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그들의 이야기
스티브 비덜프 엮음, 박미낭 옮김 / GenBook(젠북)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조금 투박한 느낌의 제목.

왠지 남중, 남고, 이공계, 군대 같은 느낌의 제목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실려있을까?

얼마전에 읽었던 30대 싱글녀들을 겨냥한 일종의 실용서적이었던 '싱글도 습관이다' 의 대척점에 있는 도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심리학 계열의 실용서적이겠거니, 하고 펴들었는데, 이게 왠걸.

 

첫번째 아내와 이혼하고, 두번째 아내를 사별한 한 남자의 수기가 툭 튀어나온다.

첫번째 이혼과 함께 둘 사이에 있던 어린 아들에 대한 양육권을 잃고, 두번째 여자를 만나 결혼한 이 남자.

박복하게도, 두번째 아내와 사이에 어린 아들만 남기고, 사별하고 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첫번째 전처와 사이에 있던 아들까지, 자신이 길러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졸지에 세남자만이 덩그러니 집에 놓여진다.

극히 드물다는 편부 가정. 이 막막한 상황속에서 아들들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과정이 솔직하게 그려진다.

 

그렇다.

 

이 책은 심리학 책도 아니고, 실용서적은 더더욱 아니다.

 

이 작품은 일종의 수기 모음이다. 여러 분야의 남자들의 에세이를 모아놓은 책으로, 소설가, 방송작가, 칼럼니스트, 시인, 학교 선생님은 물론 사회보호대상자와 유엔군 연락장교들까지 여러 직종의 남성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빌 브라이슨' 같은 여행작가의 글도 실려있다.

 

이 책은 남자들은 물론 여자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남자들이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예시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남성으로 살아가면서 부딪히게되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어떻게 해야 극복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훌륭한 지침서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의 남성들은 가족을 부양해야 할 의무가 있다.

때로 그 의무는 남자들에게는 물론 여자들에게도 큰 부작용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세상은 점차 여성중심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남성들은 사회에서 발 붙일곳을 서서히 잃어가면서 많은 장벽들에 부닥치고 만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이 무너지면서 급속도로 가정해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회에서는 '가정' 이라는 사회 속에서 남성의 위치는 중요하고도 확고했다.

하지만, 그 위치가 무너지면서 '가정' 이라는 사회가 구심점을 잃고 해체되는 현상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수렵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냥' 이었다. 신체적으로 여성보다 뛰어난 남성 중심의 사회가 이루어짐은 당연하다.

여성들은 연약한 몸을 지키기 위해 그나마 자신보다 육체적으로 강한 남성에게 귀속되어야만 했다.

농경사회에서도 그 틀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회는 꾸준히 변모했고, 경제가 중심이 되는 지금의 사회에서 여성에 비한 남성의 육체적인 우월성은 더이상 큰 메리트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남성이 없이도 종족번식조차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제, 남성중심의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패러다임의 축이 여성중심으로 급격하게 쏠리고 있다.

몇천년간 쌓여온 이 패러다임은 불과 몇백년, 아니 어쩌면 몇십년 사이에 완벽하게 뒤바뀔지도 모른다.

기실, 이러한 변화는 수십년전부터 예측되어 왔다.

우리가 고등학교때만 해도 '유니섹스UNISEX' 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오지 않았는가?

 

남성중심의 사고에서 탈피하여야 하는 것은 비단 남자들만의 숙제가 아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여성들의 남성에 대한 편견 역시 깨져야 할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은 남성우월이 아닌, 남성차별이다.

애초에 페미니즘이라는 사상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여성들이 남성들을 적으로 삼아 경계하고, 무시해야 한다는 사상이 아니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해져야 한다는 사상이다.

 

이제, 남자들이 바뀌어야 할 때다.

변화를 두려워 하지 말고, 추구하며, 여성들과 평등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칫하면, 위에 언급한 것 처럼 오히려 여성 상위시대를 맞아, 경계당하고, 무시당하고 적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있어 훌륭하고 깊진 않지만,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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