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도의 의중을 알았다면, 남은 문제는 다음과 같다. 즉, 누가 무엇을 생산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 돈키호테와 산초이야기로 돌아가자. 산초는 움막 한 채를 짓는 것보다 물고기 한 마리를 잡는 데 2배나 시간이 더 걸린다. 따라서 움막 한 채를 지으면서 물고기 2마리를 포기하는 셈이다. 하지만 움막 한 채를 짓는데 물고기 한마리 잡는 것보다 3배나 시간이 더 걸리는 돈키호테는 움막 한 채를 지으면서 물고기 세 마리를 포기하는 꼴이다. 따라서 움막 한 채를 지으면서 포기해야 하는 물고기 수가 적은 산초가 움막을 지여야 한다. 이것을 근거로 리카도는 사람이든 국가든 가장 적은 것을 포기하도록 하는 분야를 전문화해야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각자의 ‘비교우위‘다. 그리고 서로가 포기해야 하는 것, 즉 산초에게는 물고기, 돈키호테에게는 움막이 각자의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다. 그러므로 전문화는 기회비용이 더 낮은 쪽에 의해 결정된다.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자유무역은 교역 상대국이 경제적으로 앞서 있든 그렇지 않든 두 나라 모두에 이롭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두 나라의 국민들이 더 많은 제품을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리카도가 곡물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프랑스 농민들이 우리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하는데, 프랑스 식량을 먹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그 시간에 다른 유용한 일을하는 편이 낫다." - P160
리카도가 <정치경제학 및 과세의 원리>를 출간하고, 하원의원으로 선출돼 의회에 나가 자유무역을 외쳤을 무렵, 노동자들은 임금의 절반가량을 곡물로 만든 빵을 구입하는 데 지출하고 있었다. 따라서 값싼 곡물의 수입을 막는다는 것은 노동자들에게나 그들의 고용주에게나 모두 손해였다. 더구나 보호무역론자들 protectionists 은 다른 나라에 더 많은 재화와 용역을 판매함으로써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리카도는 "지주 계급의 이익은 항상 사회의 다른 계급의 이해와 대립한다"고 했는데, 이로 인해 그는 지주들의 미움을 샀다. 그의 치밀한 논리와 설득력 있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리카도는 의회를 설득하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통과된 곡물법은 리카도가 세상을 떠난 지 20여 년이 지난 1846년이 되어서야 폐기됐다. 하지만 리카도는후대 경제학자들을 설득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들은 보호 무역 정책은 거의 항상 경제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특정 계급이나 집단에게만 이득이 될 뿐이라는 리카도의 견해에 동의했다. - P162
국내 경기가 침체 상황을 보일때마다. 일부 정치가들은 다른 나라에 대해 수입 규제(또는 무역 규제)를외침으로써 유권자들을 회유하려고 한다. 특히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 즉 미국 자신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유무역을 필요로 할 때, 앞장서서 가장 높은 수입 관세를 부과한 나라였다. 경제가 국내로 향할 경우, 경기는 거의 항상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경제가 내부로 향하면서 경기가 상승 곡선을 그리는 그런 상황은 경제학에 존재하지 않는다. 1980년대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미국 의회의 수입 규제라고하는 강경한 조치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대한 수출을 ‘자발적으로‘제한하기 시작했다. 일제 자동차의 공급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일제 자동차의 가격이 상승하자,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자들은 덩달아 자신들이 생산하는 자동차의 가격을 인상했다. 경제학자들은 일본의 자동차제조업체들의 자발적인 수출 제한으로 첫 3년 동안 미국산 자동차의가격이 거의 3,000달러 정도 상승했고, 그 결과 미국의 소비자들은 첫해에만 3억 5,000만 달러의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고 추산했다. 솔직히말해 기껏해야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자발적 수출 규제로 1만 개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로 인해 미국 경제가 입은 경제적 손실은 할 일 없이 집에서 놀고 있는 실업자들에게 1인당 년간 3만5,000달러씩 무상으로 지불할 수 있을 만큼 큰 액수였다. 1가 죽어들었 - P163
교역을 허용함으로써 각국가는 자국의 국민들에게 한정된 자원을 생산성이 낮은 산업에서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옮겨가도록 강제한다. 이렇게 각 나라가 한정된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각 나라의 국민들은 적은 희생으로 더 많은 재화를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날 경우 생산성이 낮은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경영자들에게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생산성이 낮은 산업을 보호할 경우 더 큰 댓가를 치르게 되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따라서 정부는 산업 구조 조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발생하는 실직자들에게 실업 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직접 보상을 하거나, 아니면 재교육을 통해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것이 더 나을 것이다. 1980년대 초에 미국은 철강 노동자의 일자리를보장하기 위해 철강 노동자 1인당 10만 달러가 넘는 손실을 보았고, 한편 제화공의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화공 1인당 7만 7,000달러의 손실을 감당해야 했다. 그리고 최근 사례로는 2002년에서 2006년까지 캐나다산 목재에 대해 보복성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이 시기에 새로 지은 가옥의 건설비용이 평방미터당 1,000달러까지 상승하는 일도 있었다. 결국 누가 손해를 보았겠는가! - P166
맬서스는 곡물법 문제에 있어서 리카도의 두 가지 주장인 지대 분석과 그의 농업 생산에서의 수확 체감 현상은 상당 부분 수용했지만, 다음 네 가지 근거를 토대로 그의 분석을 비판했다. 첫째, 곡물법이 곡물 가격을 상승시켜 국내 곡물 생산량을 사실상 증가시킨다. 둘째, 곡물은 국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상품이기 때문에 해외 수입에 의존하거나 외국 생산자들의 손에만 맡길 수 없다. 셋째, 노동자의 임금은 곡물 가격에 따라 지불되기 때문에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 사실상 노동자의 임금도 상승한다. 따라서 맬서스는 임금은 항상 곡물 가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리카도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현대 경제학 용어로 바꿔 말하면, 리카도는 ‘명목nominal‘ 임금이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실질real‘ 임금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곡물 가격 상승으로 임금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전보다 더 많은 것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카도에게 맬서스의 주장은 군중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봉급을 두 배로 인상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독재자처럼 들렸을 것이다. 군중들은 일제히 환호한다. 다음 날, 군중들은 흥분된 마음으로 식료품 등 생필품을 사기 위해 근처 상점으로 발길을 향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상점에 진열되어 있는 물건의 가격이 전날에 비해 2배로 오른 것이 아닌가! 넷째, 맬서스는 리카도에게 다음과 같이 경의를 표하면서 간접적으로 지주들을 옹호했다.
리카도는 타고난 재능과 성실함으로 상당한 토지를 보유한 대지주가되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그가 존경스럽고 훌륭하게 느껴지는 것은 명석한 두뇌와 따뜻한 마음씨를 겸비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주가 될 충분한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 사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지주 중에 그만한 지주는 아직 보지 못했다. - P185
리카도는 바로 반격에 나섰다. 만일 소비자들이 돈을 쓰지 않고 저축을 한다면, 일반적으로 집안의 금고보다는 이자가 발생하는 은행에 맡길 것이고, 은행은 그 돈을 소비재 consumer goods 나 투자재 investmentgoods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대출해줄 것이다. 그것이 어느 쪽이든, 누군가는 은행의 돈을 쓰게 되어 있다는 것이 리카도의 재반론이었다. 애덤 스미스도 누군가 저축을 하면, 그 돈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게 되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연간 저축되는 돈은 연간 지출되는돈만큼 규칙적으로, 그리고 거의 동시에 소비된다. 그러나 () 다른 사람들에 의해. 한편, 리카도는 "맬서스 씨는 이런 단순한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습니다"라며 친구인 맬서스를 호되게 꾸짖었다. 여하튼, 맬서스는 저축과 투자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일반적 공급 과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일반적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안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로나 항만과 같은 공공사업에 고용하고, 지주들과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건설하도록 함으로써 (...) 그래서 기술자들과 하인들을 고용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그리고 이런 사회적 해악을 가장 직접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눈치 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케인스의 입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는가! 바로 맞췄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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