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의견은 피고인 국가가 참고인 진술 내용 등의 모순점을 지적하여 그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거나 정리위원회의 결정을 다투어보려고 시도한 흔적을 찾을 수 없는데도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에 대하여 다수의견이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의 지적을하면서 다시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국회가 과거사 정리를 위하여 입법적 결단으로 제정한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이루어진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을 민사소송절차에서 다시 검증하자는 주장은 과거사정리법의 제정취지를 존중하지 않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의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민사소송 원칙을 고수하다 과거사위원회 진실규명결정, 형사법원 재심결정, 여러 특별법 제정의 입법정신 등 제도적 노력이 수포화되고, 특히 제도폭력에 따른희생자의 ‘구체적이고 특별한 희생‘이 결과적으로 재차 제도적으로 무위화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 P156

미국 시카고대학교 로스쿨 교수이자 미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오랫동안 일한 리처드 포스너는 실용주의자로 불린다. 미국 법체계의 더없는 복잡성, 미국 법관들의 이질성, 직업법관제를 택하지 않은 미국 사법부의 구성방식 등을 고려할 때 실용주의적 판결을 하는 수밖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실용주의적 판결의 핵심은 법관이 결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며, 따라서 정책적 판단의 토대를 개념론과 일반성에 두기보다 판결의 결과에 두겠다는 마음을 갖는 데 있다. 그러나 판결이 당면 사건의 당사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합리적인 법실용주의자라면 당면사건의 판결이 가져올 결과뿐 아니라 제도상의 결과를 포함한 체011계상의 결과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법실용주의는 "법관에 대해 사건에서 서로 다투는 이익들에 비춰 합리적인 판결을 낸다는것 이상의 포부를 설정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미국의 로스쿨교육은 이러한 법실용주의적 방향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하고있다.
포스너에 의하면 로스쿨에서는 "법관에게 작용하는 동기와 제약, 그리고 그 결과 형성된 법관의 정신 상태는 무시하면서, 법관을 제한된 지성으로 불확실성의 바다를 항해하는 인간이 아니라 마치 컴퓨터처럼 취급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법관도 자연스레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자기 앞에 제출된 사건만 판단하는 데 익숙해지게 되고, 이는 법관들을 ‘기이한 수동성‘에 빠뜨리게 된다. 그리고 이런 수동성에 사로잡힌 판결은 결과적으로 법실용적인 결과를 낳지 못한다고 한다.
- P167

변호사나 교수 등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판사가 되는 영미법 국가와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그동안 직업법관제를 채택해왔다.
직업법관제란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법관의 이미지대로 "경력의 전부를 직업법관으로 일하는 법률가들로 법원이 구성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직업법관제를 채택한 나라의 대부분은 성문법을가지고 있다. "법전이 정확하고 상세할수록 법관이 자신의 정치적 - P168

또는 기타 개인적인 선호에 빠져들 가능성이 작아진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개별적인 사건에서 법관의 개인적인 의견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더욱 철저한 법리적 해석에 따라 모두가동등하고 평등한 판결을 받게 된다는 것이지 않을까.
그러나 포스너는 직업법관제 아래에 있는 법관들이 "‘때때로 입법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세상 돌아가는 것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의 전문화된 영역에 대해서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법리들일 뿐, 그 법리들과 그 법리들이 규율하는 제반 행위들 간의관계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것이다." 포스너가 미국의 로스쿨 제도하에서 양성되는 법률가들이 ‘기이한 수동성‘에 빠지게 된다고 한 지적과 직업법관제와 성문법 시스템 하의 법관들이 ‘세상 돌아가는 것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은 상통한다. 법률가들이 때로 법만 따지고 현실을 무시하는 판결을한다는 지적은 바로 이런 법교육과 직업적인 법관으로서의 폐쇄성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 P168

‘정치의 사법화‘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이슈 내지 갈등의 현안들이 당사자 간 합의나 다른 방식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법정으로와 법적 관점에서 결말이 나는 현상을 말한다. 정치사회 영역이 사법에 점차 의존해가는 이런 현상은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그 경향이 심화되기 마련이다. ‘정치적 현안이 법정에서 결정되는 대표적 예로 노무현, 박근혜 두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라든지 신행정수도 건설 근거법률의 위헌 결정 등을 쉽게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사법의 정치화‘란 법관이 법을 해석하는 형태로 법을 형성하는 데 참여함으로써 법관이 정치체제의 일부를 이룬다는 인식이다. 즉 사법부의 판결이나 결정이 정치와 분리된 사법의 범위 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정치체제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치의 사법화가 광범위해지면서 사법의 정치화란 단순히 사법부가 정치의 일부를 형성한다는 데 그치지 않고 사법부의 판결 혹은 결정에 정치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미치는지의 문제로까지 확장되었다. 이해관계가 엇갈려 뜨거운 쟁점이 되는 판결에 대해 정치계, 경제계 등 외부의 힘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회 대다수가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드러난 사법부와 청와대 간의 이른바 ‘판결거래‘ 의혹과 같은 사태는 ‘외부의 힘이 사법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넘어 ‘사법부 스스로 외부의 힘을 불러들여 사법부의 현안을 해결하려 한다‘는 의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치의 사법화‘보다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더 뜨거워진 이유다. - P1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놀랍게도 돌 표면에서 유공충이라는 해양 동물의 화석을 볼수 있다. 껍데기 폭이 최대 수 센티미터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것을 만든 생물이 단세포 생물이라는 점이다. 사람의 세포 중에서 가장 큰 난자는 폭이 약 0.1mm여서 맨눈으로 간신히 보이는 크기이다. 피라미드의 석회암을만든 해양 동물은 이에 비하면 매우 거대한 편이다. 이 해양 동물은 화폐석Nummulite(라틴어로 ‘작은 동전‘이라는 뜻)이라는 거대 유공충 종류에 속한다.
화폐석 석회암 광상은 피라미드 건설에 건축 재료를 제공한나일강 주변뿐만이 아니라, 북유럽에서 북아프리카까지, 중동에서 동남아시아까지 광대한 지역에서 발견된다. 이 광대한 지역에서 발견되는 화폐석 석회암은 4000만~5000만 년 전에 따뜻하고 얕은 테티스해 가장자리에 퇴적되었다. 에오세 전기에 해당하는 이 시기에 지구의 온도는 팔레오세-에오세 최고온기의 온도 급상승기보다 비록 온도는 더 높지는 않았지만 훨씬 더 오랫동안 높은 온도 상태가 지속되었다. 해수면 상승으로 테티스해의 물이 북유럽과 북아프리카를 뒤덮었다. 따뜻한 물에는 유공충이 아주 많이 살았는데, 이들이 죽자 탄산칼슘이 주성분인 동전 모양의 껍데기들이 거대한 더미를 이루어 가라앉아 해저 바닥을 뒤덮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이것들이 서로 들러붙어 화폐석 석회암이 되었다. - P180

문명의이야기는 인류가 발밑의 지구를 파내 그것을 쌓아 도시를 건설한 이야기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기본 암석은 세 종류가 있는데, 역사를 통해우리는 세 종류의 암석을 모두 사용해 문명과 도시를 건설했다. 퇴적암은 더 오래된 암석에서 침식된 물질이나 생물학적으로 생긴 물질이 퇴적된 뒤 교결 작용을 통해 엉겨붙어 생겨난다. 퇴적암의 예로는 사암, 석회암, 백악 등이 있다. 반면에 화강암 같은화성암은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나 지하 깊은 곳의 마그마가 식으면서 굳어져 만들어진다. 그리고 퇴적암이나 화성암이 고온과 고압의 환경(대륙 충돌이 충돌할 때 그 사이에 끼이거나 마그마가 암석층 속으로 뚫고 들어올 때처럼)에 놓이면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 변성되어 대리암이나 점판암으로 변하는데, 이런 암석을 변성암이라고 한다. - P185

하지만 대부분의 석회암은 티볼리 광천 같은 육지의 화산 온천이 아니라, 해저에서 생물학적 암석으로 만들어진다. 유럽 전역과 나머지 세계에서 발견되는 석회암은 대부분 많은 육지가따뜻하고 얕은 바다로 뒤덮였던 쥐라기 때 생겼다. 그 당시 바다에는 플리오사우루스와 어룡 같은 해양 파충류가 열대 바다에서헤엄치고 다닌 반면, 해저에는 유공충 같은 바다 동물의 껍데기에서 나온 탄산칼슘이 석회암 성분을 포함한 진흙으로 침전되었다. 모래 입자나 껍데기 파편이 해저에서 조수에 휩쓸려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그 위에 방해석 광물이 동심원의 형태로 층층이 쌓여 어란석(어란석은 영어로는 oolith라고 하는데, ‘알돌‘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이라는 작은 공 모양의 암석이 된다. 이 작은구체들이 더 많은 방해석과 함께 들러붙어 어란상 석회암을 만든다. - P187

따라서 시베리아 트랩에서 일어난 화산 분화는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느 화산 분화와 달리 지구 내부에서 엄청난 양의 가스가 방출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분화에서 방출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는 강한 온실 효과를 일으켰다. 지표면 온도가 급등했고, 깊은 바닷물은 산소가 부족해져 해저에 사는 생물들이 질식해 죽어갔다. 염화수소와 이산화황처럼 유독한 화산 가스가 높이 솟아올라 성층권까지 도달했을 것이다. 염화수소는 오존층을 심각하게 파괴해 태양의 해로운 자외선이 지표면까지 도달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산화황은 햇빛을 일부 차단하는 효과를 일으켜 광합성 생물과 광합성 생물에 의존하는 생물을 살아가기 힘들게 만들었고, 그러다가 물과 섞여 산성비가 되어 내렸다.
전 세계의 생태계를 급속하게 붕괴시켜 지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멸종을 촉발한 주범은 바로 페름기 말에 일어난 이 다중재난이었다. 이 현상은 페름기에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트라이아스기에서 쥐라기로 넘어가는 시점인 약 2억 년 전에 홍수 현무암사건이 또다시 일어났다. 이 사건도 대멸종을 초래했고, 그 결과 지구에서 공룡이 육상을 지배하는 동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 아주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페름기 사건과 트라이아스기 사건 이후에도 대규모 홍수 현무암 분화가 많이 일어났지만, 이와 비슷한 대멸종을 초래한 것은 하나도 없다. 따라서 지구가 대분화의 격변적 효과에 탄력적으로 잘 대응할 수 있게 한 변화가 일어난 게 틀림없다. - P199

이번에도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은 관계아의 분열이다. 초대륙은 전반적으로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효율이 낮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넓은 면적의 내륙은 강수량이 적어 매우 건조해진다. 그래서 암석의 침식을 통해 제거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적고, 퇴적물과 영양 물질을 바다로 실어 날라 플랑크톤의 성장을 돕는 강도 적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위축시킨다. 따라서 판게아가 마지막으로 분열된 후지난 6000만 년 동안은 대규모 용암 분출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방출된 이산화탄소를 지구가 훨씬 효율적으로 제거했다. 하지만이것이 다가 아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지질학적 메커니즘(산의 침식을 통해)은 아주 느리게 작용한다. 따라서 큰화성암 지대의 분화 때문에 일어난 급격한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은 암석 침식을 통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도로 떨어지기 훨씬전에 대멸종을 초래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생물학적 전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약 1억 3000만 년 전의 백악기 초기에 대륙붕의 얕은 바다에살던 원석조가 서식지를 확장해 넓은 바다에서 플랑크톤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탄산칼슘 껍데기를 가진 유공충 역시 깊은 해저 서식지에서 표층수로 서식지를 넓혔다. 이것은 단지 대륙 주위의 얕은 바다뿐만 아니라 광대한 대양에 탄산칼슘 껍데기를 만드는 플랑크톤이 살게 되었다는 뜻이다. 죽은원석조와 유공충 껍데기가 해저 바닥에 쌓여 새로운 종류의 퇴적물이 생겼는데, 이 때문에 대륙붕 지역뿐만 아니라 대양의 깊은 해저에서도 석회암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해양 생물이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깊은 해저에 생물학적 암석으로 가둬놓는 능력이 크게 높아졌다. 그리고 그 이후 지구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는 꾸준히 감소해왔다. - P201

편암이라는 어두운 색의 단단한 변성암(진흙이나 점토가 지구 내부 깊은 곳에서 높은 열을 받아 변한) 덩어리들이 도시 전체 지역에서 지표면에 드러나 있다. 뉴요커들은 점심시간에 센트럴파크에서그러한 편암 위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기도 한다. 뉴욕의 편암은래브라도 해안에서 미국 동부를 따라 아래로 텍사스주와 멕시코동부와 스코틀랜드까지 뻗어 있는 거대한 산맥 아래에서 구워졌다(북대서양이 열리기 전에). 이 그렌빌산맥은 판게아보다 훨씬 이전에 존재한 초대륙 로디니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뻗어 있었다. 약 10억 년 전에 로렌시아 대륙이 다른 두 대륙판과 충돌하면서 서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그렌빌산맥을 밀어 올렸다. 그 후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대륙들이 쪼개졌다 다시 붙었다 하는 동안 느리지만 끈질기게 진행된 침식 작용이 이 산맥을 깎아내 지금은 그 밑뿌리만 남아 있다.
뉴욕에서 편암층은 향사폐 (오목한 모양의 습곡. 중앙부에서 가장자리로 갈수록 오래된 지층이 분포한다)를 이루고 있는데, 이 때문에 편암층은 맨해튼 남단에서 지표면에 가까이 위치하고, 거기에서 조금 지난 미드타운에서 또다시 지표면에 가까워진다. 이 단단한 변성암 기반은 초고층 건물들의 엄청난 무게를 떠받치기에 좋은 기초를 제공한다. 그 사이에 위치한 향사에서 오목한 곳에는 더 무른 암석들이 분포하고 있어 거대한 건물을 떠받치기에 부적합하다. 고층 건물들의 패턴에는 기존의 상업 중심지에서일어나고 있던 발전처럼 사회경제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지만, 전체적으로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은 그 아래에 있는 지질학적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즉, 가장 높은 건물들이 들어선 지역은 단단한 편암이 떠받치고 있는 장소이다. 보이지 않는 지하 세계-침식으로 다 닳고 그루터기만 남은 아주 오래된 산맥의 패턴이지상 위에 우뚝 솟은 상업 중심지의 고층 건물들(신들에게 바친 기념물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바친 기념물인)의 패턴에 반영되어 있다. - P213

바닷물이 해저의 암석 사이로 스며 들어가 마그마를 만나 과열된다. 과열된 물은 지각을 뚫고 다시 솟아오르면서열수 분출공을 통해 해저로 뿜어져 나오는데, 그 과정에서 주변암석의 광물들이 물에 녹아서 함께 올라온다. 광물을 풍부하게함유한 이 뜨거운 유체가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면, 녹아 있던 금속성 황화물 광물 입자들이 침전하면서 잉크처럼 시커먼 소용돌이 기둥을 이루어 콸콸 솟아나온다. 그래서 이런 열수 분출공에블랙 스모커black smoker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높다란 굴뚝처럼생긴 블랙 스모커들은 칠흑같이 캄캄한 깊은 바닷속에서 집단을이루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마치 가우디에게서 영감을 얻은산업 지역 풍경처럼 보인다.
블랙 스모커는 황량한 심해 환경에서 살아가는 지구에서 가장극단적인 형태의 생명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햇빛이 한줄기도 비치지 않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기묘한 생물 군집에는 길이가 2m나 되는 관벌레도 있는데, 이 관벌레는 1970년대 후반에 잠수정이 최초의 블랙 스모커 지역을 발견했을 때 처음으로 과학계에 알려졌다. 그 밖에 창백한 색의 새우, 고등, 게도 이곳에 살고 있다. 햇빛이 없는 이 생태계를 굴러가게 하는 것은 열수 분출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속과 황화물 같은 무기 에너지원을 섭취하면서 살아가는 미생물이다.
바다로 뿜어져 나온 입자들은 열수 분출공 주변 지역에 다시가라앉으면서 귀중한 금속(구리, 코발트, 금 등)이 깊은 해저에 높은 농도로 축적되지만, 현재로서는 채굴이 불가능하다.  - P222

미노아인이 구리를 채굴한 키프로스섬의 트로오도스산맥은쉽게 접근할 수 있고 예외적으로 잘 보존된 큰 규모의 오피올라이트이지만, 유일한 오피올라이트는 아니다. 판들의 충돌로 테티스해가 닫히면서 지중해가 만들어질 때, 다른 해양 지각 조각들도 육지 위로 밀려올라갔다. 오피올라이트 금속 광상은 지중해가장자리 주변의 알프스산맥, 카르파티아산맥, 아틀라스산맥, 토로스산맥 등지에서 띠를 이루어 발견된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대양이 닫힌 다른 사건들에서도 해양지각이 육지 위로 밀려올라가는 일이 일어났다. 에스파냐의 틴토, 캐나다의 노랜다 그리고 러시아의 우랄산맥을 따라 늘어서 있는 광산들처럼 오늘날 가장 큰 규모의 광산들 중 일부는 풍부한 블랙스모커 금속 광상에서 구리와 아연, 납, 은, 철 등을 채굴하고 있다. - P228

세계 각지에서 제각각 다른 시기에 시작된 철기 시대는 사회를 크게 변화시켰다. 청동은 비교적 비쌌기 때문에 대체로 지배계층의 전유물로 쓰이거나 군대를 무장시키는 데 쓰였다. 반면에 철광석은 풍부하여 온갖 종류의 실용적 물건을 만드는 데 쓸수 있는 일반적 용도의 금속을 제공했다. 철제 도구는 또한 청동제보다 내구성이 더 좋고 날을 더 날카롭게 버릴 수 있었다. 이것은 단지 무기와 갑옷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도구에도중요한 특성이었다. 쇠도끼는 새로운 농경지를 만들기 위해 숲을 베어내는 작업에 큰 차이를 가져왔다. 그리고 철제 쟁기는 기존의 경작지에서 농업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이전에는 경작할 수 없었던 땅을 갈아 농경지로 만들었다. 이 두 도구는 새로운 정착 지역들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 P230

오늘날 산소는 공기 중에서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지구의 역사중 처음 절반 동안은 대기와 바다에 산소 기체가 사실상 전혀없었다. 현재 공기 중의 산소와 바닷물에 녹아 있는 산소는 생물이 만들어낸 것이다. 일부 생물은 햇빛 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유기 분자로 만드는 능력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물을 쪼개 산소를 기체 노폐물로 배출한다. 이 생물학적 연금술을 광합성이라고 부르는데, 이 덕분에 세포는 놀라운 자급자족 능력을 발휘해 빛과 이산화탄소와 물에 녹아 있는 몇몇 영양 물질로부터 필요한 것을 모두 다 만들 수 있다.
이 광합성 능력이 발달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종류의 세포를 남세균, cyanobacteria 이라 부른다. 햇빛을 이용하는 더 복잡한 생물-규조류, 조류, 해초 그리고 육상의 모든 식물과 나무는 약 10억 년 전의 중요한 진화 사건을 통해 이 능력을 물려받았다. 그것은 바로 조상 단세포 생물이 남세균을 자기 몸의 일부로 포함시킨 사건이었다. 지구 전체에 산소를 공급한 장본인은 바로 원시 바다에서 헤엄치면서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배기가스처럼 내뿜은 초기의 남세균이었다. 먼 옛날의 암석을 조사하는 지질학자들은 24억 2000만 년 전에 산소 농도가 처음으로 크게 증가한 증거를 발견하는데, 이 사건을 대산화 사건 Great Oxidation Event (산소대폭발 사건이라고도 함)이라고 부른다. 이때 증가한 산소 농도는 오늘날의 산소 농도에 비하면 몇 퍼센트 수준에 불과해 사람이 숨 쉬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했지만, 대산화 사건은 지구의 화학과 생명의 발달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건이었다.  - P238

대산화 사건 직후인 22억~23억 년 전에 지구 역사상 가장 길고 아마도 가장 극심한 빙하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 태양은 오늘날보다 25% 정도 희미했기 때문에, 지표면의 물이 액체 상태로 남아 있을 만큼 따뜻한 기온을 유지하려면 상당히 큰 온실 효과가 필요했을 것이다. 먼 옛날의 대기에는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증가한 산소가 메탄과 반응하여 대기 중에서 메탄을 제거함으로써 지구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던 담요를 벗겨냈다. 기온이 곤두박질치면서 전 세계적인 빙결이 일어났는데, 거의 모든 지표면이 두꺼운얼음으로 뒤덮인 이 상태를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라 부른다. 이렇게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상태가 1000만 년 동안 계속 이어지다가 지속적인 화산 활동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충분히 높아지자 해빙기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지구를 극심한 빙하시대에서 구출한 것은 화산 활동이었다. 대산화 사건 무렵에 살았던 많은 미생물은 반응성이 높은 산소 기체에 제대로 대응할수 없었고, 결국 이 독가스 때문에 사라지고 말았다. 사실상 산소대학살이라고 부를 만한 사건이었다. 생물들은 새로운 세계 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 독가스 속에서 살아남도록 진화하거나(우리의 조상 세포가 그랬듯이, 산소의 반응성을 이용해 자신의 대사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얻는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해저의 진흙이나 길은 땅속처럼 산소가 침투하지 않는 서식지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택해야했다. - P239

그런데 이보다 훨씬 놀라운 해결책이 검토되고 있다.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에 들어가는 인듐처럼 현대 전자공학에 쓰이는 일부 희귀한 금속은 아주 얇은 막으로 사용되거나 다른 금속에 극소량 섞어서 사용되는데, 이 때문에 전자 장비가 수명을 다한 뒤에 희귀한 금속을 회수해서 재활용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많은금속은 약간의 노력만으로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 우리는 못 쓰게 된 장비들을 수십 년 동안 그냥 버려왔기 때문에, 이제 많은매립지에는 이 소중한 금속들의 광맥이 숨어 있다. 이 상황은 매립지 채굴이라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기한다. 쓰레기를 뒤져그 속에 매장된 보물을 캐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브뤼셀에서 동쪽으로 100km 지점에 있는 매립지의 한 시험 장소에서는 건축재료를 회수하고 쓰레기를 연료로 사용하려고 하는데, 그와 동시에 소중한 금속을 분류하고 회수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매립지 채굴은 영국에서도 곧 시작될지 모른다. 시험 대상이 된네 곳은 알루미늄과 구리, 리튬이 상당량 묻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전망이 특별히 밝은 곳은 일본의 첨단 기술 제품 매립지이다. 계산에 따르면, 이곳에 매립된 쓰레기에는 금, 은, 인듐이 전 세계 연간 소비량의 세 배가 포함되어 있으며, 백금은 어제면 여섯 배나 포함돼 있을지 모른다. 사실, 분해한 휴대 전화물질로 이루어진 그런 인공 광석에는 금이 실제 금광에서 발견되는 광석보다 30배나 높은 농도로 들어 있을 수 있다. - P2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굽달린 포유류인 유제류有蹄類에는 두 집단이 있다. 우제류偶蹄類는 발굽의 수가 짝수 개이거나 발굽이 갈라진 유제류이고, 기제류奇蹄類는 발굽의 수가 홀수 개인 유제류이다.
우제류에는 돼지와 낙타 그리고 모든 반추동물(영양, 사슴, 기린, 소, 염소, 양)이 포함된다. 반추동물은 질긴 풀을 분해해야 하는 문•제를 위에서 새김질감을 게워내 다시 씹고, 4개의 위 중 첫 번째위인 혹위에서 세균을 이용해 식물 물질을 발효시킴으로써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데 도움을 받은 뒤, 나머지 소화계를 지나가게하면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방법으로 대응한다(앞에서 보았듯이 인류는 동일한 생물학적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았다). 우제류는 오늘날 지구 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대형 초식 동물이다. 갈라진 발굽은 2개의 발가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들은 우리 손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손가락에 해당한다.
기제류에는 말, 당나귀, 얼룩말, 맥, 코뿔소 등이 있다. 기제류는 코뿔소처럼 발가락이 3개인 종도 있고, 말처럼 1개뿐인 종도있다. 말은 우리가 남을 모욕하려고 할 때 치켜세우는 가운뎃손가락으로 뛰어다니는 셈이다. 기제류는 반추反芻동물과는 대조적으로 위는 단순한 반면, 창자 뒤쪽에 발효조가 있다. 음식물을 발효시키는 세균이 막창자(맹장)라는 아주 큰 주머니에서 식물 물질을 발효시켜 영양분을 추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난 1만 년 동안 우리가 가축화하여 인류 문명이 그 고기와부산물과 근육의 힘에 의존해온 대형 동물 중 대다수가 단 한 종류의 포유류 집단에 속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 P120

이때 온도가 급상승한 정도가 크긴 했지만, 지속 시간은 지질학적 관점에서 볼 때 아주 짧았다. 대기와 지구 기후는 약 20만1년 이내에 다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 지구 온난화-바다에 쌓인 막대한 양의 메탄이 배출되면서 일어난 짧지만 강렬했던 전 지구적 발열 상태는 인류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세포유류 목을 탄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우제류와 기제류와 우리가 속한 영장류는 모두 팔레오세-에오세 최고온기가 시작된 직후에 갑자기 나타나 아시아와 유럽, 북아메리카로급속하게 퍼져갔다.
이 온도 급상승이 APP 목들의 출현을 이끌었다면, 우제류와기제류가 살아갈 생태계를 만든 것은 지난 수천만 년 동안 일어난 지구 냉각화와 건조화였다. 건조한 기후로 변해가는 대륙들에서 초원이 확대됨에 따라 초식 유제류가 그 뒤를 따라가면서 소와 양, 말의 조상을 포함해 많은 종으로 분화해갔다. 따라서 우리가 재배하게 될 곡류를 공급한 초원은 우리가 가축화한 대형유제류 종들의 출현을 위한 진화의 무대도 제공했다.  - P124

따라서 농업과 문명이 시작된 순간부터 유라시아에는 우리가순화시켜 증가하는 인구를 부양하기에 적절한 야생 초본 식물종이 풍부하게 널려 있었다. 유라시아는 우연히 이러한 생물학적 풍요를 선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륙이 늘어선 방향도 먼지역들 사이에 곡류를 확산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초대륙 판게아가 열곡들을 따라 쪼개질 때, 유라시아는 동서 방향으로 길게 늘어선 땅덩어리로 남게 되었다. 유라시아 대륙은 지구 주위를 3분의 1 이상 빙 두르고 있지만, 남북 방향으로는 비교적 좁은범위에 분포하고 있다. 기후형과 계절의 길이를 결정하는 주요인자는 위도이기 때문에, 유라시아의 한 지역에서 순화馴化된 작물은 같은 대륙의 다른 곳으로 옮겨 심더라도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는데 그다지 큰 부담이 따르지 않는다. 예컨대 밀 재배는 터키고지대에서 메소포타미아를 지나 유럽과 인도까지 곧장 쉽게 확산될 수 있었다. 두 쌍둥이 대륙으로 이루어진 아메리카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비록 파나마 지협으로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남북 방향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한 지역에서 길들인 작물이 다른 곳으로 확산되려면 다른 생장 조건에 재적응하는훨씬 힘든 과정이 필요했다. 판의 활동과 대륙들의 이동이 낳은구세계와 신세계의 이러한 기본적인 구조적 차이는 역사를 통해 유라시아의 문명들이 발달하는 데 큰 이점이 되었다. - P125

전 세계에 퍼져 사는 대형 동물들의 분포 역시 불균일한데, 여기에서도 유라시아의 사회들은 추가로 이점을 누렸다. 가축화를용이하게 하는 야생 동물의 속성 중에는 영양분이 많은 식품 제공, 유순한 성격, 사람에 대한 선천적 두려움 부족,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선천적 습성, 사육 상태에서도 잘 번식하는 능력 등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야생 동물은 매우 적다. 전세계의 대형 포유류(몸무게가 40kg 이상 나가는) 148종 중에서 유라시아에 사는 좋은 72종인데, 그중에서 가축화된 것은 13종뿐이다. 아메리카에 사는 24종 중에서는 오직 야마(그리고 가까운 친척인 알파카)만이 남아메리카에서 가축화되었다. 북아메리카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가축화된 대형 동물이 하나도 없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가장 중요한 동물 다섯 종양, 염소, 돼지, 소, 말과 특정 지역에서 운송 수단을 제공한 당나귀와 낙타는 유라시아에서만 살았으며, 가축화되고 나서 수천년 이내에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확산되었다. 역사를 통해 고기뿐만 아니라 부산물(젖, 가죽, 털)과 근육의 힘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미친 동물은 대형 포유류 종들이다.
말과 동물은 북아메리카의 풀이 자라는 평원에서 진화했지만, 마지막 빙기가 끝날 무렵에 살아남은 말과 동물 집단은 넷뿐이었고 유라시아에서만 살았다.  - P126

아메리카 문명들이 감수해야 했던 이러한 생물학적 빈곤은 어떻게 보면 큰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는데, 유라시아에서 운송과 교역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이 두 동물 집단이 사실은 아메리카에서 진화해 베링 육교를 건너 유라시아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얼마 후 말과 낙타는 자신의 고향에서는모두 사라졌는데, 아마도 최근의 빙기 때 반대 방향으로 베링 육교를 건너간 초기 인류가 지나치게 남획을 하는 바람에 멸종했을 것이다. 최초의 아메리카인은 자기도 모르게 그 대륙에서 미래의 문명 발달을 크게 저해하는 짓을 저질렀다.
당나귀와 말과 낙타는 유라시아와 아라비아와 아프리카의 스탭과 사막, 산길을 지나가는 여행로와 무역로에서 매우 중요하게 쓰이면서 구세계에서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사람과 자원과사상과 기술의 전달을 용이하게 했다. 반면에 아메리카는 생물학적으로 빈곤하여 이러한 혁명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유의미한 수의 낙타가 아메리카로 되돌아온 적은 전혀 없었지만, 말은16세기 초에 에스파냐인 정복자들이 아메리카에 발을 디뎠을 때 고향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16세기에 두 세계 사이의 접촉이 재개되었을 때, 아메리카의 문화를 지배한 것은 축적된 유라시아의 풍요를 물려받은 유럽 국가들이었다. - P128

중국이 티베트 고원을 지배하려고 하는 데에는 중요한 전략적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군사적 이유 때문이다. 인도가 티베트 고원을 차지해 문자 그대로 중국 심장부가 내려다보이는 요지를 차지하고, 그와 동시에 그곳을 그 아래의 평원을 침공하는전진 기지로 삼을 가능성을 중국은 좌시할 수 없었다. 설사 인도가 티베트 고원을 점령하지 않더라도, 만약 티베트에 정치적 자치를 허용한다면, 티베트 정부의 허락을 받아 인도가 그곳에 군사 기지를 건설할 가능성이 있어 중국은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중요한 이유는 티베트 고원이 공급하는 단순하지만 아주 중요한 자원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물이다.
티베트는 세상에서 가장 높고 넓은 고원이며, 이곳에 있는 수만 개의 빙하에는 북극 지방과 남극 대륙을 제외하고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빙하 얼음과 영구 동토층이 있다. 그래서 이 높은고원은 지구의 세 번째 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빙하와 눈에서 녹은 물은 황허강, 양쯔강, 메콩강, 인더스강, 브라마푸트라강, 살원강을 포함해 동남아시아 전체로 부챗살처럼 뻗어나가는 큰강 10개의 원류가 된다. 이 큰 강들은 모두 산에서 침식된 엄청난 양의 퇴적물도 실어가 주변의 범람원과 논을 기름지게 만든다.
따라서 티베트 고원은 전체 대륙 지역의 급수탑 역할을 하는데, 소중한 자원을 저장하고 이 강들을 따라 그것을 분배하면서 2억 명 이상의 사람에게 식수와 관개용수, 수력 발전 용수를 공급한다.  - P130

대양과 바다는 지표면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아서 클라Arthur C. Clarke가 우리가 사는 행성을 지구地球, Earth가 아니라 수구水球Ocean라고 불러야 한다고 농담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리고 바다는 우리 세계의 생명과 깊은 우주 사이의 긴밀한 연결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다. 지구에서 물은 모든 생명에게 필수적인 것이지만, 원시 태양 주위를 빙빙 돌던 먼지와 가스 원반에서 처음 생성될 때 지구는 매우 건조한 상태였다. 지구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초기에 서로 충돌하면서 들러붙어 지구를 만든 암석질 물질에 얼음이 별로 많지 않았고, 생성될 당시에 발생한 높은 열은 지구 전체를 녹이면서 물과 그 밖의 휘발성 화합물을 모두 증발시켜 버렸을 것이다. 따라서 바다를 채우고 있는 물은 지구가 탄생한 후에 우주에서 왔는데, 태양계 바깥쪽의 차가운 지역에서 날아와 지구에충돌한 (마치 깊은 우주에서 날아온 눈보라처럼) 혜성과 소행성에 실려 왔다. - P134

석유는 현대 세계를 돌아가게 하는 연료일 뿐만 아니라, 기계에 윤활유를 공급하고, 도로를 포장하고, 플라스틱과 의약품의 원료로 쓰이고, 식량 생산에 도움을 주는 인공 비료와 살충제와제초제 생산에 쓰인다. 전 세계의 석유 공급 중 절반 이상은 해상운송망을 따라 유조선이 실어 나른다. 따라서 도중에 천연 해협들을 지나간다. 앞에서 보았듯이,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래 다르다넬스 해협(또는 헬레스폰트 해협)과 보스포루스 해협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점이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은 아직도 흑해를 통해 수출되지만, 러시아와 카스피해 지역에서 남유럽과 서유럽으로 화석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매일 약 250만 배럴의 석유도 유조선에 실려 터키의 이 두 해협을 지나간다. 폭이 1km도 안되는 보스포루스 해협은 주요 선박들이 지나다니는 해협 중 세계에서 가장 좁은 해협이다.
우리는 인공 요충지들도 만들었는데, 바다들을 연결해 직항로를 만들려고 건설한 운하가 바로 그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가 있다. 1956년에 수에즈 운하가 6개월동안 닫히는 바람에 배들이 남아프리카 주위를 빙 둘러가게 되자, 유럽 전역에서 연료 부족 사태가 일어났다. 하지만 현재의 석유시대에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해협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 P167

시간이 지나자 이 해저 점토층이 셰일층으로 변했다. 해수면이 다시 낮아지자 오늘날 우리가 아는 것과 같은 미국의 윤곽이 드러났고, 지표면이 침식되자해저에 퇴적된 이 퇴적층 띠가 연안 평야 위에 다시 드러났다. 이셰일 기반암 띠에서 유래한 토양은 어두운 색이고 영양 물질이많았는데, 그 물질이 원래 산맥에서 침식된 것이기 때문이다. ‘블랙 벨트 Black Belt‘라는 용어는 원래는 앨라배마주와 미시시피주를지나가며 뻗어 있는, 농업 생산성이 높은 독특한 색의 이 띠를 가리켰다.
백악기의 셰일에서 유래한 어두운 색의 이 비옥한 토양은 농작물을 재배하기에 이상적이었는데, 특히 목화를 재배하기에 좋았다. 산업 혁명이 진행되고 목화를 옷으로 만드는 과정이 가속화되면서 (목화 섬유를 씨에서 분리하고 실로 자은 뒤에 천으로 만드는 과정이 기계화됨으로써) 목화 수요가 크게 치솟자 목화는 중요한 환금 작물이 되었다. 하지만 목화 재배는 매우 노동 집약적인 일이었다. 탈곡기를 사용해 식물 줄기에서 낟알을 쉽게 훑어낼 수 있는 곡물과 달리 초기에 목화를 재배할 때에는 목화솜이 붙은 꼬투리를 일일이 사람의 민첩한 손가락으로 떼어내야 했다. 그리고 18세기 후반부터 남부 주들에서는 그 노동력을 노예들이 제공했다.
1830년경에 노예 제도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미시시피 강주변 지역에서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고, 1860년경에는 앨라배마주의 멕시코만 해안 지역에서 위쪽으로 그리고 조지아주까지 퍼져갔다. 노예의 노동력을 이용한 목화 농장이 전성기를 누리던시절에 ‘블랙 벨트‘라는 용어는 다른 의미로 쓰이게 되었는데, 디프사우스Deep South (미국 남부의 여러 주를 통틀어 이르는 말. 주로 남부의특징이 두드러진 루이지애나주, 미시시피주, 앨라배마주, 조지아주의 네 주를 가리킨다. 옮긴이)에서 많이 발견되는 인구 집단이 분포하는지역을 가리켰다. 즉, 미시시피강 양안을 따라 그리고 땅 밑에 백악기 암석층의 띠가 늘어선 곡선을 따라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을 가리켰다.
••••••
경제적 생산성이 높았던 이 지역은 이후 산업이나 관광을 통한 큰 발전이 일어나지 않아, 높은 실업률과 빈곤, 낮은 교육 수준, 부실한 보건 관리 등의 사회경제적 문제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다. 따라서 이 지역의 유권자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정책과 공약에 표를 몰아주는 경향을 보이면서 대통령 선거지도에서 선명한 파란색 띠를 드러냈다. 따라서 오늘날의 정치와 사회경제적 조건을 역사적 농업 시스템에 내재하는 그 뿌리와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 우리 발밑의 땅속에 숨어 있는 지질학적 구조와 연결하는 인과론적 사슬이 분명히 존재한다. 먼 옛날 바다에 쌓인 진흙층의 띠는 지금도 우리의 정치적 지도에 새겨진 채 나타나고 있다. - P1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 말 안 해도 돼." 비키가 차 한 대를 앞지른 다음 원래 차선으로 되돌아갔다. "아무튼 그애가 약을 한 알 먹었어. 그리고 공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뭐 그런 말을 했는데…… 그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좀 차분해지더니 차를 갓길에 대라고. 우리가 시카고로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어. 하지만 피트, 슬프더라. 그애는 너무 작아, 그애는…… 그애를 인터넷으로 보면…" 비키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허리를더 펴고 한 손으로 운전했다. 다른쪽 팔꿈치는 바로 옆 팔걸이에내려놓은 채 손으로 턱을 만졌다. 그들은 한동안 그렇게 달렸다.
마침내 비키가 눈앞의 도로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그애는 또라이가 아니야, 피트, 그저 이곳에 돌아온 걸 참을 수 없었던 거야. 그애한테는 너무 힘든 일이었어."
거프틸 부부와 함께 칼라일의 무료급식소로 가는 길에 피트는 그 부부가 서로에게 얼마나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지 보았다.토미가 운전하는 동안 셜리는 종종 토미의 팔에 손을 얹었다. 피트는 궁금했다. 그렇게 편안한 것, 누군가를 그렇게 편하게 만질수 있다는 것은 어떤 걸까. 지금 이 순간 그는 동생의 팔에, 유명해진 루시를 만나려고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고 나타난 이 동생의 팔에 손을 얹고 싶었다-정말로 그러지는 않았지만. 그러는대신 그는 조용히 그녀의 옆에 앉아 있었다. - P244

그들은 침묵 속에 한참을 더 달렸다. 피트는 곁눈으로 동생을보았다. 그는 그녀가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의 체격 좋은 몸이 좋았고, 차 안에 듬직하게 앉아 당당하게 운전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는 그녀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대단하다는 말 이상을 해주고 싶었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비키, 지금보면 우리가 그렇게 나쁘게 된 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그녀가 그를 흘끗 보고 눈을 흘겼다. "그래, 맞아."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뭐, 우리가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진 않지. 그게 하고 싶은 말이라면." 그녀가 내면 깊숙한곳에서 올라온 듯한 짧은 웃음소리를 냈다.
피트는 영원히 이렇게 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이렇게 달리고 또 달리는 동안 그는 거기 동생 옆에 앉아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P2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대 이집트는 지리적 환경과 기후가 가져다준 제약과 기회가•결합해 문명의 발달에 어떻게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아주 분명하게보여주는 사례이다. 리본처럼 사막을 가로지르며 뻗어 있는 오아시스인 나일강은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범람하는데, 에티오피아고원의 발원지를 침식해 내려오는 강물은 미네랄을 듬뿍 함유한 퇴적물을 강 양안에 쌓아 평야 지역에 생기를 다시 불어넣는다. 거대한 나일강은 또한 단순한 운송 수단도 제공했다. 북아프리카의 이 위도대에서는 늘 북동 무역풍이 부는데(더 자세한 내용은 8장에서 다룰 것이다), 그래서 배들은 바람을 타고 상이집트로 갈 수 있다. 그리고 부드럽게 흐르는 나일강의 물살을 타면 하류 쪽으로도 쉽게 갈 수 있다. 이러한 자연적 양방향 운송 체계는 곡물과 목재, 석재, 군인의 수송을 용이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남북 방향을 따라 이집트 전역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해 통일 국가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나일강 양편에는 건너기 힘든 사막이 길게 뻗어 있는데, 이천연 장벽은 오랫동안 외적의 침공을 막아주었다. 하지만 이 환경조건은 이집트가 영토를 확장해 제국으로 발전하는 것도 막았다. 기원전 2000년대 후반에 레반트 해안으로 팽창한 것 말고는이집트는 나일강 주변의 지역 강국에 머물렀다. 나일강 유역은 곡물 생산에는 아주 좋았지만(이 지역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을 먹여 살리는 데 도움을 주었고, 나중에는 로마 제국에 식량을 공급하는 곡창지대가 되었다), 나무가 부족했다. 삼나무 목재는 레반트에서 수입했지만, 그 비용이 너무 비싸 이집트의 군사력을 지중해 전역이나 홍해 너머까지 과시할 만큼 거대한 규모의 해군을 육성할 여력이 없었다.
단순한 국내 운송 체계, 나일강이 제공한 농업의 생태학적 지속 가능성, 사막이 제공한 천연 방어 장벽 같은 환경의 이점들이 결합된 결과로 이집트 문명은 안정 상태를 오래 지속할 수 있었다. 이 지역에 번영을 가져다준 핵심 요인은 나일강이었다. 그래서 기원전 5세기에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 Herodotos는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묘사했다. - P106

앞에서 보았듯이, 야생 식물 종을 작물로 재배하면, 비록 시간과 노력은 더 많이 투자해야 하긴 했지만, 식량 생산량을 아주 크게 늘릴 수 있었다. 그리고 동물을 가축화하자, 오랫동안 사냥을해야 하는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고기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가축화는 이리저리 떠돌이 생활을 하던 수렵 채집인은 누릴 수 없었던 다른 기회도 제공했다. 사냥해 잡은 동물로부터 고기와 피, 뼈, 가죽을 얻을 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식량과도구, 몸을 보호하는 재료로 아주 유용한 산물이지만, 딱 한 번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을 보호하면서 기르면, 필요할 때 동물을 죽임으로써 이러한 산물을 훨씬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일단 동물을 가축화시켜 평생 동안 돌보면서 기르면, 야생동물에게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유용한 산물과 서비스를 연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 가축 사육은 완전히 새로운 자원도 제공했다. 이것을 ‘부산물 혁명‘이라 부른다. - P1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