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일단 - 솔직히 말하자면, 많은 부분에서 전 세계적으로 초 히트한 온라인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가 떠올랐다.

하지만, 또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 는 말 또한 떠올랐다.

 

이 작품은 기존의 알려져있는 여러 판타지 세계관을 한방에 뒤엎는 획기적인 세계관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그 세계관들을 신선하고 낯선 방식으로 재창조 했음은 엄연한 사실이고, 대단한 성과이다.

 

한국의 많은 판타지 문학들은 무협지와 더불어 양대 킬링타임용 소설로서 푸대접을 받아왔다.

판타지 문학과 무협지들의 양적인 팽창은 분명 90년대 후반,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던 대여점의 호황과 그 맥을 함께한다.

특히, 한국의 판타지 문학은 어느정도 문학적인 틀을 유지하던 '반지의 제왕' 류의 판타지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적인 요소를 배가시킨 '로도스섬 전기' 나 '슬레이어즈' 류의 일본식 판타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구 판타지와 일본식 판타지가 각각 가지고 있는 여러 특징을 모두 나열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대표적인 것 한가지만 말하자면,

서구 판타지는 '세계관' 위주의 이야기라면, 일본식 판타지는 '캐릭터' 위주의 이야기이다.

때문에 서구 판타지는 에피소드나 등장인물들이 리얼한 반면, 지나치게 디테일한 설명이 곁들여 지기에 술술 읽히는 맛이 별로 없다.

 반면, 일본식 판타지는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서술되기때문에 쉽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지만,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즉, 만화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파생문학인 것이다.

 

한국의 판타지 문학은 대본소와 대여점을 타깃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 질보다는 양을 우선시 할 수 밖에 없다.

한 에피소드를 완성도 있게 압축하는 작가보다, 그 긴장감을 유지시키면서 2권 3권을 '양산' 해 낼 수 있는 작가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한국 판타지 문학의 1세대를 장식했던 이우혁, 김근우, 전민희, 이영도 같은 작가들은 금방 판타지 문학계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일본식 판타지에 서양식 문학성을 더하고, 한국적인 요소까지 가미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시도했던 작가들이었기 때문이다.

 

킬링타임용 판타지 문학들은 점점 더 '재미' 만을 추구하며 10권 20권씩 시리즈가 나오기에 이른다. 무협지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판타지와 무협의 퓨전까지 추구하게 된다. 심지어 책이 찍혀 나온 뒤에 팬들로부터 욕을 먹자, 그 권을 취소하겠다.. 없었던 걸로 하자, 는 식의 다음권이 나온 예도 있다.

일본의 장르문학이 컨텐츠로서의 다양성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것과 달리 ,한국의 장르문학은 오히려 어처구니 없이 변질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세대의 역량과 그 도전정신이 계승되면서 이영도 작가처럼 꾸준히 자신의 철학을 작품속에 녹여내는 판타지 작가들도 분명 존재하고, 그들을 위한 출판사들도 나오고 있는데, 이 로크 미디어라는 회사가 그것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김근우를 다시 불러내어 온라인 연재 - 책 출간이라는 현명한 방법으로 팬들에게 접근하고, '경계문학' 이라는 단어를 대중들에게 전파하는 등 한국 장르문학 발전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 역시 그런 좋은 발자취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이 작품은 기존의 널리 알려져 있던 판타지 세계관을 몇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재미있는 어드벤쳐 소설인 동시에, 두 남자(부자) 의 버디 스토리이기도 하며, 긴 길을 떠나는 로드 스토리이기도 하다.

 

등장하는 수많은 종족들은 그 설명이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필요한 만큼은 충분히 소개되고, 그 네이밍 센스 역시 탁월하다.

종족적 특성들이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성격이나 개념들이 좀 더 디테일하고 다양하게 소개되었으면 정말 재미있었을 듯 하지만, 그랬다면 책이 정말정말 길어졌을터다. ^-^

지루할 새 없이, 각 종족들에 대한 소개가 나오고, 무르무르 라는 종족의 독특한 개성과 그로 인한 성격들이 소개된다.

무르무르 족에 대한 생활과 역사, 생활관, 개념 그로 인한 성격등은 정말 인과관계가 뚜렷하고 참신하다.

주인공 캐릭터는 지나치게 엄친아라서 조금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 선한 성격 덕에 적어도 안티는 생기지 않을 듯 하다.

 

이런 식으로 각 종족은 물론, 나머지 여섯개의 달과 가이아에 대한 이야기 까지 나온다면....적어도 100권은 되는 초 대하 서사시가 가능하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여운이 많이 남는 열린 결말도 대단히 좋다.

이 부분은 독자마다 호불호가 뚜렷할 테지만 말이다..ㅋㅋㅋ

 

 

 

덧붙임: 이 작품이 카피에서 '반지의 제왕' 과 비견된 이유는 솔직히 딱 하나다.

다른 종족들에 비해 비교적 약한  주인공들이 '산으로 가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은 들먹이지 않았어도 충분했을텐데...하는 마음이 든다.

반지의 제왕을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서구 판타지는 인물에 대한 소개가 구구절절, 아라곤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부터 아주아주 상세하게 나오기 때문에 대단히 지루하지 않은가?

당시 서구 판타지는 그게 일종의 문학기조였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없었다면, 무르무르는 나오지도 못했으리라..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