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읽는 어린이 세트 - 전5권 - 역사학자 3인이 쓴 정통 한국사 한국사 읽는 어린이
강석화.김정인.임기환 지음, 서영 그림 / 책읽는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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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들, 그것도 교대 교수님들이 쓰신 책이라고 하니 재미가 있거나 책의 꾸밈새가 다채롭거나 할 거라는 기대는 되지 않았다. 교대를 졸업한 지 30년이 가까워가는데도 그 옛날 말씀하시면 받아적기만 하던 연세드신 교수님들 수업을 연상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잘 모르긴 하지만 이 책의 저자 교수님들 중엔 나보다 젊으신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고 해도 어쨌든 요즘의 강의는 나 때와는 다르겠구나 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했다. 구태의연한 느낌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매우 참신했다.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ㅎㅎ

10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고학년 담임만 했었기에 어린이 한국사책에 관심이 많았고 새로 나오는 시리즈들을 거의 다 찾아 읽었다. 읽다가 생각한 것은 ‘어린이 책에도 내가 모르는 게 많구나.’ 그랬다. 나는 어린이 역사책에서 많은 걸 배웠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한때 가르칠 내용을 써보는 뻘짓을 한 적도 있었는데, ‘쓸 수 없는 것은 말로도 할 수 없다.’ 라는 생각에서였다. 쓰다가 막히면 그 부분은 내가 잘 모른다는 뜻이었다. 그때 책꽂이에 꽂힌 여러 어린이 역사서들을 참고했다. 막히면 찾아보고, 이해가 가면 다시 쓰고, 이런 뻘짓을 하다보니 한번에 여러 책들을 참고하게 되었다.

이제는 나온지 20년이 되어가는 <한국사편지> 5권 시리즈가 그 시작이었다. 그리고 왕조사를 훑어주어 대략 흐름을 잡게 도와주었던 <조선사 이야기>, <고려사 이야기>도 재미나게 읽었다. <키워드 한국사> 시리즈도 내가 매우 선호하고 도움을 많이 받았던 책이다. 만화로 된 시리즈도 2질 정도 소장하면서 교실에 두고 아이들과 읽었다.

이후 저자나 캐릭터 이름을 딴 시리즈들이 봇물을 이루기 시작할 때쯤, 더 이상 출판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어서 포기... 그리고 저학년을 맡으면서 역사수업을 할 기회도 적어져서 어린이 역사서는 점점 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 책을 신청하면서 오랜만에 한번 검색해 보았다. 와... 내가 구경도 못해본 많은 책들이 그동안 쏟아져 나왔구나. 그 틈에서 교대 교수님들이 쓰신 책은 과연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오, 꽤나 짱짱한데? 깜짝 놀랐다. 저자들의 사관을 분석할 만큼 내게 지식이 있진 않아서 그런 면은 잘 모르겠지만, 내용면에서 알차고 서술도 편하게 잘 읽히고 책의 구성도 다채로워 지루하지 않다. 관점이 치우치지 않도록 저자들간의 내부토론과 점검도 철저하게 하신 것 같다. 물론 출판사, 편집자들의 조력도 컸을 것이라 짐작이 가지만 일단 내용적인 알맹이는 저자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니 그 점에서 교수님들의 역량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졌다. 그림작가님도 수고를 많이 하셨을 것 같다. 내용을 숙지해야 표현이 가능하니 오랜 시간 작업을 같이 하셨을 것 같다.

전체 5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권수가 너무 많아도 지루하고 이 정도가 딱 좋은 것 같다. 이전 시리즈들에 비해서 근현대사 비중이 좀 높은 편이다. 남북국시대까지 한 권, 고려가 한 권. 조선이 한 권, 근대가 한 권, 현대가 한 권. 고려, 조선만큼의 분량을 현대사에 할애했다. 잘은 모르지만 현대사를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 같다. 고대사는 사료가 부족해서 어렵다면, 현대사는 균형있는 판단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사의 비중을 높이고 초등 눈높이에서 무난하게 설명하려 애쓰신 노력이 보이는 것 같았다. 마지막 권의 마지막 장 제목이 <세계인과 함께 사는 우리>인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BTS는 역사책에까지 나오고 정말 좋겠다....^^;;;;)

권당 17~20장 정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어느정도 일관적이면서도 변화있는 구성이 지루함을 막아주고 계속 책장을 넘기게 해준다. 각 장의 첫 화면은 펼친 화면 가득한 큰 그림에 앞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여러 가지 내용을 담았고, 이어서 [질문 있어요!] 코너는 수업으로 치면 동기유발이랄까? 서술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각 장마다 적당한 그림이나 사진이 들어있고 색감도 좋아서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럽다. [쟁점토론] 코너도 흥미롭고 이중에 적당한 것을 뽑아서 실제로 교실 토론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사건탐구], [인물탐구]등도 일러스트와 함께 인상적으로 지식을 얻기에 좋게 구성되어 있다. [생각넓히기]는 그 자체로 훌륭한 활동지다. 그런데 그뿐이 아니라 워크북도 따로 있다. 본 책들에도 공이 많이 들어갔는데 워크북도 보통이 아니다. 역사수업을 하는데 이 책을 활용한다면, 어느 순간에 교과서를 바꿔치기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작지 않은 판형에 각 권당 200쪽이 넘는 분량의 압박은 있다. 하지만 수박 겉핥기가 되지 않으려면 이정도의 압박은 이겨내야 할 일! 아이들 독서모임에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나 또한 한번 활용해보고 싶은 욕심이 드는 책이다. 널리 읽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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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보는 추리 탐정, 콩 1~5 세트 - 전5권 귀신 보는 추리 탐정, 콩
임근희 외 지음, 한상언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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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실에 이 책 시리즈 5권을 모두 신청해 놓고는 이제야 빌려왔는데, 가방 무거울까봐 2권만 가져온 것을 후회했다. 빨리 읽히는 책인데다가, 다음 책이 궁금하잖아! 5권을 모두 다른 작가들이 쓰셨는데 작가진이 쟁쟁하다. 5권은 모두 연관성이 있고 공통된 설정이 있다. 이걸 다섯 분의 작가들이 협의하고 집필을 시작하신 것일까? 읽다보니 그런 것도 궁금했다.

귀신을 본다, 저승사자가 데리러 온다 등등의 설정은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 유명한 <도깨비> 같은 드라마를 안봤는지도.... 그리고 그런 설정은 결국 ‘죽음’을 필연적으로 다루어야 하기에.... 아이들 책으로는 더더구나 별로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들은... 오, 꽤 괜찮다. 판매지수를 보니 낮은데, 이정도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만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교실에서 함께 읽어야지 정도의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학급문고 정도로는 꽂아두면 입소문이 날 법한 시리즈였다.

아이들이 선호할 만한 이 책의 장점을 꼽아보면 이렇다.
1.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던 귀신, 저승사자 등의 설정 (아이들은 좋아한다)

2. ‘추리’의 요소. 귀신을 보게 된 콩이에게는 탐정의 역할이 주어진다. 귀신이 보내준 퀴즈를 풀어야 단서가 보이고, 그 단서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한다. 퀴즈가 터무니없이 쉽지도 않고 애들이 이걸 어떻게 풀어 할 정도로 어렵지도 않다. 퀴즈 풀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딱 좋은 책이겠다. 아, 지금 생각났는데 학기말에 여유시간이 생겼을 때쯤, 교사가 읽어주고 퀴즈 대목에서 아이들에게 해결 시간을 좀 주고, 답을 맞춰보고 또 읽어주는 식으로 진행해도 재밌겠다.

3. 이건 아이들은 확실히 모르겠고 내가 느끼는 장점인데.... 각권마다 안타까우면서도 우리가 한번 돌아봐야 할 서사와 그 서사가 보여주는 주제들이 들어있다. 1권의 경우에는 친구간의 오해, 믿음, 약한 친구를 돕는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어려움 등을 생각할 수 있다. 2권에서는 동물학대 문제에 눈을 뜰 수 있다. 나는 2권까지 읽었지만 3,4,5권에서도 각자 작가들이 선택하신 소재와 주제가 있는 것 같다. 귀신이니 추리니 하는 설정이 서사의 몰입에 방해될 수가 있는데 이 책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런 설정의 책들이 가벼워질 수 있는 위험성을 묵직한 주제가 지그시 눌러주고 있었다.

4. 귀신이 나온다는 건 누군가가 이미 죽었다는 것, 저승사자가 나온다는 건 누군가가 죽게 된다는 것, 매우 비극적이고 칙칙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죽음을 가볍게 다룬 것도 아니지만 끔찍하거나 엽기적인 느낌까지는 들지 않는다. 슬프고 아쉬운 마음은 든다. 그 와중에 콩이의 허당 캐릭터는 간간이 웃음을 주기도 한다.

5권 중 2권까지만 본 것이라 맞게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마지막 5권 대단원을 김태호 작가님이 맡고 있어서 그것도 궁금하여 아마도 조만간 다 읽게 될 것 같다. 리뷰를 얼핏 보니 반전에 반전이라고... 흑... 뭔가 엄청 슬플 것 같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고 했던가. 가는 일이 너무 큰 괴로움이 되지 않길. 너무 큰 후회가 남진 않길. 그러려면 잘 살아야 한다. 잘 죽기 위해서 잘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아이들도 이걸 기억하며 살아가면 나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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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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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식탁에 앉아서 단 한 번의 이동도 없이 한번에 다 읽었다. 집에서 내 작업 공간이 따로 없는 나에게 식탁이 주로 독서장소라고는 하지만, 엉덩이가 무겁지 않은 나는 읽다가 덮었다가 폰 보다가 누웠다가 하느라고 한 장소에서 한 권을 다 읽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여기가 식탁인지 어디인지도 잊었다. 책을 폈나 했더니 어느새 다 읽었다.

 

너무 멋진 사람들을 만났다. 동시에 너무 한심한 사람들도. 멋지다고 세상을 구한 사람들도 아니고 한심하다고 인간 말종인 것까진 아니었다. 그냥 우리 주변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범위 안에서 가장 친해보고 싶은 사람과 가장 짜증날 것 같은 사람. 호감과 비호감의 인간군을 경험했다고 할까. 작가는 어떻게 이런 실제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냈을까. 밀착 카메라를 곳곳에 달아놓고 모니터링이라도 하시는 걸까.ㅎㅎ

 

김순례 씨는 변두리 빌라촌의 한 빌라 건물주다. 그 빌라를 순례 주택이라고 부른다. 순례 씨는 뼈빠지게 세신사로 번 돈으로 주택을 하나 샀고 그게 어찌어찌 되어서 지금의 4층 빌라가 됐다. 각 호의 입주민들을 소개하는 대목부터가 완전 흥미진진했다. 여기에 주인공인 순례씨와 수림이가 있다. 수림이는 화자이고 16세 중학생이다. 201호 입주민이자 순례씨의 남친이던 할아버지의 외손녀다. 수림이 집은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좋은 아파트지만, 주로 순례주택에서 지낸다. 딸 부부에게 집을 내주고 밀려난 외할아버지는 둘째 손녀인 수림이까지 맡아주게 되었다. 그리고 순례씨와 함께 수림이를 살뜰하게 키웠다.

 

순례주택에 뿌리를 박고 자라난 수림이는 공부는 중간쯤 해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 반면 엄마 아빠가 끼고 키운 연년생 언니 미림이는 공부만 잘했지 세상 쓸모없는 인종이다. 언젠가 교사 모임에서 아이들에게 자취능력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요즘 제손으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아이들, 아니 인간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언니가 바로 그런 아이였다. 반면 수림이는....

 

아버지 집에 머리 디밀고 들어와 결국 아버지를 빌라촌으로 밀어내고 아파트에서 떵떵거리고 사는 수림이 엄마 또한 한심한 인종이다. “우리 아빠꺼니까 내꺼라고 생각하는 그 사고방식이 그렇다. 그런 주제에 빌라촌 사람들을 어찌나 무시하는지.... 이들에게도 인생의 실전이 닥치게 되었는데, 순례주택의 입주자이자 아파트의 주인이신 외할아버지가 작업중 갑자기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그즈음 사기를 당했고, 아파트를 날리게 되었고, 수림이 엄마는 우리 아빠꺼였던 아파트에서 땡전 한 푼 없이 길바닥에 나앉게 되었다. 그들의 인생이 사상누각이었음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상황이다. 갈곳 없는 끔찍한 현실을 깨달은 그들은 결국 순례 씨의 호의로 할아버지가 살던 201호 주민이 되는데.....

 

수림이는 걱정이다. 자신의 가족이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아서다. 이들의 처신에 신뢰감이 1도 없으니, 이들이 순례주택의 민폐가 되는 것은 아닐지, 순례 씨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닐지 좌불안석이다. 순례 씨는 이런 말을 했다.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글쎄.”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이어 그들은 누가 누가 더 어린가내기하는 듯한 사람들에 대한 얘기도 했는데, 완전 공감되었다. 철든 걸로 나이를 매긴다면 평생 걸음마하는 인간들 얼마나 많게? 뭐 나도 나이값 다하고 있진 않아 목소리 높일 주제는 못되지만.... 하여간 이 집에서 그래도 가장 어른인 수림이는 이렇게 하여 망해가는 경기의 구원투수가 되었다. 감독은 순례 씨?^^

 

201호 수림이네부터 시작해서 402호 순례 씨까지 모든 입주자들의 캐릭터와 삶이 제각각 흥미진진하여 인기있는 생활드라마 한 편 충분히 나올 것 같다. , 러브라인이 없어서 좀 그렇나? 그건 순례 씨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그리고 러브라인이 살짝 부족하더라도 찰진 재미와 메시지가 충분히 메꿔줄 것이다. 캐스팅이 중요한데, 주연인 순례 씨와 수림이보다도 조연 쪽을 더 신경써야 한다. 주연들이 ‘1이라고 부르는, 수림이네 가족. 고학력이지만 10여년 째 시간강사만 하고 있는 아빠, 역시 고학력이지만 전업주부면서 남들을 무시하기로 악명 높은 엄마, 부모 닮아 공부는 잘하지만 싹퉁머리 없는 언니, 이들을 맡아서 욕 제대로 먹어줄 배우들을 골라야 한다. 이들에게 현타가 오는 장면들을 제대로 연기해야 한다.^^

 

요즘 학급 아이들과 유은실 작가의 멀쩡한 이유정을 읽고 있다. 이 책을 선정하는 데 약간 고민이 있었지만, 일단 뚜껑을 열어보니 잘한 선택이었다. 작가님을 가을 작가초청행사 때 모시기로 되어있다. 특별한 느낌은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보니 갑자기 설렌다. 젊은 시절의 화제작들을 봐도, 중년이 된 지금의 원숙한 작품을 봐도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자기 분야에서 이렇게 존재감과 퀄리티를 유지하며 나이들어가기가 어디 쉬운가. 대단하고 부럽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작명, 주인공 이름이자 공간적 배경인 순례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의 말에 담겨있다. 순례자. 아마도 나그네비슷한 뜻이 아닐지. 이생을 나그네의 길이라 생각한다면 그렇게 아득바득 할 것은 무엇인가. 남을 밟고 올라서고, 남의 것을 뺏고, 남을 무시하며 나의 존재감을 확인할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을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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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2021-06-2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례씨는 진정한 어른이에요. 저도 순례씨처럼 멋지게 나이들고 싶네요.^^
 
소원 떡집 난 책읽기가 좋아
김리리 지음, 이승현 그림 / 비룡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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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음으로 김리리 작가님의 떡집 시리즈 세 권을 다 읽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 책이 두번째로 좋다. 장군이네 떡집은 만복이네 떡집에서 파생된 느낌이 너무 강했고 인물 캐릭터나 대사도 전형적으로 느껴지는 게 많아 별로 재미가 없었다. 이 책은 앞책들과 이어지면서도 색다르게 펼쳐진다.

떡집 손님이 사람이 아닌 쥐라는 것부터.
이름은 꼬랑쥐. 쥐들 사이에 가장 약하고 볼품없는 존재다. 여기에 옛이야기의 '손톱' 화소가 사용되어 맛깔스런 재미를 더한다. 꼬랑쥐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손톱이란 손톱은 다 뒤져 먹었지. 그래서 동네 아이들의 '손톱의 맛'을 다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꼬랑쥐는 <소원떡집>의 적임자다.

소원떡집 앞에 구인간판이 붙었다. 배달원을 모집하는. 그리고 "사람이 되게 해드립니다!" 라고 쓰여 있지 않은가! 이렇게 이야기는 아귀를 착 맞췄다. 이제 흘러가기만 하면 된다.

꼬랑쥐가 출근하면 떡집에는 바구니에 담긴 떡이 놓여있고 우리가 익히 보던 그런 떡이름이 적혀있다. '기운이 쑥쑥 나는 쑥버무리' 같은 이름 말이다. 그치만 배달처가 적혀있지 않다니 이건 배달원에게 너무한거 아니야? 하지만 바로 그 '손톱'이 있잖아. 꼬랑쥐는 손톱 맛의 기억으로 떡의 주인을 찾아낸다. 그리고 바구니를 물고 배달을 간다. 그 과정이 쉬울 리는 없지만 위기를 극복하면서 배달 임무를 수행한다.

이 책에선 주요 인물 꼬랑쥐와 함께 꼬랑쥐가 떡을 물고 찾아간 아이들의 상황을 보는 감동도 있다. 독자들마다 다를테지만 난 '시간을 되돌리는 호떡'을 먹은 종호의 이야기가 제일 가슴에 와 닿았다. 늙은 엄마를 부끄러워해서 엄마한테 큰 상처를 줬던 종호. 시간을 되돌려 후회를 행복으로 만드는 과정이 흐뭇했다.

마지막 떡은 꼬랑쥐를 위한 거였다. 이름은 '절대 편이 되어 주는 절편'이라고 붙어 있었다. 그렇다. 살면서 꼬랑쥐에게 내편이란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외로웠던 거지. 떡집은 <소원 떡집>이었기에 그 떡은 꼬랑쥐의 소원까지 이루어주었다. 바로 사람이 된 것이다!

사람이 된 꼬랑쥐는 바로 저 떡의 이름 같은 아이가 되었다. <절대 편이 되어주는> 아이. 물론 쥐였을 때의 자신과 같이, 놀아주는 친구 없는 외롭고 소외된 아이들을 찾아갔을 것이다. '편'의 효과는 강력했다. 내 편이 있다는 위안은 상황을 엄청나게 바꾼다. 어른들은 누구나 살아오며 이런 경험 있을 것이다. 아이들도 겪어본 아이들은 절실할 것이고. 지혜롭고 사려깊은 내 편이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인지도 모른다.

'소원떡'이니까 아이들이 먹고 싶은 떡을 그리거나 만드는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욕구, 결핍, 바람, 혹은 상처까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치유'겠지. 이야기의 힘이 크다는 것을 갈수록 더 실감한다. 이 책을 읽으며 위로받고 힘을 얻는 아이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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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수산나 이세른 지음, 로시오 보니야 그림, 김정하 옮김 / 우리학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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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이들과는 주제글쓰기를 좀 늦게 시작해서 아직 많이 진행하지 못했는데도, 주제를 주는 일이 항상 고민이다. 이 책을 보자마자 그 생각부터 났다. 아! 요걸로 글쓰기 주제 하면 되겠다!

제목을 보고 내용이 '가정'일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있다면'이 아니라 진짜로 있는 것을 얘기하고 있었다. 18명의 각기 다른 재능과 개성을 가진 아이들이 나온다. 그리고 장마다 한 아이의 장점을 눈에 보일듯 소개한다. 그것을 '초능력' 이라고 부른다. 엘레나의 초능력은 이야기 들려주기고 마크의 초능력은 긍정적인 생각, 노라의 초능력은 용기, 마리나의 초능력은 음악... 이런 식이다.

세상엔 완벽한 사람보다 빈 곳이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다행이지 뭐야) 하지만 그 사람들도 저마다 강점 하나씩은 갖고 있다는 게 더더욱 다행스런 일이다. 어찌보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주 사소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사소하다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모든 강점은 다 귀하다. 그걸 '초능력'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아이들이 '나의 초능력'에 대해 글을 쓰면서 즐거워했으면 좋겠다. 남의 초능력을 곁눈질하면서 이런게 무슨 능력이냐고 비하하지 않았으면. 이 책을 읽으면 강점을 찾는 눈이 한결 예민해질 것 같아서 꼭 읽어주고 싶다.

그리고나서 이 책의 제목과 같은 글도 써보고 싶다. 내가 읽기 전에 예상했던 '가정'으로. 내가 갖고 싶은 초능력은 뭔지. 왜 그 초능력이 갖고 싶은지. 그게 있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 바람이 너무 허황되거나 허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 한 권 읽고 주제를 두 개나 건지다니 횡재했잖아?ㅎㅎ 이 책은 부모님이 자녀에게 사주어도 좋지만 교사들이 소장하면 다양한 영역에서 쓰임새가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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