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고치는 정도인데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옛날의 그 색깔을 낼 수 없거든요. 성가대석 위에 있는 파란 유리를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유리는 어찌나 맑은지 해가 중천으로 솟으면 천국의 빛줄기가 회중석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답니다. 회중석 서쪽에 있는 유리는 얼마전에 바꾸어 끼웠습니다. 그래서 질적으로는 원래 있던 것만 같지 못합니다. 여름에 보시면 금방 알 수 있지요. 맥이 빠집니다. 우리에게는 이제 옛날 사람들 같은 재주가 없는 모양입니다. 거인의 시대는 가버린 것이지요.」윌리엄 수도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수했다.
「그래요, 우리는 난쟁이들입니다. 그러나 실망하지 마세요. 우리는 난쟁이는 난쟁이이되, 거인의 무등을 탄 난쟁이랍니다. 우리는 작지만, 그래도 때로는 거인들보다 더 먼 곳을 내다보기도 한답니다.」윌리엄 수도사의 말에 니콜라가 자신 있게 대들었다.
「아니, 우리가 그분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무엇인지 말씀해 보십시오. 수도원의 보물이 보관된 교회 지하실로 내려가 보시면, 아주 굉장한 성보 상자를 구경하실수 있을 것입니다. 그 성보 상자를 한 번이라도 보시면, 저 같은 유리장이가 꼼지락거리며 주무르고 있는 이것은..
호작질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아실 것입니다.
「유리 세공사가 줄곧 유리창만 만들라는 법은 없어요. 대장장이라고 해서 줄곧 성보 상자만 만들라는 법도 없고요.
옛날의 거장들이 다행히도 몇 세기를 너끈하게 견딜 만한,
아주 튼튼하고 예쁜 놈으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세상은 온통 성보 상자로 가득 차 버리게요? 그때쯤이면 성보 상자를 아무리 뒤져 봐야 유물이 될 만한 성자의 유골은 아주 드물어질 테지요. 그렇다고 해서 평생 깨어진 유리창만 땜질하고 있을 수도 없지요. 여러 나라에서 나는 유리 제품을 많이 보았는데, 그걸 보니까 장차 세상에서는 유리가 신성한 사업에 쓰여지는 것은 물론 인간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우리 시대에 만들어진 거라도 하나 보여 드리고 싶군요. 나는 복이 많아 이 요긴한 견본을 하나 가질 수 있었답니다.」윌리엄 수도사는 말끝에, 법의 안으로 손을 넣었다가는 예의 그 렌즈 콩처럼 생긴 유리알 한 쌍을 꺼냈다. 우리의 말상대가 되고 있던 양반의 안색이 달라졌다. - P169

「기적이 아닙니까! 그런데도 혹자는 마법이니, 악마의 연장이니 할 터이니.
윌리엄 수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물건을 두고, 마법 어쩌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허나 마법에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악마의 마법인데, 이 마법은 말로 나타내기 어려우리만치 아주 교묘하게인간의 타락을 획책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마법도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하느님의 지혜가 인간의 지식을 통해 드러납니다. 이러한 마법은 자연을 변형시키는 일을 하는데 그 목적 중의 하나는 인간의 생명 자체를 연장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신성한 마법이라고 불러야 마땅하지 않은가요. 따라서 배운 사람들은 마땅히 이 마법을 고구하되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만들어 내는 데 그치지 말고, 하느님께서, 히브리인, 그리스 인, 고대인, 심지어는 이방인들에게까지허락하셨던 자연의 비밀을 찾아내어야 합니다(이교도들의책에서 읽을 수 있는, 눈과 시력의 과학은 얼마나 방대한지모릅니다). 이러한 기독교도의 지식은 불신자나 이교도들 손을 떠나 다시 우리 것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하면, 이런 것과 관련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어째서 이를 하느님의 백성을 위한 지식으로 널리 펴지 않는답니까?」「하느님 백성이라고 해서 모두 이 어마어마한 비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닌 데다. 이러한 지식을 가진사람이 악마와 결탁한 요술쟁이로 오해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런 지식을 남과 더불어 나누겠다고 한 이유로 목숨을 잃은 적도 있기 때문이랍니다. 나부터도, 저 종교 재판과 이단심판 시절에 악마와 거래한다는 의심을 받았던 나머지 이 렌즈를 감히 코에다 걸지 못했던 때가 있답니다. 이 때문에꼭 읽어야 할 문건(文件)도 직접은 읽지 못하고 공연히 서기들로 하여금 대독(代)하게 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단심판관 시절이라면, 악마가 지천으로 널려 있던 시절, 누구나 코로 유황 연기 냄새를 맡을 수 있던 시절이랍니다. 한번 걸리면 악마와 손을 잡은 혐의로 기소되기가 십상이었지요. 위대한 로저 베이컨께서 경고하셨듯이, 과학의 비밀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고루 미덕이 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고약한 일에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식자는 마법과는 관련이 없는, 지극히 범용한 과학 문건을 일부러 마법과 관련된 문건으로 보이게 하기도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요?
그래야 불순한 사람들이 이를 넘보지 못할 게 아니겠어요?」
「그렇다면 어른께서는, 범용한 사람들이 이 비밀을 그릇된 목적에 쓸까 봐 두려워하시는 것입니까?」 범용한 사람들, 단순한 사람들을 내가 두려워하는 바는,
그들은 이런 비밀을 무서워하는 나머지, 목자(牧者)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악마의 소행으로 혼동한다는 점입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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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 그렇게 많았으니 한겨울 오후에도 빛이 고루 들어오는 것은 당연했다. 창유리는, 교회의 경우와는 달리 채색 유리가 아닌, 납틀에 박힌 정방형 유리였다. 그래서 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인공으로 변조(變調)된 빛이 아닌 순수한 자연광 그대로였다. 따라서 자연광이 수도원 학승들의 독서와 필사를 밝혀 주고 있는 셈이었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구경한 문서 사자실은 적지 않으나,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방을 밝히는 자연광이 그처럼 현란한 문서 사자실은 본적이 없다. 빛이 연출하는 영적인 원리의 광휘와 아름다움과 학문의 본디 모습은 그 방이 체현하는 조화로운 분위기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방에서는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세 가지 현상이 돋보이고 있었다. 첫째는 불완전한 것을 추한 것으로 여기게 하는 완전성 혹은 무류성無謬性), 두 번째는 고유의 조화 혹은 일치, 마지막으로는 특정 색깔을 아름답다고 여기게 하는 청징스러움과 빛 자체의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운 것에는 평화가 깃들어 있는 법••••••.
그리고 우리의 욕심은, 평화로운 것, 아름다운 것, 선한 것 앞에서 차분히 가라앉는 법. 그래서 나는 그 분위기 앞에서 위안을 느끼는 동시에 그런 곳에서 공부하던 사람들이 참으로 부러워 보였던 기억이 새롭다. 내 눈이 그 방의 밝기에 익어 감에 따라 오후의 햇살에 화사해진 그 방은 더할 나위 없는 학문의 전당으로 보였던 것이다. 후일 장크트 갈렌 수도원에서, 장서관과는 분리되어 있는, 비슷한 크기의 문서 사자실을 본 적이 있으나 꾸며진 상태와 간추려진 상태로 보아 그 수도원 문서 사자실과 같지 못했다(장크트갈렌 수도원의경우 수도사들이 장서가 있는 곳에서 공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달랐다). 고문헌 연구가, 사서. 주서사들은 모두 각자의 서안(書案)앞에 앉아 있었는데, 이 서안은 하나씩의 유리창 앞에 면벽(面壁)하고 있었다. 유리창이 40개여서(4주덕(主德)에 10계명을 곱한 듯, 4의 10배수로부터 나온 완벽한숫자) 40명의 수도사가 동시에 공부할 수 있게 되어 있었지만 내가 보았을 당시에는 30여 개의 서안 앞에만 수도사들이 앉아 있었다. 세베리노는, 문서 사자실에서 공부하는 수도사들은 3시, 6시, 9시과의 성무를 면제받고 있어서 낮에는 그곳을 떠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수도사들의 공부가 끝나는 시각은 만과가 시작되는 일몰 즈음이 되는 셈이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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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브루클린 프로스펙트 공원 가장자리를 따라 죽 이어진 인도에서여치와 귀뚜라미가 늦여름 노래로 공기에 양념을 친다. 해는 몇 시간전에 저물었지만 열기는 남아서 나뭇가지에 숨은 곤충들의 찌르르르 뜨르르르 맥동하는 소리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공원 담장을 따라 띄엄띄엄 늘어선 가로등의 규칙적 패턴은 보도의 빛에 제 나름의 장단을 부여한다. 곤충들은 빛에 이끌려 전구 주변 이파리들의 빛나는 구(球)안에 모여든다. 나의 발걸음을 따라 소리와 빛이 주위로 솟아올랐다 내려앉으며 섬세하게 부푼다. - P8

하지만 음성이 진화하자 동물은 음성의 그물망으로 엮인 채 거의 즉각적으로 때로는 마치 텔레파시처럼 먼 거리에서도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소리는 안개, 흙먼지, 울창한 덤불, 밤의 어둠을 뚫고서 메시지를 나른다. 냄새와 빛을 가로막는 장벽을 거뜬히 통과한다. 귀는 방향에 구애받지 않으며 늘 열려 있다. 소리는 동물들을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음높이, 음색, 장단, 세기를 다채롭게 변화시키며 미묘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생물이 연결되면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난다. 동물의 음성은 혁신의 촉매다. 여기에 역설이 있다. 소리는 찰나적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길을 따라 생명을 연결하고 생물학적·문화적 진화의 잠재력을 깨운다. 수억 년 넘게 발휘된 이 생성의 힘은 살아 있는 지구 위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소리들을 만들어냈다. 인간의 말을 대신하는 이 페이지의 활자들은 소리, 진화, 문화의 풍성한 결합이 낳은 여러 산물 중하나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수십만 가지의 경이로운 소리들이 온 세상에서 울려퍼진다. 음성을 가진 종마다 독특한 소리를 낸다. 지구상의 모든 장소는 이 다채로운 음성들이 유일무이하게 어우러진 음향적 특징을 저마다 지니고 있다.
세상의 온갖 소리가 지금 위기를 맞았다. 인류는 음향적 창조성의 정점인 동시에 세상의 풍성한 음향을 부수는 파괴자다. 서식처 파괴와 인공적 소음이 전 세계에서 소리의 다양성을 지우고 있다. 지구 역사상 소리가 이토록 풍요롭고 다양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한편 그다양성이 이토록 위협받은 적도 일찍이 없었다. 우리는 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동시에 파괴 속에서 죽어간다. - P11

생명은 30억 년 동안 침묵하다시피 했으며 소리라고는 세포벽의 떨림과 단순하게 생긴 동물 주변의 소용돌이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 길고 고요한 시기 동안 진화는 훗날 지구의 소리를 탈바꿈시킬 구조를빚어냈다. 이 혁신은 세포막의 작고 꼬불꼬불한 털로, 그 덕에 세포는헤엄치고 방향을 바꾸고 먹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섬모라고 불리는 이 털은 세포 주변의 액체에 뻗어 나와 있다. 많은 세포는 한데 모인 여러 가닥의 섬모를 일제히 꿈틀거려 헤엄에 힘을 보탠다.
섬모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쩌면 세포 속의 단백질 뼈대가 늘어나 생겼을 수도 있다. 물의 움직임은 섬모핵심부의 살아 있는 단백질 다발로 전달되었다가 다시 세포 속으로전달된다. 이 전달은 생명이 음파를 지각하는 토대가 되었다. 섬모는세포막과 세포 분자의 전하를 바꿈으로써 세포 밖의 움직임을 세포내부의 화학 언어로 번역했다. 듣기에 특화된 기관을 이용하든 피부와 몸속에 흩어진 섬모를 이용하든, 오늘날 모든 동물은 섬모를 이용하여 주변의 소리 진동을 감지한다.
인간의 목소리를 비롯하여 우리가 오늘날 듣는 풍부한 동물 소리에는 15억 년 전 섬모에게서 물려받은 두 가지 유산이 남아 있다. 첫째, 진화는 섬모를 세포와 몸에서 활용하는 여러 방법을 통해 다양한 감각 경험을 만들어냈다. 인간의 귀는 수많은 듣기 방법 중 하나에불과하다. 둘째, 물속 진동에 대한 민감성이 처음 생겨나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일부 동물이 소리를 이용하여 서로 소통하는 법을 발견했다. 소리 감각과 소리 표현이라는 이 두 가지 유산은 서로 어우러져 진화의 창조성에 양분을 공급했다. 봄철 새소리, 아기의 옹알이, 여름날저녁 곤충과 개구리의 요란한 합창에 우리가 경탄할 수 있는 것은 섬모가 남긴 경이로운 유산 덕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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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수도사의 말에 수도원장이 나직한 어조로 응수했다.
<책이 없는 수도원은...... 재산이 없는 도시, 군대 없는 성채, 그릇 없는 부엌, 먹을 것 없는 밥상, 풀 없는 뜰, 꽃 없는목장, 잎 없는 나무 같은 것이지요Monasterium sinelibris... est sicut civitas sine opibus, castrum sinenumeris, coquina sine suppellectili, mensa sine cibis,
hortus sine herbis, pratum sine floribus, arbor sine foliis.>그러니 수도사께서도 익히 아시겠지요? 공부와 기도라는 두가지 소명 아래 날로 그 모습을 달리하던 우리 종단은 지금까지 알려진 세계의 빛, 지혜의 보고, 화재와 약탈과 지진의 위협을 받는 고대 학문의 구원이었으며 새로운 저술과 고대필사본 증보의 용광로였습니다. 익히 아시는 대로 지금 우리는 암흑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말씀드리기가 부끄럽습니다만 몇 년 전에 비엔느 총회는, 모든 수도사들에게 평의회의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재천명해야 했습니다. 2백년 전만 하더라도 위엄과 은혜로 영광을 누리던 수도원.
지금 나태한 자들의 소굴이 되어 있는 수도원이 얼마나 많습니까? 평의회의 명령은 여전히 지엄합니다만 도시의 좀이 우리의 성역에 슬고 있고 하느님 백성은 장사와 전쟁에 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저 아래, 신성이 머리 둘 곳 없는 속세 사람들은 상스러운 말을 입에 올릴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글로 이를기록하기까지 하니 이 어찌 한심한 일이 아니겠습니까(성직자들도 예외가 아니라니 대체 우리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필경은 이교도들을 선동할 터인 이러한 서물은 한 책도 우리 수도원으로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인간의 죄값으로 세계는 지옥의 심연 언저리에서 기우뚱거리니 머지않아 이 심연이 인간의 무리 안에 자리할 것입니다. 호노리우스가 일찍이 내다보았지만 지금의 우리가 고대의 인류보다체구가 작듯이 미래의 인류는 지금의 우리보다 체구가 작을것입니다. <세계는 늙어간다Mundus senescit)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소임을 맡겨 주셨다면 그것은 우리교부(敎父)들이 물려준 지혜의 보고를 관리하고, 거듭해서고구(考)하고, 이를 지킴으로써 심연으로 향하는 인류의앞을 막고 나서는 일일 것입니다. 태초에 동방에 있던 사해동포 정부가 그 뜻이 이루어질 날이 가까워짐에 따라 서진(西進)하는 것은 하느님 뜻입니다. 이는 세상의 종말이 가까워졌다는 하느님의 경고이기도 합니다. 작금의 사태로 미루어 이미 세계는 종말의 문턱에 와 있습니다. 그러나 지복 천년)이 올 때까지, 가짜 그리스도가 한순간 덧없는승리를 거둘 때까지 하느님께서 선지자들과 사도들에게 이르셨고, 교부들이 한 자 한 획도 틀림이 없이 이를 기록했고, 비록 어제 오늘의 학계가 뱀굴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옛 학자들이 주석을 놓아 왔던 하느님의 말씀과 기독교 세계의 보물을 지키는 사명은 우리 머리 위에 머뭅니다. 날이 저물고 있기는 하나 우리는 아직 지평선에 남은 횃불이며 등잔입니다. 이 수도원 장서관의 벽이 성한 한 우리는 하느님 말씀의 수호자일 수 있는 것입니다.」「아멘. 그것은 그렇고, 이것과 장서관 출입 통제와는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 P77

우리는 회중석 중앙을 지나, 들어갔던 문을 통해 밖으로나왔다. 우베르티노의 말은 밖으로 나와서까지 내 귀에서 윙윙거렸다.
「좀 괴짜이신 것 같습니다만•••••• 나는 용기를 내어 이렇게 여쭈어 보았다.
어느 모로 보나 대단한 분이시다. 지금 대단한 분이 아니시라면 전에 대단한 분이셨거나...... 이런 이유에서라면 <괴짜>라는 네 말은 합당하다고 할 수 있지. 반반하고 동그란 위인들은 대개 소인배들인 경우가 많다. 우베르티노는, 자기손으로 화형대로 보낸 이단자들과 똑같은 자가 될 수도 있었고, 신성 로마 교회의 추기경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다. 이단자의 악덕과 추기경의 악덕 또한 고루 갖춘 사람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나는 우베르티노와 노닥거리면서 지옥이 다른 걱도에서 본 천국이라는 인상을 받았구나.]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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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하게 대답하면,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가 발견되어 다시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결과, 원자론이라는 생각을 여타 위험한 주장들과 연결하는 궁극의 중심 가교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무런 앞뒤문맥 없이, 사물이 무수한 보이지 않는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체는 그다지 혼란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쨌거나 세상은 무엇인가로 구성되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루크레티우스의 시는그 원자들에 잃어버렸던 문맥을 돌려주었고, 그 영향은 도덕적, 정치적, 윤리적, 신학적, 어느 면으로나 대단히 위협적이었다. - P315

이렇게 루크레티우스가 근대 사상의 주류에 완전히 흡수되기 전, 루크레티우스를 중요한 지침으로 삼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과학적 사고를 할 줄 아는 날카롭고 냉소적인 지식인인 버지니아 출신의 부유한 농장주 토머스 제퍼슨도 있었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그가 가장 좋아하던 책들 중 한 권이었으며, 그는 이 책의 라틴어 판본만 최소5종을 가지고 있었고,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번역본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루크레티우스의 시를 통해서 세상은 오직 물질로 구성되어있는 자연일 뿐이라는 신념을 확고히 했으며, 특히 무지와 공포가 인간존재의 필수불가결한 구성요소가 아니라는 확신을 품는 데에 도움을 받았다.
사실 제퍼슨은 시의 저자인 루크레티우스가 기대했을 법한 방식이 아니라 16세기 초의 토머스 모어가 꿈꿨을 만한 방식으로 이 고대 유산을 받아들였다. 알다시피 제퍼슨은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가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공적 생활로 인한 격렬한 경쟁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대신에그는 새로운 공화국의 초석이 되는 중대한 정치적 문서를 작성하는 데에 참여했다. 그런데 그 문서의 내용은 루크레티우스의 시가 만든 또 하나의 뜻밖의 전환이었다. 이 문서로 탄생하는 정부의 사명은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행복의 추구"에 봉사하는 것이었다. 루크레티우스를 이루던 원자들은 이렇게 미국 독립선언서에도 그 자취를 남겼다.
1820년 8월 15일, 일흔일곱 살의 전직 대통령 제퍼슨은 또다른 전직대통령인 여든다섯 살의 존 애덤스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썼다. 두 노인은 인생의 끝이 가까워졌다고 느낄 때마다 종종 편지로 삶의 의미에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결국에는 언제나 내 습관적인 진통제로 돌
아가야만 한답니다."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나는 느낀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물들을 느낄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분명히 다른 존재도 있는 것이지요. 나는 그것들을 ‘물질(matter)‘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나는 그것들이 장소를 바꾸며 음직이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이것이 ‘운동(motion)‘이지요. 그리고 그런 물질이 없는 곳은 ‘진공(void)‘, ‘무(nothing)‘ 또는 ‘비물질적 공간(imma-terial space)‘이라고 부릅니다. 물질과 운동으로부터 받는 감각에 기초해서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고 필요로 하는 모든 확실성들의 기초를 세우는 것이겠지요.

이것이야말로 루크레티우스가 독자들에게 가장 심어주고자 했던 감정이다. 한번은 한 서신 상대가 제퍼슨의 삶을 관통하는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했다. 제퍼슨은 그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답했다. "나는 에피쿠로스주의자입니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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