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 박람강기 프로젝트 5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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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터튼의 반짝거리는 에세이,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

 

읽은 지는 꽤 시간이 흘렀는데 이제야 서평을 쓰게 된 이유는 마음에 드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마음에 드는 책은 서평도 멋지게 쓰고 싶은데, 잘 안된다. 그러니까 서평을 잘 쓰는 경우는 '어느정도' 만족스러울 때가 많다. 별점을 10점 만점 주고 싶은 책들은 마음에 드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인지 서평에 정리해서 쓰는게 힘들다. 어찌어찌 쓰더라도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러니 혹 이 서평을 읽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은 서평에서 이야기한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책이라는 점 기억해주시길.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는 체스터튼이 발표했던 다양한 에세이들을 주제별로 몇 편씩 골라 수록한 에세이선집이다.

독설 혹은 지혜, 작가 혹은 독자, 농담 혹은 진실, 순수 혹은 몽상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체스터튼은 '브라운 신부 시리즈'로 알고 있었던 작가였는데, 그 책에서 느낄 수 있었던 무게감이 에세이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의 글은 정말로 잘 쓰였다.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하고 의외의 면을 발견하게 한다. 음, 그런데 이 말 최근에 어디선가 쓴 거 같은데 이 묘한 기시감은 뭘까. 어쨌든, 이렇게 예상외의 '깨우침'을 주는 부분이 이 책을 더욱 아끼게 만든다.

 

지적인 탐정소설의 참된 목적은 독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깨우치는 것이다. 다만 진실의 매 부분들에 놀라움을 느끼게 만드는 방식으로 깨우쳐야 한다. (p.93) 

탐정소설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게임에서 독자는 범인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사실 작가와 겨루고 있는 것이다. (p.102) 

어쨌든 이야기는 진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비록 그 진실에 아편이 더해질 수 있다 해도, 진실은 그저 아편에 취한 꿈이어서는 안 된는 것이다. (p.105)

 

탐정 소설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도 있어서 특히 흥미롭게 보았다. 이전에 읽었던 탐정소설 비평들과는 또다른 관점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쩌면 이 부분 덕분에 이 책에 더욱 애정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의 관심사니까. 물론 체스터튼의 다른 글들도 다들 반짝반짝 빛난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그의 생각들은 꽤 논리적인 부분들이 있고, 때로 거기에 반박하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이해되는 부분이 더 많은 것 같다. 이를테면 이런 것.

 

자연의 가장 고귀하며 가치 있는 특성은 그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연의 너그러우면서도 대담한 추함이다. (p.121)

 

한편 이 책이 또 매력있는 이유는 후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후기조차 놓칠 수 없는 책이다. 옮긴이가 써내려간 체스터튼의 글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미처 잘 설명하지 못했던 느낌들을 콕콕 집어내주는 것 같다. 꼼꼼하게 읽고 깊이 생각할만한 가치가 있는 후기라고 생각했다.

 

체스터튼이 말하는 에세이의 본질은 느긋함과 정처 없는 소요이다. 어떤 설교나 교훈, 읽는 이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려는 목적 등이 끼어들면 에세이는 그 본질을 잃고 만다. 그러니 체스터튼의 글에는 어떤 계도적인 의도도 없다. 분명 어떤 주장이 담겨 있지만 그 주장을 농담으로 받아들일지 진실로 받아들일지, 지혜로 볼지 독설로 볼지 판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다. (p.230)

 

아무튼 이 책에 푹 빠져버렸다는 것이 이 서평의 결론이다. 게다가 이 책을 읽고나니 체스터튼의 소설을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졌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랑 <목요일이었던 남자>, 읽었었지만 다시 읽어봐야지. 체스터튼의 글은 정말 좋다, 정말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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