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감수성을 기르는 그림책 수업 - 기후 위기 극복 위해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이끄는 생태 전환 교육 그림책 학교 12
이태숙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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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관련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중에 '그림책 수업'으로 검색해도 그 양이 상당할 것이다. 다 보진 못했고 몇 권 읽어보았는데 빠짐없이 다 좋다. 서평 게시판에서 이 책 제목을 보고 한 생각은 첫번째로 '그림책 수업 책이 또 나왔네' 였고 두번째는 '한 주제로 한 권이 나왔네'였다. 이 주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나또한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일단 책 신청을 했다. 읽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다. 쉽게 쓰여진 책은 그만큼 가볍지 않을까? 이 책은 쉽게 쓰여진 책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이유는 첫째 저자가 매우 열심히 공부하셨다는 점이다. 나도 일단 어떤 주제를 맞이하면 무턱대고 시작하기보다는 자료를 살펴보는 편인데 저자 선생님에 비하면 공부가 아니고 그냥 훑어보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사가 다룰 주제가 얼마나 많은데 주제마다 저렇게 공부할 수 있을까? 교사는 공부하는 직업이기도 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 개인의 열심히 첫 번째겠지만 그럴만한 환경도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두 번째는 지도 내용을 조직하는 일과 더불어 실천에 매우 큰 비중을 두고 노력하셨다는 점이다. 사실 환경이라는 분야 자체가 그렇다. 앎은 시작이고 동기부여일 뿐 거기서 끝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리 유식해도 실천 안하면 그만이고 무식해도 실천하면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생태 환경 교육은 쉽지 않은 분야다. 나도 이런저런 과목에서 관련 내용이 나오면 최대한 차시를 확보하고 자료들을 보여주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업을 하려고 애쓰지만 실천까지 이끌기는 어려웠다. ‘이렇게 알게 되었으니 집에서 각자 잘 실천하거라정도라고 할까? 결정적으로는 나 자신도 그렇게 생태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다. 초록을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회색의 편리함에 더 젖어있다. 그 이유가 뭐겠어. 번거롭고 손 가는 일을 하기 싫어하는 귀차니즘이지. 그래서 교실에 화분도 기본적인 학습관련 이외에는 키우지 않는다. 저자 선생님은 이런 면에서 아주 부지런하셨다. 내 주변에도 교실이 식물원인 쌤들이 계시다. 본인 취미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내가 하는 몇 번의 수업보다 이분들의 일상교실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방대한 자료의 양이다. 나도 찾아본 주제이기는 한데 이중에 일부를 찾아봤을 뿐이다. 주제와 엮을 수 있는 최대한의 자료를 찾고 그 자료를 깊이있게 읽고 적절히 소개하는 저자의 내공에 감탄하게 되었다. 누구든 이 주제로 수업하길 원한다면 일단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이 책의 흐름대로 쭉 살펴보고 나름의 구상을 추가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두차시의 일회성 수업으로는 되지 않으니, 학급의 교육과정에 깊이 스며들도록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말한 흐름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곳 지구(1), 지구의 주인들이 사라져요(2), 늦기 전에 우리가 나서야 해요(3) 순으로, 근본적인 물음, 우리의 실상, 실천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물론 각 장마다, 각 책마다 이 세가지 주제가 혼재되어 있기도 하지만 큰 흐름으로 보면 그렇다. 이 흐름으로 책을 살펴보니 뭔가 맥락이 생기는 것 같아 좋았다.

 

한 가지 주제만 담은 책, 그래서 활용도는 다른 책에 비해 적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내겐 이 책이 가장 많이 찾아볼 책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끼고 도서관에 한 번 가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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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세주 사계절 아동문고 107
이인호 지음, 메 그림 / 사계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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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주라는 한 아이를 만나게 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약하지만 강하기도 하고, 착하지만 안 착한 면도 있고, 흔들리지만 완전히 부서지지는 않는 인물. 나름 현실적인 인물이라 할 수도 있겠고 평면적이지 않은 캐릭터라 할 수도 있겠다.

 

부모의 불화, 제멋대로 갑질하는 언니. 그런 가정에서 숨죽이며 살아가는 세주는 학교에서도 지레 마음을 닫고 껍질 속에서 외톨이로 지낸다. 후반부에 세주의 기억을 되돌리는 부분이 짧게 나오는데 거기엔 세주보고 냄새난다고 했던 짝꿍(이건 1회성 사건이었는데 소심한 세주는 이후로 날마다 머리를 감는 아이가 되었다), 세주에게만 생일 초대장을 주지 않았던 친구, 끝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듣지 말았어야 할 엄마의 통화가 있었다. “세주만 아니면 걱정할 게 뭐 있어. 그냥 예주만 낳고... , 아니야.” 존재를 부정당한 이 말 한마디가 오랫동안 세주를 지배해 왔다. 어른들이 정말 조심할 부분이다.

 

혼자이던 세주는 일단 한 존재를 만나게 되는데, 바로 제목인 어떤 세주였다. 그건 세주 안의 다른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외면하지도, 무작정 따르지도 말고 일단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작품은 말하는 것 같다. 일단 직면할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세주가 보는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세상만사가 그렇더라. 상황이 극적으로 변하는 것보다는, 보는 시각이 달라지면 나의 세상이 변한다. 그러면서 흠모하던 어떤 사람이 내게 아무 의미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미워하고 투닥거리던 사람이 공감을 나누는 동료가 되기도 한다. 시기하고 오해하던 대상이 사실은 내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내 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미안해지기도 한다. 작가는 이런 과정들을 적절한 사건들로 잘 엮어 흥미롭고 따뜻하게 보여주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에 걸려 소화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교사를 담임이라 칭하는 부분이었다. 선생님이 한두번 나오고 말았으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을 텐데 책 전체에 자주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담임이라고만 칭하고 있었다. 이걸 불편해 하면 심한 꼰대인걸까? (나는 꼰대 맞다고 평소에도 내가 인정한다. 근데 심하진 않다고 생각해서ㅎㅎ) 화자가 어른이거나 3인칭 시점이거나 했으면 문제 삼을 게 아닌데, 초등학생 세주가 화자인데 담임이라고 하는건.... 그래 뭐, 요즘 애들이 교사 앞에서나 선생님이라고 하지 뒤에서는 쌍욕이나 안하면 다행이겠지만.... 나도 중고딩때는 친구들이랑 뒤에서 선생님을 별명으로 부르고 욕도 하고 그랬었다마는..... 그래도 읽는 내내 불편했다. 화자가 초등학생인데, 병원 장면이라면 의사 선생님이가게에 갔다면 주인 아저씨가상담을 받았다면 상담 선생님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의사가’ ‘주인이’ ‘상담사가라고 하지는 않을 거 아닌가?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내가 선생이라서 기분 나쁘다는 게 아니다. 사회에 기본적으로 호의가 깔려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그 사람이 정말 나쁘다는 게 증명되기 전까진 호의를 가지고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는 거다. 작중에 담임교사는 딱히 훌륭한 교사는 아니었지만 뭐라 트집잡을 정도로 나쁜 교사도 아니었다. 자주 나오지만 존재감은 전혀 없는 교사였다고 할까? 그런 캐릭터가 나올 수 있다. 충분히. 그래도 많은 이들에게 읽힐 책에서는 어떤 대상이든 기본적인 호의와 예의가 전제되면 좋겠다. 요즘같은 세상에서 비웃음과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쓴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자녀와 학생들도 그렇게 가르쳤으므로.

 

작은 걸리적거림 하나를 살짝 말하려다가 너무 길어져 비중이 커져버렸네.;;;;; 이 책은 4~6학년 교실에서 꼭 있을법한 세주들에게 살짝 권해주면 위안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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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초옥 실종 사건 사계절 아동문고 106
전여울 지음, 가지 그림 / 사계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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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동화이거나 창작 옛이야기일 것 같은 표지그림을 갖고 있지만 '실종 사건' 이라는 제목이 심상치 않다. 역시나, 조선시대는 배경일 뿐, 메시지는 현대의 것이다. 아, 모든 메시지는 현재를 향한 것이긴 하지. 어쨌든 이 책은 옛날 이야기라고 하기엔 매우 신선하고 혁신적이다.

긴장감을 주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다. 제목부터 그러더니. 1장에서 그 '실종사건'이 일어났는데 그게 겉보기에는 실종이지만 속으로는 뭔가 다른 실체가 있다는 냄새를 미묘하게 남겨놓고 2장으로 넘어가 본격 서사가 시작된다.

서사의 중심에는 천민 소년과 양반 소녀가 있다. 한이해는 전국을 떠도는 사당패 줄타기꾼의 아들이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린 이해를 어머니 친구인 주모가 몇년간 키웠다. 여기저기 떠돌다 다시 찾아온 그 동네에서, 이해는 초옥 아씨, 즉 제목의 윤초옥을 만난다.

둘의 공통점은 금기를 열망한다는 것이다. 이해는 여자들이나 하는 꾸밈(화장)에 마음이 가는 것을 거부할 수가 없고, 초옥은 양반집 규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줄타기를 꿈꾼다. 둘이 바뀌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선시대 천민들은 부모의 삶을 그대로 물려받는 바, 줄타기를 열망하는 건 이해였어야 하는 건데 정작 이해는 줄타기에 소질도 없고 두렵고 벗어나고만 싶다. 그런데 양반집 초옥 아씨는 그것에 마음을 빼앗겼으니. 얼마나 얄궂은 운명인가. 이렇게 공교로운 엇갈림은 현실에도 참 많지.

신분과 성별의 벽이 높고 공고했던 조선시대에 이 엇갈림을 주인공들이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독자들은 가슴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 과연 그러한 해결이 그시대에 가능했을까?는 너무 따지지 말자. 이 책은 결국 우리의 현실을 말하고 나아가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조선시대가 아닌 대한민국 21세기에도 우리 안의 장벽은 존재하니까.

초옥의 이룰 수 없는 꿈은 '실종사건'의 주인공이 되며 겨우 가능성을 보인다. 초옥이 그런 꿈을 꾸었다는 사실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조력자의 존재이다. 어머니 고씨부인의 기획. 그게 딸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인의 의식은 몇백년을 앞서나갔다고 할까. 그리고 이해도 사당패에서 비록 아버지의 요구와는 달랐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로 자리를 잡게 되었으니 이정도면 최선의 해피엔딩이라 하겠다.

조선시대 고씨부인보다도 고루한 나는 초옥의 동경과 열정이 과연 영원할까 의심을 하고 있다. 다 한때지... 가장 중요한 건 먹고사니즘이 아니겠어? 배고프고 거친 삶은 젊었을 때로 족할걸? 이런 생각.... 그런데 작가는 작품에 '홍단'을 등장시켜 '예인'에 대한 꿈을 논함으로써 평면적일 수 있는 서사에 약간의 볼륨을 넣었다. 몰락한 양반가의 딸인 홍단은 가족을 위해서 스스로 기녀가 되지만, 거문고 예인이 되려는 의지를 불태운다. 기예를 모욕하지 말라는 도발로 초옥을 장터의 줄 위에 세운 것도 홍단이다.

예술. 나는 이게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이것 빼고 남는 인류의 삶은 앙상한 뼈대 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한다. 이 책은 편견의 벽을 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이자 예술에 대한 찬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예술에도 다양한 영역이 있음은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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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놀이집 - 초등 3~4학년군
구진명.최미라.김혜진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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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조성실 선생님의 수학연수를 듣고 놀이 수학에 관심을 가졌고, 시도도 하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신경 쓸 때만 잠깐 잘될 뿐 쉽게 체득되지는 않았다. 참 오래된 얘기다. 내가 30대 초반일 때, 조성실 선생님도 앳된 30대였을 때니까.... 조성실 선생님은 어느새 교육계 대선배가 되셨고 나또한 왕언니가 되어가고 있으니.... 조성실 선생님께 배운 것은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도입, 그리고 놀이를 통한 원리 이해와 숙달이었다. 2학년을 가르칠 때 가장 많이 시도해 보았던 것 같고, 고학년을 가르치는 요 몇 년동안은 그냥 교과서와 문제풀이에만 급급하며 지내왔던 것 같다. 그러다 운좋게 이 책의 서평 이벤트를 보고 눈이 번쩍 뜨여서 바로 신청했다.

 

지금 4학년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 책이 3~4학년군 용이어서 무척 반가웠다. 일단 지금 써먹을 게 아니면 나중에 자세히 보자하고 미뤘다가 활용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일단 지금 하는 단원부터 펼쳐보았다.

 

4-1-4 평면도형의 이동 단원인데, 도형의 이동방법(밀기, 뒤집기, 돌리기)를 카드놀이로 익히게 되어있다. 회전판 놀이와 빙고놀이 두 가지가 있는데, 둘다 적절하고 재밌어 보인다. 당장 인쇄를 해두었다. 출판사 홈페이지에 가면 자료가 완전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출판사가 함께한 자료라서 디자인도 잘 되어 있어 활용하기 더욱 좋다.

 

다음 단원은 4-1-5 막대그래프인데 그래프로 무슨 놀이가 될 게 있을까? 놀이라기엔 학습지 같은 활동도 있지만 자료의 퀄리티가 좋아서 흥미를 끌 것 같고, 바둑돌 튕기기 놀이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다.

 

4-1-6 규칙찾기 단원은 다양한 놀이로 진행하기에 적당한 단원이다. 도둑잡기 놀이 재밌겠다! 메모리 카드 게임도 익숙하면서 한번쯤 해볼만한 놀이다. 그리고 단원마다 뒤에 <손으로 하는 수학활동>이라는 보충자료가 들어있다. 말하자면 일종의 학습지인데, 일반적인 학습지보다는 아이들이 흥미있게 풀 수 있는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아 부담이 적다.

 

모든 단원을 열거하기는 그렇고, 이런 식으로 활용도가 아주 높은 구성으로 되어있다. 놀이를 위한 놀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으로 좀 살펴보았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상당히 고민하고 적용하신 끝에 개발한 놀이들을 소개하신 것 같다. 놀이의 난이도가 높지 않으면서 (너무 높으면 설명하다 시간 다 가고 짜증내는 학생들이 생김ㅠ) 내용 숙달의 효과를 꾀할 수 있는 활동들을 많이 개발하신 것 같다.

 

큐알코드를 통해 놀이방법 영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영상, 자료 모두 접근성이 매우 높은 점이 이용자들에게는 참 고마운 일이다. 이런 책은 적용해 보아야 진가를 알 수 있다. 당장 이번 단원부터 적용해 보면서 진가를 실험해 보겠다. 메마른 수학 수업에 단비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이 책이 눈에 띈 것은 큰 행운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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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걸음으로 신나는 책읽기 63
황선미 지음, 하니 그림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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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퇴근길에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보았다. 실례인 줄 알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주 보는 장면이 아닌데다 난 리트리버만 보면 너무 좋다. 그 친절함과 신사적인 모습에 호감이 절로 솟구친다. 더구나 안내견이라면, 고맙고 안쓰럽고 그렇다.

 

그 안내견은 침착하게 주인을 인도했고, 횡단보도 앞에서 정확히 멈춰섰고 초록불에 정확히 출발했다. 우연히 가는 길이 같아 한참을 그 뒤에서 걸었다. 그들은 우리집 근처 아파트에서 입구 계단을 정확히 올라 모습을 감추었다.

 

얼마 뒤 우리집 반려견, 리트리버와는 전혀 다른 말썽견 녀석이 아팠다. 초음파에서 혹이 보여 절제수술을 하고 겨우 퇴원했는데, 며칠 괜찮더니 이번엔 토하고 침을 줄줄 흘리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다시 병원에 갔더니 염증 수치가 높다고 했다. 또 입원. 수액치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수치는 천정부지로 더 치솟았다. 직장에서 그 소식을 접하며 별별 생각이 다 들어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말하자면 마지막까지 생각해보았다는 뜻.ㅠㅠ 다행히 다음날부터 수치가 좀 잡혀서 밥도 먹게되고 퇴원을 했다. 피골이 상접해 꼴이 말이 아니더니 먹기 시작하자 금세 멀쩡해지고 있다.ㅎㅎ

 

개와 관련된 이런 개인사들이 나를 이 책으로 인도했나보다. 단숨에 읽었다. 창비의 저학년 문고인데 내가 볼 때는 3,4학년에 적당해 보인다. 책 속 주인공들이 2학년인 것이 좀 부자연스럽다. 대화나 생각의 내용으로 봤을 때 적어도 3학년은 되어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어떤 대화는 완전 고학년 말투다. 살짝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지엽적인 문제고, 감상하는데 크게 지장은 없다.

 

주인공 고영재의 성격은 흔하지는 않지만 매우 공감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바로 내가 그렇기 때문에?^^;;;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사람이 부담스럽고 웬만하면 말 안하고 그냥 피하지만 마음속에는 차곡차곡 쌓여있는.... 영재의 아빠는 회사를 그만두고 주부를 자청하며 퍼피 워커와 텃밭 농부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다. 여기서 안내견 후보 리트리버 바론이 나온다. 안내견이 되기 전 일반가정에서 1년간 가르치며 적응시키는데 그 역할을 영재 아빠가 맡으신 것이다.

 

영재는 바론과 정이 들어가지만 바론을 보고 관심을 가지며 들이대는 같은반 친구 더블 파워들은 부담스럽다. 남의 마음을 살필 줄 모르고 자기주장만 하는 아이들과 영재 같은 아이는 상극이지... 하지만 영재는 그 아이들을 무시하진 못하고 끌려다닌다. 끝까지 거절하지 못해서 바론을 데리고 나갔던 날.... 사건이 터진다. 결국 바론의 안내견 적응은 한참 뒤로 뒷걸음질쳐야 했다.

 

더불어 영재의 마음속에 해결 못하고 쌓인 문제도 과제로 남아있다. 황선미 작가님은 대가답게 길지 않은 동화에서도 단선적이지 않으면서 너무 복잡하지도 않은 이야기 구성을 보여준다.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되는가? 고의든 아니든 남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사람들은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맞는가? 이 책은 가장 좋은 사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궁금한 이야기, 바론은 안내견 테스트에 합격했을까? 이후 바론과 가족은 어떻게 될까? 내겐 여러 가지로 의미있고도 재미있는 결말이었는데 다른 독자들은 어떠실지 모르겠다.

 

지난번 길에서 본 안내견도 그렇고, 영재 아빠가 대학생 때 강의실에서 보았다는 안내견도 그렇고, 본능을 누르고 인간을 위해서 봉사하는 개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거거까지 미치지 못한다 해도 개가 주는 마음은 참 특별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개에게만 집착하고 너무 오버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지만....) 함께 걸어가면 서로에게 힘이 된다. 제목으로 사용하신 강아지 걸음은 조심하는 걸음이고 내 친구의 걸음을 방해하지 않는 걸음이라고 작가의 말에 쓰여 있다. 개와 사람, 사람과 사람이 이렇게 함께 걷는 일. 특별함을 바라지 않고 앞다투지 않고 그저 나란히 걷는 일. 그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잔잔한 평안이 아닐지.

 

함께 멈추고, 함께 출발하던 그날 두 존재의 발걸음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천지분간 못하는 말썽견이지만 곁에 걷는 우리 개의 발걸음도 소중하고. ‘강아지 걸음을 나도 기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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