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산을 바라보니 흡사 돌로 만들어 놓은 듯 평지에 우뚝 솟아 있다.
손바닥에 손가락을 세운 듯, 연꽃이 반쯤 피어난 듯, 하늘 끝 여름 구름인 듯, 빼어난 산봉우리를 도끼로 깎아 놓은 듯 무어라 형용기 어렵다. 다만, 밝고윤택한 기운이 없는 것이 아쉽다.
나는 우리 서울의 도봉산과 삼각산이 금강산보다 낫다고 생각해 왔다. 무엇때문인가. 금강산은 그 골짜기가 이른바 1만 2천 봉이나 된다.
기이하면서도 험준하고 웅장하면서도 깊지 않은 곳이 없다. 그 모습이 마치짐승이 끄는 듯 날짐승들이 날아오르는 듯 신선은 솟구쳐 오르고 부처는가부좌를 튼 듯하다. 어둑하면서도 빽빽하며 아득하면서도 아스라한 것이귀신의 굴로 들어가는 듯하다. 나는 예전에 신원발(申元發신광온을 말함)과 함께 단발령에 올라서 금강산을 바라본 적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깊고 푸른 가을, 하늘에 석양이 비낄 무렵이었다. 하지만 하늘에 닿을 듯한 빼어난 빛과 몸에서 솟아나는 윤기나는 자태가 없었다.
하여, 금강산을 위하여 긴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62

사행갈 때는 정관(正官 정식 관리에게 팔포를 내리는 것)이 관례다. 정관은 비장과 역관을 합쳐서 모두 30명이다. 예부터 나라에서 정관 한 명당 인삼 몇 근을 지급했는데 이것을 팔포라고 한다. 지금은 나라에서 지급하지 않고 제각기은을 준비하도록 하되, 포의 숫자만을 제한할 뿐이다.
당상관의 포는 은 3,000냥이고, 당하관은 2,000냥이다.
이것을 가지고 연경으로 들어가서 여러 물화를 바꿔오도록
한다. 가난해서 은을 갖고 갈 처지가 아니면 그 포의 권리를팔기도 한다. 송도·평양·안주 등의 장사꾼들이 그것을사서 대신 은을 넣어 간다. 그러나 이들이 직접 연경에 들어가는 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이 포의 권리를다시 의주 장사꾼들에게 넘겨주어 물건으로 바꾸어 오게한다. 한이나 임 같은 장사꾼들은 해마다 연경을 제집드나들 듯 하며, 저쪽 장사꾼들과 협잡하여 물건 값을 손아귀에 넣고 마구 주무른다. 우리나라에서 중국 물건의값이 날로 오르는 것은 실로 이 무리들 때문이다. 그런데도온 나라가 도무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대책 없이 역관만나무란다. 역관들도 이들 장사꾼에게 권리를 빼앗겼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  - P66

"에라이 한심한 놈아! 행장 간수는 제대로 않고 늘상한눈만 팔더니, 겨우 책문에 와서 벌써 이런 일이 생겼구나.
속담에 사흘 길을 하루도 못 가서 늘어진다더니, 2천리를더가 연경에 도착할 때쯤이면 네놈 창자도 남아나질않겠구나. 구요동舊遙東과 동악묘東岳廟엔 원래 좀도둑이 많다는데, 네놈이 또 한눈을 팔다가는 뭘 잃어버릴지모르겠다. 쯧쯧."
장복은 민망하여 머리를 긁적인다.
"쇤네, 정신 똑바로 차리겠습니다. 그 두 곳을 구경할 적엔아예 두 손으로 눈깔을 꼭 붙들고 있을랍니다. 그러면 대체어떤 놈이 뽑아 가겠습니까요?"
"자알 한다!"
매사가 다 이런 식이다. 장복이는 나이도 어리고 초행길인데다 도무지 융통성이라곤 없는 놈이다. 동행하는 마두들이 장난으로 농지거리를 하면 곧이곧대로 다 믿어 버린다. 저런 놈을 믿고 먼 길을 갈 생각을 하니 참,
답답하기 짝이 없다. - P68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이것도 남을 시기하는 마음이지. 난 본래 천성이 담박해서남을 부러워하거나 시기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었는데..
이제 다른 나라에 한 발을 들여놓았을 뿐, 아직 이 나라의만분의 일도 못 보았는데 벌써 이런 그릇된 마음이 일다니.
대체 왜? 아마도 내 견문이 좁은 탓일 게다. 만일 부처님의밝은 눈으로 시방세계十方世界를 두루 살핀다면 무엇이든 다 평등해 보일 테지. 모든 게 평등하면 시기와 부러움이란 절로 없어질 테고.‘
장복을 돌아보며 물었다.
"네가 만일 중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겠느냐?"
"중국은 되놈 나라잖아요. 소인은 싫습니다요."
"맙소사!" - P69

주변의 진열 상태를 둘러보니 모든 것이 단정하게 정리되어있다. 한 가지도 구차스럽게 대충 해놓은 법이 없고,
물건 하나도 너저분하게 늘어놓은 것이 없다. 심지어 소외양간이나 돼지 우리까지 모두 법도 있게 깔끔하다. 땔감쌓아 놓은 것이나 두엄 더미까지도 그림처럼 곱다. 아!
이렇게 한 뒤에야 비로소 이용利用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용‘이 있은 뒤에야 후생厚生이 될 것이요, 후생이 된 뒤에야 정덕正德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롭게 사용할 수 없는데도 삶을 도탑게 할 수 있는 건 세상에 드물다. 그리고 생활이넉넉지 못하다면 어찌 덕을 바르게 할 수 있겠는가.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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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손 글씨는 의사소통만 돕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 혜택도준다. 인디애나대학교 블루밍턴의 신경과학자 카린 제임스는 글을 모르는 소그룹의 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학습 스타일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 대상자들에게 타이핑, 덧쓰기, 손 글씨로 글자와 도형을 가르친 연구진은 훈련 전후에 MRI 스캔을 했다. 그결과, 뇌의 "읽기 회로가 글자 인식에 동원된 것은 손 글씨를 이용했을 때뿐"이었다.
제임스는 "발달 초기인 아이의 경우 손 글씨가 읽기의 기초가 되는 뇌 영역의 문자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결론짓고 "손글씨는 아이의 읽기 능력 습득을 촉진한다"고 덧붙였다. 글자를 덧쓰거나 타이핑하는 것과는 달리 손 글씨는 읽기 학습을 위해 뇌를 준비시키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 P98

뮬러와 오펜하이머는 노트북 사용이 학습 과정에 어떤 영향을미치는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 "필기에만 노트북을 사용하더라도인지 처리 과정의 깊이가 얕아지기 때문에 학습 능력이 손상될 수있었다. 그들은 세 가지 다른 실험을 통해 노트북을 사용하는 학생이 손으로 필기하는 학생에 비해 개념적 질문에 약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트북으로 필기하는 사람은 정보를 처리하고 자신의 말로 재구성하기보다 강의를 그대로 받아쓰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학습에 불리하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는 손으로 적을 때 정보를 더 잘 유지한다. 손으로 기록할 때는 키보드를 이용할 때보다 속도가 훨씬 느려서 요약해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P100

 키보드를 두드려서 단어가 화면에 나타나는 것은 ‘추상적이고 분리된 방식이며, 이는 "교육적으로나 실질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망엔은생각한다. 종의 감소와 마찬가지로 기량도 점차 약화된다. 우리는보통 비효율적인 낡은 도구(손글씨)를 효율적이고 편리한 대안(키보드 입력)으로 대체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면 상호작용의 감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효율성의 대가로 학습 방식에서 치명적인 손실(특히 어린이의 경우)을 입었음을 깨닫지 못한다. 키보드는 마스터했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이름조차 쓰기 힘들어하는 사람은 절대 진보의 본보기라 할 수 없다. - P101

손 글씨나 그림 그리기 같은 습관이 사라진다고 해도 대수롭지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런 습관은 혜택을 개인적으로만 경험할 수있고, 수익화하기가 쉽지 않으며(드물게 전문 캘리그라피스트인 경우를제외하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대단할 것이 없는 기술이다.
그러나 손 글씨가 우리 삶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상황은 특정 경힘들이 어떻게 소멸되는지를 보여준다. 경험은 상의하달식의 명령이나 하의상달식의 대중 운동을 통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약화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사라지는 것을 상실이라기보다는 진보와 개선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합리화한다. 기량이 약화되는 것과 동시에 수천 년에 걸친 인간의 경험도 사라진다. 그러나 그런 경험들은 흔적을 남긴다. 4만 년 전에 그려진 알타미라와 라스코 동굴벽화에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같은 것, 즉 인간의 손이 그려져 있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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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들려준 득룡은 가산 사람이다. 열네 살부터 북경에 드나들어 이번 북경행이 서른번째나 된다. 중국어에 능통한 데다 크건 작건 간에 우리 일행의 일은 모두 득룡이 아니면 감당할 사람이 없다. 가산과 용천, 철산 등 부府의 중군中軍(지방장판막하의 수석 군관)을 지내고 품계가 가선에까지 이르렀다. 사행이 있을 때마다 미리 가산으로 공문을 보내서 득룡의 식구들을 인질로 붙잡아두는데, 이는 그가 도망치는 것을 막으려는 심산이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재간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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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연결 능력과 공감 능력에 대한 신경과학자들의 연구는 잦은 상호작용의 필요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버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과 같은 과학자들은 뇌와 심장을 연결하는 미주신경이 얼굴 표정을 읽고 어조를 이해하는 능력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보여주었다. "미주신경 긴장도(심박의 변동을 파악하고 측정한다)"의 증가는 연결 능력과 관련이 있다. 프레드릭슨은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발표한 연구를 이렇게 설명한다. "다른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인식하고 그들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을수록 건강해집니다. 그 반대도 성립합니다." 얼굴을 직접 마주할 때 주고받는 표정과 몸짓은 인간관계뿐만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중요하다. 미주신경계는 인간관계를 위한생물학적 시스템의 일부다. 공감의 원동력이 되는 진화의 산물인것이다. 이 신경계는 사용하지 않으면 능력이 저하된다. "기본적생물학적 능력인 대면 상호작용은 정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결국 사라진다." 프레드릭슨의 말이다. - P63

 나는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의 연구를 떠올렸다. 그는 20세기 중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관찰함으로써 공적 공간에서 사람들이 지키는 근접성의 규범들을 탐구했다. 아브라모비치와 마찬가지로 고프먼은 평범하고 작은 행동들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았다. 그는 자신의 책 《상호작용 의례》에서 "우리가 때때로 무의미하게 여기는 몸짓이 사실 그 어떤 것보다 충만한 것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고프먼은 공적 공간에서 이루어지거나 이루어지지 않는 상호작용이 사회적 삶의 기초를 형성한다고 생각했다. - P64

하지만 기술은 개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총격사건이 분명히 보여주었듯이 우리가 갖고 있는 기기들은 주변에대한,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암묵적 의무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기본 예의를 지키는 것과 같은 의무는 그리 힘들지 않다. 그러나 가끔 우리는 위험에 처한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요청받게 된다. 그런 순간에 그들의 고통을 촬영하면 유튜브의 조회수가 얼마나 높아질지 생각해서는 안된다. 행동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무관심한 방관자가 아니라 잔인한 관음증 환자가 가득한 사회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 P85

이제 우리는 경험 보상 효과를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대면 경험이 드물어지고 성급함이 개입하고 만족감이 떨어지면서 우리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매개된 경험에 더 깊이 빠져든다. 악순환은 끝없이 반복된다. 그리고 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선천적 능력인 현실에서의 상호작용 능력은 저하된다. 고프먼은 말했다. "어떤 행동이 거짓이 되는 것은 새로운 거짓 루틴이 생겨서아니다. 변화한 상황에서도 기존에 유효했던 루틴을 계속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면 경험, 즉 실제 세계에서의 경험은 불쾌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냄새나는 남자가 옆에 앉아 있는 경험이 깨달음을 가져다줄리는 없다. 도덕군자인 척하는 사람이나 그런 경험에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세계와의 이런 일상적인 만남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강화한다. 거기에 마음을 열어야 놀라움, 불쾌, 불편 그리고 뜻밖의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는 말했다. "관심은 가장 희귀하고 순수한 형태의 관대함이다." 물리적으로 구현된 존재로서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즉 같은 공기를 마시고, 말로 하지 않은 서로의 감정을 느끼고, 서로의 얼굴을 보고, 서로의 몸짓에 공감하는 것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주려면 그의 물리적 존재에 시간을 할애해야만 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이런 모든 요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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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강록서序

어째서 후삼경자後三庚子라고 했는가. 여정과 날씨의 흐리고 맑음을 기록하면서 한 해를 가지고 달과 날짜를 말하려는 것이다. 어째서 ‘후後‘라고 했는가.
지금이 숭정崇禎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외층이 통치하던 시기의 연호) 연간의 뒤를 잇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삼경자‘라 하였는가. 숭정 황제가 즉위한 지 세번째로 맞는 경자년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숭정‘을 말하지 않았는가. 압록강을 건너야하기 때문에 이를 피한 것이다. 어째서 이를 피했는가. 강 저편은 온통 청나라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천하가 모두 청나라의 연호를 쓰기 때문에 감히 숭정을 말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어째서 사사로이 숭정을 말하는 것인가.
황명皇明은 중화인데 우리나라가 애초에 승인을 받은 상국上國인 까닭이다. 숭정17년 의종황제가 명나라 사직을 위하여 죽었다. 명이 망한 지 벌써130여 년이나 되는데 어째서 지금까지 숭정의 연호를 쓰고 있는가. 청나라사람들이 들어와 중국을 차지하자 선왕의 제도가 변해서 오랑캐가 되었다. 우리의 동녘 수천리 강토는 강을 경계로 나라를 이룩하여 홀로 선왕의 제도를지켰다. 이는 명나라의 황실이 여전히 압록강 동쪽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주는 일이다. 힘은 비록 저 오랑캐를 쳐 없애고 중원 땅을 깨끗이 정리함으로써 선왕의 옛 시절을 광복시키지는 못할지라도 사람마다 모두 숭정을 높여 중국을 보존하자는 뜻이다.
숭정 156년 계묘에 열상외사(열上外史연암의 별호)는 쓰다.
‘후삼경자‘는 곧 우리 성상聖上 (정조를 말함) 4년(1780년) 청淸 건륭乾隆 45년이다. - P36

성문에 못 미쳐 동쪽에서 한바탕 소나기가 몰려온다.
채찍을 마구 휘두르며 서둘러 성 문턱에 와서야 말에서내렸다. 혼자 문루에 걸어 올라갔다. 성 밑을 굽어보니,
창대 혼자 말을 잡고 섰고 장복은 보이지 않는다. 잠시뒤 장복이가 튀어나와, 길 옆 작은 일각문‘에 버티고 서서위아래를 살피더니 삿갓으로 비를 가린다. 손에는 조그만오지병을 들고 바람나게 걸어온다. 둘이 주머니를 터니 돈스물여섯 푼이 나왔단다. 조선의 돈은 청나라로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길에 버리자니 아깝고 해서술을 샀다는 것이다.
"너희들, 술은 얼마나 하느냐?"
"입에도 못 댑니다요."
"예끼! 한심한 놈들, 술도 마실 줄 모르다니."
한바탕 꾸짖으면서 다른 한편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 술도먼 행로에 약간의 도움은 될 테지."
혼자서 쓸쓸히 한 잔을 부어 마시며 동쪽을 바라보니,
용만과 철산의 모든 산들이 첩첩 구름 속에 들어 있다.
다시 한 잔을 가득 부었다. 문루 첫번째 기둥에 뿌리며, 잘다녀올 것을 스스로 빌었다. 그리고 또 한 잔을 부어 그다음 기둥에 뿌리며 장복과 창대를 위해 빌었다. 술병을 흔들어 보니, 아직도 몇 잔 더 남아 있기에 창대를 시켜 술을 땅에 뿌리도록 했다. 말을 위한 것이다. - P42

"길이란 알기 어려운 게 아니야. 바로 저편 언덕에 있거든."
"먼저 저 언덕에 오른다"는 말씀을 이르시는 겁니까?"
"그런 말이 아니야. 이 강은 바로 저들과 우리 사이에경계를 만드는 곳일세. 언덕이 아니면 곧 물이란 말이지.
사람의 윤리와 만물의 법칙 또한 저 물가 언덕과 같다네.
길이란 다른 데서 찾을게 아니라 바로 이 사이에 있는것이지."
"무슨 뜻인지요?"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한 법이지. 서양 사람들은기하학의 한 획을 변증하면서 선 하나를 가지고가르쳤다네. 그런데도 그 미세한 부분을 다 변증하지 못해 빛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경계‘라고 말했어. 이건 바로,
부처가 말한 ‘닿지도 떨어져 있지도 않는다‘는 그 경지일세.
그러므로 이것과 저것, 그 사이에서 존재하는 것은 오직길을 아는 이라야만 볼 수 있는 법, 옛날 정자산‘ 같은사람이라야 될걸."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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