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걸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7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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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환경에 귀속되어 살아간다.

귀속된 환경 속에서 어떤 사람은 적당히 만족하며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치열하게 위를 꿈꾸며 살아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주변의 기대어린 시선에 못이겨 수동적인 삶을 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끊임없이 자아를 추구하며 능동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 어떤 사람도 '내가 정답' ,혹은 '네가 오답' 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삶은, 인간의 수만큼의 유형만이 있을 뿐인 정답없는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정답이 있는 곳이 있다.

위에 언급된 모든 유형의 삶이 치열하게 얽혀서 오직 한가지 정답만을 강요당하는 곳.

 

바로 대한민국의 정규 고등학교 과정 중에 있는 학생들.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쳐 서양에서는 준 성인으로 대접받는 이들을 한 공간안에 모아놓고 가열차게 한 정답만을 강요하는 독특한 공간.

 

각자 자신의 환경 속에서 나름 자신의 인생과 장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기도 전에, 획일화된 정답을 강요받는 이들은 사춘기와 맞물려 자신들만의 자아찾기를 시도한다.

 

'그래, 난 고등학교때 참 유치했지' 라고 생각할만한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 분들께는 모란 고등학교의 여주인공들도 유치하게만 보일테니 말이다.

 

남고, 여고, 남녀공학고를 불문하고, 이 작품 속에는 우리가 한번씩 만나봤을만한 친구들이 등장한다.

탤런트가 꿈이지만 너무 뚱뚱하고 못생겨서 고민인 은비, 시나리오 작가가 꿈이며 꽃미남을 너무나 좋아하는 지형,

당차고 똑 부러졌으며 할말은 다 하고야 마는 까칠한 소울, 공부는 바닥을 기지만 미모와 순수함만은 최고인 혜지.

 

이 네명의 소녀들이 자신들의 반짝거리는 꿈과, 획일화되고 어두운 교실안에서 느끼는 커다란 괴리감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발랄하고 가벼운 필치로 그려지고 있다.

너무나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은, 그렇기에 더 설득력이 있다. 아직 많은 경험을 통해 순수한 자신만의 개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아이들.

 

나 역시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나는, 이미 고등학교때 군대를 다녀온 형들만큼 조숙했으니 말이다..ㅋㅋ

이 책에 등장하는 소녀들도 어쩌면, 너무 빨리 깨달아 버린걸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불합리함과 부조리함. 편견과 아집으로 똘똘뭉친 어른들. 그리고, 그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언젠가는 그 세상으로 나가야만 하는 자신의 미래를 알아버리기에, 고등학교 1학년은 아직 너무 어리다.

 

이들의 고민은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안에 있지만, 사회라는 커다란 공간으로 나와도 여전할 것이다.

어쩌면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으로 나가도 여전할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타인에게는 지극히 작은 것이지만, 개인에게는 가장 거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꿈을 꾸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꾸는 꿈은 10년안에 서울 귀퉁이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하는 것일터다.

또는 공무원이 되어 미래 걱정 없이 사는 것일테다.

 

꿈을 꾸고 있는 닌자걸스, 4명의 소녀들은 머잖아 이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사회 속으로 뛰어들 터다.

하지만, 학교라는 불합리한 공간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 소녀들은 분명, 사회라는 부조리한 공간 안에서도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터다.

 

결국 희망은 우리 세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이다.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길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세대를 살아가는 모든 젊은이들의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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