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이제 메리는 신중해야 했다.
이 아이-어른이 그녀의 딸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다. 자신은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그것에 거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완전하게는 아니지만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고 이 아이--지금껏사랑했던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삶이 그녀를 마모시키고 마멸시켜 그녀는 거의 죽을 준비가 되었으며, 아마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때에 죽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몇 년이라도 더 살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었고, 메리는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러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혹은 정말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그랬다. 그녀는 지칠 대로 지친 느낌이었고 거의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지만, 이 아이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녀 자신도 그 생각에 공포를 느꼈다. 그녀는 그 장면을 그려보고-그녀는 바로 이 방 이 자리에 누워 있고 파올로는 허둥지둥돌아다닌다- 겁에 질렸다. 다시는 딸들을 보지 못할 테고 남편도, 그러니까 딸들의 아버지인 그 남편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들 모두를 다시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그녀는 겁을 먹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장 소중하고 귀여운 딸인 에인절에게 자기가 그녀에게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면 아마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 P198

"그 다른 여자가 엄마라는 뜻이에요. 저는 엄마가 떠난 걸 극복할 수 없었어요.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멈출 수 없었어요. 그러자 잭이 내가 엄마와 사랑에 빠졌다고 했어요."
"오, 아가. 오, 맙소사." 메리가 말했다.
"그이가 떠난 지 일 년이 넘었고, 저는 지난여름에 엄마를 보러 오려다가, 그이가 자꾸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해서, 여기 오지못하고 집에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잭은 이제 정말로 집에 돌아올거예요."
앤젤리나는 어머니가 자신을 안게 놔두었고, 어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한참을 울었다. 이따금 앤젤리나가 고통에 못이겨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가 너무 처절해서 메리는 외려 그것으로부터 떨어져나오는 기분이었다. 마침내 앤젤리나가 고개를 들고 코를 닦은 뒤 말했다. "이제 기분이 좀 나아졌어요."
그들은 한동안 카우치에 앉아 있었고, 메리는 한 팔로 딸을 감싸고 있었다. 메리가 반대쪽 손으로 앤젤리나의 다리를 쓸어주었다. 이윽고 메리가 말했다. "저기, 네가 이 청바지 입은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나는 네가 혹시 다른 사람하고 바람이 났나 했어."
앤젤리나가 똑바로 일어나 앉았다. "네?" 그녀가 말했다.
"그게 나인 줄은 몰랐구나."
"엄마, 무슨 말이에요?"
메리가 말했다. "음, 아가, 이 청바지는 네 나이의 여자가 입기엔 너무 꽉 끼어. 그래서 생각해봤지. 그러니까 혹시......"
앤젤리나가 웃기 시작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눈물에 젖어 있었다. "엄마, 저는 여기 오려고 특별히 이 청바지를 산 거예요. 이탈리아 여자들은…… 옷을 섹시하게 입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오, 청바지가 섹시한 거로구나." 메리가 말했다. 그녀는 청바지가 섹시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는 청바지 안 좋아해요?" 앤젤리나는 금방이라도 다시울 것처럼 보였다.
"아가, 좋아하지."
그러자 앤젤리나-오, 그녀의 영혼에 축복을-가 정말로 웃기 시작했다. "음, 저는 안 좋아해요. 청바지를 입으면 머저리가된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걸 특별히 산 이유는, 이걸 입으면 엄마가 저를, 음, 세련되거나 뭐 그렇다고 생각해줄 것 같았거든요. 앤젤리나가 덧붙였다. "원피스 수영복도요!" 두 사람 모두 눈물이 고일 때까지 웃었고, 그래도 웃음이 멎지 않았다. 하지만 메리는 생각했다.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앤젤리나가 이 순간만큼은 평생 간직할 수 있기를.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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