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말이야, 요리교실에 다니는 여자에 대한 편견과 콤플렉스 탓이 아닐까? 혜택받은 여자들이라는 이미지를 멋대로 떠올리면서 다들 질투한 거지."
"음.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런 편견이 있었을지 몰라. 뭔가 깨달은게 있어. 최근에 약간이지만 요리를 하게 된 뒤로 청소나 요리는 로큰롤이더라. 사랑이나 다정함이 아니라, 가장 필요한 건 힘이랄까..... 일상을 무디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투지랄까......." - P469
"나는 ‘언젠가‘, 시간을 듬뿍 들여서 칠면조구이를 할 거예요. 나의 즐거움을 위해."
리카는 이제 공격을 멈추기로 했다.
"난 당신이 특별히 가엾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친구가 없는건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생각해봤어요. 내가 만약 칠면조를 굽는다면 열 명이나 손님을 모을 수 있을까 하고. 교제 폭이 좁고, 무엇보다 지금 내가 사는 맨션에는 그렇게 큰 오븐이 없고, 열명씩 들어갈 만큼 넓지도 않아요. 의자도 그릇도 부족해요. 봐요. 나도 못 하잖아요. 간단히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예요. 그러나내가 넓은 집을 얻게 된다면, 사람을 모을 수 있다면, 해볼지도 모르겠어요. 그때, 만약 당신의 혐의가 벗겨져 석방된다면."
잠시 머뭇거렸지만, 리카는 과감하게 말하기로 했다. 야마무라씨가 소개해준 공원 앞의 집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의 칠면조구이를 먹으러 와주세요. 꼭."
가지이 마나코는 참을 수 없었는지 울음을 터트렸다. 그 일그러진 웃는 얼굴이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의 도움닫기였음을 리카는 안다.
거짓으로 우는 게 아니었다. 콧물을 훌쩍거리며, 연신 쏟아지는 눈물을 두 손으로 막으려 하고 있다. 손가락 사이로 붉게 충혈된 눈과 부은 눈두덩, 굵은 눈물이 뭉개지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언제까지고 멈추지 않을 듯이 오열했다.
만약 아크릴판이 없다면, 자신은 틀림없이 가방 속의 손수건을꺼내 주었을 것이다. 가지이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타월지 손수건이라 아주 조금 부끄럽지만, 다음 휴일에는 백화점에라도 가서 가지이가 아주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은 우아한 꽃무늬 손수건을 몇 장 사야겠다. - P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