속에서 드는 사례로 이야기하면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의 번역판을 읽을 때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한국어로 말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한국어는 그 시대의 '보편언어'를 대신하고 있는 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어로 된 번역 언어는 원작의 언어를 넘어서는 동시에 한국어 또한 넘어선다는 것이다. 사실 어느 정도 이해를 하려면 이 책에서 소개된 내용을 좀더 읽어야 한다. 아무튼 흥미로운 관점이라서 좀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언어가 저마다 그 보편성을 가장 용이하면서도 강렬하게 드러내는 것은 그것이 번역어가 될 때다. (p.119)

 

언어의 보편성이 이런 식으로 해석될 줄이야. 이제까지 보편성이라는 것은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이뤄질 수 있는 특성이라 생각했는데, 일종의 고정관념이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거기에 금이 가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그랬다. 내가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던, 금을 그어놓고 벽을 세우고 그 안에 스스로 갇혀있었던 것들 너머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를 어떻게 읽어야할지 알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었는데, 의외로 다른 방향에서 여러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혹시 지금도 연재중일까? 아직 연재중이라면 다른 비평들도 꼭 읽어보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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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팩스 부인 미션 이스탄불 스토리콜렉터 38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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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팩스 부인에게 빠져들기 시작한건가? 폴리팩스 부인 미션 이스탄불

 

1권은 그다지 '재미있다'라고 생각하며 읽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사이 취향이 바뀌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1권보다 2권이 더 재미있어서일까.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 2권인 <폴리팩스 부인 미션 이스탄불>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폴리팩스 부인도 그렇지만, 그녀의 이번 모험에서 함께한 캐릭터들이 1권에서 만났던 캐릭터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콜린 램지. 그는 폴리팩스 부인이 이스탄불로 가기 위해 탄 비행기에서 만난 소녀의 오빠이다. 그의 집안은 소위 말하는 사회적인 성공을 쟁취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사이에서 그는 위축되어 있었다. 하지만 폴리팩스 부인으로 인해 사건에 휘말리면서, 함께 여행을 하며 자신도 모른 채 그 안에 잠들어 있던 그의 집안이 타고난 잠재력이 차츰 틀을 깨고 나오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뭔가, 청춘의 모습이 느껴지는 성장형 캐릭터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1권에서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평범한 일상 속에 젖어있던 폴리팩스 부인에게 새로운 임무가 내려진다. 이중 스파이로 활동하다가 최근 터키에서 접촉을 시도해온 마그다와 접촉하는 것! 이미 접촉했던 요원의 죽음이 있었기에, 의심받지 않을만한 인물로 폴리팩스 부인을 선택한 것이다. 부인은 무사히 마그다와 접촉하는 데 성공하지만, 조직내에 배신자가 있었고 결국 위험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1권에서처럼, 이번에도 폴리팩스 부인은 약간의 행운과 뛰어난 판단력으로 임무를 멋지게 수행해낸다.

사실 행운이 약간보다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행운의 여신이 그녀에게 내내 미소지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니까.

어쩌면 그녀 자신이 좋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이번 책이 흥미로웠던 부분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마그다'라는 인물과 '폴리팩스 부인'이 묘하게 대비되는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였다는 점이다. 마그다는 은퇴하고 싶어하는 전직 스파이이고, 폴리팩스 부인은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할머니지만 스파이가 된 사람이다. 사실 마그다에 대한 이야기를 초반에 읽어갈 때는 젊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손자까지 있는 할머니였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리고 그것은 마그다와 폴리팩스 부인을 자연스레 연결지어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까지와의 삶과는 다른 제 2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한 두 사람. 둘다 멋진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를 읽을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터키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은 이 시리즈에 대한 흥미를 다시 이끌어냈다. 확실히 폴리팩스 부인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 같다. 그리고 그녀 주변에 모여들게 되는 사람들도 매력적이다. 거기에 이번에 2권을 읽으면서 한 가지 더 느낀 것이, 책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매력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그러고보니 1권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고 말이다.

그래서 3권이 기대된다. 3권은 어디를 배경으로 어떤 임무를 수행하게 될까. 평범한 임무를 박진감 넘치는 임무로 탈바꿈 시킬 그녀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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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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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페루를 만나다,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나란 사람은 참 겁이 많다. 지레 겁을 먹고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해외여행이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세계에 관한 호기심은 이와는 별개라는 걸까. 최근 몇년간 꾸준히 즐겨 읽으며 좋아하고 있는 책 장르는 다름 아닌 여행에세이다.

읽고, 읽고 또 읽으며 수많은 여행자들이 그들 각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국의 모습을 마주한다. 같은 나라를 여행한 이들이라도 어느 시기에, 어떤 사람들을 만나 그 나라의 어느 지역을 여행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독자들에게 주는 느낌도 달라지는 걸 보면, 때로는 궁금해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오직 나만의 시선으로 그곳을 찾아가 마주하면 어떤 것들을 보게 될까, 느끼게 될까, 그리고 결국은 그리워하게 될까.

하지만 그건 여전히 멀고 먼 이야기일 뿐, 그런 생각은 또다시 밀어둔 채 또 하나의 여행 에세이를 펼친다. 이번에 만날 나라는 저 먼 남미대륙에 위치한 나라, 페루.

 

페루라는 여행지를 처음 만나는 건 아니다. 인기 TV프로그램이었던 '꽃보다 청춘'으로 먼저 만났었고, 페루에 관한 여행 정보가 담긴 다른 여행 에세이를 이미 읽었다. 하지만, 이 글의 초반에 이미 이야기했듯이, 이 책의 저자 '손미나'의 시선으로 만나는 페루는 처음이었고. 그래서 이 책에 담긴 많은 내용들은 새로운 것 투성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들은, 그녀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적어둔 부분이었다. 소박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 안에서 행복과 의미을 찾은 사람들과의 이야기.

 

"아주머니, 행복하세요?"

그녀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내 손을 꼭 쥔 채로 이렇게 말했다.

"젊은 아가씨, 우리의 땀이 곧 우리의 삶이에요. 인생은 그런 거지요. 어디에서 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똑같아요. 중요한 건 가슴에, 그리고 우리의 영혼에 있죠.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당신도 부디 행복하세요." (p.92)

 

책을 읽는다는 건, 내가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행지에서 만난 누군가와 마음을 공유하며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듣는 일. 그런데 그 대답은 아주 멋지기까지 하다. 페루의 아주머니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을 알게되어 참 다행이다.

저자는 페루의 유명 관광지를 도는 여행보다는 페루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고, 마음이 맞는 가이드가 안내하는 페루 서민들이 찾는 곳들에 가보고. 그렇게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여행이라 그런지, 페루라는 나라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마치 가까이에 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사실은 엄청 먼 곳에 위치한 나라인데도 말이다.

 

페루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나지막히 미소지으며 읽어갔지만, 잠시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던 때도 있었다. 그건 바로, 저자 일행이 콘도르와 마주한 부분에서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야기했다. 페루 여행은 얼마전 세상을 떠난 그녀의 아버지가 가보고 싶어했던 곳이기에 가보겠다 생각한 곳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페루에서 볼 수 있다는 콘도르를 꼭 보고 싶어했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의 마음에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했었나보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던 커다란 콘도르가 등장했다면서 그 콘도르의 모습을 설명하는 글을 읽는데, 뭔가 마음이 뭉클하면서 눈물이 나려 했다. 정말 그녀의 아버지가 무언가 메세지를 보내준 것만 같아서.

 

은색 무늬가 흐르는 검정 날개와 하얀 목덜미, 단단한 부리와 매서운 눈매를 한 콘도르의 침착한 비행! 마치 우리가 있는 곳에 착지라도 할 것처럼 가까이 다가와 한참 동안 유유히 떠 있다 천천히 사라지던 그 놀라운 모습. 기대하지 못했던 광경에 온몸이 굳어 꼼짝 않고 제자리에 서 있다 보니 어느새 콘도르는 저 멀리 깊은 계곡을 날고 있었다. (P.200)

 

한편 이 책에는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글 마지막에 보이는 QR코드! QR코드를 찍으면 글 속에서 이야기했던 영상을 볼 수 있게 해 두었다. 많은 영상들을 통해 페루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영상은 '무지개가 나타나는 순간'을 찍은 영상이었다. 어두운 먹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다가 점차 선명해지는 일곱빛깔 무지개는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으며 만난 새로운 페루는 흥미로운 것들 투성이었다. 예를 들면 감자 요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 같은 것. 감자를 좋아해서 거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살다보면 언젠가, 그곳에 찾아갈 날도 오겠지? 부디 그때까지 계속 영업하고 있기를. 무엇보다 상업적인 때가 아직은 묻지 않은 곳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좋았던, 여행에세이였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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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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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다, 미 비포 유

어쩌다보니 요즘은 베스트셀러들을 e-book으로 자주 읽게 되는 것 같다. 이 책 역시 e-book으로 읽었다.

​사실 난 이 책을 그다지 흥미있게 읽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로맨스 소설이라고 알고 있었고, 로맨스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니까.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부분에서, 결국 내 흥미를 끌어냈다.

 

한 남자가 있다.

아름다운 연인. 일적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그의 삶은 완벽했다.

그러나 그것들이 모두 단 한 순간에, 산산조각나버렸다.

한 여자가 있다.

하루하루 다를바 없이 흘러갈 것만 같았던 그녀의 평범한 삶에 균열이 생겼다.

그녀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버렸다.

 

책은 대부분 여주인공인 루(루이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루는 실업자가 된 후, 아무 자격도 없기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간병인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돌봐야하게 된 남자가 바로 남자주인공, 윌이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티격태격 어긋나기만 하지만, 결국 점점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또 속에서는 루의 시점 외의 다른 인물들의 시점이 나오기도 했다.
윌의 어머니인 카밀라, 루와 함께 윌을 간병하는 네이선, 윌의 아버지인 스티븐, 루의 여동생 카트리나.

이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들의 내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이야기 별로라고 생각했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로맨스를 제외한 다른 점 때문에, 이 책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삶에 관한 태도에 대한 관점이다.

윌과 루의 로맨스를 제외한다면, 이 책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윌의 '선택', 다른 하나는 루의 '변화'이다.

 

"당신만큼 지독한 속물은 처음 봤어요, 클라크."

"뭐예요? 내가?​"

"혼자서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정해놓고 온갖 경험들을 아예 막아놓고 있잖아요."

"하지만 진짜 아닌 걸요."

"어떻게 알아요? 아무것도 안 해보고, 아무 데도 안 가봤는데.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길이 없었는데?" (책속에서)

 

여주인공인 루의 캐릭터는 꽤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다.

아주 젊다고도, 그렇다고 나이들었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자기 주장을 잘 하지 못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안정적인 선택만을 하려고 한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정해놓고 경험을 막는 것...

윌이 루에게 하는 말은, 쨍 하는 울림을 주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도전이 두려웠다. 낯선 것이 두려웠다.

미리부터 안될거라고 지레 짐작하고, 결정하고, 포기해버렸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지? 아무것도 안 해보고, 아무데도 안 가봤는데.

내 안에 어떤 모습들이 있는지 알아볼 기회조차 난, 스스로에게 주지 않고 있었다.

루처럼.

 

"지금이야말로 언니가 이 생각을 해야 할 때야. 지금이야말로, 언니가 좋든 싫든, 드디어 자기 인생에서 뭘 하고 살지 결정해야 할 때라고." (책속에서)

 

그렇기에, 루가 점점 변화해가는 것이 좋았다. 기뻤다.

루는 참 운이 좋았다. 인생을 바꿀 기회를 얻었으니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다소 판타지다.

하지만, 꼭 그런 기회가 있어야 삶이 바뀌는 걸까?

매일매일 똑같았던 일상에 변주를 주는 것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수많은 새로운 경험들이 존재한다.

그러고보니 이 책에서도 그랬다.

루가 하게 된 다양한 '새로운 경험' 중에서는 평소 보지 않던 장르의 영화보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정도는 큰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이잖아?

 

그렇게 루는 변화했고, 결국 그녀는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오로지, 그녀 자신만을 위한 선택들. 그녀가 원하는 선택들.

한편, 이 책에서는 다른 선택에 관해서도 보여주고 있다.

그건 바로, 윌의 선택이다.

 

루는 어느 날 우연히 윌이 선택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알게 된다.

모두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선택. 윌의 가족 역시 그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도록 끝까지 설득하려 한다. 루 역시 그랬다.

그런데, 네이선은 루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가 행복하기를 세상 그 무엇보다 바라지만 나는... 나는 도저히 그가 하려는 일을 감히 내 잣대로 판단할 수가 없어요. 그건 그 친구가 선택할 일이에요. 그가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책속에서)

 

사지가 마비된 윌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선택. 그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안락사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입장이라서 윌의 선택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네이선이 말하려는 입장도 어느정도 이해는 되었다. 그래도... 난 역시 반대할 선택.

 

아무튼, 이 책이 생각과는 아주 다른 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었으며, 말도 안되는 기적같은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책이었기에 읽기를 참 잘했다,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물론 이 책을 통해 느낀 것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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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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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를 통해 보는 세계사,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즘 잇달아 베스트셀러에 만족감을 느껴서 읽게 된 책. e-book으로 읽었다. 베스트셀러를 e-book으로 만나는 건 이렇게 계속 이어지는 듯.

베스트셀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던 탓일까? 기대에 비해 덜 만족스러웠다.

 

재미와는 별개로, 이 책의 구성은 굉장히 흥미롭다.

주인공 '알란'이라는 인물의 개인사에 세계사가 잘 접목되어 있기 때문이다.

알란의 과거 행적 중에는 한국전쟁부분도 있었는데, 그 부분을 마주하니 나름 흥미로웠던 것 같다.

아무튼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가 있었고, 그의 행동으로 인해 바뀌게 된 역사들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책은 알란이라는 100세 노인의 개인사를 통해 세계사를 만날 수 있는 책인 것이다.

이렇게 알란의 개인사와 100세인 현재 상황이 교차되는 구성은 뭔가 더 긴박감 넘치게 읽어가게 한다.

중요한 부분에서 딱 끊기고 To Be Continued... 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과거편에 비해 흥미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충격적인 사건 급전개가 계속해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알란과 그의 일행의 행동들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만큼 재미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 황당성이 재미의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게다가 알란은 다소 냉소적이랄까, 아니면 세상사에 초연하다랄까. 그런 느낌이 있다.

그래서 세계사를 보여주는 인물로 적합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회색인간이다. 누구의 편에 서지도 않고, 어떤 정치적 사상에도 물들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역사는 결국 그런 많은 사람들의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판타지이면서 판타지가 아닌 것이다.

 

거기에 마지막에 부록처럼 있었던 '복습해 보는 알란의 100년 연보'는 이 주인공 할아버지가 살아온 한 세기(100년)간 일어난 세계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되새기게 해준다. 그러고보면 짧다면 짧다고도 할 수 있을 100년이라는 시간동안 정말 다양한 성격의 사건들이 일어났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 사건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인생은 달라졌겠지.

이렇게 개인사와 세계사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어준 것은 좋았다. 그러나 역시 알란 일행이 현재 상황에서 일으킨 사건들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찜찜한 기분으로 읽어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지 못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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