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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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들은 한 줄의 기록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연기자들이 평생 타인의 삶을 연기하며 살아간다면, 이야기꾼들은 평생 거짓말을 하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김탁환이라는 작가는 이야기꾼을 넘어 희대의 사기꾼이라 할 수도 있을터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둘을 찾아보기 힘든 탁월한 역사소설가이기 때문이다.

 

'불멸의 이순신 ' '방각본 살인사건 ' '리심' 에 이르기까지, 10년이 되지 않는 시간동안 약 50여권을 책을 냈다고 하니, 다작을 즐기는 일본의 작가들 못지 않다. 더 놀라운 점은 그 50권의 대부분이 역사소설이라는 것이다.

다른 장르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소설은 집필이 무척이나 까다로운 장르로 알려져 있다.

특히, 충무공 이순신등과 같은 너무나 익히 알려져 있는 인물을 다룰 땐 더더욱 그렇다.

실제 알려져 있는 역사기록과 인물의 인과관계가 톱니처럼 맞물리지 않는다면 역사소설로서의 가치를 잃고, 단순히 판타지 소설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지금 절찬리에 방영중인 선덕여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역사적 기록을 무시하고 인물간의 갈등을 위해 미실과 덕만을 동시대에 올려놓은 선덕여왕은 이미 역사 드라마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어마어마한 자료속에서 상상력을 동원해 한 인물의 인생을 그려나간다는 것은 그래서 더욱 어려우며, 그래서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린다.

 

커피를 좋아하는 '따냐' 의 이야기는 고종의 독살미수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전작인 '리심' 에서, 리심이라는 여인은 자신의 인생을 단 한번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거대한 역사와 시간에 휘말려 그냥 떠내려갈 뿐이었다. 그녀는 딱 한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삶을 선택할 수 있었다.

 

노서아 가비의 따냐 역시, 자신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지만, 오히려 그 덕에 더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된다.

 

김탁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리심의 망령을 떨쳐내듯, 진취적이고 활발한 여성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적이고 치밀한 문장을 버리고, 가볍고 듬성듬성한 문장을 선택함으로서 최대한 자신을 버렸다.

그럼으로서, 따냐는 좀 더 생명력을 얻고, 독자들은 상상의 여유를 얻어낼 수 있었다.

김탁환 작가가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달까? 파격적인 변신이지만, 자신의 장점과 특징을 최대한 죽인 그 자제력도 참 놀랍다.

(내년쯤  김탁환 작가가 위와 같은 동일한 제목이라던지, 약간 장난을 쳐서 '러시안 커피' 라는 제목으로 2~3권의 책이 나온다 해도 놀라지 않겠다.ㅋㅋ개인적으로는 보고 싶기도 하다.)

 

따냐의 삶은 커피처럼 고소한 향속에 온몸을 짜릿하게 하는 씁쓸한 맛이 베어있다.

때론 우유를 넣은 듯 부드러운 순간도, 생크림을 넣은 듯 달달한 순간도 있었지만, 커피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향과 맛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그래서 더 짙은 여운을 남긴다.

 

따냐와 그녀의 남자 이반. 그리고 조선 최후의 왕이었던 고종. 이 셋 모두 짙은 커피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낸 김탁환 작가 역시 커피같다. 그는 결국 무책임하게 모든 걸 독자들에게 던져버렸다. ^^

 

이반은 정말 따냐를 사랑했을까? 그리고, 따냐는 정말 이반의 사랑을 믿었을까?

이반의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불친절하기 그지 없지만, 한편으로는 고맙다.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작가가 독자들을 위해 컵에 담아 내민 커피와도 같다.

 

 

문득,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나를 독살하려는 것이냐!' 고 외쳤던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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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걸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7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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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환경에 귀속되어 살아간다.

귀속된 환경 속에서 어떤 사람은 적당히 만족하며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치열하게 위를 꿈꾸며 살아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주변의 기대어린 시선에 못이겨 수동적인 삶을 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끊임없이 자아를 추구하며 능동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 어떤 사람도 '내가 정답' ,혹은 '네가 오답' 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삶은, 인간의 수만큼의 유형만이 있을 뿐인 정답없는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정답이 있는 곳이 있다.

위에 언급된 모든 유형의 삶이 치열하게 얽혀서 오직 한가지 정답만을 강요당하는 곳.

 

바로 대한민국의 정규 고등학교 과정 중에 있는 학생들.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쳐 서양에서는 준 성인으로 대접받는 이들을 한 공간안에 모아놓고 가열차게 한 정답만을 강요하는 독특한 공간.

 

각자 자신의 환경 속에서 나름 자신의 인생과 장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기도 전에, 획일화된 정답을 강요받는 이들은 사춘기와 맞물려 자신들만의 자아찾기를 시도한다.

 

'그래, 난 고등학교때 참 유치했지' 라고 생각할만한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 분들께는 모란 고등학교의 여주인공들도 유치하게만 보일테니 말이다.

 

남고, 여고, 남녀공학고를 불문하고, 이 작품 속에는 우리가 한번씩 만나봤을만한 친구들이 등장한다.

탤런트가 꿈이지만 너무 뚱뚱하고 못생겨서 고민인 은비, 시나리오 작가가 꿈이며 꽃미남을 너무나 좋아하는 지형,

당차고 똑 부러졌으며 할말은 다 하고야 마는 까칠한 소울, 공부는 바닥을 기지만 미모와 순수함만은 최고인 혜지.

 

이 네명의 소녀들이 자신들의 반짝거리는 꿈과, 획일화되고 어두운 교실안에서 느끼는 커다란 괴리감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발랄하고 가벼운 필치로 그려지고 있다.

너무나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은, 그렇기에 더 설득력이 있다. 아직 많은 경험을 통해 순수한 자신만의 개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아이들.

 

나 역시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나는, 이미 고등학교때 군대를 다녀온 형들만큼 조숙했으니 말이다..ㅋㅋ

이 책에 등장하는 소녀들도 어쩌면, 너무 빨리 깨달아 버린걸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불합리함과 부조리함. 편견과 아집으로 똘똘뭉친 어른들. 그리고, 그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언젠가는 그 세상으로 나가야만 하는 자신의 미래를 알아버리기에, 고등학교 1학년은 아직 너무 어리다.

 

이들의 고민은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안에 있지만, 사회라는 커다란 공간으로 나와도 여전할 것이다.

어쩌면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으로 나가도 여전할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타인에게는 지극히 작은 것이지만, 개인에게는 가장 거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꿈을 꾸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꾸는 꿈은 10년안에 서울 귀퉁이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하는 것일터다.

또는 공무원이 되어 미래 걱정 없이 사는 것일테다.

 

꿈을 꾸고 있는 닌자걸스, 4명의 소녀들은 머잖아 이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사회 속으로 뛰어들 터다.

하지만, 학교라는 불합리한 공간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 소녀들은 분명, 사회라는 부조리한 공간 안에서도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터다.

 

결국 희망은 우리 세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이다.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길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세대를 살아가는 모든 젊은이들의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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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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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 솔직히 말하자면, 많은 부분에서 전 세계적으로 초 히트한 온라인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가 떠올랐다.

하지만, 또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 는 말 또한 떠올랐다.

 

이 작품은 기존의 알려져있는 여러 판타지 세계관을 한방에 뒤엎는 획기적인 세계관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그 세계관들을 신선하고 낯선 방식으로 재창조 했음은 엄연한 사실이고, 대단한 성과이다.

 

한국의 많은 판타지 문학들은 무협지와 더불어 양대 킬링타임용 소설로서 푸대접을 받아왔다.

판타지 문학과 무협지들의 양적인 팽창은 분명 90년대 후반,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던 대여점의 호황과 그 맥을 함께한다.

특히, 한국의 판타지 문학은 어느정도 문학적인 틀을 유지하던 '반지의 제왕' 류의 판타지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적인 요소를 배가시킨 '로도스섬 전기' 나 '슬레이어즈' 류의 일본식 판타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구 판타지와 일본식 판타지가 각각 가지고 있는 여러 특징을 모두 나열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대표적인 것 한가지만 말하자면,

서구 판타지는 '세계관' 위주의 이야기라면, 일본식 판타지는 '캐릭터' 위주의 이야기이다.

때문에 서구 판타지는 에피소드나 등장인물들이 리얼한 반면, 지나치게 디테일한 설명이 곁들여 지기에 술술 읽히는 맛이 별로 없다.

 반면, 일본식 판타지는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서술되기때문에 쉽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지만,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즉, 만화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파생문학인 것이다.

 

한국의 판타지 문학은 대본소와 대여점을 타깃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 질보다는 양을 우선시 할 수 밖에 없다.

한 에피소드를 완성도 있게 압축하는 작가보다, 그 긴장감을 유지시키면서 2권 3권을 '양산' 해 낼 수 있는 작가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한국 판타지 문학의 1세대를 장식했던 이우혁, 김근우, 전민희, 이영도 같은 작가들은 금방 판타지 문학계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일본식 판타지에 서양식 문학성을 더하고, 한국적인 요소까지 가미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시도했던 작가들이었기 때문이다.

 

킬링타임용 판타지 문학들은 점점 더 '재미' 만을 추구하며 10권 20권씩 시리즈가 나오기에 이른다. 무협지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판타지와 무협의 퓨전까지 추구하게 된다. 심지어 책이 찍혀 나온 뒤에 팬들로부터 욕을 먹자, 그 권을 취소하겠다.. 없었던 걸로 하자, 는 식의 다음권이 나온 예도 있다.

일본의 장르문학이 컨텐츠로서의 다양성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것과 달리 ,한국의 장르문학은 오히려 어처구니 없이 변질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세대의 역량과 그 도전정신이 계승되면서 이영도 작가처럼 꾸준히 자신의 철학을 작품속에 녹여내는 판타지 작가들도 분명 존재하고, 그들을 위한 출판사들도 나오고 있는데, 이 로크 미디어라는 회사가 그것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김근우를 다시 불러내어 온라인 연재 - 책 출간이라는 현명한 방법으로 팬들에게 접근하고, '경계문학' 이라는 단어를 대중들에게 전파하는 등 한국 장르문학 발전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 역시 그런 좋은 발자취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이 작품은 기존의 널리 알려져 있던 판타지 세계관을 몇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재미있는 어드벤쳐 소설인 동시에, 두 남자(부자) 의 버디 스토리이기도 하며, 긴 길을 떠나는 로드 스토리이기도 하다.

 

등장하는 수많은 종족들은 그 설명이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필요한 만큼은 충분히 소개되고, 그 네이밍 센스 역시 탁월하다.

종족적 특성들이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성격이나 개념들이 좀 더 디테일하고 다양하게 소개되었으면 정말 재미있었을 듯 하지만, 그랬다면 책이 정말정말 길어졌을터다. ^-^

지루할 새 없이, 각 종족들에 대한 소개가 나오고, 무르무르 라는 종족의 독특한 개성과 그로 인한 성격들이 소개된다.

무르무르 족에 대한 생활과 역사, 생활관, 개념 그로 인한 성격등은 정말 인과관계가 뚜렷하고 참신하다.

주인공 캐릭터는 지나치게 엄친아라서 조금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 선한 성격 덕에 적어도 안티는 생기지 않을 듯 하다.

 

이런 식으로 각 종족은 물론, 나머지 여섯개의 달과 가이아에 대한 이야기 까지 나온다면....적어도 100권은 되는 초 대하 서사시가 가능하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여운이 많이 남는 열린 결말도 대단히 좋다.

이 부분은 독자마다 호불호가 뚜렷할 테지만 말이다..ㅋㅋㅋ

 

 

 

덧붙임: 이 작품이 카피에서 '반지의 제왕' 과 비견된 이유는 솔직히 딱 하나다.

다른 종족들에 비해 비교적 약한  주인공들이 '산으로 가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은 들먹이지 않았어도 충분했을텐데...하는 마음이 든다.

반지의 제왕을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서구 판타지는 인물에 대한 소개가 구구절절, 아라곤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부터 아주아주 상세하게 나오기 때문에 대단히 지루하지 않은가?

당시 서구 판타지는 그게 일종의 문학기조였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없었다면, 무르무르는 나오지도 못했으리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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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그들의 이야기
스티브 비덜프 엮음, 박미낭 옮김 / GenBook(젠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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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금 투박한 느낌의 제목.

왠지 남중, 남고, 이공계, 군대 같은 느낌의 제목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실려있을까?

얼마전에 읽었던 30대 싱글녀들을 겨냥한 일종의 실용서적이었던 '싱글도 습관이다' 의 대척점에 있는 도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심리학 계열의 실용서적이겠거니, 하고 펴들었는데, 이게 왠걸.

 

첫번째 아내와 이혼하고, 두번째 아내를 사별한 한 남자의 수기가 툭 튀어나온다.

첫번째 이혼과 함께 둘 사이에 있던 어린 아들에 대한 양육권을 잃고, 두번째 여자를 만나 결혼한 이 남자.

박복하게도, 두번째 아내와 사이에 어린 아들만 남기고, 사별하고 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첫번째 전처와 사이에 있던 아들까지, 자신이 길러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졸지에 세남자만이 덩그러니 집에 놓여진다.

극히 드물다는 편부 가정. 이 막막한 상황속에서 아들들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과정이 솔직하게 그려진다.

 

그렇다.

 

이 책은 심리학 책도 아니고, 실용서적은 더더욱 아니다.

 

이 작품은 일종의 수기 모음이다. 여러 분야의 남자들의 에세이를 모아놓은 책으로, 소설가, 방송작가, 칼럼니스트, 시인, 학교 선생님은 물론 사회보호대상자와 유엔군 연락장교들까지 여러 직종의 남성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빌 브라이슨' 같은 여행작가의 글도 실려있다.

 

이 책은 남자들은 물론 여자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남자들이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예시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남성으로 살아가면서 부딪히게되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어떻게 해야 극복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훌륭한 지침서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의 남성들은 가족을 부양해야 할 의무가 있다.

때로 그 의무는 남자들에게는 물론 여자들에게도 큰 부작용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세상은 점차 여성중심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남성들은 사회에서 발 붙일곳을 서서히 잃어가면서 많은 장벽들에 부닥치고 만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이 무너지면서 급속도로 가정해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회에서는 '가정' 이라는 사회 속에서 남성의 위치는 중요하고도 확고했다.

하지만, 그 위치가 무너지면서 '가정' 이라는 사회가 구심점을 잃고 해체되는 현상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수렵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냥' 이었다. 신체적으로 여성보다 뛰어난 남성 중심의 사회가 이루어짐은 당연하다.

여성들은 연약한 몸을 지키기 위해 그나마 자신보다 육체적으로 강한 남성에게 귀속되어야만 했다.

농경사회에서도 그 틀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회는 꾸준히 변모했고, 경제가 중심이 되는 지금의 사회에서 여성에 비한 남성의 육체적인 우월성은 더이상 큰 메리트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남성이 없이도 종족번식조차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제, 남성중심의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패러다임의 축이 여성중심으로 급격하게 쏠리고 있다.

몇천년간 쌓여온 이 패러다임은 불과 몇백년, 아니 어쩌면 몇십년 사이에 완벽하게 뒤바뀔지도 모른다.

기실, 이러한 변화는 수십년전부터 예측되어 왔다.

우리가 고등학교때만 해도 '유니섹스UNISEX' 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오지 않았는가?

 

남성중심의 사고에서 탈피하여야 하는 것은 비단 남자들만의 숙제가 아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여성들의 남성에 대한 편견 역시 깨져야 할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은 남성우월이 아닌, 남성차별이다.

애초에 페미니즘이라는 사상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여성들이 남성들을 적으로 삼아 경계하고, 무시해야 한다는 사상이 아니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해져야 한다는 사상이다.

 

이제, 남자들이 바뀌어야 할 때다.

변화를 두려워 하지 말고, 추구하며, 여성들과 평등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칫하면, 위에 언급한 것 처럼 오히려 여성 상위시대를 맞아, 경계당하고, 무시당하고 적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있어 훌륭하고 깊진 않지만,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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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홀릭 - 9인 9색 재기발랄 소설집
권혜수 외 지음 / 텐에이엠(10AM)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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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이 '다이어트' 라는 화두를 가지고 9명의 작가들이 각각의 생각들을 단편소설로 엮은 일종의 단편집이다.

단편집은 단편집인데, 동일한 소재를 다룬 단편이라...

꽤나 신선하고 실험적인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9편의 단편들은 때론 가볍게, 때론 무겁게, 때론 리얼하게, 때론 판타스틱하게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각자의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각 작품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각자 자신의 이유를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를 한다.

그들에게 음식은 독이고, 적이다.

 

어느샌가, 세상이 '외모' 가 곧 '권력' 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인류생존을 위해 '아름다운 외모' 로 진화하고 있다고 하니, 꽤나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다이어트라는 단어는 어느새 자기만족을 위한 단순한 행위를 넘어 생존과 성공을 좌지우지 하는 커다란 화두가 되어버렸다.

이 화두를 풀어내면, 성공적인 삶이 되고, 풀어내지 못하면 실패한 삶이 되는 난제중의 난제인 것이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각자 치열하게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나 역시 삶속에서 다이어트는 꽤나 큰 문제였다.

 

선천적으로 허약하게 태어났던 나는,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까지 한약을 먹어야 했고, 그 약빨 덕분인지 3학년때부터 급속도로 살이 불기 시작해, 5학년때쯤엔 이미 비만아가 되어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무렵부터 어머니께서 운동을 시키기 시작하셨고, 20여년동안 운동은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줄넘기는 거의 달인 수준이고, 탁구, 배드민턴, 축구, 농구, 합기도, 태권도까지 왠만한 운동은 조금씩 다 할 줄 알았다.

하지만, 10여년간 한약과 함께 쟁여진 살들은 쉽게 내 몸을 이탈하지 않았고, 급기야 어머니께서는 돼지라고 부르시며 정신적으로도 꽤나 혹독한 다이어트를 시키셨다.ㅋㅋ

그 와중에, 입시를 코앞에 두게 되는 고교시절을 거치면서 운동과 거리가 멀어지고, 야자 - 야식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살들은 꾸준하게 번식을 했다.

 

결국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살과의 전쟁 2차전에 돌입하게 되었다. 남중 - 남고라는 환경적 요인으로 비교적 내게 접근하지 못했던 다이어트라는 화두는 쭉쭉빵빵한 친구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동갑내기 여자애들의 구애어린 시선을 통해 충격적으로 와닿았다.

대학 1학년 말미에 극적으로 성공했던 제 2차 다이어트전은 내게 날렵한 턱선을 주긴 했지만, 위경련과 위염이라는 상처를 남겼다.

결국 머잖아 체중은 원상복귀 되었지만, 그 무렵부터 시작했던 헬스덕분에 체중에 반 이상이었던 체지방들은 근육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군 제대후에 무릎 연골판을 오려내는 수술을 하면서 나의 가장 큰 아군이었던 조깅과 파워워킹이 전사하고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ㅜㅜ

 

그리고 오랜 세월 나의 웨이트 프로그램엔 유산소가 없었고, 체지방과 함께 근육량은 미친듯이 불어났고 체중의 2/3 에 육박하는 근육을 나머지 체지방들이 뒤덮고 있는, 소위 조폭체형이 되어버렸다. ;;;

 

3차 다이어트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조깅과 파워워킹은 전사하였지만, 싸이클이라는 원군과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을 유산소처럼 하는 방법까지 체득하고 만 것이었다.

다이어트전의 필승공식인 '식단조절' 은 총알(돈!!) 의 부족으로 가정식으로 할수 있는 최대한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인스턴트 식품과 간식들을 모조리 몰아낸 뒤에도, 결국 술! 이라는 강력한 적때문에 뱃살들은 아직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자, 이정도면 나의 삶도 다이어트 홀릭이라고 말할 만 하지 않은가?? ㅋㅋ

 

 

'세계인구 중 17억명은 과체중이고, 13억명은 기아라잖아.

누군가는 너무 많이 먹어 다이어트를 해야 하고, 누군가는 먹을 게 없어 진흙 쿠키라도 먹어야 하는 현실...

게다가 나머지 35억명 중에선 별거 아닌 문제로몸에 돈을 처들이는 사람들도 많을테고. 세상은 참 아이러니해'

(다이어트 홀릭/ 오렌지스킨, 혹은 진흙쿠키 중/신현수)

 

'상상해 봐. 휠체어가 꽉 차도록 살이 찐 남자.

누군가에게 업히지도 못할 만큼 무거운 장애인.

겉치레의 다이어트지만 내겐 생존의 절실함이야'

(다이어트 홀릭/ 내 남자의 가벼움/ 김경해)

 

책 안에 등장하는 이런 대사들과, 이런 등장인물들이 내 가슴에 와서 콕 하고 박힌 것이 바로 그 증거이리라.

 

다행히, 나는 다이어트와의 끊임업는 전쟁들 덕분에 여러가지를 배웠다.

운동의 즐거움, 유익. 근육운동을 위해 공부한 수많은 생리학들.

식욕을 적당히 절제하는데 따른 즐거움들. 소식의 가뿐함과 음식 칼로리에 대한 지식들 등.

 

이것들은 모두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것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사용되기 시작하는 순간, 내 육체의 대부분은 태워 없애야 하는 잔여물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외모가 힘이 되고 권력이 되는 요즘 세상은 정말 이상하지만,

인류가 사회를 이룬 이래로 이상하지 않은 적이 언제 있었던가??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다이어트가 될 것인가,

다이어트를 위한 혹독하고 고통스러운 삶이 될 것인가.

 

단순한 말장난이라고??

그래도 좋다.

 

모든 건 마음먹기 달린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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