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가들은 인간이 복잡한 사건을 상상할 때 그러한 사건을 볼 때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인지 - 운동 메커니즘 중 일부를 활성화한다고설명한다. 이는 우리가 어떤 내용을 듣고 이를 정신적으로 재현해낼때 생성되는 인지에 기반한 공간적 정신 모형 Mental Model에 반응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우리가 실제로 눈으로보지 않은 것도 볼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를 마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속임수가 들어 있다. 즉 이야기가 우리 뇌를새롭게 조립한다는 것이다. 에모리 대학교 Emory University의 그레고리번스 Gregory Berms 연구진은 소설을 읽으면 휴식 상태의 뇌 연결성에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 즉 서로 다른 뇌 영역 사이를 결합하는 능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19일 동안 매일자기공명영상을 사용하여 휴식 상태의 피험자 뇌를 스캔했다. 먼저 5일 동안 읽기를 하지 않은 피험자의 뇌를 스캔했고, 그다음 9일 동안은 전날 저녁 로버트 해리스Robert Harris의 스릴러 소설 『폼페이의분의 1을 읽게 한 후 다음 날 아침 휴식 상태의 뇌를 스캔했다. 그리고마지막으로 소설을 다 읽은 후 5일 동안 뇌를 스캔했다. 마지막 5일동안 역사와 언어 이해,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는 능력을 담당하는 뇌영역의 연결성이 증가했다. 이와 같은 뇌 활동은 피험자들이 뇌 스캔시점에 책을 읽지 않았는데도 증가했다. 마치 뇌가 환영을 상상하게나 상상 근육통을 보이는 것 같았다. 또한 뇌의 감각 운동 영역의 연결성도 증가했다. 이 영역의 신경은 신체 감각 표현과 관련이 있다. 연구진 대표 그레고리 번스는 "이 영역에서 연결성이 증가한 것은 놀라운 결과였다. 이는 독자가 책을 읽을 때 주인공의 몸이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한다.  - P114

과학저술가 제러미 애덤 스미스Jeremy Adam Smith는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촉발된 문화적 효과에 대해 자신만의 개념을 만들었다. "주의를 환기하는 코르티솔이 사랑 호르몬 옥시토신과 섞이면 우리는 ‘몰입Transportation‘이라는 현상을 경험한다. 몰입은 주의 집중과 두려움이 우리의 공감과 결합할 때 발생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우리는 사로잡힌다. 이야기가 지속되는 동안 우리의 운명은 상상속인 물의 운명과 뒤얽힌다." 몰입 현상이 일어나는 동안 우리 뇌는 호르몬칵테일에 의해 일종의 신경학적 가상현실로 옮겨가고 이 가상현실 안에서 우리는 등장인물의 감정을 함께 느낀다. 이것은 우리 뇌가이야기를 들을 때 생성하고 들은 내용을 재생할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행복 알약이다. 발터 벤야민은 자신의 저서 「이야기꾼. 니콜라이레스코브의 작품에 관한 고찰Der Erzähler, Betrachtungen zum Werk NikolaiLesskows』에서 ‘몰입 Transport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정확히 이러한 내러티브 몰입에 대해 궁극적으로 서술했다. "듣는사람이 자기 자신을 잊어버릴수록 그가 듣는 내용은 더 깊이 각인된다. 이야기 작업의 리듬이 그를 사로잡은 곳에서 그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재능이 저절로 자신의 것이 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듣는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재능이 내재된 그물망이 마련된다." - P116

켄들 헤븐은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뇌는 날것의 경험을 이야기의 형태로 변환한 다음 생각하고 고민하고 기억한다. 그런다음 자신이 처음에 경험한 내용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낸 이야기를토대로 행동한다!" 이 말은 정보가 우리 의식에 도달하기 전에 이야기로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은 정보에 대해 만들어진 이야기를 해석한 내용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지하는 모든 것은 우리 자신의 뇌가 만든 정신적 트로이 목마다.
헤븐은 이렇게 설명한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정확한 단어를제대로 듣지 않는다. 우리는 요점을 듣는다. 그런 다음, 이 요지를 우리 자신의 어휘를 사용하여 우리 뇌 안에서 단어로 변형한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자체 제작한 개인화된 버전을 다시 출처로 소급시키고 우리 자신의 버전이 실제로 단어 하나하나 화자가 말한 내용과 같다고 생각한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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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2018년 12명의 태국 소년이 물이 찬 동굴에 갇히고 그들의 구조가전 세계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을 때 구원의 마스터플롯은 좋은 효력을 발휘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소년들을 응원했다.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는 그들 모두가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반면같은 해 예멘 내전 중 굶주림으로 사망한 5세 미만의 어린이 85,000명에 대해서는 훨씬 적게 보도되었다. 이례적 사건이 지속적인 위기상황에 비해 뉴스 가치가 높다는 명백한 요인 외에도 예멘 어린이의 운명이 서사적 측면에서 너무 추상적이었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말하자면 예멘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연출할 수 있을 만큼 상징적인 개별적 사건이 없었고 위기 상황이 너무 애매모호했다. 예멘 어린이 이야기로는 태국 소년들을 동굴에서 구출하는 것과 같은 해피엔딩을 기대하면서 확실한 저널리즘 연출을 전개하기가 불가능했다. - P61

한스 블루멘베르크Hans Blumenberg의 저서 「신화 작업 Arbeit am Mythos』에 따르면 "스토리는 무언가를 몰아내기 위해 이야기된다. 그 무언가란 가장 무해하지만 가장 중요한 경우에는 시간, 그 외의 중대한 경우에는 공포를 말한다." 동굴 벽화와 함께 구술이 정보를 전달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던 시대에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것이었다. 또는 발터벤야민 Walter Benjamin 이 더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이야기는 "소진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자신의 힘을 모아서 간직하고 있으며 오랜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시 펼쳐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모든 존재에게는 자기보존이라는 가장 강한 욕구가 존재한다. 우리 인간 또한 죽지 않고 가능한 한 오래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자신의 유한함을 알아야 죽음을 가급적 성공적으로 막기 위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은 가능한 한 좋은 삶, 길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기위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도전과제를 극복할 때마다 자신의 유한성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 이로써 우리는 성공적인 노력을 성찰하며 그로부터 배우고 그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 P78

이야기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실질적 지침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모든 이야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해결을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모든 이야기는 우리에게 배움을 가르쳐준다. 모든 이야기는 구체적이고 명백한 적응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렇게 습관화된 문제해결 능력 덕분에 자신의 현실을, 나아가 끊임없는 적응을 통해 개선한 자신의 삶을 직접 구성하는 존재로 발전했다. 이 모든 것은 왜 스토리텔링이 불, 바퀴, 무기보다 훨씬 앞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었는지, 미국의 서사구조 연구가이자 전문적인 이야기꾼인 켄들 헤븐 Kendall Haven이 말한것처럼 왜 우리가 최소 10만 년 전부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 즉 슬기로운 사람이라고 불리는사실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말하자면 우리는 아주 가끔씩만 슬기로울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이야기 행위를 한다. 그러니 우리에게더 나은 이름이 주어졌어야 했을 것이다. - P91

 오늘날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은 일련의 점진적 발달 단계의 맨 끝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영국의 사회철학자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가 창안한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의미에서 볼 때 진화의 성공 스토리다. 이러한 점에서 인간이 두뇌와 더 높은 지능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다른 유인원보다 더 똑똑해졌고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다. 원숭이 소리는 서서히 단어가 되었고 이 단어들은 언제부터인가 종교적 신화, 군사명령, 광고 슬로건이 되었다. 이와 같은 발전은 병행하며 이루어졌을 수도 있고 상호 의존적으로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 결정적인 사실은 진화의 마지막에 호모나랜스Homo Narrans가 있다는 것이다. 호모나랜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언어 장치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모든 생명체와 구분된다. 하지만 한 가지 심층적인 질문이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즉 전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말하기가 사용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인류가 언제 허구를 발명했는지 추적할 수 있을까? - P94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Noam Chomsky의 보편문법 이론은 언어 연구의 훌륭한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인간에게 언어습득 능력이 있다는 점, 모든 언어가 문법 형식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재귀성과 같은 통사적 특징뿐만 아니라 문장 구조가 보편적으로우리 뇌에 내재하여 있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전 세계의 언어는 문화와 관계없이 공통된 기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언어는 통사론을 통해 순차적인 시간감각, 즉 인과적 맥락에서 시간 순서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표현한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우리 인간은 타임라인이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 좌표, 타임라인상의 ‘언제‘라는 개념, 전후의 감각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의사소통은 대부분 언제 일이 일어났는지 혹은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진술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일을 계획하고 조정하고 준비하고 협력할 수 있다. 이것은 생존에 아주 유리한 능력이다. - P95

미국 작가 리차일드Lee Child는 자신의 에세이 「영웅 The Hero」에서 실제 사건을 말하기 위해 언어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추론한다. 그의 고찰에 따르면 말하기가 처음에는 생존을 돕고 비축품을 조직하고 사냥을 계획하는 데 효율적이고 합목적적으로 사용되었다. 처음에 말한 내용이사실이어야 효과적일 수 있었다. 이를테면 매일 벌어지는 생존투쟁에서 ‘조심해! 저 밖에 검치호랑이가 있어!‘와 같은 말은 실제로 그곳에 검치호랑이가 없고 모든 부족 구성원이 동굴에 안전하게 있었다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거짓말은 쓸모없고 비생산적이었다. 모든 사람을 이유 없이 놀라게 하고 불안감을 퍼뜨릴 이유가 있겠는가? 지금도 사람들 앞에서 우리의 거짓말이 들통나면 귀가 빨개지고 사회적 죽음을 맞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거짓말이 부족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기 때문에 가혹한 제재를 가해야 했다. 이는 시대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화자에게 의사소통을 창의적으로 구성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언어는 순전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언어의 기능이 언제부터인가 매우 실용적으로 바뀌었다. 차일드는 우리 조상 일부의 생명을 앗아간 갑작스러운 혹한기와 관련하여 이를 설명한다.

강자만이 이 끔찍한 인구 감소에서 살아남았다. 말하자면 사색을 하고 전략을 펼치고 조정하고 토론하고 예측하고 적시에 플랜 B - 상황에 따라 플랜 C나 플랜 D- 를 세우는 일을 가장 능숙하게 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았다. 진실한 객관성이 승리했다. 하지만 이러한 객관성은 점점 새롭고 이질적인어떤 것과 섞이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사람들에게 일어났다고 하는 일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이는 언어의 진화적 가치를 위태롭게 하는 의미의거짓말이 아니었다. 이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향한 한 번도시도한 적 없는 과격한 정신적 도약이었다. 여기서 중요한것은 경험에 바탕을 두었지만 사실의 제약을 받지 않는 평행우주 혹은 이론적 우주를 상상하는 것이었다. 

b‘있는 일을 이야기하기‘가 갑자기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있을 수있는 일을 이야기하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동굴 안이나 앞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람들은 그곳에 있지도 않았던 검치호랑이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이는 언젠가 정말로 검치호랑이를마주칠 때를 대비하여 정신적으로 무장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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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린은 모두를 소개했다. 대부분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각자 가지고 있는 접시나 티브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들은 장례식이나 결혼식에라도 가는 것처럼 모두 정장을 하고 있었지만, 한 무리의 소작인이나 태풍 피해자로 보였다. - P133

나는 응급실 일이 좋다. 나에게 피와 뼈, 힘줄은 삶의 긍정으로 보인다. 나는 인체와 그 내구력에 경외심을 갖고 있다. 다행이다. 몇 시간 뒤에나X레이실에 가거나 데메롤 투약을 보게 될 테니. 나는 마음에 병이 있는지도 모른다. 비닐봉지에 든 잘린 손가락이랄지, 칼에 찔린 어느 깡마른포주의 등 밖으로 비어져나온 번쩍이는 칼날 같은 것에 매료되니 말이다. 응급실에서는 모든 게 수선 가능하다는 사실이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나는 좋다.
코드 블루, 글쎄, 사람들은 모두 코드 블루를 좋아한다. 그때는 누군가는 죽는다- 심장이 뛰지 않고 호흡이 멈춘다- 하지만 응급팀은 그들을 살려낼 수 있고 또 실제로 살려내는 일이 많다. 환자가 여든 살의 지친 노인이라도, 이 경우 소생하더라도 잠시뿐일 수 있지만, 우리는 소생이라는것이 주는 극적 요소에 동요되지 않을 수 없다. 응급실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젊고 생산적인 생명을 건진다.
열 명에서 열다섯 명이 움직이는 속도와 흥분감. 공연하는 사람들 같다•••••. 마치 무슨 연극의 첫날 밤 공연 같다. 환자들은 주위의 소란에 흥미를 보이는 게 전부이지만, 그들도 의식이 있으면 그 공연에 참여한다. 그들은 전혀 무서워하는 것 같지 않다. - P140

모든 소생술에 기적적으로 반응한 다음 조용히 숨을 거두는 죽음, 호상은 좋은 코드와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
지오노티 씨의 죽음은 호상이었다•••••. 그의 가족은 처음에는 간호사의 요청대로 밖에서 기다리다가 하나둘, 차츰 안으로 들어가 지오노티 씨에게 자신들이 왔다는 것을 알렸다. 나와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의료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다른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대가족이었다. 그들은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서로 쓰다듬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간혹 웃기도 했다. 나는 기념행사나 가족 모임 같은 데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죽음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좋은‘ 사람일수록 더 사랑이 많고 행복하고 배려심이 많고, 그의 죽음으로 인해 생기는 틈은 그만큼 더 작다.
지오노티 씨가 죽었을 때 그의 아내는 비탄했다. 친족 전체가 그랬다하지만 그들은 정말 모두 함께 울었다. 죽은 그를 포함해서. - P142

응급실에서는 모든 것을 좋은 코드와 나쁜 코드라는 측면에서 본다모두 각자 맡은 일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가, 환자는 반응을 보였는가 아닌가의 여부를 놓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것을 호상과 악상으로 나누어생각한다.
악상은 호텔 매니저를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둔 사람이 죽었을 경우, 또는 뇌졸중을 일으킨 뒤 탈수증으로 죽은 지 2주쯤 뒤에 청소부가 그 시체를 발견했을 경우다. 최악의 악상은 내가 연락을 취해서 먼 곳에서 오기 곤란한 자식들과 친척들을 오게 했는데 그들이 서로 잘 알지 못하거나, 자식들이 죽어가는 부모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다. 그럴 때는 별달리 할 말이 없다. 그들은 장례식 준비에 대해, 장례식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에 대해, 누가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만 계속한다.
집시들의 죽음은 대개 호상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간호사들이나 경비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집시가 죽을 때는 언제나 수십 명이 모인다. 그들은 죽어가는 사람과 함께 있게 해달라고, 그들과 키스하고 포옹하게 해달라고 조른다. 그런와중에 티브이나 환자 모니터, 여러 기기의 전원이 뽑히거나 엉망이 된다. 집시가 죽을 때 가장 좋은 것은 그들은 어린 자식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른들은 통곡하고 소리치고 흐느껴 울지라도 아이들은 뛰어다니며 웃고 놀게 내버려둔다. 아이들에게 슬퍼해야 한다거나 경의를 표해야 한가은 말을 하지 않는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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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가 오직 욕망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혐오도일정한 역할을 한다. 비록 이 책이 욕망의 진화에 주로 초점을 맞추긴 했지만 욕망이 부재함으로써 짝짓기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즉 유전적 친족에 대한 성적 끌림이 부재함으로써 생기는 친족 회피 (incest-avoidance)현상이 그것이다. 사회학자 에드워드 웨스터마크가 1891년에 낸 명저「인간 결혼의 역사에서 이 현상을 처음으로 기록했다." 이후 유전적친족에 대한 성적 혐오를 웨스터마크 효과(Westermarck effect)라 부르게되었다. 거의 세계 보편적인 이러한 혐오를 만든 선택압으로 두 가지를들 수 있는데 바로 동계교배(同系交配, inbreeding)에 따른 손실과 이계교배(異系交配, outbreeding)에 따른 이득이다. 동계교배는 해로운 열성 유전자쌍을 지닌 자식을 낳기 쉬우며, 따라서 이들 자식들은 지능이 낮거나 선천성 이상을 안고 태어날 확률이 높다. 이계교배는 유전적으로 보다 다양한 자식을 생산하므로 기생체와 병원균에 맞서 싸우기 유리하다. - P543

사회적 삶에서 짝짓기의 중심적 위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복잡하고 정교하며, 때로는 불가사의한 짝짓기기제를 조각해 냈다. 우정의 맺음에서 경쟁자에 대한 비방까지, 명성의 추구에서 살인 충동까지 이르는 성공적인 짝짓기를 향한 탐사는수많은 인간의 노력 중에서도 단연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언어의진화는 유혹, 유머, 구애, 성적 농담 등에 쓰였던 언어적 신호에 기댄다.
큰 동물의 사냥과 이를 위해 필요했던 신체적, 심리적 진화가 배우자에게 구애할 때 다량의 자원을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전쟁은 배우자를 얻고, 그들을 지키는 데 필요한 자원을 얻기 위한 노력에서 부분적으로진화했다. 문화적 창조 활동에 대한 욕구조차도 잠재적인 배우자에게적응도를 신호하려는 노력에서 진화했을지 모른다." 우리의 해부학적, 생리적, 심리적, 문화적 전통은 우리의 원시 인류 조상들의 짝짓기 성공과 실패에 의해서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어떤 사회적 관계도 짝짓기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남성은여성의 미소를 잘못 읽어 성적 착취로 한 걸음 나아간다. 여성은 남성의 헌신 신호에 회의적으로 반응하여 성적 희생물이 되는 것을 피한다. 아버지는 딸을 호위하여 딸의 배우자 선택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딸은아버지를 조작하여 자신이 원하는 남자와 결혼하려 한다. 남녀 모두 기만적인 신호를 구사한다. 남성과 여성은 ‘그냥 친구‘로 지내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는다. 동성 친구가 때때로 트로이의 목마로 돌변한다.
웃는 얼굴 뒤에 배우자 밀렵의 의도가 숨어 있다. 때때로 다행히도 우리는 평생을 함께하는 사랑을 찾는다. 개인들의 모임으로서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에 짝짓기가 깊숙이 침투해 있다.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가 누구인지 짝짓기가 정의해 준다. - P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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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지위와 자원은 여성이 처음에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여성이 남성을 붙잡기 위해 쏟는 노력의 강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질투라고 부르는 방어는 항상 존재해 온 성적 탈선이나 정서적 배신에 맞서 애정 관계를 계속 잘 유지해야 한다는 적응적 문제를풀기 위해 진화한 해결책이다. 연적들이 친구의 탈을 쓴 채 기회를 엿보고, 배우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욕망을 품고, 부정이 평생에 걸친 사랑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이 위험한 세상에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가 이러한 위협들을 탐지하고 막을 수 있는 정교한 전략들을 만들어낸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 P517

처음에 영장류학자들은 이들 발육 부진 수컷들이 지위가높은 어른 수컷과의 경쟁을 피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미성숙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 후 이러한 시각을 뒤엎는 세 가지 발견이 얻어졌다." 첫째,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가 발육 부진 수컷이라고 해서 더 높지 않다. 둘제 발육 부진 수컷은 수염도 제대로 나지 않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게하는 큰 주머니도 목구멍에 안 달려 있는 등 신체적으로 미성숙하지만정자와 고환은 정상적으로 발달해 있다. 즉 이들 수컷은 스트레스에 치였거나 번식적으로 미성숙한 게 아니다. 셋째, 발육 부진 수컷은 정상적으로 발달한 어른 수컷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그 앞에서는 저자세를 취하지만, 때론 며칠 동안 조용히 암컷의 뒤를 밟다가 강제로암컷과 교미하곤 한다. 영장류학자들은 암컷이 교미를 피하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쓴다는 사실로부터 강간을 유추한다. 암컷은 도망치려 하고, 목구멍에서부터 나오는 소리로 구슬프게 울부짖고, 수컷을 깨물려고 한다. 이러한 행동은 정상적으로 발달한 어른 수컷들과의 교미에선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인류학자 존 미타니가 보르네오에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발육 부진 수컷이 행한 총 151번의 교미 중 141번이 강제된것이었다. 반면에 정상적으로 발달한 어른 수컷은 암컷에게 교미를 강제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 문제에서 오랑우탄은 영장류 중에 유별나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오랑우탄의 명백한 강간 전략과 같이특정한 부류의 수컷들이 빈번하게 강간을 행하는 현상은 보노보나 침팬지처럼 인간에 보다 가까운 다른 영장류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오랑우탄의 경우는 강간이 특정한 조건하에 있는 동물 중에서 실제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 P520

이러한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2000년 생물학자 랜디 손힐과 인류학자 크레이그 파머가 강간의 자연사: 성적 강제의 생물학적 기초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촉발되었다." 인간의 강간에 대한 진화 이론은책이 출간되기 이미 20여 년 전부터 계속 학술지에 게재되어 왔지만, 이 책은 논쟁을 폭발시키는 인화물이 되었다. 책에서 저자들은 강간에대한 두 가지 경쟁 이론을 설명했으며, 각자가 다른 이론을 지지했다. 랜디 손힐은 남성이 강간 적응(rape adaptation), 즉 하나의 번식 전략으로서 원치 않는 여성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게끔 하는 특수화된 심리기제을 진화시켰다고 제안했다. 반면에 크레이그 파머는 강간은 다른진화된 심리 기제의 부산물(by-product)이라고 제안한다. 강간을 뜻하지 않게 낳는 심리 기제로는 성적 다양성에 대한 남성의 욕망, 저비용의 상호 합의된 성관계에 대한 욕망, 성적 기회에 대한 심리적 감수성, 여러 가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종종 신체적 폭력을 사용하는 남성의 일반적인 성향 등을 들 수 있다. - P521

강간을 설명하는 이론들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많은 과학자들이 믿는 증거의 한 부류는 강간으로 인한 임신 확률이다. 만약 강간이하나의 번식 전략으로 진화했다면, 역사적으로 적어도 일부 시기에는번식까지 이어졌어야 했다. 물론 현대의 강간-임신 확률은 강간이 과거에 임신을 유발했는지 여부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 피임 기구가 빈번히 사용되면서 현대의 강간-임신 확률은 과거 먼 조상 시절보다 낮아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번식 연령대 여성들의 음경-질 강간으로 인한 임신 확률 (6.42퍼센트)이 상호 합의하의 성 관계로 인한 임신 확률(3.1퍼센트)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을 밝힌 최근의 한 연구 사례는 우리를 더더욱 놀라게 만든다." 이 발견으로 강간범이 대상으로 하는 여성들이 젊고 번식력 있는 연령대에 집중되어 있다는 선택상의 편향이 일부분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피해자의 나이에 따른 영향을통계적으로 조정한 후에도 연구자들은 강간-임신 확률이 상호 합의에따른 성 관계의 임신 확률보다 여전히 약 2퍼센트 더 높음을 확인했다. 이 직관에 반하는 발견이 만일 다른 후속 연구에 의해 재현된다면, 어떤 식으로든지 설명이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 P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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