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사람들의 유전자 조사에서 나온 가장 놀라운 결과는사람이라는 종이 놀랍도록 균일하다는 사실이다. 머리카락 색과피부색 또는 머리뼈 모양의 지역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지구에 살고 있는 75억 명 사이의 유전적 다양성은 놀랍도록 낮다. 사실, 지구 정반대편에 살고 있는 두 인간 집단 사이의 유전적 다양성보다 중앙아프리카의 어느 강 양쪽에 살고 있는 두 침팬지 집단 사이의 유전적 다양성이 더 크다. 하지만 사람의 유전적 다양성은 아프리카 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설사 우리가 화석 뼈나 초기의 고고학적 증거를 전혀 발견하지 못하고 가진 것이라곤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DNA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는 사실은 여전히 확실하다. 게다가 유전자 연구는 오늘날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차례에 걸친 이주 물결을 통해서가 아니라 단 한 번의 아프리카 대탈출 사건에서 유래했으며, 그때 이주한 사람들이 수천 명을 넘지않았다고 시사한다. - P71
*자신들이 살던 환경에 나타난 현생 인류 때문에 큰 영향을 받은 좋은 네안데르탈인뿐만이 아니다. 현생 인류가 새로운 지리적 지역들로 확산된 사건은세계 각지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대형 동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약 1만 2000년 전에 유라시아에 살던 대형 포유류 중 약 3분의 1이 그리고북아메리카에 살던 대형 포유류 중 약 3분의 2가 멸종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원인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간 사냥꾼이었다. 이 대형 초식 동물들은 이전에 이러한 사냥꾼을 만난 적이 없었다. 유일하게 대형 동물을 온전히 유지한 대륙은 아프리카였는데, 이곳에서는 대형 동물들이 수백만 년 동안 초미닌에게 적응하면서 살아온 반면, 호미닌의 사냥 능력은 느리게 발전했다. - P80
하지만 아가시즈호에서 방출된 막대한 양의 민물이 북대서양으로 흘러들자, 이 컨베이어 벨트를 작동시키던 염분 펌프가 돌연히 중단되었다. 적도 지역의 열을 재분배하던 해양 순환 시스템의 작동이 멈추자, 북반구 중 많은 지역이 빙기의 최성기 때 경험했던 조건으로 되돌아갔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강수량이 줄어든 환경 위기 때문에 나투프인이 살던 땅은 건조하고 나무가 없이 가시 많은 관목과 풀만 자라는 스텝으로 되돌아갔고, 풍부하던 야생 식량 자원이 눈앞에서 확 줄어들었다. 이에 반응해 적어도 일부 나투프인은 막피어나던 정착 생활 방식을 버리고 이동 채집 생활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고학자들은 다른 나투프인은 이 영거 드리아스 사건 때문에 수렵 채집인으로 살아가던 생활 방식을 버리고 농업을 발달시켰다고 믿는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충분한 식량을 구하려고 더 멀리 배회하는 대신에 씨를 가지고 돌아와 땅에 심었다. 이것은 순화馴化, domestication의 첫 단계였다. 나투프인이 살던 마을에서 발견된 통통한 호밀 씨는 이러한 발전을 알려주는 증거로 해석되었다. 이 주장은 논란이 있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나투프인은 세계 최초의 농부였다. 우리의 생활 방식을 되돌릴 수 없게 바꾼 발명은 갑작스런 기후 변화의 역경 속에서태어났다. 지구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아가시즈호에 갇혔던 물의방출, 대서양 순환 시스템 중단, 영거 드리아스 사건의 충격의여파로 나투프인은 씨를 뿌려 농사를 지은 최초의 인류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이미 정착 생활 문화를 발전시킨 이들은 아마도그 당시에 최초의 농사 실험을 시도할 준비가 되어 있던 유일한사람들이었을지 모른다. - P92
흥미로운 사실이 있는데, 우리가 재배하는 식물 중 여럿은 만약 사람들이 의도치 않게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영영 멸종했을지 모른다. 예를 들면, 스쿼시와 박, 호박, 주키니호박의 야생종 조상 열매는 모두 역겨울 정도로 쓰고 단단한 껍질 속에 들어 있다. 그래서 그것을 깨서 속의 씨를 퍼뜨리려면 매머드나마스토돈처럼 큰 동물에게 의존해야 했다. 그런 대형 동물들이 멸종하자, 이식물들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약 1만 년 전에이 식물들은 새로운 동물 종인 사람과 공생 관계를 맺으면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우리는 이 식물들을 순화시키고, 밭과 농장에 새로운 인공 서식지를 마련해주었으며, 여러 세대에 걸친 선택적 품종 개량을 통해 더 크고 껍질이 부드럽고 맛이 더 좋은 품종으로 개량했다. 아보카도와 코코아도 원래는 멸종한지 얼마 안 된 대형 포유류에 의존해 씨를 확산시킨 것으로 보이는데, 멸종할 뻔한 이 종들도 우리가 이 유령 종들을 받아들여 씨를 대신 확산시켜준 덕분에 살아남았다. - P99
많은 풀은 생명력이 질긴 식물 종으로, 기후가 점점 건조해짐에 따라 기존의 숲이 사라진 곳이아 불이 나 황폐해진 곳, 또는 기존의 생태계에 큰 교란이 일어난 장소에 자리를 잡고 잘 살아갈수 있다. 풀의 생존 전략은 빨리 자라고, 태양에서 얻은 에너지 대부분을 나무처럼 튼튼한 뼈대를 만드는 대신에 씨를 만드는데 투입하는 것이다. 이 특성 때문에 씨를 먹는 우리는 이 식물을 재배하고 싶은 동기가 생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토스트나 시리얼을 먹는 생태학적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밀빵, 콘플레이크, 쌀 크리스피, 오트밀은 모두 빨리 자라는 초본식물 종에서 나온 것이다(그리고 곡물은 다른 음식들에도 주 재료로 쓰인다). 하지만 곡물을 이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생물학적 문제가 한가지 있다. 우리는 소가 아니어서 질긴 식물 물질을 분해해 영양분을 추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4개의 위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에너지를 낟알(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열매)에 농축한 식물 종을 선택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위보다는 뇌를 많이 사용했다. 낟알을 갈아 가루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맷돌(그리고 그것을 돌리는힘을 얻기 위해 발명한 수차나 풍차 같은 메커니즘)은 우리의 어금니를기술적으로 확장한 것이다. 그리고 곡물 가루를 조리해 빵으로만드는 오븐이나 쌀과 채소를 끓이는 데 사용하는 솥은 몸 밖의 전소화계통과 같다. 우리는 열과 불의 화학적 변화 능력을사용해 복잡한 식물 화합물을 분해함으로써 영양분을 흡수하기쉬운 형태로 바꾸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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