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홀릭 - 9인 9색 재기발랄 소설집
권혜수 외 지음 / 텐에이엠(10AM)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은 이 '다이어트' 라는 화두를 가지고 9명의 작가들이 각각의 생각들을 단편소설로 엮은 일종의 단편집이다.

단편집은 단편집인데, 동일한 소재를 다룬 단편이라...

꽤나 신선하고 실험적인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9편의 단편들은 때론 가볍게, 때론 무겁게, 때론 리얼하게, 때론 판타스틱하게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각자의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각 작품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각자 자신의 이유를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를 한다.

그들에게 음식은 독이고, 적이다.

 

어느샌가, 세상이 '외모' 가 곧 '권력' 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인류생존을 위해 '아름다운 외모' 로 진화하고 있다고 하니, 꽤나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다이어트라는 단어는 어느새 자기만족을 위한 단순한 행위를 넘어 생존과 성공을 좌지우지 하는 커다란 화두가 되어버렸다.

이 화두를 풀어내면, 성공적인 삶이 되고, 풀어내지 못하면 실패한 삶이 되는 난제중의 난제인 것이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각자 치열하게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나 역시 삶속에서 다이어트는 꽤나 큰 문제였다.

 

선천적으로 허약하게 태어났던 나는,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까지 한약을 먹어야 했고, 그 약빨 덕분인지 3학년때부터 급속도로 살이 불기 시작해, 5학년때쯤엔 이미 비만아가 되어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무렵부터 어머니께서 운동을 시키기 시작하셨고, 20여년동안 운동은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줄넘기는 거의 달인 수준이고, 탁구, 배드민턴, 축구, 농구, 합기도, 태권도까지 왠만한 운동은 조금씩 다 할 줄 알았다.

하지만, 10여년간 한약과 함께 쟁여진 살들은 쉽게 내 몸을 이탈하지 않았고, 급기야 어머니께서는 돼지라고 부르시며 정신적으로도 꽤나 혹독한 다이어트를 시키셨다.ㅋㅋ

그 와중에, 입시를 코앞에 두게 되는 고교시절을 거치면서 운동과 거리가 멀어지고, 야자 - 야식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살들은 꾸준하게 번식을 했다.

 

결국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살과의 전쟁 2차전에 돌입하게 되었다. 남중 - 남고라는 환경적 요인으로 비교적 내게 접근하지 못했던 다이어트라는 화두는 쭉쭉빵빵한 친구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동갑내기 여자애들의 구애어린 시선을 통해 충격적으로 와닿았다.

대학 1학년 말미에 극적으로 성공했던 제 2차 다이어트전은 내게 날렵한 턱선을 주긴 했지만, 위경련과 위염이라는 상처를 남겼다.

결국 머잖아 체중은 원상복귀 되었지만, 그 무렵부터 시작했던 헬스덕분에 체중에 반 이상이었던 체지방들은 근육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군 제대후에 무릎 연골판을 오려내는 수술을 하면서 나의 가장 큰 아군이었던 조깅과 파워워킹이 전사하고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ㅜㅜ

 

그리고 오랜 세월 나의 웨이트 프로그램엔 유산소가 없었고, 체지방과 함께 근육량은 미친듯이 불어났고 체중의 2/3 에 육박하는 근육을 나머지 체지방들이 뒤덮고 있는, 소위 조폭체형이 되어버렸다. ;;;

 

3차 다이어트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조깅과 파워워킹은 전사하였지만, 싸이클이라는 원군과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을 유산소처럼 하는 방법까지 체득하고 만 것이었다.

다이어트전의 필승공식인 '식단조절' 은 총알(돈!!) 의 부족으로 가정식으로 할수 있는 최대한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인스턴트 식품과 간식들을 모조리 몰아낸 뒤에도, 결국 술! 이라는 강력한 적때문에 뱃살들은 아직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자, 이정도면 나의 삶도 다이어트 홀릭이라고 말할 만 하지 않은가?? ㅋㅋ

 

 

'세계인구 중 17억명은 과체중이고, 13억명은 기아라잖아.

누군가는 너무 많이 먹어 다이어트를 해야 하고, 누군가는 먹을 게 없어 진흙 쿠키라도 먹어야 하는 현실...

게다가 나머지 35억명 중에선 별거 아닌 문제로몸에 돈을 처들이는 사람들도 많을테고. 세상은 참 아이러니해'

(다이어트 홀릭/ 오렌지스킨, 혹은 진흙쿠키 중/신현수)

 

'상상해 봐. 휠체어가 꽉 차도록 살이 찐 남자.

누군가에게 업히지도 못할 만큼 무거운 장애인.

겉치레의 다이어트지만 내겐 생존의 절실함이야'

(다이어트 홀릭/ 내 남자의 가벼움/ 김경해)

 

책 안에 등장하는 이런 대사들과, 이런 등장인물들이 내 가슴에 와서 콕 하고 박힌 것이 바로 그 증거이리라.

 

다행히, 나는 다이어트와의 끊임업는 전쟁들 덕분에 여러가지를 배웠다.

운동의 즐거움, 유익. 근육운동을 위해 공부한 수많은 생리학들.

식욕을 적당히 절제하는데 따른 즐거움들. 소식의 가뿐함과 음식 칼로리에 대한 지식들 등.

 

이것들은 모두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것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사용되기 시작하는 순간, 내 육체의 대부분은 태워 없애야 하는 잔여물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외모가 힘이 되고 권력이 되는 요즘 세상은 정말 이상하지만,

인류가 사회를 이룬 이래로 이상하지 않은 적이 언제 있었던가??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다이어트가 될 것인가,

다이어트를 위한 혹독하고 고통스러운 삶이 될 것인가.

 

단순한 말장난이라고??

그래도 좋다.

 

모든 건 마음먹기 달린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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