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해피엔딩
크리스틴 해밀 지음, 윤영 옮김 / 리듬문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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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아주 유쾌한 문학소설 <누가 뭐래도 해피엔딩>을 만났다.

가히 가장 재미있는 도서에 수여하는 상 래프아웃라우드 어워드에서

2017년 최종 후보작에 오른 작품답다. 


(이 부분도 웃프다 ㅎㅎㅎ 그런데 출판사에서는 '수상작'이라기에

찾아보았더니 수상작이 맞다. 더불어 이 책의 원제목도 알게 되었고. ^^)



책의 저자는 크리스티 해밀.

'창조적인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으로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가이드 <B는 유방암에 관한 것>이 있고

<누가 뭐래도 해피엔딩>은 이 작가의 첫 소설이다.


책의 주인공은 최고의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 열두 살 소년인 필립.

그 또래의 남자아이 답게, 같은 학교에 다니는 루시를 남몰래 좋아하고,

덩치 큰 '설인' 에디에게  매일 괴롭힘을 당하는 딱한 처지이다.

필립은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에다가 

남들을 웃기기 위해 불철주야 연습하는 노력파이지만

농담이 먹히지 않는 상황에 어찌할바 모르고 당황하는 아이이기도 하다.


이런 필립의 엄마인 캐슬린은 이렇게 인싸인듯 인싸아닌 아들과는 다르게

호탕하게 웃고, 화려하게 화장을 하고 밖에 나서는 사람이며

살짝 허영심이 있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이다.

늘 누가 뭐래도 화창할 것만 같은 캐슬린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필립은 학교와 가정에서 닥친 어려움을 특유의 캐릭터로 상대해나간다. ㅎ



책을 읽으면 묘하게 떠오르는 '연관검색어'같은 책들도 있다.

'에이드리언 몰의 비밀일기'나 '윔피키드' 혹은 '빨간머리 앤' 같은

조금 독특하게 보이지만 탄탄한 자기 세계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사람들, 상황, 그리고 세상. ^^


유쾌하고 즐거운 '개그'를 하는 긍정적 마음가짐 PMA의 소유자이자

비타민같은 필립의 개그력은 (우리나라 작가 같았으면 드립도 꽤 쳤을 듯 ^^) 

그 어떤 상황 속에서라도 반드시 웃기고 말겠다는 의지처럼 보여서

웃기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정이 간다.



짜증나는 하루를 <누가 뭐래도 해피엔딩>과 짭잘한 안주, 시원한 맥주로

낄낄거리면서 마무리하는 즐거움이 책을 읽는 동안 쏠쏠했다.

눈물이 맺혀도 눈을 깜박이며 눈물을 말릴려는 필립,

살짝 마음을 드러내려다가 당혹스런 상황을 만들어내고 이불킥하는 필립.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나서도 '끝'이 아닌 생활을 살아가는 필립.

필립을 응원하며 '이 책도 조만간 드라마나 영화화 되지 않을까?' 

즐거운 마음으로 혼자 가상캐스팅을 하며 책장을 덮었다. ^^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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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느 메디치의 딸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박미경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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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와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뒤마의 책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은 화려하고 어지러운 표지만큼이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프랑스 왕실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메인 스토리를 끌고 가는 중심인물의 

완전히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성격에 독자들을 매혹시키고

등장 캐릭터 한 명 한 명을 허투루 쓰지 않는 뒤마의 작품답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랑과 우정, 그리고 미묘한 감정의 변화에

자신의 온 몸을 던져 격동적인 삶을 살아내고 있다.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은 역사적으로 신구교 간의 종교 갈등이 한창이던 때

신교도들을 몰살하는 성 바르톨로메오 대학살극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카트린느 메디치(이탈리아 메디치 가문 출신의 프랑스 앙리 2세의 아내)가

이 소설의 가장 강력한 악의 축으로 등장한다.

그녀의 딸 (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 마르그리트 드발루아로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프랑스 왕실의 진주라 불리는 샤를르 9세의 동생이며

신교도의 수장인 앙리 드 나바르와 결혼을 올리며 소설은 시작된다.


정치적 야심과 불온하고 음험한 의도 하에 맺어진 이 결혼에서

마르그리트가 자신의 운명에 대해 정치적인 판단을 내리고 동지애를 바탕으로

모후인 카트린느 메디치가 아닌 앙리 드 나바르의 편에 섬으로서

아슬아슬하게 펼쳐지는 궁중 암투는 드라마를 보듯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매끄러운 번역도 페이지를 술술 넘어가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목숨을 위협하는 다양한 시도와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응수가

날실과 씨실처럼 엮어 훌륭한 이야기를 직조해내는데  

이것은 역시 뒤마 특유의 매력적인 캐릭터들 덕분이다.

특히 냉소적이지만 위트가 넘치고 의리가 있는 코코나는 

작가가 '멋지다'고 각주를 달아놓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책을 읽으며 예전에 봤던 영화 <여왕 마고>가 생각났다.

핏빛의 애증으로 물들었던 느와르적인 영화에 비해

소설은 왕궁의 화려함과 대비되는 왕족들의 어둡고 음험한 구석들,

정치적인 술수와 권력을 영구히 잡기 위한 치밀한 술수와 대비되는

마술과 주술에 가까운 음모와 계략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이야기를 진행시켜가고

역사적 인물과 상상 속의 인물들을 적절히 버무려 픽션인듯 팩션인 듯

독자들을 실제와 상상의 경계속에서 파도타기 시킨다.

(뒤마가 현대 드라마 작가였으면 매 에피소드 마지막마다 

쫄깃한 엔딩으로 다음주를 무척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이었을 듯!)


엔딩이 궁금한 독자들의 호기심을 끝까지 쥐고 달려가는 

사랑, 서스펜스, 유머, 살인, 미스터리, 비극이 가득찬 책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


책을 읽고 나니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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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름 그륀 신부의 어린왕자
안셀름 그륀 지음, 이선 옮김 / 영림카디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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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와

우리 시대 최고의 영성 작가인 안셀름 그륀 신부가 만난다면?

이제 '고전'이라는 칭호도 아깝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책으로 남을 <어린 왕자>의 아름다운 글과

그 글에 덧붙인 안셀름 그륀 신부의 해석이 줄

감동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겉표지의 다소 낯선(;) 어린왕자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

생 텍쥐페리의 '그림'에 대한 판권은 얻지 못한 것인지

일러스트는 생소하다.

아름다운 그림이나 서정적인 그림에 비해

눈에 주는 만족감은 부족하지만

이렇게 낯선 모습의 어린왕자를 만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니까. ^^

<어린 왕자>에는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사람도 있고, 동물도 있으며 물론 장미같은 식물도 있다.

그리고 사막이 있다.

사막과 별이 주는 공간과 시간의 느낌이

곧 <어린 왕자>의 정서이다.

아무도 없는 곳. 인 줄 알았지만 하늘 가득 떠 있는 별.

내 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까칠하지만 어린애같은 장미와

각자의 별에서 자신의 괴로움을 꼭 부여잡고

회전문처럼 돌고 있는 사람들이

<어린 왕자>를 몇 번이고 읽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가 되어 다가온다.

안셀름 그륀 신부는

<어린 왕자>를 읽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독자가 자신의 영혼이 이미 충만함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우리의 영혼과 교감하기 위한 말의 다리를 놓아줄 뿐이다.

그 다리를 어떤 속도로, 얼마나 걸어갈지는

책을 읽는 독자에게 달렸다.



세상과 삶을 보고 인생을 바라보게 하는 동화읽기.

모른 척 두었던 '내면의 아이'를 찾아 손을 잡게 하고

자신의 '어린 왕자'를 깨워 이야기를 나누게 하며

마침내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의 따스함과 힘을

새삼 마음 속에 충만하게 채우는 경험을

안셀름 그륀 신부와 <어린 왕자>를 읽으며 해보길 권한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 옆으로 작은 의자를 가지고 와 함께 앉은 어린왕자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노을을

몇 번씩 무척 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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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 나다움을 찾기 위한 속도 조절 에세이
몽돌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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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도 쉬어도 질리지 않는다.

놀아도 놀아도 아쉽다.

일요일이 저물어 갈 때.

나름 길었던 연휴가 끝자락을 보일 때.

혹은 하루를 장렬하게 태우는 노을을 볼 때.

내일 또 회사에 가서 쳇바퀴를 돌려야 하는 것이 못내 서럽다.

또 용기있게 직장을 그만둘 수 있느냐, 하면

문제가 또 다르다.

신문을 장식하는, 청년실업이나 중년실직이나 노년병원 기사는

과연 뭘 믿고 회사를 안 나가겠느냐고 물어보는 것 같다.

로또가 되지 않고서야 (그것도 엄청난 금액으로 1등!)

먹고사니즘을 벗어나서 '휴직'을 쓴다는 것은 보통의 결심으론 어렵다.

혹은, 1년의 시간을 '돈'과 '직업적 안정감'을 포기하고 얻을 만큼

커다란 개인적 성장이나 경험, 더 나은 직업으로의 도약(이나 보장)없이

그저 '나다움'을 찾기 위해 속도조절을 한다?

팔자 좋은 사람의 선택이라고 지레 포기할 수 있겠으나

지은이 송다운. a.k.a. 몽돌씨는 그 결심을 했다.

<오늘부로 일 년 간 휴직합니다>는

몽돌작가가 '아무것도 안 할 용기'를 짜내어

트랙을 잠시 벗어났다 돌아온 시간의 기록이다.

그 역시 '평일 오전에 요가하는 여자'를 부러워하고

미어캣처럼 위험을 초능력 수준으로 감지하는 엄마를 두었으며

매일을 열심히 살라고 마음과 뇌가 소리지르는 것을 듣고 산

남보기 빠지지 않고, 안정적이면서도 모범적인 트랙 위를

열심히 걷고 있는 대한민국 직장인 중 1인이다.

작가의 탁월한 말솜씨는 아마도, 짧은 글이 넘실대는 SNS 공간에서

사람들의 눈을 잡아채고 머무르게 했던 공력과

휴직하면 눈이 아플 때까지 읽고 싶다던 책을 좋아하는 역사에서 나왔으리라.

사회초년생도 아니고

이제 커리어를 단단히 다져가야할 때

잘 나가고 있던 회사에서 '휴직'을 쓴다는 것이 갖는 의미는

정말이지 어마어마어마하다.

그래서 휴직의 효율성을 뽑아내고자 노력하다 이게 아닌데.. 하거나

남들은 뭐 하고 시간을 보내나 기웃거리다가 따라해보거나

점점 줄어가는 잔고와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되새기며 불안해하는

작가의 솔직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오늘 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를 읽는 것은 즐겁다.

작가의 성격을 짐작하게 하는 에피소드와 글쓰기 방식도 재미있지만

엄청나게 짜임새있는 글 목차는 가히 직장인짬바가 느껴져 동질감이 든다.

휴직 전, 휴직 중, 휴직 후 시간을 적어내려간 점도 인상적이다.

'휴직'이 그저 유니콘처럼 들어는 봤지만 오래도록 보진 못한 환상이 아니고

'직장'이 마냥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을 방해하는 것이 아님을

픽-하고 웃다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슬쩍 나를 돌아보게 한다.

2019년의 상반기에 접어들었다.

올해도 벌써 반이나 흘렀다.

지금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이대로 살아도 좋겠어? 하고 자신에게 물어보기 딱 좋은 시기이다.


속도조절에세이에서 얻은 교훈 : 멈추더라도 다시 달릴 수 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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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 늘 남에게 맞추느라 속마음 감추기 급급했던 당신에게
유수진 지음 / 홍익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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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 말이 참 좋다.


"마음은 모양이 없지만, 

 꺼낼수록 구체적인 모양이 만들어진다."


주간발표를 하기 위한 자료를 모으고, 어떤 순서로 발표해야할지,

어떻게 파일을 만들어야 가독성과 참신함을 적절히 갖출지,

그리고 어떤 단어를 써야할 지 고르고 고르면서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매해 다이어리를 사지만, 일상에 치여 몇 개월을 꼬박 채우지 못하고

듬성듬성 빠진 이처럼 적혀있는 글들은

처음에는 다짐으로 시작해서 하루에 대한 감상, 

혹은 너무너무 좋았던/싫었던 잊지 못할 영화, 음악, 사람이었다가

힘들다, 쉬고 싶다는 넋두리 단계를 거쳐

To do list나 일정 정리가 되어버렸다.


작가 유수진은 남들 앞에서 본인의 책을 읽어보라고 하면

발가벗은 기분이 들 것 같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로 에세이를 썼다.

꺼내면 꺼낼수록 오히려 시원한 기분이 드는 글쓰기.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만큼 무거운 마음을 글로 적어 떨쳐보기.

못생긴 마음을 드러내 홀가분해진 기록들을 첫 책으로 엮어 냈다.


말이 쏟아지는 만큼, SNS를 타고 글/단상도 쏟아진다.

남들의 어떤 감성은 그 날의 나의 것과 놀랍게도 딱 맞아 '좋아요'를 누르고

내 현실은 이런데, 그대는 멋진 곳에서 맛난 것을 먹고 놀고 앉아있구나! 하며

시기/질투를 덧입힌 '좋아요'를 누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온라인은 찰나이면서도 영구적으로 남는다.

왜 거기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혹은 그런 '갬성'글을 남겼는지 후회해도

커다란 온라인의 세계에서 나의 흔적이 어딘가, 누군가에게 남게 될 지도...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글을 블로그로 만난 것 보다

책으로 만나서 안전하다고 느꼈다.

오프라인으로 만난 물질인 책에다가 내 갬성을 끄적여도, 

같은 제목을 달고 나만의 이야기를 적어놔도 나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먼저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마음의 구체적인 모양을 잡는다.

조각가가 뭉쳐진 흙을 철사에 덧바르고, 자기 손으로 조금씩 모양을 내듯

누구나 겪을만한 일상적인 소재를 이야기하며 자기만의 글과 마음을 내놓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의식할 때 

세상 무엇보다도 어색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글쓰기를 제일 쉽게 만드는 것은 

쓰는 자신을 검열하는 '머리 속 나'의 목소리를 끄는 것.


이 책은 글 쓸 때 조차도 남들의 의견과 시선, 자아를 신경쓰느라

정작 자기 마음이 어떤 색깔이고 어떤 모양인지 몰랐던 당신에게

담백하게 글쓰는 방법을 조근조근한 말투로 보여준다.

카페 영수증을 잔뜩 품고 어딘가에 꽂혀있을 다이어리를 찾아 

지금 당장 뭐라도 적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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