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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또 하나의 페루를 만나다,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나란 사람은 참 겁이 많다. 지레 겁을 먹고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해외여행이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세계에 관한 호기심은 이와는 별개라는 걸까. 최근 몇년간 꾸준히 즐겨 읽으며 좋아하고 있는 책 장르는 다름 아닌 여행에세이다.

읽고, 읽고 또 읽으며 수많은 여행자들이 그들 각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국의 모습을 마주한다. 같은 나라를 여행한 이들이라도 어느 시기에, 어떤 사람들을 만나 그 나라의 어느 지역을 여행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고 독자들에게 주는 느낌도 달라지는 걸 보면, 때로는 궁금해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오직 나만의 시선으로 그곳을 찾아가 마주하면 어떤 것들을 보게 될까, 느끼게 될까, 그리고 결국은 그리워하게 될까.

하지만 그건 여전히 멀고 먼 이야기일 뿐, 그런 생각은 또다시 밀어둔 채 또 하나의 여행 에세이를 펼친다. 이번에 만날 나라는 저 먼 남미대륙에 위치한 나라, 페루.

 

페루라는 여행지를 처음 만나는 건 아니다. 인기 TV프로그램이었던 '꽃보다 청춘'으로 먼저 만났었고, 페루에 관한 여행 정보가 담긴 다른 여행 에세이를 이미 읽었다. 하지만, 이 글의 초반에 이미 이야기했듯이, 이 책의 저자 '손미나'의 시선으로 만나는 페루는 처음이었고. 그래서 이 책에 담긴 많은 내용들은 새로운 것 투성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들은, 그녀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적어둔 부분이었다. 소박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 안에서 행복과 의미을 찾은 사람들과의 이야기.

 

"아주머니, 행복하세요?"

그녀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내 손을 꼭 쥔 채로 이렇게 말했다.

"젊은 아가씨, 우리의 땀이 곧 우리의 삶이에요. 인생은 그런 거지요. 어디에서 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똑같아요. 중요한 건 가슴에, 그리고 우리의 영혼에 있죠.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당신도 부디 행복하세요." (p.92)

 

책을 읽는다는 건, 내가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행지에서 만난 누군가와 마음을 공유하며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듣는 일. 그런데 그 대답은 아주 멋지기까지 하다. 페루의 아주머니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을 알게되어 참 다행이다.

저자는 페루의 유명 관광지를 도는 여행보다는 페루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고, 마음이 맞는 가이드가 안내하는 페루 서민들이 찾는 곳들에 가보고. 그렇게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여행이라 그런지, 페루라는 나라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마치 가까이에 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사실은 엄청 먼 곳에 위치한 나라인데도 말이다.

 

페루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나지막히 미소지으며 읽어갔지만, 잠시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던 때도 있었다. 그건 바로, 저자 일행이 콘도르와 마주한 부분에서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야기했다. 페루 여행은 얼마전 세상을 떠난 그녀의 아버지가 가보고 싶어했던 곳이기에 가보겠다 생각한 곳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페루에서 볼 수 있다는 콘도르를 꼭 보고 싶어했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의 마음에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했었나보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던 커다란 콘도르가 등장했다면서 그 콘도르의 모습을 설명하는 글을 읽는데, 뭔가 마음이 뭉클하면서 눈물이 나려 했다. 정말 그녀의 아버지가 무언가 메세지를 보내준 것만 같아서.

 

은색 무늬가 흐르는 검정 날개와 하얀 목덜미, 단단한 부리와 매서운 눈매를 한 콘도르의 침착한 비행! 마치 우리가 있는 곳에 착지라도 할 것처럼 가까이 다가와 한참 동안 유유히 떠 있다 천천히 사라지던 그 놀라운 모습. 기대하지 못했던 광경에 온몸이 굳어 꼼짝 않고 제자리에 서 있다 보니 어느새 콘도르는 저 멀리 깊은 계곡을 날고 있었다. (P.200)

 

한편 이 책에는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글 마지막에 보이는 QR코드! QR코드를 찍으면 글 속에서 이야기했던 영상을 볼 수 있게 해 두었다. 많은 영상들을 통해 페루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영상은 '무지개가 나타나는 순간'을 찍은 영상이었다. 어두운 먹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다가 점차 선명해지는 일곱빛깔 무지개는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으며 만난 새로운 페루는 흥미로운 것들 투성이었다. 예를 들면 감자 요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 같은 것. 감자를 좋아해서 거긴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살다보면 언젠가, 그곳에 찾아갈 날도 오겠지? 부디 그때까지 계속 영업하고 있기를. 무엇보다 상업적인 때가 아직은 묻지 않은 곳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좋았던, 여행에세이였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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