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 워 : 아이언 맨 시공그래픽노블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 외 지음, 최원서 옮김 / 시공사(만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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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 워: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 리뷰(http://blog.naver.com/fireflag/150103170825)를 하고 보니, 전에 읽었던 아이언 맨 편은 리뷰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빌 워: 스파이더 맨] 과 [시빌 워] 그리고 [시빌 워: 울버린(영문판)] 을 모두 읽은 뒤, 다시 펼쳐본 [시빌 워: 아이언 맨] 은 보다 명확하게 다가왔다.
[시빌 워: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 [시빌 워] [시빌 워: 울버린] 은 각각 한 작가가 작품을 다 작업한 한가지 이야기이다.
[시빌 워: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 은 마이클 스트라진스키가, [시빌 워] 는 마크 밀라가, [시빌 워: 울버린] 은 마크 구겐하임이 작업한 한 편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아이언맨 편은 다르다. 이 책 안에는 시빌워가 일어나는 동안 아이언맨의 세가지 이야기가 단편처럼 들어있다.
 
첫번째 작품인 '루비콘' 은 GAGE라는 작가가 스토리를 쓴 작품으로, 초인등록법안에 찬성하는 아이언맨을 필두로 한 찬성파와 법안에 반대하는 캡틴 아메리카를 필두로 한 반대파가 대규모로 부딪혔던 게펜 마이어 화학공장에서의 전투 직후를 다루고 있다.
'초인 등록 법안' 이 처음 발효되고 얼마간은 히어로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찬성을 지지하는 쪽도, 반대를 지지하는 쪽도 양 세력이 극명하게 나뉘어 목숨을 걸고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막연하게 서로 대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찬성파의 우두머리인 아이언맨과 반대파의 우두머리인 캡틴 아메리카는 한 팀(어벤저스)의 파트너였을 뿐 아니라 히어로들 또한 팀을 이루어 수많은 적들을 상대했던 전우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게펜 마이어 화학공장에서의 전투를 통해 찬성파와 반대파는 결코 화합할 수 없음을 인지하게 된다. 육체를 거대화 시킬 수 있는 반대파의 '골리앗' 이 찬성파의 클론 '토르' 에게 살해당함으로서 서로 죽고 죽이는 진정한 의미의 '적' 이 되었음을 양 진영에 깊이 각인시킨 계기가 된 것이다. 바로 이 전투 이후에 아이언 맨은 캡틴 아메리카에게 독대를 요청한다.
[시빌 워: 아이언 맨] 의 서두를 장식하는 작품 '루비콘'은 바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독대를 다룬다.
대화와 회상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루비콘' 을 통해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 간의 뿌리깊은 신뢰와 우정을 엿볼 수 있고, 이러한 신뢰와 우정 속에서도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양 극단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그들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
(※참고로 루비콘은 로마 공화정 말기, 카이사르가 반란을 일으키러 갈 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라는 말과 함께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기록을 통해 서양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을 때 인용되는 말. 이 작품에서는 그와 함께 '내전의 시작'  역시 의도하는 것으로 보여짐.)
 
두번째 작품인 '인빈서블 아이언맨' 은 [시빌 워]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도중 발표된 아이언맨의 단독 캐릭터 라인업인 '인빈서블 아이언 맨' 에 발표되었던 작품이다. (시빌 워: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 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 다니엘과 찰스 크누프가 스토리를 썼으며, '루비콘' 과는 다른 그림작가가 그림을 그려서 느낌은 완전히 달라진다. '인빈서블 아이언맨' 은 메인 이벤트였던 [시빌 워] 의 직전 시점부터 중반~후반정도의 시점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빌 워] 에서 찬성파와 반대파들이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창을 벼려내고 있을때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려진다.
토니 스타크 역시 스파이더맨 처럼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초인 등록 법안이 미국의 국민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겼지만, 그것이 자신의 팀을 해체시키고, 절친했던 파트너인 캡틴 아메리카와의 사이를 갈라놓고, 사랑했던 친구들을 적으로 돌리게 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확신을 갖게 되는 계기가 바로 이 '인빈서블 아이언 맨' 편에서 그 윤곽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그려지는 작품인 '고해성사 THE CONFESSION' 편은 '마크 밀라' 와 더불어 마블이 자랑하는 스토리 텔러인 마이클 벤디스가 스토리를 집필한 작품으로 알렉스 말리브의 원화와 호세 비얄루비아의 독특한 색감이 어우러지는 멋진 작품이다. 많은 팬들이 [시빌 워] 라인업에서 가장 최고로 손꼽는 미니 시리즈이기도 하다. 짧은 두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는데, 첫번째 고해성사는 [시빌 워] 가 끝나고 캡틴 아메리카가 피격을 당해 살해된 직후, 아이언 맨의 처절한 감정을 다루고 있고, 두번째 고해성사는 [시빌 워] 의 마지막 전투에서 스스로 투항한 캡틴 아메리카를 수감하는 와중에 벌어지는 아이언 맨과의 대화 내용이 담겨있다. 위에 언급한 대로 이 두 에피소드는 [시빌 워] 전체를 마무리하는 에필로그인 동시에 다음에 벌어질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프롤로그이기도 하다.
 
앞으로 시공 그래픽 노블 라인업에는 [시빌 워: 캡틴 아메리카] 와 [캡틴 아메리카의 죽음] 이 발매 예정되어 있다.
이 두 편이 마저 발간되면, [시빌 워] 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는 거의 완성이 되는 셈이다.
 
[시빌 워] 는 단순하게는 마블 코믹스의 유명한 히어로들을 총 출동시키는 초대형 볼거리 인 동시에, 미국 민주주의의 현 주소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시빌 워] 를 기획했던 마크 밀라는 작품의 컨셉을 9.11 테러에서부터 빌려 왔다. 수천명이 동시에 사망한 이 무시무시한 테러로 인해 미국 전역에 테러에 대한 공포가 병처럼 퍼지게 된다. 자유 민주주의의 토대 안에서 자라왔던 미국인들은 '자유보다 안전이 우선' 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그로 인해 국토안전부의 권력과 중앙정보부, 특수정보국은 물론 경찰 등 공권력이 강해졌으며, 반대로 인권보호가 약화되었다. 미국인들은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나의 자유를 어느정도 제한당하는 인권침해요소를 무시하게 된 것이다. 테러 방지와 예방을 위한 수많은 법들이 제정되었고, 마크 밀라는 바로 이런 현상을 작품속에 녹여내게 된 것이다.
 
발상은 이렇다. 마블 유니버스 안에서 911 테러에 못지 않는 거대한 테러가 일어난다면.
그것이 악당들때문이 아닌, 히어로 때문이었다면.
(사실 이 이야기는 수 년 천 DC코믹스의 '킹덤 컴' 이라는 작품에서 비슷하게 다뤄지기도 했다.)
 
이런 발상은 이미 세계관을 이루고 있는 생생한 캐릭터들의 힘을 입어 뛰어난 설득력. 즉, 리얼리티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시빌 워: 아이언 맨] 은 이런 리얼리티에 방점을 찍을만한 작품이다.
여기에 [시빌 워: 캡틴 아메리카] 까지 나온다면 [시빌 워] 의 가장 중요한 인물들인 아이언 맨, 스파이더 맨, 캡틴 아메리카 가 각각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 계획들, 행동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어떻게 이런 결과를 도출해 내게 되었는지가 더욱 선명해 질 것이다.  
 
[시빌 워] 를 보고 많은 미국 히어로 팬들이 아이언 맨에게 등을 돌리게 되었다.
실제로 많은 팬들이 아이언맨을 나쁜놈이라고 욕하기도 하는데, 그런 반응을 이끌어내는 미국 만화 문화의 힘이 놀랍고도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언맨을 실제 사람처럼 인식하고, 욕하는 것이지 않는가.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아이언 맨이 찬성파에 서게 된 이유, 그리고 찬성파의 수장으로서 겪은 고뇌와 그로 인한 고통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시빌 워] 이후 토니 스타크는 '익스트리미스'  (참고: [아이언 맨: 익스트리미스] 몸 안에 나노머신이 퍼져서 아이언맨 수트와 신경계통이 통하게 되면서 생긴 특수능력. 이 능력을 통해 토니 스타크는 기계의 도움 없이 아이언 맨 수트를 몸에 착용할 수 있게 된다. 마치 수트 자체가 살아있는 것 처럼 움직여서 토니 스타크의 몸에 입혀진다.) 을 서서히 잃게 된다. 아마도, 그가 겪었을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빌워: 아이언맨 의 앞 뒷 표지와 첫번째 이야기인 '루비콘'  일부.
 
 
 
 
 
시빌 워: 아이언맨 의 마지막 작품 중 첫번째. 고해성사 1 의 마지막 장면.
(※사진은 '케로로크리스' 님의 포스팅에 있던 걸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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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이해
스콧 맥클라우드 지음, 김낙호 옮김 / 비즈앤비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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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

일단 '만화' 라는 매체 자체를 상업성과 기술이 아닌 문화와 미학의 관점에서 접근한 작가의 탐구와 연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만화' 란 무엇일까??

연속된 그림이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그림의 조합이다, 그림 소설이다...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주장들을 들어도 만화는 문학의 한 줄기이거나, 회화의 한 줄기로 이해될 것이다. 문학과 회화의 조합이긴 하지만, 문학에도 회화에도 속할 수 없는 '아류' 로서 존재하는 수준낮은 대중예술, 혹은 상업예술. 그 이상일 수 없을 터다. '예술' 이라고 부를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부류도 많을 터다. 책의 초반에 등장하기도 하는 유명한 관용어구. "만화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전 세계의 모든 문화권에서 통용될법한 이 관용어구는 인류가 '만화' 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속성을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만화라는 매체의 역사 또한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실에선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 '스콧 클라우드' 는 사람들이 만화의 폭을 너무 좁게 잡고 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온다고 주장한다.

 

나도 대학에서 만화를 공부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질문이었다.

"만화는 무엇이냐?"

안타깝게도 대학의 교수직을 맡은 작가들 또한 만화에 대한 정의를 올바로 내리지 않았더랬다. 하기사, 대학은 만화를 '학문' 으로 접근해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했지만, 만화가 대학의 커리큘럼에 들어간지 이제 갓 십여년이 지났을 뿐이다. 각 대학의 만화과들은 만화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만화를 만드는 기술만을 가르치고 있다. 이런 초보적인 교육 하에서 과연 '대학' 이 '만화' 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어떤 길로 인도할지 졸업생인 나부터도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애초에 한국이라는 사회의 대학이란 공간은 몇몇 학과를 제외하고는 그저 취업예비학교에 불과하지 않던가. 예술 중에도 가장 저급 예술로 취급받는 만화과 학생들에 대한 관심 또한 오죽할까. 대학의 만화과 교수라는 분들은 한명이라도 작가데뷔 시키는 것이 목적일터다. 그의 수십명, 수백명의 동기들은 뭐가 되든지 말이다.

 

스콧 맥클라우드는 '만화' 를 학문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인물은 아닐터다.

하지만, '만화의 이해' 는 만화를 주제로 한 가장 '논문 스러운' 작품임은 확실하다. 물론 만화에 대한 여러가지 기술을 다룬 소위 '작법서' 들은 엄청나게 훌륭한 일본서적들도 많다. 연출기법, 캐릭터 구성 기법, 만화의 시각적 흐름을 제어하는 기법, 네모난 컷 안에 여러가지 요소들을 집어넣는 기법에 대한 일본 책들은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그 안에 물론 이론적인 설명들 또한 들어있다. 하지만, 만화라는 장르 자체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학문적 접근을 이뤄내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이토록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풀어낸 작가는 없었다.

 

자,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만화란 무엇일까?'

일단 만화의 특징들 중 하나인 '칸' 을 생각해보자.

 

많은 작가들이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칸' 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물론 '칸'이 없는 만화도 있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칸은 분절된 '컷' 의 의미로서의 칸이다.

만화는 여러개의 칸이 여러 방향으로 모여서 이루어진다. 칸과 칸은 서로 일정한 공간을 두고 떨어져 있다. 이 칸을 통해 만화는 수많은 마법과도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칸과 칸은 시간, 공간, 인물, 사상과 개념까지도 뛰어넘는다. 독자들은 지금 보고 있는 칸의 다음 칸에 어떠한 장면이 들어올지 상상하고, 기대한다. 이 보이지 않는 칸과 칸 사이의 빈공간. 스콧 맥클라우드는 이 빈공간이야 말로 만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개념적인 특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만화는 '보이지 않는 예술' 이라는 용어도 사용한다. 이 칸 안에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것' 들이 보여지게 표현된다. 바로 감정을 그려내는 것이다.

만화를 보는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인공이 보는 것들을 함께 보고, 심지어 주인공의 감정까지도 볼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배우의 표정이나 연기를 보고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그 자체가 되어, 주인공이 보는 세상을 똑같이 보고, 그 감정도 여러가지 시각적인 그림들을 통해 눈으로 보며 느낄 수 있다.

 

만화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보되,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는 매체이다. 예를들어, 1번 칸에서는 험상궂게 생긴 악당이 주인공의 뒤에서 방망이를 들고 다가오고 있는 그림이 들어있다고 치자. 그리고 2번 컷이서는 새카만 밤하늘 속으로 '퍽' 하는 의성어와 삐죽삐죽한 말풍선 안에 '으아아악' 이라는 글씨가 써 있다고 상상해보라.  독자들은 1번칸과 2번칸의 빈 공간 사이에 어떤일이 일어났는지 반드시 상상해야 한다. 악당이 주인공의 뒤통수를 어떻게 후려쳤을까?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듯 수평으로, 혹은 위에서 아래 직선으로, 대각선으로. 혹은 왼손잡이일 수도 있다. 왼손으로 휘둘렀을 수도, 오른속으로 휘둘렀을 수도.

만약, 3번 컷에, 주인공이 태평하게 두 손을 탁탁 털고있는 그림이 있다면, 독자들은 1번 컷과 2번 컷 사이에 우리의 주인공이 뒤에서 다가오는 악당을 알아채고 멋지게 반격했을 것임을 상상해야만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내용이 자동적으로 떠오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만화가 가지고 있는 힘이다.

 

만화는 독자들에게 상상을 강제한다. 일종의 자유 연상을 의도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극적인 것, 선정적인 것, 감동적인 것과 행복한 것 등 능숙한 작가가 의도하는 모든 것들을 글이나 그림, 영화나 드라마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애초에 글과 그림을 함께 보면 이해력과 기억력이 훨씬 높아진다는 임상실험 결과도 있었다.

재미있게도 이 책 또한 만화로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만화에 대한 학문적, 분석적인 작가의 주장이 보다 쉽게 이해되고 대중적으로 받아들여 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몇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글' 과 '그림' 에 대한 부분이다.

인류에게 최초의 문자는 '상형문자' 였다. 이집트 사자의 서나 고대의 파피루스들. 그리고 바빌로니아의 수메르 문자나 중국 황허문명의 갑골문자의 유물들은 태초에 글과 그림은 하나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자의 서' 는 최초의 서사구조를 가진 글이기도 하지만, 만화의 원형이기도 하다. 사자의 서에 등장하는 글자들은 인물들의 생전 모습이 단순화된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만화에서 이야기하는 '카툰화' 의 원형이기도 하다. 사자의 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카툰화된 캐릭터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 '글자' 들은 칸으로 나뉘어 있기도 하고, 칸과 칸 사이에는 생략된 시간의 흐름이 보이지 않게 숨어있기도 하다. '만화' 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표음문자가 탄생하면서 글과 그림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문학과 회화의 분리인 것이다. 수세기가 흐르면서 글과 그림은 문학과 회화로 완벽하게 나뉘어졌으며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굳어졌다. 그리고, 그 와중에 문학과 회화는 과거의 모습과 다른 모양으로 다시 하나가 되고자 했다. 바로 만화의 탄생인 것이다. 어쩌면 만화는 인간의 기억 깊숙히 묻혀있던 글과 그림이 하나였던 그 시절에 대한 회귀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스콧 맥클라우드는 이 책을 통해 대중들이 만화를 단순히 즐기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만화' 라는 매체의 발전에 동참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

'자, 이런 시각으로 '만화' 라는 매체를 한번 바라보자. 그리고, 우리 함께 발전시켜 나가자' 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누군가는 반론을 해주길. 그리고 새로운 시각을 발견해주길, 그와 동시에 새로운 만화가 탄생해주길 말이다.

그는 미국만화는 물론 유럽과 일본의 망가를 폭넓게 예로 들면서 깊이있는 '만화담론' 을 추구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웹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대부분의 인구가 창의력으로 반짝이는 우리문화에서 '만화' 란 단순히 작가들의 영역이 아니다. 마치 조선시대 대중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흥겹게 춤과 노래를 즐겼고, 심지어 최하층에 최하층인 각설이들까지 자기네들만의 춤과 노래를 만들어 부른 민족답게, 만화는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흥겨운 대중예술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상품적 가치가 충분한 '만화'를 이용한 반짝거리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있지만, 고고한 척 하는 대중들은 여전히 '만화같은 소리 하고 있네' 라고 한번 웃고 버릴 뿐이다. 옆나라 일본이 해마다 만화를 활용해 뽑아내는 엄청난 부가가치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만화의 학문적, 예술적 담론은 어디도 아닌, 바로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 아닐까?

 

 

이제, 만화는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했다.

웹과 모바일의 세상, 그리고 컬러와 다이내믹의 세상. 컨텐츠와 이야기의 세상이 열린 것이다.

강풀이나 조석같은 작가들이, 당대에 가장 사랑받는 만화가가 될 줄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화세계는 그렇게 변했다. 누구나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누구나 자기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UCC 시대가 정착된 것이다. 대중들은 이제 '그림을 보는 만화' 에서 '이야기를 읽는 만화' 를 선호한다. 이야기에 어울린다면 이노우에 다케히코같은 리얼하고 뛰어난 그림 뿐 아니라, 강풀이나 조석같은 조잡하고 어설픈 그림을 받아들이고 훨씬 더 사랑하며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만화가 가진 힘이다. '마음의 소리' 에 나오는 조석작가 자신의 캐릭터가 아무리 못생겼다고 하더라도, 대중들은 그런 캐릭터도 얼마든지 사랑하고 좋아할 수 있다.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힘 덕분이다.  바로 그것이 만화의 힘이다.

 

많은 만화가 지망생들과 대학에서는 여전히 그림 기술만을 연습하고 있을터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물론 아름다운 그림은 만화에 강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절대 전부가 아니다.

그림에 집착하는 작가는 작화가는 될 수 있을지언정 만화가는 될 수 없을것이다.

그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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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 워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공그래픽노블
마이클 스트라진스키 지음, 론 가니 외 그림, 최원서 옮김 / 시공사(만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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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시빌 워] 의 메인 이슈가 한국 라이선싱 판으로 정식 출간되고 뒤 이어 관련 작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시빌 워: 아이언 맨' 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까지 나왔으니, [시빌 워] 라는 메인 이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몇몇 인물들의 이야기가 보다 디테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아이언 맨은 등록법안 지지자이자 정부의 권한을 위임받은 슈퍼 히어로의 대표였고, 스파이더맨은 그의 절대적인 추종자였다가 결국은 반대자로 돌아서는, 어찌보면 '배신자' 의 역할을 떠맡았다.

 

일단, [시빌 워] 와 후에 [시빌 워: 아이언 맨], [시빌 워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미국의 만화 시스템은 이미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회사' 가 히어로들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비유적으로 설명하자면,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 헐크나 데어데블, 캡틴 아메리카 등 '마블' 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히어로 캐릭터들은 '마블' 이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소속되어있는 연예인, 배우인 셈이다. 이들은 회사가 고용한 작가와 작화가들이 만들어낸 이야기 안에서 연기를 하는 셈이고, 당연하게 다른 회사의 작품에는 출연할 수 없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매 해 새로운 연속극을 준비하고, 배우들을 출연시킨다.

먼저 한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작품군이 있다.

스파이더맨이 메인 캐릭터로 활약하는 작품군에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었다. 이런 한 캐릭터의 작품군은 인기가 좋으면 수년동안 유지되는데, X-맨 시리즈 중에서는 [어스토니싱 X-맨] 이라는 작품군은 지금까지도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또다른 예로 정식 발매된 [아이언맨: 익스트리미스] 는 2005년~2006년에 미국에서 발매되었던 아이언맨이 단독 주연한 인기 드라마였다고 이해하면 된다.

헐크의 경우도 그렇다. 헐크가 단독 주연했던 드라마 [플래닛 헐크] 또한 2005~6년에 미국에서 발매되었더랬고, 그 후속편으로 [월드 워 헐크]가 연속된 스토리로 이어졌다.

※이런 방식이기 때문에, 각 드라마들에서는 처음에 봤던 이야기들과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다. 디자인이 변할 수도 있고, 성격이 조금 변할수도 있으며, 얼굴이나 취향이 바뀌기도 한다. 때로는 어렸을 때 겪었던 사건들 또한 미묘하게 변하기도 한다. [스파이더 맨] 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취향에 따라 과거가 각기 다르게 해석된다고 보면 좋다. 정말 '인물' 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는 배우들을 모두 연계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낸다. 소위 '크로스 오버 프로젝트' 라고 불리우는 큰 이슈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회사에서는 자사의 모든 작품들의 세계관을 하나로 묶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등장한 세계관이 '마블 유니버스' 이다. (경쟁사인 DC 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그런 방법을 써오곤 했다. 고담시와 메트로시티가 옆동네이고, 고담시의 배트맨과 메트로시티의 슈퍼맨은 서로 안면이 있다는 등의 설정 말이다.) 그 이후로 크로스 오버 이벤트는 연례행사가 되었고, 그 해에 출간되는 모든 작품들은 그것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그 중 가장 성공적이었고,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 바로 [시빌 워] 이다.

2007~8미국의 만화계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이 초대형 크로스 오버 이벤트에는 마블의 모든 등장인물들을 무더기로 등장시킨다. 이 이벤트는 사실 몇 년 전부터 차근차근 진행되었던 것으로 세계관 안에서 이런 사건이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스토리 들이 [하우스 오브 엠] [시크릿 워][플래닛 헐크] 등을 통해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시빌 워] 에서는 [하우스 오브 엠] 에 등장하는 내용들로 인해 X-맨들이 등장하지 않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플래닛 헐크] 를 통해 헐크를 우주로 추방시켜 버리면서 [시빌 워] 에 등장할 캐릭터들간의 상성을 조절한 뒤, [시크릿 워] 를 통해 본격적인 갈등을 조장한 것이다.

 

그렇게 마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내전' 이 발발하게 되었다.

 

당연히 2007~8년동안 발매된 모든 '단독 주연' 작품들에도 이 내용이 들어간다. [시빌 워] 라는 메인 코믹스가 진행되는 동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에서는 스파이더맨이 주인공으로서 시빌 워를 감당하는 내용이 보다 디테일하게 들어 있으며, [아이언맨] 에서는 시빌 워의 중요한 인물로서 그가 바라던 결말과 이상이 그려진다. 미국 드라마로 치면 [시빌 워] 라는 드라마가 방영되는 도중에 '아이언맨' 과 '스파이더맨' 이 주인공으로 '시빌 워' 라는 사건을 다루는 스핀오프 드라마라고 보면 된다. 같은 시간대의 같은 주인공이지만, 사건을 따라가는 큰 줄기의 흐름에서는 다룰 수 없는 보다 디테일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

 

[시빌 워: 스파이더맨] 에서는 스파이더맨이 겪는 시빌워의 참상이 그려진다.

스파이더맨은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슈퍼 히어로인데, 다들 아시다시피 마스크 안의 '피커 파커' 는 굉장한 '찌질남' 이다. 하지만, 그것이 슈퍼 히어로라는 관점에서나 그렇지 그냥 '평범한' 사람인 것이다. 약간 우유부단하고, 겁도 많고, 힘을 가지고도 범죄를 모른척 했다가 혈육을 잃기도 하는 소심하고 운도 없는 보통 사람.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피터 파커의 고민은 메인 이벤트인 '시빌 워' 의 가장 중심적인 주제이다.

그들은 왜 마스크를 쓰고 정체를 숨겨야 하는가?

 

아이언맨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수 있었을까? 스타크 인더스트리라는 굴지의 재벌기업 총수인 토니 스타크는 영화에서도 보였다시피 아주 간단하게 언론 앞에서 마스크를 벗는다. 어떻게 그는 그럴 수 있었을까?

반면,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죽자사자 마스크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그의 정체가 알려지면 어떻게 되길래? 평범한 소시민중의 소시민인 피터 파커. 그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지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런 소심한 성격의 스파이더맨이 아이언맨을 우상시하고 따랐다는 점이 이해된다.

 

이 작품을 보면, 스파이더맨의 성격과 생활, 그리고 그가 항상 가지고 있던 근원적 두려움과 질문이 어느정도 윤곽이 잡힐 것이다.

뿐 아니라, [시빌 워] 와 [시빌 워: 아이언맨] 을 함께 읽으면 '시빌 워' 의 전체적인 뚜렷한 흐름 뿐 아니라 그 의미와 담고있는 주제의식을 보다 확연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선택을 한다.

선택 자체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을 때.

그 순간,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자신이 잘못 선택했다고 인정하는 것은 그보다 더 거대한 용기와 다짐이 필요하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선택이 잘못 됐었다' 고 말하는 사람.

그리고, 그 길이 가시밭길에 역경과 고난으로 첩첩이 가로막혔다고 해도, 돌아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히어로 라고 부른다.

 

 

 

 


국내에 정식 발매된 세권의 시빌워 관련 이슈들.

 



이 작품은 아직 정식 발매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꼭 발매되길 바라는 [시빌 워 : 울버린 ]. 이런 식으로 '시빌워' 에 관련된 작품들이 생각보다 많다.


 

 

 

 

잠시 작품을 감상하시죠.



 

 

 

 

p.s 최근 정발되고 있는 미국 만화를 보며 참 많이 부럽다.

얼마전 한국의 국회에서는 만화 진흥법안에 대한 공개토론이 열렸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는 한국 만화의 미래와 발전방향보다는 생존을 위협받는 만화가들의 처절한 현실과 암울한 한국 만화 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다고 한다. 물론 법안 상정 또한 요원한 일일터다. 그네들이 언제 '문화' 의 중요성을 인지한 적 있던가.

조선시대 정조대왕 이외에, 그간 한국의 위정자들에게 문화란 '더 높은 사람에게 뇌물로 바치는 그림' 으로밖에 모르는 치들 아니던가.

 

 

 

 

 

 

 

시빌워 의 메인 이슈.  리뷰 참조: http://blog.naver.com/fireflag/15007592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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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전쟁 - 그들은 어떻게 시대의 주인이 되었는가?
뤄위밍 지음, 김영화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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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피튀기는 처절한 역사가 고스란히 기록되어있는 런던타워의 전시관 끝의 전자 스크린에는 이런 질문이 떠 있다고 한다.

"반역자의 비참한 최후를 본 당신, 그래도 반란을 선택하겠는가?"

그리고, 놀랍게도 응답자의 90% 이상은 "그렇다" 를 선택한다고 한다.

'권력의 유혹은 죽음보다 강렬하다'

 

책의 서문에 나오는 내용중 일부분이다.

 

난 개인적으로 역사서를 참 좋아한다.

아니, 사실은 역사서보다는 역사'소설' 을 좋아한다.

전에 다른 서평을 통해 언급한 적이 있지만, 역사서와 역사소설은 뿌리는 같지만 그 흐름은 약간 다르다. 역사서는 저자가 '기록' 을 논거로 논지를 펼쳐 나가는 반면, 역사소설은 '기록' 을 근거로 상상력을 펼쳐 나간다. 즉, 역사서는 다른 역사학자가 논거의 빈약함을 가지고 반론을 펼칠 수 있지만, 역사소설은 그 어떤 역사학자의 할아버지가 강림하셔도 상상력에 딴지를 걸 수 없다. 차라리, 당대 최고의 판타지 소설 작가라면 가능할터다.

 

하지만, 모든 '과거' 는 윤색되기 마련이다.

사마천이 자신의 거시기를 난도질 당하면서까지 이룩한 위대한 업적인 '사기'. 하지만, 그 대단한 사기를 분석하는 후대의 학자들은 사마천이 난도질당한 '거시기' 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왜?' '누가?' '어디서?' '세상에 얼마나 아팠을까? or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or 얼마나 열받았을까? or 얼마나 슬펐을까?' 등등 기록에 삿된 글귀가 들어앉을 구석을 샅샅이 뒤진다. 기록이란 그런것이다. 아무리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려 해도 유지할 수가 없다. 아침에 모닝덩을 제대로 못해도, 혹은 아침에 회사에 지각하거나, 와이프랑 말다툼을 했다거나, 길이 막혔다거나... 했다면 그 날 오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객관적으로' 우울해진다. 그런 복합적인 수많은 가능성을 두고 후대의 숱한 역사학자들은 '기록' 을 연구한다.

 

최대한, 그 당시의 문화와 생활, 환경을 상상하고 또 상상해서 자신의 의식과 주관을 집중시킨다.

내가 그 시대의 이 인물이었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문화와 생활, 환경과 사상이 모두 달랐던 세계. 내가 그 세계에 속해있는 사람이었다면. 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삶을 살아갔을 것인가? 

이런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것이 온전한 역사서의 역할일 것이다.

 

이 책은 서두에 언급했던 런던 타워 전시관에 있는 질문과 그 답에서부터 출발한 다른 관점에서 역사적 사건들을 조망한다.

일반 역사서들이 기록의 객관성, 즉 진실은 무엇인가? 에 집중한다면, 이 책은 '왜 그렇게 했을까?' 에 보다 집중한다. 그래서 책의 저자는 저서에 등장하는 사건들의 디테일을 설명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는다. '사건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왜?' 일어났을까? 이 사건에 연루된 이 인물들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인 것이다.

 

조금 특이한 것은, 저자가 이미 결론을 내 놓았다는 것이다. 즉, 이 책은 "얘네들은 모두 권력욕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이다" 라는 결론에 대한 논거로 중국 역사의 큼직한 사건들. 특히 황위찬탈이나 역성혁명들을 인용하고 있다. 사실 어떤 연구들은 '가정' 을 바탕으로 한 '가설' 을 내세우고,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연구 결과를 통해 가설은 정설이 되고, 혹은 단순히 가설로 남는데, 역사연구의 경우는 화학이나 수학연구처럼 참이다 거짓이다를 딱 떨어지게 판단할 수 없다. 학계 전반적으로 흐르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정설이 거짓이 되고, 속설이나 통설이 정설이 되기도 한다.

 

저자도 서문에 언급하지만, 이 책이 취하고 있는 자세는 정설에서 살짝 벗어나있는 방향으로 역사를 해석하고 있는 편이다.

때문에 우리가 사기나 다른 유수의 중국 역사서들에서 보았던 해석들과 약간 다른 인물상을 볼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11명의 유명한 역사적인 인물들 중 3장에 등장하는 한 고조 유방에 대한 내용은 그야말로 '헐!' 할 정도이니,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은 열린 시각에서 저자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할 듯 하다.

바로 윗 단락에도 언급했지만, 역사학계에서 정설과 속설은 의외로 쉽게 뒤집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권력욕' 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패턴들 역시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물론, 한 인간의 행동동기를 단순히 '권력욕' 으로 제한한 부분 또한 억지스러움이 없지 않음을 확실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

 

그런 복잡한 여러가지 것들을 차치하고, 저자의 의도에 따라 풀어가는 그대로 따라가도 굉장히 재미있다.

기존에 중국역사를 잘 아는 분들께도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한 재해석이 상당히 신선해서 재미를 줄 것이고, 중국 역사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도 사건의 포인트만 딱딱 짚어서 인과관계에 따라 속도감있게 전개되어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국가' 는 '황제' 의 개인 소유물이었다.

황제란 자리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모든 것의 주인이자, 지상에서 가장 권력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손가락 하나에 수만명의 목숨을 오락가락 할 수 있는 자리. 그 자리를 항상 눈 앞에서 바라봤던 수많은 사람들. 그 누군들 탐이 안 났을까?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의 심리에서부터 역사를 짚어나가고, 사건들을 파헤쳐본다.

우리가 잘 아는 진시황의 친부로 추정되는 여불위와 한 고조 유방, 삼국지에 등장하며 종국에는 위나라를 집어삼키고야 마는 사마의와 우리에겐 고구려와의 일전으로 더욱 유명한 당태종 이세민, 그리고 희대의 여장부 측천무후 등 이름만 들어도 어느정도는 짐작할 수 있는 인물들의 권력을 향한 치열한 일전이 소개되고 있다. 치밀한 음모와 천운이 따르는 순간,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날카로운 시각과 그 순간을 놓치게 되는 결정적인 실수. 그리고, 자식까지 베어내는 대담함과 잔인함.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위한 그들의 손끝은 매섭기 짝이 없다. 또한,  순간의 판단 착오는 모든 것을 손에 넣기 직전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은 물론 자식들과 모든 가솔들의 목숨으로 값을 치르게 된다.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한 사람들의 치열한 투쟁은 수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들은 끝없이 조금이라도 누군가의 머리를 밟고 그 위에 올라서려 한다.

권력욕.

한 인간을 천국으로 밀어 올려 주거나, 단숨에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하는 무시무시한 욕망의 한 줄기.

 

결국 역사의 기록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권력의 축에 대한 기록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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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
로널드 B.토비아스 지음, 김석만 옮김 / 풀빛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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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고백하자면,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플롯에 대해 확실히 오해하고 있었다. 난 플롯이란 '뼈대' 라고 생각했다. 등장인물과 스토리와는 완벽히 별개로서, 플롯이라는 이야기의 흐름에 등장인물과 스토리를 끼워 넣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의 몸뚱아리가 단순히 뼈와 근육, 피부로 되어있다고 가정한다면, 뼈는 플롯, 근육은 스토리, 피부는 등장인물, 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문장은 옷이었을테지.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공식' 이라고 생각했다. 인수분해 공식처럼, 가속도를 구하거나 에너지를 구하는 공식처럼. 등장인물과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공식. 가장 깔끔하고 예쁘게 답이 툭 튀어나오는 그런 '흐름의 공식'

 

아마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흔히 "플롯이 빈약해" 라고 평을 내리는 작품들을 보면, 그 작품의 어디가 어떻게 약한지 정확히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지만, 대충 '이야기의 흐름이 빈약해' 라고 이해하지 않는가.  

 

이 책의 도입부분은 일단 플롯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내려준다.

마치 내 생각을 꿰뚫고 있었다는 듯,

 

"플롯이란 이야기를 공식에 따라 짜 맞추는 액세서리 같은 도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플롯은 코드만 꽂으면 작동하는 전자제품이 아니다. 플롯은 유기적인 작업 과정이다. 이는 작가의 의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창작의 첫 단계에 해당하는 작업이다." p. 23

 

"플롯은 이야기의 요소들을 걸어놓는 옷걸이가 아니다. 플롯은 구조로 작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요소들을 섞어준다. 플롯을 뼈대에 비유하는 표현에는 플롯의 이러한 역할이 빠져있다. 플롯은 작품의 모든 원자에 스며들어간다.(...) 플롯은 모든 페이지, 문장, 단어에 고여있는 힘이다. 뼈대보다 더 좋은 플롯에 대한 비유는 전자기장에 대한 비유다. 이는 이야기의 모든 요소를 함께 엮는 힘이라는 뜻이다. 플롯은 이미지, 사건, 등장인물을 서로 연결시킨다." p. 26

 

이라고 바로잡아주며 이야기를 시작해 나간다.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은, 작가가 플롯에 대해 이해시키기 위해 사용한 <숨이 막힌 도베르만> 이라는 아주 짧은 이야기만으로 보고도 책의 값어치를 다 했다고 평하곤 한다.

 

책에 실린 두 이야기를 인용하겠다.

 

<고래와 어부>

 한 어부가 이상한 고기를 잡아다 아내에게 요리를 하라고 주었다.

어부의 아내는 일을 마친 후 바다에 나가 손을 씻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을 잡아먹는 고래가 나타나 여자를 잡아가 버렸다.

고래는 어부의 아내를 바다 밑의 자기 집으로 데려가 종으로 삼고 일을 시켰다.

어부는 친구인 상어의도움을 받아 고래를 쫓아 아내를 구하러 내려갔다.

상어는 꾀를 내 고래의 집에 켜져 있던 불을 꺼버리고 어부의 아내를 구했다.

p. 35

 

북서태평양 연안의 인디언들에게 인기 있었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다음은, 책의 서두를 장식했던 <숨이 막힌 도베르만> 이다.

 

<숨이 막힌 도베르만>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장을 보고 돌아와보니 집에서 기르는 도베르만이 목에 뭔가 걸려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개를 동물병원에 맡기고 집에 돌아오자 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조금 전 다녀온 동물병원의 수의사였다.

그는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당장 집 밖으로 나가세요!!"

 "무슨 일이에요?"

그녀가 깜짝 놀라 물었다.

 "제 말대로 하시고 당장 옆집에 가 계세요. 곧 갈게요."

수의사는 아주머니의 질문에는 대답을 않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녀는 무슨 일인지 놀랍고 궁금했지만 수의사가 시키는 대로 이웃집으로 갔다.

그런데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경찰차4대가 달려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집 앞에 섰다. 경찰들이 권총을 뽑아들고 차에서 내리더니 집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녀는 겁에 질린 채 밖으로 나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곧 수의사가 도착해 상황을 설명했다.

그가 도베르만의 목구멍을 검사해보니 거기에 사람 손가락 두 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아마도 도베르만이 도둑을 놀라게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은 곧 피 흘리는 손을 움켜쥐고 공포에 질린 채 옷장에 숨어 있던 도둑을 잡아냈다.

p. 21

 

 

 

자, 이 두 이야기의 차이점을 알 수 있겠는가?

 

바로 이것이 플롯의 힘이 작용한 이야기와 그렇지 못한 이야기의 차이점이다.

작가는 플롯이 이야기와 등장인물 전체를 잡아끄는 파워풀한 역동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플롯이 없는 이야기에는 의문도, 긴장감도, 감정과 정서도 없다.

결국 플롯은 인간의 이야기 하고 듣는 본능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우리도 항상 이야기를 할때 이렇게 마무리 하곤 하지 않는가?

"그래서 어떻게 됐게???"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이 "어떻게 됐는데?? 뜸 들이지 말고 빨랑 얘기해~" 라고 묻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 또한,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 뻔하면 화를 내며 "야! 너무 뻔하잖아!" 라고 말한다. 자신들을 절묘하게 속여 넘기는 이야기에 열광하고, 깜짝 놀랄만한 반전에 찬사를 보낸다. 플롯이란 바로 그런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이야기 그 자체인 것이다. 수많은 설정들과 등장인물들, 성격들, 모든 인과관계들, 그리고 반전과 결말들.

이 모든 것들을 이끄는 힘이 바로 플롯인 것이다.

 

그렇다면, 플롯은 몇가지나 있을까??

플롯에 관한 이야기는 나 역시 이 책을 통하지 않고서도 여러번 들어본 적이 있다.

[정글북] 의 노벨상 수상자 키플링은 예순 몇가지라고 그랬었고, 희곡의 할아버지인 아리스토텔레스 시대 이래로 딱 두가지라는 주장도 사랑받고 있다. 반면, 어떤 책에서는 셀수없을 정도로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이 리뷰만 봐도 알겠지만, 플롯이란 그 개념이 모호해서 수를 헤아릴 수는 없다. 플롯이 섞이고 섞인 작품들도 있고, 아예 없는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섞이고 섞였다고 하더라도, 파헤쳐보면 마스터 플롯과 서브 플롯을 구분할 수 있으며, 플롯이 없다고 해도, 그것이 새로운 플롯으로 정립될 수도 있다. 무한대일 수도 있고, 키플링의 말처럼 예순 아홉개일 수도 있고, 카를로 고치의 주장처럼 서른 여섯개일 수도 있고, 두가지일수도 있다.

 

저자는 일단 플롯의 공공재로서의 개념을 먼저 짚어준다. 플롯이라는 것이 아무리 많고,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활용하는 작가들의 성향이 너무나 다르다. <숨이 막힌 도베르만> 이야기만 생각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작가들에 따라 이야기를 하는 방식은 전혀 달라질 것이다.

 

도둑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도 있다.

 

각종 장비를 이용해, 문을 열고 의기양양하게 집안으로 들어간 도둑.

귀금속과 패물을 챙기는데, 시커먼 어둠속에서 두개의 눈빛이 번득인다.

그리고, 낮게 으르릉거리는 무시무시한 소리. 지옥에서 온 케르베로스 같은 괴물같이 커다란 도베르만이 송곳니 사이로 침을 흘리고 있다.

도둑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수의사의 시점에서 풀어나갈 수도 있다.

 

숨이 막혀 컥컥대는 도베르만을 불쌍하게 내려다보는 수의사.

하얀 동물 수술대 위에 도베르만을 올려놓는다. 푸르스름한 형광등 빛이 하얀 수술실 안에 깔려있고, 잠을 자다 나온 의사는 잠옷 위에 수술 가운을 걸친다.

날카로운 주삿바늘이 달려있는 주사기에 마취액을 넣어, 부드러운 도베르만의 허벅지에 찌른다. 곧, 새근새근 잠드는 도베르만.

개구기를 도베르만의 입 안에 넣고 개의 식도를 살피는 의사.

곧, 의사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내가 적어놓은 이 두 도입부만 해도,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나가지만, 책이 언급된 플롯의 힘을 확실하게 이용했다.

역동성, 의구심, 수수깨끼. 모두 적용되어있다. 이처럼, 플롯이란 작가 개개인마다 개성이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플롯들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었다.

어떤 성격의 등장인물이, 또다른 어떤 성격의 등장인물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슨 연유로 얽히며, 그것들이 어떤 감정과 정서를 낳고, 어떤 식으로 인과관계를 맺어가며, 결국 이러한 결말을 맺는다... 는 식의 규칙 말이다. 이런 구조는 수백년 동안 수천번이 반복되어왔지만, 꾸준히 새로운 세대에게 공통적으로 사랑받는다.  여기서 우리가 "클리셰" 라고 부르는 '벽' 이 탄생한 것이다. 가장 효과적이고 재미있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구조 말이다.

 

좋은 플롯이 가지고 있는 여덟가지 원칙을 시작으로

 

돈키호테로 대표되는 "추구"

여행을 떠나는 인물들의 "모험"

도망자의 뒤를 쫓는 "추적"

희생자를 둘러싼 대결을 다룬 "구출"

처절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탈출"

범죄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복수"

치밀하게 짜여진 미스테리 "수수깨끼"

갈등과 경쟁구도의 "라이벌"

고통스러운 현실의 보상을 원하는 "희생자"

치명적인 "유혹"

감정에 의해 인격이 변화하는 인물을 보여주는 "변신"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사건 "변모"

수많은 시험을 통해 맞게되는 "성숙"

시련과 역경을 겪으며 얻게되는 "사랑"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금지된 사랑"

인간의 가장 숭고한 선택 "희생"

인생을 바꿔놓는 순간 "발견"

몰락을 부르는 사소한 성격적 결함이 발견되는 "지독한 행위"

한 인간의 성공에서 실패까지, 혹은 실패에서 성공까지 "상승과 몰락"

 

이렇게 스무가지의 플롯이 파헤쳐진다.

 

이 책은 애초에 공부하기 위해 샀던 책이라 매일 매일 일정 부분씩 최대한 정독을 하며 읽었다. 중요한 부분에 줄도 치고, 한 문단을 몇번이나 읽기도 했다. 분명 어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플롯이 나올것이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대한 본능적인 추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본능적인 능력을 보다 효과적이고 짜임새있게 발휘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가도 강조하지만, 플롯은 공공재이다. 또한, 뼈대나 아이빔 같은 고정된 사물이 아니다. 이야기란 정답을 써내는 수학문제가 아니다. 플롯이란 정답을 도출해내는 공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는 플롯이란 공작용 점토라고 비유한다. 플롯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위한 플롯이 되어야 한다. 이 책에 등장한 스무가지 플롯에 자신의 작품을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는 의미이다. 이 스무가지 플롯은 물론 흥미롭고 모범적이며,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던 것들이지만, 그렇다고 얽매일 필요는 없다. 부디 이 책이, 창작을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길 바란다.

물론 나에게도 말이다.

 

"무엇을 쓰든지 어떻게 쓰든지 플롯의 노예는 되지 말아야 한다.

작가는 플롯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플롯이 작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플롯이 작가를 돕게 하라."

p.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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