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 나다움을 찾기 위한 속도 조절 에세이
몽돌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쉬어도 쉬어도 질리지 않는다.

놀아도 놀아도 아쉽다.

일요일이 저물어 갈 때.

나름 길었던 연휴가 끝자락을 보일 때.

혹은 하루를 장렬하게 태우는 노을을 볼 때.

내일 또 회사에 가서 쳇바퀴를 돌려야 하는 것이 못내 서럽다.

또 용기있게 직장을 그만둘 수 있느냐, 하면

문제가 또 다르다.

신문을 장식하는, 청년실업이나 중년실직이나 노년병원 기사는

과연 뭘 믿고 회사를 안 나가겠느냐고 물어보는 것 같다.

로또가 되지 않고서야 (그것도 엄청난 금액으로 1등!)

먹고사니즘을 벗어나서 '휴직'을 쓴다는 것은 보통의 결심으론 어렵다.

혹은, 1년의 시간을 '돈'과 '직업적 안정감'을 포기하고 얻을 만큼

커다란 개인적 성장이나 경험, 더 나은 직업으로의 도약(이나 보장)없이

그저 '나다움'을 찾기 위해 속도조절을 한다?

팔자 좋은 사람의 선택이라고 지레 포기할 수 있겠으나

지은이 송다운. a.k.a. 몽돌씨는 그 결심을 했다.

<오늘부로 일 년 간 휴직합니다>는

몽돌작가가 '아무것도 안 할 용기'를 짜내어

트랙을 잠시 벗어났다 돌아온 시간의 기록이다.

그 역시 '평일 오전에 요가하는 여자'를 부러워하고

미어캣처럼 위험을 초능력 수준으로 감지하는 엄마를 두었으며

매일을 열심히 살라고 마음과 뇌가 소리지르는 것을 듣고 산

남보기 빠지지 않고, 안정적이면서도 모범적인 트랙 위를

열심히 걷고 있는 대한민국 직장인 중 1인이다.

작가의 탁월한 말솜씨는 아마도, 짧은 글이 넘실대는 SNS 공간에서

사람들의 눈을 잡아채고 머무르게 했던 공력과

휴직하면 눈이 아플 때까지 읽고 싶다던 책을 좋아하는 역사에서 나왔으리라.

사회초년생도 아니고

이제 커리어를 단단히 다져가야할 때

잘 나가고 있던 회사에서 '휴직'을 쓴다는 것이 갖는 의미는

정말이지 어마어마어마하다.

그래서 휴직의 효율성을 뽑아내고자 노력하다 이게 아닌데.. 하거나

남들은 뭐 하고 시간을 보내나 기웃거리다가 따라해보거나

점점 줄어가는 잔고와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되새기며 불안해하는

작가의 솔직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오늘 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를 읽는 것은 즐겁다.

작가의 성격을 짐작하게 하는 에피소드와 글쓰기 방식도 재미있지만

엄청나게 짜임새있는 글 목차는 가히 직장인짬바가 느껴져 동질감이 든다.

휴직 전, 휴직 중, 휴직 후 시간을 적어내려간 점도 인상적이다.

'휴직'이 그저 유니콘처럼 들어는 봤지만 오래도록 보진 못한 환상이 아니고

'직장'이 마냥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을 방해하는 것이 아님을

픽-하고 웃다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슬쩍 나를 돌아보게 한다.

2019년의 상반기에 접어들었다.

올해도 벌써 반이나 흘렀다.

지금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이대로 살아도 좋겠어? 하고 자신에게 물어보기 딱 좋은 시기이다.


속도조절에세이에서 얻은 교훈 : 멈추더라도 다시 달릴 수 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