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경제다 - 한국 경제가 확 잡히는 최배근 교수의 팩트 저격
최배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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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항상 어렵다. 

경기가 안 좋다는 뉴스가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늘 버겁게 느껴졌다.

수많은 숫자들과, 분명 우리말이지만 알 수 없는 전문용어들이 기죽게 한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늘 우리 옆에 있고 우리의 일상의 거의 전부이고 

우리의 미래를 지배하지만

실상 정치와 경제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고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싶다.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최배근 교수는 말이 빠르다.

그가 패널로 나와 한정된 시간 속에서 '그러니까~'를 몇 번이고 반복하며

현재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경제의 '현실'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는 것을 듣고 이 책에 관심이 생겼다.


'쾌도난마'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것이, 

방송에서 그의 논점은 명확했고, 근거는 표준적이고 간단한 수치를 들었으며,

무엇보다도 그 숫자를 어떻게 해석해야하는지 1타 강사처럼 설명해주어

숫자와 전문용어로 뒤덮여 실체를 잡기 어려웠던 

경제의 역학관계에 대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책이니만큼

방송에서처럼 간단명료하게 한국 사회의 경제를 진단하지는 않는다. 

경제학은 문맹에 가까워 읽으며 이해하기에 조금 시간과 노력이 들었지만 

프롤로그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가?"를 질문하며 

한국 경제에 대한 팩트 체크로 1부를 시작한다.

우리가 많이 들어봤지만 그 개념을 명확히 하지 않았던 

'저소득층화' '빈민화'에 대한 현실 파악과

성장률이 들쭉날쭉 발표되는 이유, 최저임금과 고용위기의 관계를 비롯하여

자영업, 제조업, 소득주도 성장률에 대한 설명이 교수의 주장과 섞여 있어 

읽으면서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각자의 주장을 펼치는 데에는 물론 각자의 이념과 신념이 작용하겠지만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을 보며, 미국이 기침만 해도 우리는 독감을 앓게 되는 

물고 물리는 글로벌 경제의 위기에서 

한국 경제가 '공정성' 강화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더욱 생각이 필요했다.


언제나 효율과 선점을 강조했던 성장주의, 낙수이론으로 가득 찬 한국 경제가

적폐와 불균형, 소득 격차, 경제 생태계 파괴와 

그로 인한 공동체원들의 '빈민'으로의 내몰림으로

'화'와 분노가 가득한 지금의 우리 나라를 만드는데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점에서 

발상의 전환, 즉 소득주도 성장을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것에 찬성한다.


또한 기축통화 국가인 미국의 금융위기, 

장기불황으로 더이상 성장이 어려운 일본과

유로존을 만들었으나 브랙시트 같이 

더이상 함께 가지 못하는 통화 동맹으로 곤란한 유럽,

고도성장을 이뤘으나 엄청난 불평등으로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중국의 경제를 보며 

세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허약체'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나라만의 '한국식' 미래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나 공유경제 같은 익숙(하지만 실체는 잘 모르겠던)한 

용어들이 반갑게 등장하는 3부와 4부에서, 

최배근 교수는 '공정성 강화' 카드를 빼어든다.

시장에만 맡기는 자유가 아니라, 

공정성을 바탕으로 시장의 정상화를 이루어내야

우리 경제 패러다임에 혁명적 변화가 오고, 사회 혁신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과연 기득권을 꽉- 잡고 있는 재벌이나 대기업, 

혹은 더욱 슬프게도 기득권이 없으면서도

'경제지'의 논조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소위 '중산층'이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하도록 시민적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다소 회의적이지만,

최배근 교수의 책에서 탄탄한 경제 이론과 

데이터를 해석하는 '눈'을 키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어렵고 복잡해서 모르고 살아왔던 경제에 대해

'눈'을 뜨고 공부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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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말고 직관적 식사 - 다이어트가 힘들 때 시작하는 10가지 원칙
에블린 트리볼리.엘리스 레시 지음, 정지현 옮김 / 골든어페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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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 여름이다!!!!

4월까지만 해도 너무너무 추워서 얇은 코트를 입고 다녔는데

6월 초에 폭염주의보가 벌써 여러 번이다.

겨울에는 두꺼운 옷으로 가릴 수 있었던 비루한 몸땡이를 드러내야 하는

여름이 오고야 말았다.


계절의 변화와 최신 트렌드를 가장 먼저, 그리고 열정적으로-_- 알려주는

홈쇼핑의 프로그램은 물 만난듯이 다이어트 보조제, 홈트 기구에서부터

그것을 입고 그렇게 몸매가 좋다면 다이어트를 왜 할까 싶은 운동복에다

과연 내 무거운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줄까 속고 싶은 기능성 신발과

요요를 방지해주고 먹은 칼로리를 없애준다는 (마법의!) 약을 팔아댄다.


한 때는 오동통한 몸매와 발그레하게 홍조띈 뽀얀 살로 동그란 얼굴이

부와 권력, 미모의 상징이었건만

지금은 비만=자기관리 실패로까지 연결시키는 시대.

잘못된 다이어트로 요요와 자존감 하락, 더 무섭게는 섭식장애까지 앓으며

왜 모두들 '살'과 '몸무게'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


사실 답은 간단한 것 같다.

세상에 맛있는 것들은 많고 (특히 요즘같은 단짠과 먹방의 시대는...)

지금까지의 다이어트는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나의 인내와 의지의 부족으로 탓을 돌리지만,

혹은 새로운 방법을 적극적으로 맞이 하지 못한 무지로 원인을 찾지만

노 다이어트, 곧 직관적 식사야 말로 근원적인 문제의 원인을 알려준다.



직관적 식사는 요요와 음식 집착이라는 감옥에서 우리를 벗어나게 해준다.

쉽고 빠르게 평생토록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내다버리고

(애초에 그것이 가능하기나 한 얘기인가....)

내 몸이 보내는 배고픔, 음식을 온전히 누리는 즐거움, 포만감,

감정과 기분이 주는 메세지에 주의를 기울이며,

자신이 타고난 몸의 유전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작은 발을 원한다고 전족을 했을 때의 폐해를, 

코르셋으로 몸을 조이다 기절을 밥먹듯 하게 되고 결국 생명을 잃는 것을,

그 시대의 '미'의 기준을 따르기 위해 납을 얼굴에 발라대던 무지의 결과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미디어와 광고가 제품을 팔기 위해 죄책감을 건드리며 끊임없이 쏟아내는

한정된 몇몇이 가지고 있는 가느다란 몸매 혹은 멋진 근육질의 몸을 위해

나를 정성껏 돌보지 못하고 학대하는 다이어트는 이제 그만.


먹을 때 만족감이 클 수 있도록, 배고픔에 확실하게 응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 내 몸에 대한 감사와 수용으로 무조건적인 자기수용이 가능한

직관적 식사법은 결국 정서와 몸을 연관시키는 웰빙과 연관이 깊다.


낙관주의나 회복탄력성, 긍정적인 기분, 주도적인 대처로

내 삶의 주도권을 갖게 되는 '직관적 식사'는 그래서,

보호자, 부모, 친구, 사회의 섭식교육과 메세지가 아주 중요하다고 말한다.


목적을 위해 몸을 바라보거나 이용하지 않고

건강을 위해 몸을 위해주고 아껴주는 직관적 식사.

맛있는 건 0칼로리라는 광고 카피가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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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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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의 이름과 출연자는 알아도, 

그것을 만든 PD의 이름까지 기억하는 작품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나에게 김민식PD는 그의 작품보다는 MBC파업으로 이름을 익힌 경우이다.


엄혹했던 시절, 좋아했던 방송국과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이

말 그대로 밑바닥까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다른 방송국들과는 구별되는 색깔과 보이스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좋은 친구' 였던 방송국이 흐릿하고 밍밍해질 때

자신이 일하는 터전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사람들 중 하나로

김민식PD를 알게 되었다.


그가 홀로 복도를 메우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스스로 찍어 

짧은 동영상으로 SNS에 올린 것을 본 다음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

그의 똘끼(?)와 웃음소리는 굉장히 인상깊었고

그래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매일 아침 써봤니?> 책이 궁금했다.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꾸준히 열심히 살아가기를 권하는 것이 아닐까해서

살짝 부담스러웠던 두 개의 책과는 달리 세번째 책은 여행이 토픽이다.


"인생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를 구해주는 3개의 요술 주머니가 있다.

영어, 글쓰기, 여행. 

그중 가장 쉽고 재미난 것이 여행이다" 라고 작가 김민식이 얘기한 것처럼

이 책은 그의 세 권의 책 중 가장 부담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영어가 좋아서 통번역 대학원까지 다녔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자전거 전국 일주까지 다녀온

방송국 사람의 여행은 어떨까? 싶었다.

물론 아시아, 유럽, 미국, 아프리카까지 그의 해맑은 긍정의 정신으로

발바닥을 찍으며 돌아다녔던 일화들은 매 에피소드가 시트콤처럼 재밌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동네 뒷산부터 시작한 걷기이다.


또다른 '걷기 권장 책'인 하정우 배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도 

재밌게 읽은 터라, 김민식 PD의 걷기에 대한 궁금증이 컸던 까닭이다.


하루 아침(은 아니지만)에 좋아하고 긍지를 갖고 일했던 일터에서

부당하게 밀려나, 말도 안되는 일상에서 충분히 괴로워할 만 할 때

그는 동네 뒷산부터 서울 둘레길까지 돈 들이지 않고도 

자신의 경계를 조금씩 넓혀갈 수 있는 걷기를 선택했고 실행했다.


그의 말마따나, 회사에서 징계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2012년 MBC파업 때 정직 6개월, 대기 발령, 교육 발령을 받았다)

자신의 경력은 싸그리 무시당하면서도 열심히 이뤄낸 성과가 

(다시는 성과를 낼 수 없도록) 더 열악한 위치로 박혀버리게 만들 때

집에서도 든든한 위로를 받지 못할 때

그가 선택한 여행은, 울분이나 회환으로 가득 차 있지 않아서 

어려운 순간에서도 재미와 신선함을 발견해서 놀랍고 멋졌다.


"긍정적으로 살아도 현실이 나아지지 않는 때도 있는 법"


~ 했으니 ~해야 한다. 라는 기대 혹은 편견은 내려두고

매일 새로운 세계를 만나듯, 마음을 가다듬고 하루만큼의 여행을 하는 

김민석 PD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마음 속에 단단한 심지가 생긴다.

그리고 그저 유쾌하고 짐짓 호쾌하게 웃게 된다.


나의 힘든 오늘을 빨리 지나버리라고 독촉하거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정신승리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 짓는 어른.

알 수 없는 여행지에서 잠시 길을 잃은 경험처럼

새롭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길 수 있도록 여유와 재미를 찾는 법을

멋진 척하지 않고 조언하지 않고 삶으로 보여주는 선배를 만난 것 같아

읽고 나서도 기분 좋은 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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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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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의 이름과 출연자는 알아도, 

그것을 만든 PD의 이름까지 기억하는 작품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나에게 김민식PD는 그의 작품보다는 MBC파업으로 이름을 익힌 경우이다.


엄혹했던 시절, 좋아했던 방송국과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이

말 그대로 밑바닥까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다른 방송국들과는 구별되는 색깔과 보이스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좋은 친구' 였던 방송국이 흐릿하고 밍밍해질 때

자신이 일하는 터전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사람들 중 하나로

김민식PD를 알게 되었다.


그가 홀로 복도를 메우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스스로 찍어 

짧은 동영상으로 SNS에 올린 것을 본 다음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

그의 똘끼(?)와 웃음소리는 굉장히 인상깊었고

그래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매일 아침 써봤니?> 책이 궁금했다.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꾸준히 열심히 살아가기를 권하는 것이 아닐까해서

살짝 부담스러웠던 두 개의 책과는 달리 세번째 책은 여행이 토픽이다.


"인생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를 구해주는 3개의 요술 주머니가 있다.

영어, 글쓰기, 여행. 

그중 가장 쉽고 재미난 것이 여행이다" 라고 작가 김민식이 얘기한 것처럼

이 책은 그의 세 권의 책 중 가장 부담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영어가 좋아서 통번역 대학원까지 다녔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자전거 전국 일주까지 다녀온

방송국 사람의 여행은 어떨까? 싶었다.

물론 아시아, 유럽, 미국, 아프리카까지 그의 해맑은 긍정의 정신으로

발바닥을 찍으며 돌아다녔던 일화들은 매 에피소드가 시트콤처럼 재밌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동네 뒷산부터 시작한 걷기이다.


또다른 '걷기 권장 책'인 하정우 배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도 

재밌게 읽은 터라, 김민식 PD의 걷기에 대한 궁금증이 컸던 까닭이다.


하루 아침(은 아니지만)에 좋아하고 긍지를 갖고 일했던 일터에서

부당하게 밀려나, 말도 안되는 일상에서 충분히 괴로워할 만 할 때

그는 동네 뒷산부터 서울 둘레길까지 돈 들이지 않고도 

자신의 경계를 조금씩 넓혀갈 수 있는 걷기를 선택했고 실행했다.


그의 말마따나, 회사에서 징계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2012년 MBC파업 때 정직 6개월, 대기 발령, 교육 발령을 받았다)

자신의 경력은 싸그리 무시당하면서도 열심히 이뤄낸 성과가 

(다시는 성과를 낼 수 없도록) 더 열악한 위치로 박혀버리게 만들 때

집에서도 든든한 위로를 받지 못할 때

그가 선택한 여행은, 울분이나 회환으로 가득 차 있지 않아서 

어려운 순간에서도 재미와 신선함을 발견해서 놀랍고 멋졌다.


"긍정적으로 살아도 현실이 나아지지 않는 때도 있는 법"


~ 했으니 ~해야 한다. 라는 기대 혹은 편견은 내려두고

매일 새로운 세계를 만나듯, 마음을 가다듬고 하루만큼의 여행을 하는 

김민석 PD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마음 속에 단단한 심지가 생긴다.

그리고 그저 유쾌하고 짐짓 호쾌하게 웃게 된다.


나의 힘든 오늘을 빨리 지나버리라고 독촉하거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정신승리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 짓는 어른.

알 수 없는 여행지에서 잠시 길을 잃은 경험처럼

새롭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길 수 있도록 여유와 재미를 찾는 법을

멋진 척하지 않고 조언하지 않고 삶으로 보여주는 선배를 만난 것 같아

읽고 나서도 기분 좋은 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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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하게 산다는 것 - 모멸의 시대를 건너는 인간다운 삶의 원칙
게랄드 휘터 지음, 박여명 옮김, 울리 하우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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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한 손에 넉넉하게 감싸일 정도로 아담하고 하드커버는 단단했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말로 독자에게 건네는 표지의 첫 마디는

"당신의 죽음이 존엄하길 원한다면 먼저 삶이 존엄해야 하지 않겠는가"이지만,

사실 더 마음에 끌렸던 문구는 

"모멸의 시대를 건너는 인간다운 삶의 원칙"이었다.


왠지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5월을 건너며 삶에 대한 5W1H 질문이 솟구칠 때

이 책을 만나서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보통 책 날개에는 저자와 역자 소개가 나오지만

<존엄하게 산다는 것은>의 책날개에는 존엄에 대한 작가의 선언이 먼저다.

"자신의 존엄성을 인식하게 된 인간은 결코 현혹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결국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서라는 촉구인가.. 싶었으나

곧바로 독자의 오독과 오해를 막기 위한 설명이 뒤따른다.


'존엄'이란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의미를 지켜나가는

오랜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뇌의 사고 패턴이자 삶의 태도다.

따라서 자신의 존엄성을 깊이 인식한 사람은 변화의 파도 속에서도

방향타를 놓치지 않고 인간다움을 향햐갈 수 있다.

삶을 강인하게 버텨낼 힘, 그것은 존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시작된다.


저자은 게랄트 휘터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동물학을 연구한 후

뇌발달 장애를 연구한 독일의 신경생물학자이자 지성인이다.

신경생물학 기초연구실험실을 설립하여 2016년까지 교수로 재직했고

불안과 우울, 잠재력과 동기 부여에 관한 뇌과학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삶에 대한 통찰을 철학자보다 더 철학자답게, 

그러나 자연과학에 평생을 매진한 이과인답게 

감정에 지나치게 호소하지도, 수치로 이해를 촉구하지도 않는

읽기 쉽고 스스로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담론으로 전달하는 능력자이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인간의 존엄이 훼손되거나, 마치 흔적기관이나 기념비처럼 남아버린 

현재의 위태로움을 우리가 누리고 있는 속도와 효율을 대비하며 시작된다.


인간의 존엄성 혹은 인권은 천부적이라고 선언하고 있지만

사실 인류는 그런 가치와 신념을 공유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는 개인의 뇌가 본능적 존엄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사회화된 신경회로를 예민하게 돌리며 타인의 존엄을 지키려 노력할 때

모두가 존엄에 대해 깨어있는 사회적 뇌를 갖게 된다는 작가의 논리는

철학자 (칸트가 빠질 수 없다)와 고서에서부터 <세계인권선언>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며 지키기 위해 투쟁해왔는지,

그리고 역시나 인류가 그 존엄을 자기 이익에 맞추어 왜곡하고 부정하고

지워버리려고 시도해왔는지를 역사적으로 보여준다.


1951년에 동독에서 태어난 독일인이라는 작가의 태생이 

그의 깊은 사유와 경험 및 삶의 경험에 진지함과 신뢰성을 부여하고

뇌의 작용을 연구하며 결국 '삶의 방식'으로 존엄을 지금, 여기 있게 하는

과학자로서의 태도가 (그러나 전문적인 과학책처럼 딱딱하지 않은 친절함이)

이 책을 읽는 것이 마치 강의를 듣는 것같은 느낌을 준다.

각 챕터를 읽으면서 작가가 던지는 간단하지만 무거운 질문을 곱씹어보며

나는 나의 존엄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러 사건사고로 뉴스란이 꽉 차는 요즘,

타인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이해와 공감, 존중과 배려보다는

그로 인해 지불해야하는 사회적 비용과 그로 인한 손해를 계산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존엄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존엄은 혼자의 노력으로만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존엄을 어둠속에 묻어버리려는 시도가 슬그머니 닥쳐올 때

서로가 서로의 파수꾼이 되어 인간이 인간을 위해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이자.

그제서야 우리는 서로 존엄함으로 관계맺는 사람이 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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