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sovereign)‘이란 ‘자주적인‘ ‘주권의‘ 정도의 뜻을 가진 영어 단어다. 소버린 AI는 국가가 스스로 AI 기술을 개발하고, 자기 나라의 필요와문화에 맞춰 운용할 수 있는 역량이자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한 국가가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 인력, 산업 역량을 활용해 AI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자신들의 제도와 문화, 역사,
가치관을 이해하는 AI를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AI는 산업과 경제, 비즈니스,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군사와 안보 등 모든 영역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PC나 인터넷,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LLM 기반 생성형 AI 기술은 1~2개 국가의 소수 기업들에 집중돼 있다.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빅테크 기업과 앞선 연구 역량의 대학을 가진 미국이 선두이고, 막대한 인력과 자원, 데이터를 쏟아부을 수 있는 중국이 바짝 뒤쫓고 있다. 그외 모든 국가는 사실상 한참 뒤처져서 쫓아가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사회의 기반이 될 핵심 기술을 전적으로 1~2개 외국 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 P12

차별점으로 ‘피지컬 AI(Physical Al)‘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언어모델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차세대AI로 주목받는 ‘피지컬 AI‘를 국가 AI 전략의 핵심으로 설정했다.
피지컬 AI란 텍스트 중심의 언어모델 AI를 넘어, 현실 세계의 물리적 환경에서 데이터를 인지하고 상호작용하도록 설계된 AI를 말한다. 물리적 실체를 가지고 현실 세계에서 주변과 상호작용하며움직이는 존재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AI가 디지털 영역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으로 주변을 인식하고, 상황을 이해하며, 복잡한 행동을 수행할 수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몸을 가진 AI 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다. SF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사람과 꼭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피지컬 AI는 AI 시장과 기술에 새로운 도약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 등 생물의 지능이 언어뿐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세상을 감각하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는 인간과 같은 ‘일반인공지능(AGI)‘에 도달하기 위한필수 요건이라 할 수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봐도 제조, 물류, 가사, 돌봄, 군사, 치안, 교통, 물류등 모든 분야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틱스타에 따르면, AI 로보틱스 시장은 2020년 약 50억 달러(약 7조 원)에서2030년 약 643억 달러(약 85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미 빅테크 기업들이 로봇과 피지컬 AI를 위한 AI 기술 개발에 나섰고, 정교한 휴머노이드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 역시 피지컬 AI에 진심이다. 젠슨 황 CEO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AI의 다음 프론티어는 피지컬 AI"라고 선언했다. 여기서 황 CEO가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과 ‘깐부‘를 먹고 치맥을함께한 이유가 나온다.  - P20

우선 ‘치매‘라는 용어부터 살펴보자. 치매는 사실 특정 질환명이 아니다. 뇌의 여러 기능이 저하돼 기억력, 판단력, 언어 능력 같은 인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그 결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태를 통칭한다.
즉, 치매는 ‘증상군‘이지 하나의 원인 질환이 아니다. 열이 나는 것이 감기나독감, 장염 등 여러 감염병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듯, 치매 역시 여러 질환이 일으키는 결과를 묶은 이름이다. 이 때문에 치매를 일으키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그중 가장 흔한 형태가 바로 ‘알츠하이머병‘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 P47

혈관성60~70%를 차지한다. 1906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처음 발견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쌓여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질환이다. 보통 65세 이후에 발생하며,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력 저하로 시작된다. 이후 언어 능력 저하, 판단력 상실, 그리고 결국에는 가족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단계로진행된다.
두 번째로 흔한 형태는 혈관성 치매로, 전체 치매 환자의 약 20~30%를 차지한다. 이름 그대로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혈류가 즐기고, 그 부위의 뇌세포가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알츠하이머병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것과 달리,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증상이 단계적으로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혈관 질환이 주요 위험 요인이다. 인지 기능 저하 외에도 손상된 부위에 따라마비, 언어 장애, 보행 장애 같은 신체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루이소체 치매, 전측두엽 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 다양한 유형의 치매가 있다. 루이소체 치매는 환각, 수면장애 등이 특징이며, 전측두엽 치매는 비교적 젊은 40~60대에 발병해 성격 변화나 충동 조절 장애가 두드러진다. 예컨대 알츠하이머성 변화와 혈관성 손상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처럼 치매는 단일한 질병이 아니라, 서로 다른 원인과 양상을 지닌 질환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다. 따라서 치료와 예방법 욕시 한 가지 공식을 적용할 수 없으며, 정확한 원인 진단이 치매 연구의 출발점이 된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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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망상은 또 크루즈 여행이 진행되는 동안 내 안에서 꾸준히 악화된 어떤 심리적 증후군의 좋은 징후인데, 그 증후군이란 처음에는 하찮았던불만과 불평의 목록이 금세 절망에 가까운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나는 이 증후군이 그저 일주일 동안 네이디어에 익숙해진 데서 생겨난 경멸의 감정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애초에 네이디어 호가 모든 불만의 근원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보다는 평범한 인간다운 의식을 가진 나,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응석받이와 수동적 쾌락을 갈구하고 거기에 반응하는 내 안의 원형적 미국인이원인이다. 내 안의 불만족하는 아기, 내 안에서 늘 또한 무분별하게무언가를 원하는 부분. 이 증후군 때문에 나는 가령 나흘 전만 해도선실 서비스로 공짜 음식을 시키는 것을 방종으로 인식하고 그것이 창피해서 꼭 열심히 일하느라 식사를 놓친 척하는 가짜 증거를침대에 늘어놓았던 반면 어젯밤에는 십오 분이 지나자 시계를 보고 진심으로 짜증을 내면서 벌써 쟁반을 갖고 나타났어야 할 빌어먹을 선실 서비스 직원은 대체 왜 안 오느냐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쟁반에 놓인 샌드위치가 좀 작다는 것을 깨닫고, 딜피클의 모서리가 늘 빵 껍질 우현을 적신다는 것을 깨닫고, 다 먹은 선실 서비스 쟁반을 1009호실 문밖에 내놓기에는 망할 좌현 복도가 너무 좁기 때문에 쟁반을 밤새 선실 안에 둬야 하고 따라서아침이면 1009호실의 후각적 멸균성이 산패한 호스래디시 냄새로더럽혀진다는 것을 깨닫고, 호화 크루즈 여행 닷새째에는 이것이너무너무 불만스러운 일로 느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 P113

심야 바다 위에서의 이 시점에서 우리 네이디어 호가 정교하게빛나는 모습을 본다. 천사처럼 하얗게, 안으로부터, 축제처럼, 웅장하게, 궁전처럼 빛을 발하는 모습을・・・ 그렇다. 바로 이거다. 궁전처럼. 배는 장엄하고 끔찍하게 바다에 뜬 궁전처럼 보일 것이다. 한밤중 바다 위에서 홀로 작은 보트에 탄 가련한 사람에게는, 혹은 보트조차 없고 그냥 끔찍하게 물에 떠서 선헤엄을 치며 시야에 육지라고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에게는. 깊고 창조적인 시각적 무아지경은-나이절 엘러리가 무심결에 내게 안겨준 진정한 선물이다-이튿날 하루 종일 지속되었다. 그동안 나는 1009호 선실에 틀어박혀 침대에 앉은 채 주로 깨끗한 선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쟁반이며 껍질 따위를 주변에 늘어놓고, 눈동자가 약간 흐리멍텅했을지는 몰라도 대체로 좋은 기분으로-이렇게 네이디어 호에 타고 있는 것도 좋고 곧 네이디어 호에서 내릴 것도 좋으며 (어떤 의미에서) 죽도록 응석받이당하는 일로부터 (어떤 의미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도 좋다- 침대에만 있었다. 그 무아지경의 정체 상태때문에 마지막 밤에는 클라이맥스인 ‘승객 장기자랑‘과 ‘석별 자정뷔페‘를 놓쳤고 토요일에는 정박을 구경하고 G. 파나요타키스 선장과 ‘여행 후‘ 사진을 찍을 기회도 놓쳤지만, 그래도 이후 육지에매인 현실에서 성인이 감당해야 할 일상으로 재진입했을 때 이 재진입은 이전에 내가 절대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는 일주일 뒤에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만큼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
(1995년)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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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 호화 크루즈 여행에는 견딜 수 없이 슬픈 무언가가 있다. 견딜 수 없이 슬픈 것이 으레 그렇듯 이것은 정체를 파악하기는 엄청나게 어렵고 원인은 복잡하지만 결과는 단순한 듯하다. 그결과란, 내가 네이디어 호에서 특히 밤에, 배의 놀이 활동과 안심과 즐거운 소음이 다 그친 뒤에 절망을 느꼈다는 것이다. 절망이 - P27

라는 단어는 워낙 남용되어 이제 진부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진지한 단어이고, 나는 지금 이 단어를 진지한 의미로 쓰고 있다. 내게 절망이란 다음 두 가지의 혼합을 뜻하는 말이다. 죽음에 대한 이상한 갈망, 그리고 나 자신의 시시함과 쓸모없음에 대한 통렬한 자각에서 비롯한 죽음에 대한 공포. 어쩌면 이것은 사람들이 불안이나 고뇌라고 말하는 기분과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이것들은 같지않다. 최소한 정확히 같지는 않다. 절망은 내가 참으로 작고 약하고이기적이고 의심의 여지없이 언젠가는 죽을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느끼게 되는 견디기 힘든 기분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서 죽고 싶은 것에 가깝다. 배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기분이다. - P28

 내가 저널리스트답게 집요하게 문의한 결과, 셀레브리티 홍보를 맡은 회사의언론 담당자는(매력적이고 목소리가 데브라 윙거를 닮은 비센 씨) 유쾌한 서비스에 대해서 이런 설명을 제공해주었다. "배에서 직접 느끼셨겠지만, 선상의 모든 직원도-스태프도 대가족의 일원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고객을 모시는 일을 좋아하며, 모든 고객의 바람과 필요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이것은 내가 관찰했던 바와는 다르다. 내가 관찰했던 바에 따르면, 네이디어는 아주엄격한 배였다. 냉혹한 그리스 장교들과 감독관들로 구성된 엘리트 간부단이 배를 운영했고, 하급 직원들은 늘 자신을 또랑또랑한 눈으로 관찰하는 그리스 상사들이 무서워서 겁에 질려 있었고, 승무원들은 진심으로 쾌활하기는 힘들어 보일 만큼 디킨스풍으로 중노동을 했다. 아마 ‘쾌활함‘은 그리스 상사들이 클립보드에 끼워 다니면서 수시로 체크하는 직원 평가지에 ‘민첩함‘과 ‘고분고분함‘과 함께 평가 항목으로 올라 있으리라. 많은 직원은 손님이 아무도 안 본다는 걸 확인하면,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들이 일반적으로 드러내는 초췌한 피로함과 공포 어린 분위기로 금세 바뀌었다. 내가 볼때 승무원들은 사소한 과실로도 잘릴 수 있었다. 그리고 저 무서운 그리스 상사들에게잘린다는 것은 티끌 하나 없이 반들반들한 상사의 구두로 엉덩이를 뻥 차여서 무지무지 오랫동안 헤엄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할 것 같았다.
내가 관찰한 바, 하급 직원들이 승객들에게 애정을 느끼는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적인 애정이었다. 아무리 턱없는 요구를 하는 승객이라도 그리스 상사들의규율지상주의에 비하면 친절하고 이해심 있는 것처럼 보였고, 직원들은 그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뉴욕이나 보스턴에서 아무리 기본적인 수준이라도 인간적인 예의를 접하면 그만 감동해버리는 것처럼. - P35

7NC 호화 크루즈여행에는 배가 롤링할 때 서로 걸음을 돕는 것 같은 뜻밖의 사소한낭만이 가득하다. 나이 든 커플들이 크루즈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 만도 하다.
거친 바다는 숙면에도 좋았다. 첫 이틀은 ‘이른 아침 식사‘를먹으러 나온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들 늦잠을 잤다. 불면증으로 몇년 고생해왔다는 사람들도 아홉 시간, 열 시간을 내리 잤다고 보고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눈은 놀라움으로 천진하게 커졌다.
잠을 푹 잔 사람들은 더 젊어 보였다. 사람들은 낮에도 방자하게 낮잠을 잤다. 일주일이 끝날 무렵, 온갖 종류의 날씨를 다 겪은 뒤, 그제야 나는 거친 바다와 경이로운 숙면이 무슨 관계인지를 깨달았다. 거친 바다에서는 누가 당신을 흔들어 재워주는 느낌이 든다. 선창에서는 포말이 부드럽게 쉿쉿거리고, 엔진은 어머니의 맥박처럼두근두근 뛴다. - P65

그런데 프랭크 콘로이의 ‘에세이‘의 경우, 셀레브리티 크루즈는" 독자가 에세이에 취하는 태도, 예술에 (최소한 예술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에) 취하는 태도, 즉 경계를 늦추고 무방비하게 대하는 태도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그 글을 배치했다. 예술인 척하는 광고는-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말하자면 당신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따스하게 미소 짓는 사람과 같다. 이것은 부정직한일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해로운 것은 그런 부정직이 우리에게 미치는 누적적 영향이다. 진정한 선의 없이 선의의 완벽한 복사물이나 모조품만을 제공하는 그런 것을 자주 접하면, 우리는 차츰 혼란스러워져서 나중에는 진실된 미소와 진짜 예술과 진정한 선의마저경계하는 태도로 대하게 된다. 그리고 이 현상은 우리에게 혼란과외로움과 무력함과 분노와 두려움을 안긴다. 절망을 일으킨다. - P71

 여러분도 이 미소를 알 것이다. 입 둘레 근막은 강하게 수축하지만 연관됭 광대 움직임은 부족한 미소, 미소자의 눈까지는 미치지 못한 미소, 미소자가 피미소자를 좋아하는 척함으로써 미소자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계산된 시도에지나지 않는 미소, 고용주들과 감독들은 왜 프로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프로페셔널 미소를 내보이라고 강요할까? 그런 미소를 과량 복용하면 절망감이 느껴지는 사람은 나뿐인가? 오늘날 멀쩡하고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쇼핑몰이나 보험 회사나 병원이나 맥도날드에서 갑자기 자동화기를 꺼내는 사건이 갈수록 느는 현상은 저런 장소가 누구나 아는 프로페셔널 미소 보급소라는 사실과 어떻게든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사람은 나 혼자뿐인가?
대체 누가 프로페셔널 미소에 속는다고 그러는 것일까?
하지만 이제는 프로페셔널 미소의 부재 또한 절망을 일으킨다. 맨해튼 담배 가게에서껌을 사봤거나 시카고 우체국에서 소포에 ‘취급주의‘ 도장을 찍어달라고 부탁해봤거나사우스보스턴에서 여종업원에게 물 한잔 얻으려고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서비스 노동자의 찌푸림이 우리 영혼을 짓누르는 효과를 알 것이다. 그것은 프로페셔널미소를 거부당한 데 대한 굴욕감과 적개심이다. 게다가 이제 프로페셔널 미소는 무시무시한 프로페셔널 찌푸림에 대한 내 적개심마저 왜곡시켰다. 나는 이제 맨해튼 담배가게에서 나올 때 점원의 인간성 혹은 선의의 부재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프로페셔널 미소를 주기를 거부한 그의 프로페셔널리즘 결핍을 미워한다. 미치고 팔짝 뛸만큼 엉클어진 상황이 아닌가.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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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은연중에 토론이 진실을 중재한다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그러나 토론은 종종 최고의 주장이 아니라 가장 기만적인 웅변가에게 보상해왔다. 양측 주장이 대립하는 상황에서는명확성과 이성보다는 수사학적 말재주나 청중을 격앙시키는 능력이 자주 승리를 가져왔다. 다양한 범위의 의견을 대립적인 두개의 주장으로 깎아내면서 과정 자체가 가끔은 거짓 이분법으로바뀌기도 했고, 진실은 더 복잡한 저기 어딘가에 있는데도 우리에게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고 강요했다. 토론의 본질은 양극단의 대립이며, 마음을 바꾸거나 숙고 끝에 타협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토론은 너무 자주 우리를 분열시키면서 정보는 주지 못한다. - P506

우리가 마주한 문제들은 기후변화부터 항생제 내성, 지정학적 불안정성까지 진실로 벅찬 문제다. 이 문제들을 마주하고 견뎌내려면 과학자처럼 생각하고, 반응하기 전에 숙고하며, 감정보다는 증거를 따라가고, 항상 자신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분투에는 지적 능력만큼이나 용기와 연민도 필요하다. 인간의 시작은 한낱 어리석은 유인원이었을지 몰라도 그보다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한 능력을 부여받았다.
낡은 생각은 버리고 새로운 생각을 포용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타인의 오류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오류도 용서해야 한다. 결국 인간이 번영할지 소멸할지는 우리가 실수를 통해 배우느냐 실수에 굴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 P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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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이지는 뱀 기름을 용납하지 않았다. 사망 직전의 인터뷰를 보면 그는 자신에게 접근했던 사기꾼들에게 짜증을 드러냈다. "많은 사람이 내게 맹세한 것처럼 정말 치료법을 알고 있다면, 둘 중 하나다. 대단한 부자가 되었거나굉장히 유명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입 좀 다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스웨이지에게 환호해야 한다. - P400

어떤 결과를 신뢰할지 구분할 수 없을것 같지만, 과학의 아름다움은 방법론만 신뢰할 수 있으면 된다는 점에 있다. 독립적인 연구는 그저 하나의 자료에 불과하다. 이상적이라면 연구 결과는 정확해야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결함이 있을 수 있다. 정말중요한 것은 완벽한 그림이며, 결과와 분석이 모였을 때 나타나는 경향성이다. 바로 이것이 인간이 유도한 기후변화 혹은 백신의 안전성에 관한 증거가 그토록 압도적인 이유다. 수천 건의 논문과 이론 모형에서 나온 자료가 모두 같은 결론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반대로 단 하나의 연구나 결함 있는 논문을 붙들고 있는기후변화 부정론자나 백신 반대 운동가들은 아는 것도 모르는척하는 중이다. 독립적인 연구지만 체리피킹한 논문은 압도적인증거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과학은 불변의 사실이나 신성한 정설의 집합체가 아니라 체계적인 탐구 방법이다. 과학자들은 신비로운 지식을 선언하는사제가 아니다. 권위나 명예는 근본적으로 과학과 무관하며, 가장 유명한 노벨상 수상자의 이론도 이름 없는 학생의 실험 하나로 바로 뒤집힐 수 있다. 현실은 우리의 편견과 자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과학 지식은 항상 잠정적이며 발견의 수용은 제시한 증거의 신뢰도에 비례한다. 새로운 발견은 우리의 지식을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이론적인 통찰은 발견을 가리키는 나침반역할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과학이 스스로 교정하도록 돕는다. - P425

 아인슈타인의 가설은 구체적이고 검증할 수 있는 예측을 내놓았지만, 프로이트의 주장은 확실한 형태가 없고 나중에 사실 뒤에 숨은 진실이라는 식의 해석으로 조작할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가설은 검증할 취약점이 있지만, 프로이트의 가설은 비판에서 보호되었다. 포퍼는 반증가능성 falsifiability 이 과학과 유사과학을 가르는 경계선이라고 보았다. 즉 가설을 반박할 결과가 나올 실험을 하나라도 설계할 수 있다면 이 가설은 과학적인추측이다.
과학적 가설은 반드시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예측을 할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가설은 과학적이라고 할 수 없다. 반증가능성은 가설이 거짓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도록 한다. 그저 원칙적으로 그 가설이 틀렸다면 틀렸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화요일에는 뉴욕에 비가 내리겠습니다."라는 주장은 반증가능성이 있으며, 만약 비가 오지 않으면 주장은 버려진다. 보이지 않는 영혼이 속삭인다는 영매의 주장은 거짓말처럼 보이지만 반증가능성이 없다. 과학적 가설은무너질 때까지 검증되며, 만약 증거의 무게가 가설을 반박한다면 이를 수정하거나 버려야 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 어떤 가설도 절대로 ‘증명‘할 수 없다. 대신 가설에 부합하는 증거는 시간이 흐르면서 쌓인다. 비판적인 정밀 조사를 견뎌낸 가설은 결국 이론이 된다. 그러나 모순되는 증거가 나오면 이론도 수정해야 한다. - P435

반증가능성은 과학적 방법의 핵심이다. 가설을 입증하는 결과만 찾지 말고, 극도로 정밀한 조사를 통해 가설을 적극적으로검증해야 한다. 이것이 점성술이 과학이 아닌 이유다. 점성술이내놓는 주장은 모호하고 흐릿해서 검증할 수 없다. 프로이트의정신분석처럼, 점성술도 사실을 확인한 뒤 재해석할 수 있다. 반면 천문학은 매우 구체적이며 검증할 수 있는 예측을 하는 과학이다. 기 치료는 치유력이 있는 우주 에너지를 활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증거를 내놓지 못하며 핵심인 기에 대한 정의도 내리지않는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기 치료는 검증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 임상 시험은 효능이 있다는 증거가 없었다. 따라서 기치료는 곧바로 반박되었다. 반면 방사선 치료는 이론과 실험의 방대한 자료로 뒷받침된다. - P436

반박힐 수 없는 가설은 과학이 아니며 검증을 버텨내지못한 가설은 폐기해야 한다. 그러나 유사 과학 지지자들은 일방적인 진술과 일화로 자신들이 가진 신념의 약점과 실패를 덮으려한다. 믿음은 여기에 확실히 일조한다. 예를 들어 진화는 과학이며, 검증할 수 있는 주장은 빗발치는 반박을 견뎌냈다. 창조론은과학이 아니며, 반박할 수 있는 예측이 없고 ‘그냥 그렇게 된‘ 종교 이야기 그 이상은 아니다. 이것이 과학과 믿음의 중대한 차이점이다. 과학에서는 가설이 얼마나 우아하든 간에 아주 약간의반박 자료로도 가설을 폐기할 수 있다. 반면 믿음은 조사의 영역을 넘어서는 자명한 이치를 세우며, 믿음을 보존하기 위해 증거를 폐기하는 일을 종종 미덕으로 여긴다. 믿음이 종교적이든 정치적이든 아니면 그 외의 것이든 다르지 않다. - P437

과학을 사칭하는 것을 마주했을 때 고려할 중요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증거의 질 -과학적 주장은 뒷받침하는 자료와 사용한 방법론을 명확하게 서술한다. 만약 주장이 일화와 증언에 크게 기대고 있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권위 -과학적 주장은 과학자의 권위에 기대지 않는다. 과학적주장의 수용 여부는 주장을 지지하는 증거의 무게로 결정된다. 반면 유사 과학적 주장은 증거보다는 그럴싸한 전문가나권위자에게 더 자주 초점을 맞춘다.
•논리 -주장을 구성하는 사슬은 그저 몇몇 개가 아니라 모두 연결되어야 한다. 불합리한 추론은 미심쩍은 결론으로 이어진다. 복잡한 상황이나 질병에 단 하나의 원인이나 치료법을 제시하는 지나치게 환원주의적인 주장은 회의적으로 다루어야한다.
•반박할 수 있는 주장 -반증가능성은 주장의 타당성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잘못되었다고 반박할 수 없다면 과학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과학은 재현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독립적인 실험으로 재현할 수 없는 주장은 유사 과학일 가능성이 크다.
•증거의 전체성 -가설은 모든 증거를 고려해야만 하며 부합하는 증거만 체리피킹해서는 안 된다. 주장이 일관성 있고 지금까지 밝혀진 모든 증거와 양립한다면 그 주장은 잠정적으로수용한다. 그러나 이전의 수많은 자료와 충돌한다면 이 단절성을 반박할 근거를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오컴의 면도날 -주장이 다수의 부가적인 주장에 의존하는가? - P438

대안 가설이 축적한 자료를 더 적절하게 설명한다면 부가적인 추정을 정당화할 강력한 증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입증할 책임 -언제든 반박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지하는 사람에게 주장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이 책임을 떠넘기는 시도는 나쁜 과학이라는 경고신호다. 증거 부족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변명이 핵심인 주장(음모론을 포함해서)은 유사 과학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원칙적으로 탐구 정신에서 나온 주장은 정당화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주장보다 과학일 가능성이더 크다. - P439

엄청난 사망자 수 추정치는 나쁜 과학과 터무니없는 외삽법外挿法(어떤 변역 안에서 몇 개의 변숫값에 대한 함숫값이 알려져 있을 때 이 변역 외의 변숫값에 대한 함숫값을추정하는 방법. 옮긴이) 마술이었고, 이를 두고 세계보건기구 대변인 그레고리 하틀Gregory Hartl은 "사람들이 왜 그런 추론을 하는지 그 이유를 항상 명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념의 제단 위에사실을 희생물로 바치는 것은 맑은 물을 흙탕물로 더럽힐 뿐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적극적으로 손상하는 행태다. 2006년 세계보건기구는 보고서를 통해 "피해당한 사람들을‘생존자‘가 아닌 ‘희생자‘로 부르면 이들은 스스로를 무력하고 약한 존재라고 여기며, 자신의 미래를 통제할 수 없다고 인식하게된다. 이는 (•••)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행동이나 과장된 건강 우려, 무모한 행동으로 이어진다"라고 경고했다. - P472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회의주의와 싸구려 냉소주의를 헷갈려서는 안 된다. 냉소주의는 무조건 반사처럼 튀어나오는 "의심스러운데"가 아니라 "왜 그걸 생각해야 하지?"에 가깝다. 회의주의는 토의와 이해를 격려하는 열린과정이지 이를 차단하는 수단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부정론자면서도 자신들이 기후변화나 백신 접종 같은 주제에 ‘회의주의적‘‘관점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작가와 방송인도 많다. 이들은 부적절한 명칭을 의도적으로 차용한다. 회의주의는 모든 주장이 확인되거나 위조되었다고 밝혀지기 전까지는 입증되지 않은 주장으로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부정론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모든 증거를 고집스럽게 인정하지 않는다. 스스로 ‘회의주의자‘라고 선언하면서도 압도적인 과학적 합의를 거부하는 사람은 부정론자 중에서도 특히 계급이 높으며 자신들의 주장을 옹호하지않고 반박의 여지가 없는 증거를 의도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 P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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