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처음 복용했던 약이 할돌(할로페리돌]인지 멜라랄(티오리다진)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두 약물 다 출시 후 수십 년이지나 전수 조사 대상이 되었다. 1994년 대부분의 사람이 그했듯, 나는 정신의학이 감옥-산업 복합체prison-industrial complex와 깊이 연루되어 있어서, 항정신성 약물이 감금 통제에 이용되며 정신질환이 점점 더 범죄화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무지했다. 때로는 화학적 감금의 한 방식으로 투옥 이후에 정신과 진단이 내려지기도 했다.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을 제대로 치료하는 대신 감금하는 추세는 계속되어, 구금 시설에 갇힌 정신질환자수가 의료 시설 내 환자 수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 이들은 주로 흑인이나 라틴계로, 사회적 질병의 표식을 단 사람들의 몸은 대형 교도소에 집결되었다. 인종 문제는 미국의 도덕 체계에 박힌 말뚝과도 같다. 그것은 미국적 정신에 너무 깊이 박혀버린 나머지 미국을 윤리적 조현병 국가로 만들었다. 2007년에 이르러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감옥, 시카고 쿡 카운티 감옥, 그리고 뉴욕시의 라이커스 아일랜드 감옥은 미국의 "제3대 정신과 입원 시설"이 되었다. 이 시설들은 약물 처방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새로운 정신병동이 되었다. - P299
조현병에 대한 인종적 이미지는 1960년대 후반에 변화했다. 그 전까지는 중산층 백인 가정주부와 백인 남성 지식인의 질병이라 여겨졌다면, 이 시기에 이르러서는 "백인에 대한 망상적 적대감"에 시달리는 흑인 남성 등 기타 집단의 "저항적 정신병"으로 탈바꿈한다‘ 할돌은 종종 블랙 파워 운동 Black PowerMovement"에 연루돼 정신과에 수용된 인사들의 저항 행동을 막기 위한 화학적 억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할돌의 초기 광고 중 하나엔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흑인 남성이 그려져 있었는데, 광고 문구는 이랬다. 공격적이고 호전적입니까? 할돌을 사용하면더 협력적인 사람이 됩니다. 수십 년이 지나, 당시 할돌을 처방받은 1세대 환자들이 적정용량의 열 배에 달하는 양을 복용했고, 거의 좀비 같은 상태가되었다는 연구가 나왔다. 멜라릴 역시 심장마비 및 수명 단축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2005년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1994년 마침내 조현병 치료를 받게 된 엄마는 할돌과 멜라릴을 처방받았다. 모든 징후를 보면 엄마의 정신 상태는 점점 더혼란스러워지고 있었지만, 우리는 약물이 효과를 보일 때까지 계속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엄마는 정신적 불편감이 점점 더 악화되어간다고 누누이 얘기했다. 이 약을 먹으면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정신질환자의 목소리는 광산의 카나리아와 같다. 이들의 이야기는 고통에 대한 생물학적 모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신의학의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경고한다. - P300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거기에 담긴 폭력적 이미지로 인해 괴로워하는 것은 흔한 일이기는 해도, 보편적이지는 않다. 조현병에 대한 비교문화적 연구를 살펴보면 미국인들이 듣는 목소리가 폭력적인 경우가 더 많았다. 예컨대 "그들이 나를 전장으로 데려가려고 해"와 같은 전쟁 이야기, 또는 "삶을 끝내는 게 어때?"와 같은 "자살 목소리"처럼 말이다. 하지만 인도 사람들이듣는 목소리는 그들에게 요리, 청소, 식사, 목욕 같은 평범한 집안일을 하라고 지시했다. "부엌에 가서 음식을 준비해처럼 ‘. 목소리 듣기 네트워크Hearing Voices Network‘ 자조모임에서는 목소리와 관계를 맺으면 그것이 더 평화로워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모임에서는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에게 목소리에 집중해서 그 말을 따라서 해보고, 녹음하고, 기록하는 방식으로 삶에 통합시키는 시도를 해보라고 권유한다. 요컨대 목소리를 부정하기보다 수용함으로써, 목소리를 듣는 경험, 그리고 그것과 관계맺는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 P370
내가 방금 목격한 긍정적 변화가 실제가 아니었던 것처럼, 소파에 앉아 모든 것을 완강하게 거부하기만 하는 엄마의 모습이좌절스러웠다. 내가 품었던 기대는 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물론 달라진 점도 있었다. 엄마는 전에 비에 기분이 좋아보였고 말도 더 많이 했다. 새 약물 때문이거나, 혹은 사회적 접촉에서 오는 긍정적인 영향 덕택인지도 몰랐다. 어쩌면 변한 건 나인지도 모른다. 드디어 내가 엄마를 방에서 내보낼 수 있게 된건지도. "엄마한테 정신질환이 있는 거 알아요? 조현병 있는 거?" "응. 그렇지만", 엄마는 집게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평범한 정신질환자가 아니야." 정신과 의사는 엄마의 선언을 망상적 사고의 또 다른 증거라여겼을지 모르지만, 나는 엄마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있는 신호라고 믿기로 했다. 프린스턴 하우스 사람들은 다들 내가 어렸을때 보았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엄마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며, 특별했는지를. - P417
한두 마디 대화를 나눈 걸 제외하고, 우리는 67분이라는 시간을 거의 소파에 누워서 조용히 흘려보냈다. 폭신한 한국 이불 밑에 들어가 서로의 몸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자 긴장이 녹아내렸다. 괘종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를 따라 우리 숨결도 오르내렸다. 지금 이 순간을 함께하면서 시계가 7시를 가리키며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릴 때까지 우리는 계속 그렇게 있었다. "이제 가야 할 것 같아요." 나는 몸을 숙여 엄마를 감싸안으며말했다. "3주 안에 다시 올게요."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도좋다는 손짓을 했다. 떠나려는데, 회한이 찌르는 듯이 가슴에 사무쳤다. 이미 작별인사를 하고 계단을 두 칸 내려왔지만, 어쩐지 뒤를 돌아보게됐다. "엄마, 이것만 생각해요. 우리 다음에 만날 땐 봄이 와 있을 거야." 나는 말했다. "그러면 치즈버거 시즌이죠." - P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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