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턱끈펭귄은 하루에 85그램의 똥을 눈다. 우리 무리가 많으면 우리가 누는 똥도 많다. 똥을 많이 누면 바다로 씻겨 들어가는 똥의 양도 많아진다. 그런데 지구가 더워지면서 우리가 피할 수있는 부빙이 점차 줄어들었고 그 결과 우리도 줄었다. 1980년과 2024년 사이에 우리가 절반으로 줄자 우리가 누는 똥도 당연히 절반으로 줄었다. 우리 똥이 줄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 바다로 들어가는 철분이 줄었다는 뜻이다. 우리 똥 1그램에는 3밀리그램의 철분이 들어 있다. 예전에는 우리가 매년 521톤의 철분을 남극해에 공급했다. 그러나 이제 절반으로 줄었다. 기후변화의 결과로 펭귄이 바다에 공급하는 철분이 반으로 줄었다는 말이다. 그게 뭐 어떠냐고? 남극의 식물성 플랑크톤은 펭귄 똥이 공급하는 철분을 먹고 성장한다. 플랑크톤이 늘어나면 크릴과 작은 생선에서부터 펭귄, 바다표범, 고래까지 번성할 수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펭귄 똥의 철분은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펭귄 똥의 철분으로 성장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기 때문이다. 광합성을 하면 산소가 발생하고 이산화탄소가 감소한다. 이게 엄청난 양이다. 원래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의 절반 이상이 바다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 대부분을 식물성 플랑크톤이 담당하고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광합성을 하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채 잡아먹히거나 바다 밑으로 가라앉든 모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전 세계 바다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매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30퍼센트를 흡수한다. 우리 펭귄이 줄어들면 플랑크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이산화탄소 흡수도 감소한다. - P67
인간들은 잘 들어라.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니, 우리라고 할 수는 없다. 주로 수염고래가 하는 이야기니까. 그래, 역시 내게는 별미에 속하는 수염고래 이야기다. 수염고래는 크릴을 먹고 산다. 사람들이 포경을 통해서 수염고래를 많이 잡아먹었다. 그러면 크릴이 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놀랍게도 크릴양도 줄어들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포식자가 없는데 왜 줄어들까? 고래가 놀라운 일을 하고 있었던 거다. 수염고래는 바다 밑바닥에서 크릴을 먹고 수면으로 올라와서 똥을 눈다. 이 과정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겠는가? 바다 밑바닥에 있던 철분이 수면으로 올라오는 거다. 그러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성하고 크릴, 작은 물고기, 펭귄, 바다표범, 범고래까지 먹이사슬이 또 이어지겠지? 포경으로 고래가 사라지자 철분을 이동시키는 펌프도 망가진 셈이 된 것이다. 고래 똥이 사라지면 바다의 생산력이 감소한다. 수염고래는 매년 똥을 통해 약 1200톤의 철분을 바다에 공급했다. 이건 펭귄이 공급하는 521톤의 두 배가 넘는 양이다. 수염고래와 펭귄의 똥이 사라지면 결국 식물성 플랑크톤도 급격히 줄어든다.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끊어질 뿐만 아니라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 P69
이제 물에 떠 있는 빙산이 다 녹았다고 해보자. 수면 위에 있는얼음이 녹아 바다로 들어갔으니 해수면 상승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수면 아래 있는 얼음이 녹으면 어떤 효과가 일어날까? 얼음이차지하는 부피가 물이 차지하는 부피보다 크므로 빙산의 수면 아래 부분이 녹으면 해수면 하강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최종 결과는 어떻게 될까?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이 있다. 전 세계가 사용하는 표현이다. 영어로는 "It‘s just the tip of the iceberg"라고 한다. 실제로 빙산은 전체의 10~20퍼센트만 해수면 위에 있다. 수면 윗부분이 일정하지 않은 까닭은 빙산의 크기와 모양 그리고 주변 바닷물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빙산이 다 녹으면 해수면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해수면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왜 빙산이 녹으면 해수면이 높아진다고 걱정할까? 처음부터 내가 던진 질문에 함정이 있었다. 바다에 떠 있는 빙산만 녹으면 해수면은 절대로 높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빙산이 녹는 상황이라면 육지 위에 있는 얼음도 녹는다. 지구에 있는 대부분의 얼음은 육지에 있다. 남극대륙, 그린란드, 아이슬란드의 거대한 빙하 그리고 러시아와 캐나다 북부의 툰드라, 안데스, 알프스, 로키, 히말라야산맥의 만년설도 녹는다. 육지 얼음이 녹으면 그대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 빙하가 모두 녹을정도로 기온이 오르면 바닷물 자체도 열팽창을 해서 해수면이 높아진다.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 지구 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된다. 몇 가지 이유만 들어보자. 햇빛의 상당 부분은 눈과 얼음에 반사되어 다시 우주 바깥으로 돌아간다. 지구 온난화로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던 지역의 온도가 높아져 눈과 얼음이 녹으면 지구 표면의 반사율은 감소하고 더 많은 햇빛이 땅과 물에 흡수되어 지구 온도는 더 올라간다. - P71
자연사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다섯 차례의 대멸종에서 공통점을찾아내야 한다.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급작스런 기온 변동. 기온이 지질학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5~6도씩 오르거나 내렸다. 둘째, 대기 산성화, 화산 폭발의 영향이다. 대기가 산성화되면서 산성비가 내려서 해양과 토양이 산성화되어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되었다. 셋째, 산소 농도의 하락. 산소 농도가 갑자기 떨어졌다. 동물에 따라 살 수 있는 산소 농도는 다르다. 낮은산소 농도에서도 살 수 있는 생명체가 있다. 하지만 높은 산소농도에 적응한 생명체들은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버틸 수가 없다. 급작스런 기온 변화, 급작스런 대기 산성화, 급작스런 산소 농도하락. 이 세 가지가 대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변화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속도가 결정적이었다. 서서히 변화하면 생명도 적응할 틈이 있다. 하지만 변화 속도가 빠르면 생명은 적응하지 못하고 생태계에 빈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 P105
자연현상에 의해 촉발된 이전의 대량 멸종과 달리, 여섯 번째대량 멸종은 전적으로 인간 활동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지구의 생물학적 유산을 형성하는 데 인간이 전례 없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멸종의 원인으로는 광범위한 서식지 파괴, 사냥과 낚시를 통한 생물 종의 과도한 착취, 대기·수질.토양 오염, 지역생태계를 교란하는 침입종의 유입 등 인간이 유발한 요인들이 있다. 또한 인위적인 기후변화는 많은 생물 종이 적응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서식지와 환경을 변화시켜 생물 다양성의 손실을 가속화하고 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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