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한글 깨치는 맨 처음 한글 동시
김영주 지음, 김선배 그림 / 휴먼어린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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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교장선생님의 페북에서 이 책 출간 소식을 보고 바로 구입해봤다. 올해 저학년을 맡다보니 한글 교육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어서. 32년 경력에 놀랍게도 1학년을 한 번도 안해봐서 한글교육에 몰두해 본 적이 없었다. 2학년은 몇 번 해봤지만 한글 기초교육은 1학년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특별히 지도한 적은 없었다. 올해 오랜만에 2학년을 맡았는데... 옛날 2학년과는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특별히 힘든 케이스를 맡은 것도 있고, 요즘 2학년은 옛날 1학년이다 뭐 이런 말도 들린다. 모든 면에서 그렇다고 한다면 과장이겠으나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일 것이다. 일단 아이들을 만나서 생활해봐야 느낌이 올 것 같다.

일단 이 책은 너무 맘에 들었다. 와~ 천재시다.ㅎㅎㅎ 웃음과 함께 책장을 넘겼다. 구성이 매우 짜임새 있는데 구성과 내용 모두가 좋다. 130쪽 정도의 얇은 책이지만 130쪽이 그냥 130쪽이 아닐 것이라 짐작한다. 그 갈피 갈피에 들어간 궁리와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이 책은 모두 4부로 되어 있다. 홀소리가 1부로 먼저 나오고, 닿소리는 2,3부로 나누어서 나온다. 4부는 복잡한 것들 총집합이라 할까? 된소리, 겹홀소리, 겹받침을 모아 놓았다. 각각의 소리에 펼친 화면 두 쪽을 할애하였고, 두 편의 시가 나온다. 왼쪽은 말놀이 동시, 오른쪽은 겪은 일 동시다. 이것도 무릎을 쳤다. 와 너무 적절해! 저학년 시 단원에는 말의 재미를 느끼기 위한 말놀이 동시의 비중이 고학년에 비해 높다. 그렇다고 경험시를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말놀이도 중요하고 문학 본연의 역할인 공감도 뺄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우 적절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게 글자의 제한이 있다는 것 아니겠어? 글자를 살리면서도 내용이 너무 무의미하지 않게 시를 지어야 하는 것에 이 책 작업의 난이도가 있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금방 생각나는 것도 있었겠지만 마지막까지 고민해야 하는 글자도 있었을 것 같다.^^

닿소리에서 첫 장은 첫소리, 둘째 장은 끝소리(받침)로 구성한 것도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첫소리는 연상을 잘 하지만 받침을 떠올리는 것은 조금 더 어렵다. 받침으로 자주 나오지 않는 ㅋ이나 ㅍ 같은 글자도 알뜰히 다 챙겨서 들어있다. 마지막 4장 겹받침들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한글 기초 단계인 저학년 뿐 아니라 중학년도 활용할 여지가 있겠다.

이제 나의 문제는, 한글 기초교육은 받았으되 아직 완전하지는 않은 2학년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이다. 너무 좋아서 꼭 활용은 하고 싶다. 일단 하루에 소리 하나씩 필사하면서 해당 글자에 색깔로 표시하고 그림을 그려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하단에는 그 글자가 들어가는 낱말을 스스로 생각해서 적어보고.... 칸 국어 공책은 칸이 모자라서 안되고, 종합장을 충분히 준비해놓긴 했는데 줄공책이 나으려나 고민이 되네. 느린 아이들은 딱 거기까지만 하고 빨리 한 아이들은 같은 글자를 넣어 다른 시를 써보는 활동도 좋을 것 같다.

국어 시수가 가장 많긴 하지만 여러 가지 활동을 충분히 하려면 늘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시간이 국어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해보면서 잘 조정을 해나가야겠지. 힘들 것이 뻔한 일상이지만 이런 즐거운 궁리가 조금의 활력소가 되어준다. 좋은 책이 나와서 참 고맙고 기쁘다. 널리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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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5-03-01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가 ‘한글’을 찬찬히 짚으면서 배우는 길잡이는 여러모로 있어야 한다고 느껴요. 그런데 ‘ㄱㄴㄷㄹ’이나 ‘ㅏㅓㅗㅜ’만이 아니라, ‘우리글씨에 담는 우리말씨’를 더 짚고 헤아리는 길을 열어야 할 텐데 싶습니다. 적잖은 길잡이(교사)나 어버이(부모)는 그저 ‘한글 배우기’에 마음을 많이 쓰는데, ‘한글로 담는 우리말 익히기’에 넓고 깊게 마음을 담을 때에 비로소 아이도 어른도 기쁘게 삶·살림·사랑을 맞아들일 만하다고 봅니다. ‘한글쓰기’에 너무 매이면 ‘말장난’에 그치기 쉽습니다. ‘우리말을 한글로 담기’를 살펴야 비로소 ‘말놀이·말노래’로 나아갈 텐데, 이 책은 퍽 아쉬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