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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해서 그렇습니다 - 소극적 평화주의자의 인생다반사
유선경 지음 / 동아일보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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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담은, 소심해서 그렇습니다

 

푸른빛의 심플한 표지를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읽기 시작한다.

소심한 사람은 생각이 많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의 평범한 순간속에서 생각한 것들을 담아낸 책이다. 보통의 순간들, 보통의 느낌들.. 평범한, 그래서 더욱 공감하기 쉬운 이야기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소심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겠지.

비슷한 느낌의 책들을 읽었을 때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역시 많은 글귀들을 적어두었다. 공감하고, 기억하고 싶은 글귀들. 하지만 나는 소심하고 평범한 사람이라, 그 글귀를 통해 공감하고 느낀 것들을 통해 많이 변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지는 모르겠으나, 확 바뀌지는 않는 것 같다.

작가님께서 방송작가 일을 오래 하신 분이라 그런지, 글로 차분하게 일상의 순간들을 잘 포착해내신 것 같다. 그리고 존댓말로 써져 있어서 더 잔잔한 느낌이 더해졌다. 편안하게 부담없이 읽어갈 수 있었다.

 

이것이고 저것이고 아무것도 선택하고 싶지 않고

예고 아니오고, 아무런 답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세상에는 있는 법입니다. (p.178)

 

책에서 소개된 에피소드들 중에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들은 두어개가 있다.

하나는 '사소한 고백'이라는 제목의 이야기. 엉망인 모습일 때 호감을 가진 상대를 만나게 되었는데, 차갑게 대하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했던 경험.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매우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그때 그 아이는 날 어떻게 생각했으려나...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사실은 널 많이 좋아했었다고 함께 즐겁게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애써 마음을 숨겼었다는 거, 절대 모르겠지. 그건 다 소심해서 그랬던 거다. 어떤 모습이라도 날 좋아해줄거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소심한 인간이라서.

 

다른 하나는 '과거가 발목을 붙잡을 때'에서 말하는 것. 요즘 계속 생각하는 문제라서 기억에 남았다.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내가 했던 잘못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내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였다면 그건 어떻게 해야할까... 연예인들의 과거 잘못에 대한 기사들을 볼 때마다 생각했고, 과거에 나에게 상처를 준 친구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게 말을 걸 때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오래전 과거일 뿐이라서 다 잊어버린 걸까... 하긴, 상처를 준 사람보다 상처받은 사람이 더 오래 기억한다는 말이 있긴 하다. 어쨌거나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상처받은 일 뿐 아니라 상처 준 일도 기억에는 없지만 분명 있었을 거란 거. 그러니까 원망보다는 반성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가야 한다는 걸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함부로 다른 누군가를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결국 누구나 상처를 주고 사니까.

 

아무튼 소심한 나를 다시 발견하고, 그게 나만이 아님에 살짝 안심하고, 그렇게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그 느낌들을 읽어가게 했던 책이었다.

마지막 후기에서 이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을 딱 한 줄로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그 글귀로 이 서평을 마무리할까 한다.

 

이 모든 것은,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보통의 느낌.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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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인 척 -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혼자여도 괜찮은 척
이진이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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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고 위로받은 에세이, 어른인 척

 

에세이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에 비해 좀더 작가의 진짜 속내가 담겨져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좀더 가깝고 편안하게 읽어갈 수 있다. 에세이는 사람들의 '생각'을 담고 있기 때문에 소설과 달리 장르나 소재에 따른 호불호가 적은 편이기도 하다.

최근 '공감'과 '위로'를 중심으로 한 책들이 판매에서 선전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언뜻 본 기억이 난다. 확실히 요즘 접하는 에세이들에도 그런 부분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혼자 견뎌야 하는 현실이 힘들어서 책을 통한 위로를 받고 싶은 걸까? 책 내용에 공감하고, 그래서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만약 그런 목적으로 책을 읽으려 한다면, <어른인척>이라는 에세이도 좋은 선택지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부터 어쩐지 공감간다.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혼자여도 괜찮은 척, 어른인 척. 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찡 하고 와닿는 느낌이었다. 아마 그런 사람들 많지 않을까. 겉은 자랐지만 속은 아직도 아이인 사람들. 하지만 사회에서 그런 걸 티냈다가는 뒤쳐질까봐, 무시당할까봐, 결국 혼자가 될까봐 숨긴다. 어른인 척 가면을 쓴다. 무수히 상처받으면서도 담담한 척 씁쓸하게 미소짓는다. 이렇게 '어른인 척'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따뜻하게 말을 건네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신 혼자만이 아니라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그러니까 혼자서 속으로 우울해하지 말라고... 표지 또한 따스한 색감의 노란색이고, 웃음의 입꼬리가 마음에 담아둔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아도 좋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책 속의 많은 이야기들을 공감했고, 그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았지만 그 중에 몇 가지만 이야기해볼까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어릴적 받았던 '고백'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어렸을 때는 '사랑'이라는 것이 뭔가 낯설고 두렵기만 한 존재라서 자꾸 뒷걸음 쳤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 것 같아도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했고, 누군가 다가오는 데도 벽을 세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더 편안하게 생각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저자가 언급했듯이 '학생은 공부가 우선이야' 뭐 그런 생각,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이제야 알게 된 것은, 학창시절 역시 인생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공부'로만 채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 시기도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의 한 순간들이었으니까, 좀더 다양한 색채로 채웠으면 어땠을까. 요즘들어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망설이다가 좋은 추억을 만들 기회를 놓쳐버려서 아쉽고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과거는 과거로 접어두고 이제 앞으로 올 사랑과 운명에 적극적으로 다가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었던 이야기.

또다른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위로가 되었던 글, '괜찮아'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꼭 달려야하는 것도 아니고, 빨리 가야하는 것도 아니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성공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말.

주변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하니까, 쏟아지는 책들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그런 줄 알았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힘들어도 죽도록 달려야 하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인생은 한 번 뿐인데, 내 삶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건데. 느리더라도 천천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이래선 안된다고,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나 자신을 다그쳤었다. 그랬던 나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이 글이 너무 고맙고 따스했다. 여전히 그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으나, 위로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은.

그리고 표제작인 '어른인 척'이 있었다.

 

슬프지 않은 척

아프면서 아프지 않은 척

힘들면서 힘들지 않은 척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척

다 알면서 모르는 척

질투나지 않는 척

혼자가 익숙한 척

다 괜찮은 척

어른인 척 (p.84)

 

정말 슬픈 건 이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고, 또 위로받았지만 사람들을 만날 땐 또 어른인 척 하고 있을 거라는 거.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기에는 세상은 아직 몇 겹의 가면을 쓴 채 대해야 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어른인 척>이 건네는 위로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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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2015-11-0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ㅎㅎ 울컥하네요.😭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 박람강기 프로젝트 5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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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터튼의 반짝거리는 에세이,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

 

읽은 지는 꽤 시간이 흘렀는데 이제야 서평을 쓰게 된 이유는 마음에 드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마음에 드는 책은 서평도 멋지게 쓰고 싶은데, 잘 안된다. 그러니까 서평을 잘 쓰는 경우는 '어느정도' 만족스러울 때가 많다. 별점을 10점 만점 주고 싶은 책들은 마음에 드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인지 서평에 정리해서 쓰는게 힘들다. 어찌어찌 쓰더라도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러니 혹 이 서평을 읽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은 서평에서 이야기한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책이라는 점 기억해주시길.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는 체스터튼이 발표했던 다양한 에세이들을 주제별로 몇 편씩 골라 수록한 에세이선집이다.

독설 혹은 지혜, 작가 혹은 독자, 농담 혹은 진실, 순수 혹은 몽상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체스터튼은 '브라운 신부 시리즈'로 알고 있었던 작가였는데, 그 책에서 느낄 수 있었던 무게감이 에세이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의 글은 정말로 잘 쓰였다.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하고 의외의 면을 발견하게 한다. 음, 그런데 이 말 최근에 어디선가 쓴 거 같은데 이 묘한 기시감은 뭘까. 어쨌든, 이렇게 예상외의 '깨우침'을 주는 부분이 이 책을 더욱 아끼게 만든다.

 

지적인 탐정소설의 참된 목적은 독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깨우치는 것이다. 다만 진실의 매 부분들에 놀라움을 느끼게 만드는 방식으로 깨우쳐야 한다. (p.93) 

탐정소설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게임에서 독자는 범인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사실 작가와 겨루고 있는 것이다. (p.102) 

어쨌든 이야기는 진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비록 그 진실에 아편이 더해질 수 있다 해도, 진실은 그저 아편에 취한 꿈이어서는 안 된는 것이다. (p.105)

 

탐정 소설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도 있어서 특히 흥미롭게 보았다. 이전에 읽었던 탐정소설 비평들과는 또다른 관점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쩌면 이 부분 덕분에 이 책에 더욱 애정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의 관심사니까. 물론 체스터튼의 다른 글들도 다들 반짝반짝 빛난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그의 생각들은 꽤 논리적인 부분들이 있고, 때로 거기에 반박하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이해되는 부분이 더 많은 것 같다. 이를테면 이런 것.

 

자연의 가장 고귀하며 가치 있는 특성은 그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연의 너그러우면서도 대담한 추함이다. (p.121)

 

한편 이 책이 또 매력있는 이유는 후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후기조차 놓칠 수 없는 책이다. 옮긴이가 써내려간 체스터튼의 글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미처 잘 설명하지 못했던 느낌들을 콕콕 집어내주는 것 같다. 꼼꼼하게 읽고 깊이 생각할만한 가치가 있는 후기라고 생각했다.

 

체스터튼이 말하는 에세이의 본질은 느긋함과 정처 없는 소요이다. 어떤 설교나 교훈, 읽는 이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려는 목적 등이 끼어들면 에세이는 그 본질을 잃고 만다. 그러니 체스터튼의 글에는 어떤 계도적인 의도도 없다. 분명 어떤 주장이 담겨 있지만 그 주장을 농담으로 받아들일지 진실로 받아들일지, 지혜로 볼지 독설로 볼지 판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다. (p.230)

 

아무튼 이 책에 푹 빠져버렸다는 것이 이 서평의 결론이다. 게다가 이 책을 읽고나니 체스터튼의 소설을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졌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랑 <목요일이었던 남자>, 읽었었지만 다시 읽어봐야지. 체스터튼의 글은 정말 좋다, 정말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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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의 나
아사오 하루밍 지음, 이수미 옮김 / 북노마드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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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달라지는, 3시의 나

 

이번에 읽은 아사오 하루밍의 <3시의 나>는 꽤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담아낸 책이다. 매일 같은 시각, 오후 3시에 어떤 일들을 했는지 쓰고, 일러스트를 그리는 프로젝트. 얼마전 아사오 하루밍의 책을 읽고 그녀의 다른 책들을 보다가 고양이에 관계되지 않아보이는 제목의 이 책이 궁금해서 책 소개를 봤더니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이 쓰여있어 호기심에 읽어보기에 이른 책이었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매일매일 3시의 모습이 담겨 있다. 3시에 딱 글을 쓰기도 했고, 좀 지나서 기억을 되살려 쓴 글도 있다고 했다. 어쨌든, 매일매일 달라지는 저자의 모습이 일러스트로, 글로 담겨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저 평범한 매일의 일상을 담았을 뿐이다.

그래서 중간에는 조금 버거워지기도 했다. 나의 일상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일상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건 조금 힘들었다. 예전에 타인의 꿈 해석을 읽었을 때 느꼈던,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좋게 평하게 된 것은, 저자가 시도한 이 프로젝트의 매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완벽히 같은 하루는 아니다. 아사오 하루밍처럼 같은 시각 무얼 하고 있었는지 매일 적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사실은 하루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매일매일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음을. 얼마나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살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록들이 모일 때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변화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작은 변화가 모여 큰 변화가 되었을 것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일기를 마무리한 후 그동안의 하루하루가 한 가닥 실처럼 이어진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미래는커녕 고작 하루 뒤인 내일조차 어떤 날이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이 책은 지금의 나에게 타임머신이 될 수 있겠지요? (p.392~393)

 

중간중간에 마음에 들었던 글들에 공감을 하면서 즐겁게 읽었다. 게다가 이 책은 문고본 크기로 자그마한 편이다. 옷에 약간 큰 주머니가 달려 있다면 그 속에 쏙 들어간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나도 이 프로젝트 꼭 시도해 봐야겠다고! 다만 시간대는 다른 시간대로 해보면 어떨까 생각중이다.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프로젝트이지 않을까? 벌써부터 두근두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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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 낯가림 심한 개그맨의 우왕좌왕 사회 적응기
와카바야시 마사야스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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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감 또 공감!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긴 무명시절을 끝내고 갑작스럽게 얻은 인기, 몰려드는 일. 그렇게 이 책의 저자는 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그런데 사회에 속해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피곤하고 힘들었다.

이전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일들이 신경이 쓰이고, 기존에 옳다고 생각했던 가치들과 다른 가치를 중시하는 태도에 혼란이 생긴다.

저자 와카바야시 마사야스가 사회인이 되면서 겪은 이런저런 일들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를 엮은 글이다.

사회인 1학년부터 4학년, 그리고 졸업 논문까지. 긴 시간에 걸쳐 쓴 글이 담겨 있기에 읽을수록 어쩐지 성숙함이 느껴졌다.

 

이 책은 공감되는 많은 책에서 그랬듯이,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를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로 바꿔주고 있다.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들과, 그 에피소드에 얽힌 저자의 생각들에 공감, 또 공감했다.

 

자의식 과잉이잖아, 사람들이 내게 말하곤 한다.

그래, 맞아. 누구도 나 같은 것한테 눈길을 주지 않아. 그건 나도 안다고. 그런데 말이야. 내가 있잖아. 내가! 내가 보고 있다고!(p.55)

 

나는 나다. 그렇게 생각하고 무시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나는 그로 인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다. (p.157)

 

예를 들면 이런 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신경쓸 필요없다고 조언해주는 사람들. 하지만 다른 누구가 아닌 나부터가 아무런 관심 없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러지 않으라는 법이 있는가? 아니다. 그래서 고민하고 힘들어한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것이 신경이 쓰인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제약을 걸게 되어버린다.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면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

 

"괜찮을 거예요."

물론 정말로 괜찮은지 어쩐지는 계산에 없다. 방법도 분석도 고찰도 나중이다.

괜찮을 거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괜찮아지기 시작한다. (p.93)

 

이 부분은 뭔가 위로받게 된 부분. 특히 마지막 줄이 좋았다.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면, 정말 나아질까? 모든 문제는 확실히 긍정적인 마음이 가장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의욕이 생기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분석도 고찰도 찾게 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속에서는 의심이 고개를 들고 있더라도 말해야 하는 것이다.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지금, 행복하세요?"라고 같은 질문을 받은 작가님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제트코스터 같다고 할까요"라고 답했다. 요 몇 년 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푼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서운 줄 알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줄을 선다.

절규하면서 내려온다.

두 번 다시 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충만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다시 제트코스터를 타려고 줄을 선다.

일이 그것과 닮았다고 한다. (p.106~107)

 

아마 여기서 말하는 '제트코스터 같은 일'은 정말 좋아하는 일을 말하는 거겠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원했던 일.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 그래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 힘들어도 결국은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 저자처럼 나도 뭔가 문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니 역시 작가님은 다르다. 어려운 문제를 멋진 비유로 답해주시니.

 

모두가 말한 대로였으나, 모두가 말한 대로의 세계는 재미가 별로 없다. (p.172)

 

책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점차 성숙해진 저자의 태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회에 어느정도 적응해 '사회인'이 되어있는 모습. 저자는 이야기한다.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던 주변의 조언들이 시간이 흐르고 나니 옳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조언대로 이루어졌다고. 그 사람들은 먼저 사회에 적응한 사람들이었으니, 그 조언이 맞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조언대로 따르는 세계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평범하고 온화한, 틀에 박혀버린 세계이기 때문일까... 활기라는 것이 없는 세계는 확실히 재미가 없을 것 같긴 하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남이 하는 것에 비평, 비판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평과 비판을 받는게 두려워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사소한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숨 막히는 세상이 되었다고. (p.206)

 

이 글을 읽으면서는 가끔은 타인에 대한 관심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타인에게 엄격하다보니, 스스로에게도 엄격해지게 된다. 남을 비판하고 비평하는 일이 많아지다보니 점점 속에만 담아두고, 그래서 마음에 병이 든다. 가끔은 마음껏 속에 있는 우울감을 쏟아내고 싶다가도, 너무 약한 소리를 한다는 비판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선뜻 속을 내보이지 못한다. 자칫 잘못하면 '패배자'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새로운 것을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게 된다. 슬퍼지는 글이었다. 이건 누구 한 사람의 변화로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기술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지만 깊이있는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

 

이외에도 많은 글들에서 공감하며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저자처럼 이렇게 사회에 나와서 우왕좌왕했던 일들을 적어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저자의 경우는 연재했던 내용이지만, 그냥 개인적으로 적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후에 읽어보면 소소한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변화해왔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혹시 초심을 잃어버렸다면 되찾는데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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