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몬스터 마르코가 리틀 엔젤에게 쭈뼛쭈뼛 다가왔다. "삼촌은 진짜 음악을 아는 멋진 사람인가" "고맙구나." "아니, 내가 물어보는 거야. 진짜 록이 뭔지 아는 사람이냐고 록 좋아하냐고" "아! 그럼, 물론이지." "하드록? 아니면 계집애들 록?" "계집애들 록이라니?" "징그럽게 머리 짧게 하고 나오는 놈들이 부르는 거. 케케묵은록. 돈에 영혼을 판 놈들." ‘고놈 참 마음에 드는군‘이라고 리틀 엔젤은 생각했다. "아, 알겠어. 난 하드록이 좋아. 모터헤드도 좋아하지." 그러자 젊은 아이는 점잔을 빼며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더없이 찬란한 대화였다. 리틀 엔젤은 행복했다. 헤비메탈을듣는 삼촌이 이 호르몬이 질풍노도로 분비되는 놈을 진지하게 받아주고 있군. 삼촌은 이러라고 있는 거지. 그는 조카의 내면에 있는 헤비메탈 파일에 접근하며 말했다. "뭐, 신은 우리 모두를 미워하니까." 그는 이 나이대 애들에게 미끼를 던지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삼촌?" "피로 다스리는 분이지." "삼촌! 신은 개자식이야! 살인마야!" 몬스터 같은 조카가 울부짖었다. 그들은 태양을 향해 악마의 뿔 모양을 손으로 만들어 보였다. - P306
빅 엔젤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얼굴을 문질렀다. 얼굴 문지르는 이 동작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까. 갑자기 모든 게 다소중해졌다. 한숨도 그렇다. 한숨 쉰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제라늄이 보인다. 왜 제라늄을 안 보고 놔두었지? 데이브는 그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쟤 이가 저렇게 하였나? 빅 엔젤은 본인 이도 하얗게 만들고 싶었다. 파티를 끝내자마자죽지 않는다면 말이다. "나와 아내는 네 아이를 두었어." "그래." "하나는 죽었어. 다른 하나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고. 엘 인디오 말이야, 무슨 이름이 그렇지? 그 애들은 내 자식이 아니지만, 내 자식이야. 그리고 미니와 랄로는 여기 있지. 걔네들은 내 자식이야." "그래." "그 애들은 모두 자녀가 있어. 엘 인디오 빼고." "맞아." "그 자녀들도 또 애를 낳고 있지." "그러게." "내가 왜 걔들을 두고 가야 해?" - P366
•오후 3:56
하루 중에는 아주 특별한 1분이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정신이딴 데 팔려서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그특별한 1분이 있다. 마치 생일 선물처럼 이 세상에 오는 1분이다. 매일 오는 그 1분은 모든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황금 거품을 창조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빅 엔젤은 지금 자러 갈 수 없어서 속상하고 화났기 때문에 하마터면 그 1분을 놓칠 뻔했다. 짐보는그 1분을 놓쳤다. 기절해 있었으니까. 파티가 열리는 집까지 7킬로미터를 남겨두고 아직 고속도로에 있는 사람들도 그 1분을 놓쳤다. 교통체증과 싸워가며 멕시코인들을 미워하느라 바빴으니까. 라디오에서는 IS와 국경 장벽과, 샌디에이고의 기대를 저버린 차저스 팀과, 새로운 법이 이 땅을 소돔으로 만들어버릴 거라며 울부짖는 복음주의자들과, 제일 좋아하는 토크쇼 사회자들이더 이상 어떤 이야기도 진행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와 가뭄이 캘리포니아 전역을 싹 태우고 먼지로 사라지게 만들 때까지 계속될 거라는 이야기와, 서부의 강들이 누렇게 변하거나 엄청난 홍수가 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니는 그 1분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 순간은 길고 외로운 밤중에 문득찾아왔다.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마음은 불편한 데다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는 슬프게도 접속이 안 되는 상황이 실은 선물 같은 순간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런데 그게 선물이더라. 그녀는 불행 가운데에서 황금빛 거품을 찾아냈다. "기다려요, 아빠." 그녀는 휠체어에 몸을 기댔다. 이러면 아부지가 투덜대는 기관차처럼 마구 김을 뿜어내지 않을 터였다. "미니! 난 피곤해!" "알아요. 참으세요." 그러자 빅 엔젤이 쏘아붙였다. "네가 뭘 아냐? 아무도 내 기분을 몰라!" "알아요, 아빠." 페를라는 초조해하며 말했다. "얘, 그냥 아버지 들어가시게 해. 응?" "엄마! 안 돼. 그냥 기다려봐요!" 미니가 말했다. 이걸 준비하느라 저금해둔 돈을 아주 많이 썼다. 그녀는 집 앞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조금씩 웃기시작했다. "들어보라고" 뭔가 엄청나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팡파르였다. "저게 뭐냐?" 빅 엔젤이 말했다. 리틀 엔젤은 일어서서 눈 위에 손 그늘을 만들었다. "생일 축하해요, 아빠." 미니는 완벽한 타이밍에 말했다. 그녀는 지금 힘이 넘치는 상태였다. 그녀가 만지는 모든 것은 완벽하게 축복받으리라. 저절로 알 수 있었다. 미니가 말하는 동안 트럼펫이 울려댔다. "뭐야?" 빅 엔젤이 소리쳤다. 마리아치들은 차고를 통해 행진하여 일렬로 불쑥 들어왔다. 무시무시하게 큰 소리로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면서 말이다. 모든 단원은 검은색과 은색으로 웅장하게 차려입고, 진홍색 허리띠와 커다란 솜브레로 모자도 갖춰 썼다. 프릴 달린 하얀 셔츠위로 빨간 넥타이가 우아하게 펄럭였다. 트럼펫과 바이올린, 기타론guitarrón, 기타까지. 그들은 빅 엔젤과 페를라 앞에서 반원형의 대열을 이루고 우주를 뒤흔들듯 연주했다. 빅 엔젤은 웃으며 손뼉을 치고, 또 웃으며 발을 구르고 소리쳤다. 그는 노래하고, 노래하고, 또 노래했다. 연주를 끝낸 마리아치 악단은 사람들이 바치는 경배가 별이라도 되는 듯 커다란 모자를 살짝 기울여 빅 엔젤에게 인사한다음 열을 지어 버스에 올라타서 오후의 풍경 속으로 재빨리 사라졌다. - P371
・오후 4:30
미니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일족을 바라보았다. 계속 지켜보고 있자니 모두의 행동이 점점 느릿느릿해지는 것 같았다. 마리루고모 고모의 아이들은 모두 깨끗하고 똑똑하고 교육을 잘 받았다. 세사르 삼촌의 아들들은 다들 다정하다. 메탈에 미쳐 있는 괴물 같은 마르코도 다정하긴 마찬가지였다. 글로리오사 이모 저분은 엄마를 빼면 이제껏 본 여인 중 가장 강한 분이다. 자그마한 꼬마들은 엄청나게 빨리 컸고, 나이 든 신사들과 숙녀들은 갈색 정장을 입었다. 아, 하느님. 저들은 아름다웠다. 갑자기 이상한 침묵이 파티 분위기에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조용히 앉아서 서로 이야기하거나 생각에 잠겼다.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음악 소리에 흡수되어 사그라져버린 듯하달까. 그날의 밀도가 모두에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탁자에 모여 앉은 사람들은 저마다 개인적인 감상을 중얼댔다. 갑자기 이 남자, 빅 엔젤과 있었던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며, 언제가 되었든 앞으로 분명히 닥치게 될 그 순간을 애도하면서. 모두는 보았다. 모두는 알고 있었다. - P375
우키는 자물쇠를 잠그지 않고 두었다. 리틀 엔젤이 나중에 다시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리틀 엔젤은 서둘러 큰형에게 가서 비밀의 도시를 보았다고 말하려 했다. 그가 본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놀라웠다. 그는 처음으로 형의 본모습을 보았다. 그의 형, 자신의 생명이 다해가고 있다는 걸 안 형은 미친 아이와 차고 속에 틀어박혀서는, 아무도 보지 못할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제껏 조금 의심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이제 리틀 엔젤은 빅 엔젤을 믿고 떠받드는 열렬한 신도의 대열에 흔들림 없이 합류했다. 완전히 빠져들었다고나 할까. 빅 엔젤이야말로 보살님이다. - P403
빅 엔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넌 다 가졌잖아." "우리 진짜 이런 말까지 해야 하는 거였어?" 이제는 리틀 엔젤이 웃을 차례였다. "다 가졌다라. 내가 살던 곳에서는 모든 게 다 행복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빅 엔젤이 말했다. "이제 한번 다 말해보자! 네가 감히!" 그는 막냇동생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난 먹을 것도 없었어, 이 개새끼야!" 그때 미니가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마리루 고모한테 큰일 났어요!" "뭔데." 두 형제는 똑같이 말했다. 미니는 울부짖었다. "밖에 난리가 났어요." "왜?" 빅 엔젤이 물었다. "파스 숙모가 고모 가발을 벗겨버렸어요! 파티가 전부 개판이되었다고요!" "마리루 누나가 가발을 썼어?" 리틀엔젤이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두 형제는 웃어버렸다. "뭐가 웃겨요! 내가 그 두 분을 떼어놓아야 했다고요! 파스 숙모가 탁자를 뒤엎었어요. 마리루 고모는 머리에 냅킨을 쓰고 도망쳤다고요." 미니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형제들은 웃다 흘린 눈물을 훔쳤다. 빅 엔젤이 말했다. "네가 여기 없었기 때문에 행복했다는 건 알아. 너는 우리가한 온갖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이 모든 흥겨움이라니, 끝이 없구나." "형은 내 편 들어주지 않잖아." "난 너희 모두의 편을 들어 나는 가장이니까." - P420
"내가 이런 말까지 해야 하겠냐." "방금 뭐라고 했어?" "그냥 잊어버려." 리틀엔젤은 일어서더니 빅 엔젤 곁에 가까이 다가앉았다. "맙소사." "네 어머니는 널 임신했어. 그래서 두 분이 결혼한 거라고." "거짓말" "아, 그게 진실이야. 나더러 또 거짓말한다고 그러면, 난 일어설거다." "일어서서 어쩌려고?" "너랑 아직 싸울 수 있거든." "이야, 그거 무서워서 벌벌 떨겠는데." 빅 엔젤은 몸을 앞으로 왈칵 숙여 리틀 엔젤의 멱살을 잡았다. "야!" 빅 엔젤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아직 너한테 본때를 보여줄 수 있어!" "나는 형 몸에 손대고 싶지 않아." 리틀엔젤은 손바닥으로 앙상한 닭 뼈 같은 형의 가슴을 밀어냈다. "진정해. 어서." "버르장머리 고쳐줄 거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고." 그들은 침대에서 몸싸움을 했다. 빅 엔젤은 막냇동생의 얼굴에 몇 차례 큰 소리가 나도록 주먹을 날렸다. "그만해, 이 바보야!" 리틀엔젤이 말했다. 페를라가 급히 안으로 들어와 슬리퍼로 리틀 엔젤을 때리며 소리쳤다. "미쳤어?" "여보" 빅 엔젤은 리틀 엔젤의 셔츠 앞주머니를 정신없이 뜯어내며 말했다. "지금은 우리를 그냥 놔둬." "당신들 두 사람 아주 지긋지긋해!" 페를라는 이렇게 말하고는 쿵쿵대며 밖으로 나갔다. 둘은 숨을 몰아쉬며 침대로 쓰러졌다. "내가 널 혼냈어." 빅 엔젤이 말했다. 그는 똑바로 앉아서 주스를 꿀꺽꿀꺽 마시고는 침대 반대편에 있던 동생에게 건네주었다. - P423
"나는 떠났어. 나 자신을 뭔가 대단한 존재로 만들고 싶어서.내가 세상을 바꿀 거라 생각했지." "그래서 어떻게 됐냐. 아우야?" "아무것도 안 바뀌었어." "아, 왜 이래." 리틀엔젤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내가 떠나서 미웠겠지. 알아. 내가 형을 비롯해서 모두를 깔보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도 알아. 뭐, 어쩌면 그랬을지도. 난 평생 살아남기 위해서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어쩌면 형에게서조차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이제 형이 날 떠나려 하고, 나는 형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가 없어. 난 언제나 생각했어. 내가 원했던 아버지를 가졌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그리고 이제껏 내가 원했던 아버지는 사실 형이었어." "지금 여기서, 네가 이룬 것들을 보니까 내가 참 초라해지는구나.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지. 상관없어. 난 내가 세상을 구할 거라 생각했고, 여기 있는 너는 이제껏 매일, 매 분마다 세상을 바꿔왔어." 빅 엔젤은 뭔가 더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세상을 바꾸는 것 조금씩 좀 더 좋게 지금, 여기서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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