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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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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틀을 넘어서, 우물에서 하늘 보기

 

일단, 제목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라는 제목은 뭔가 시적인 느낌이 있다. '우물'과 '하늘'로부터 연상되는 이미지들 때문이다. '우물'은 뭔가 깊이있는 것을 끌어올리는 느낌이 있고, '하늘'은 높고 맑고 푸른 이미지라서 약간 반대되는 느낌도 있다.

거기에 이 둘을 묶어낸 제목 자체도 어떤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우물에서 하늘을 본다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을 떠오르게도 하기 때문이다. 둥근 우물 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둥글고 좁게만 보일 것이다. 그런 것처럼,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한계, 처한 상황의 틀 속에 갇혀 판단하고 비평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까지가, 제목을 보면서 생각한 것들.

 

이 책은 저자 황현산이 같은 제목으로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낸 것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각 글의 분량이 집중도 높여 읽기 좋았던 것 같다.

책표지 왼쪽 위에 조그맣게 쓰여있는 '황현산의 시 이야기'를 보고 시에 대해서 비평하는 글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시 뿐 아니라 문학 전반적인 내용, 거기에 영화와 주요 이슈까지 담아낸 글이었다. 어쩌면 비평이라는 것이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평은 나에겐 아직 미지의 장르라서, 그 내용이 옳다 그르다 판단하며 읽기보다는 비평가가 제시해주는 새로운 관점을 알아가는 편이다. 때문에 이 책도 그런 태도로 읽게 되었다.

눈길을 붙잡는 흥미로운 관점들이 많았다. 특히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사치'라는 것이 예술적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과 번역과 '보편언어'에 대한 생각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 중 '보편언어'에 대한 내용들은 다음과 같았다.

 

외국 사람은 우리의 문학작품을 제 나라 말로 번역하겠지만, 우리는 외국어로 쓰인 작품을 우리의 모국어로 번역한다. 이때 모국어는 모국어이면서 동시에 모국어를 넘어서서 어떤 보편언어의 성격을 지닌다. (p.118)

 

책 속에서 드는 사례로 이야기하면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의 번역판을 읽을 때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한국어로 말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한국어는 그 시대의 '보편언어'를 대신하고 있는 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어로 된 번역 언어는 원작의 언어를 넘어서는 동시에 한국어 또한 넘어선다는 것이다. 사실 어느 정도 이해를 하려면 이 책에서 소개된 내용을 좀더 읽어야 한다. 아무튼 흥미로운 관점이라서 좀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언어가 저마다 그 보편성을 가장 용이하면서도 강렬하게 드러내는 것은 그것이 번역어가 될 때다. (p.119)

 

언어의 보편성이 이런 식으로 해석될 줄이야. 이제까지 보편성이라는 것은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이뤄질 수 있는 특성이라 생각했는데, 일종의 고정관념이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거기에 금이 가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그랬다. 내가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던, 금을 그어놓고 벽을 세우고 그 안에 스스로 갇혀있었던 것들 너머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를 어떻게 읽어야할지 알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었는데, 의외로 다른 방향에서 여러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혹시 지금도 연재중일까? 아직 연재중이라면 다른 비평들도 꼭 읽어보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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