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행복한 왕자 큰곰자리 4
시미즈 치에 지음, 야마모토 유지 그림,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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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런 말 너무 속물이지만(ㅋㅋ), 이 책은 일석이조다. 한 권으로 두 권을 읽으니 말이다. 이 책과 또 한 권.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먼저 읽어주어야겠다. 어린이작가정신 그림책으로 읽어주면 적당할 것 같다. 어릴적 처음 읽었을 때의 그 베이는 듯한 가슴아픔이 아주 오랜만에 기억났다. 귀한 보석을 다 빼내고 버려지는 왕자.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한 제비. 아름다운 비극, 행복한 비극이라는 역설을 느끼기엔 너무 어렸었던가. 우리 아이들에겐 그 책이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까.

2학기에 2학년 학급 아이들과 읽을 책을 찾다가 이 책을 펼쳤다. 매 회차마다 4권의 책을 선정해 함께 읽는데, 문학과 비문학, 문학 중에서도 국내 문학과 외국 문학을 골고루 읽어보려 한다. 국내 작품은 읽힐 것이 넘쳐서 걱정이지만 외국 작품은 고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저학년은. 물론 국내 문학으로 다 선정해도 되지만 이왕이면 골고루 넣어보려고 이책 저책 찾아본다. 전년도에 읽히고 반응 좋았던 책이 올해는 고전하는 경우가 있어 책 선정은 해마다 반복되는 과업이다. 다행히 즐거운 과업이라서 그렇지.^^

지난 차에 들어갔던 글밥 다소 많았던 책에 고전하는 몇몇 아이들을 보고 이번에는 확 줄였다. 이 책은 83쪽이지만 워낙 그림이 많고 글씨가 커서 실제론 40쪽도 안될 것 같다. 몇분만에 "다 읽었는데 뭐해요?" 하는 아이들이 나오겠다. 얘들아, 짧다고 훌렁 읽어 치우지 말고 좀 꼭꼭 씹어 읽어보자.

이 책의 유이치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장애아동을 주인공으로 한 일본의 동화들은 작품 수도 많을 뿐 아니라 참 따뜻하게 다룬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무너질 듯 다루지도 않고 마냥 낙관적으로 다루지도 않는다. 어려움은 현실이고 서러움도 있지만 무심한 듯 절제된 문장 속에 따뜻함과 희망이 배어나오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었다. 이 책도 그렇다.

유이치는 보청기를 끼고, 그래도 듣기와 말하기가 자유롭진 못하다. 그런 유이치가 이번 학예회 연극 '행복한 왕자'의 제비 역할에 지원했다. 안될텐데.... 하는 수군거림이 있었고 유이치는 결국 눈물을 뚝뚝 흘렸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극복하고 잘 한다면 박수칠 일이지만 만약에 그렇게 못한다면.... 유이치는 공개적으로 더욱 난처한 상황이 된다. "유이치가 제비 역을 맡고 싶어하는 마음은 소중히 여기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라는 마리 선생님의 말씀도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하지만 겐타를 비롯 몇몇 친구들의 응원으로 유이치는 그렇게 원하던 제비 역을 맡게 된다.

애초에 유이치 혼자서 이룰 수 있는 일은 못되었다. 이때 도움을 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친구 겐타였다. 유이치의 대사 연습을 위해 매일 꼬박꼬박 시간을 내 주었다. 유이치도 마음을 다해 연습했다. 결국 감동의 무대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멈추고 생각해볼 대목은 '다른 이의 마음'이다. 이 책에선 특히 유이치의 마음이 되겠다. 그리고 '우정'이다. 도움을 준다고 우위에 서는 것이 아닌 동등한 우정. 그리고 눈물이다. 행복한 왕자님의 눈물, 그리고 유이치 엄마의 눈물, 유이치의 눈물. 마지막으로 선물이다. 왕자님이 주신 선물.

이 책이 우리반의 현실이라면 난 살얼음판을 걸을 것이다. 친구를 위해서 이렇게 기꺼이 시간을 내는 아이도, 그걸 허용하는 부모도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더구나 겐타가 넘어져 다치고 수영도 못가게 되고 다음날 붕대 감고 등교했을 때, 아 이게 실제상황이라면 등골이 오싹하다.ㅠ 어느새 나도 이런게 요즘 세태이고, 오지랖은 주책일 뿐이고, 적절한 무관심이 미덕이라는 확신을 키워가며 살아오진 않았는지. 무의식중에 아이들에게까지 주입하진 않았는지.

나부터 <행복한 왕자>를 마음을 다해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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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심해요 철학하는 아이 12
엘로디 페로탱 지음, 박정연 옮김, 이정화 해설 / 이마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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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학급의 소심한 아이들에게 보일듯말듯한 애정을 품는다. 말로는 쏟아놓지 못하는 걸 차곡차곡 써내려간 글을 모범작품으로 함께 읽으며 수업할 때, 공개적 칭찬도 부담스러워하는 그 아이와 눈맞춤으로 고개를 끄덕여줄때, 살며시 번지는 그 아이의 미소만으로도 힘이 난다. 난 몰래 그들의 편이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이 얇은 책은 한 소심한 아이의 자기고백이다.
"자신만만한 사람들
큰 소리로
웃고 노래하는 사람들,
남의 시선 따위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이
놀랍고 부러워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요.
우습게 보일까 봐, 사람들 눈에 뜨일까 봐
남들과 달라서 따돌림 받을까 봐 걱정돼요."

이러던 아이는
"소심함은 나를 뒷걸음치게도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게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하더니 결국
"나는 소심함을 내버려 두었어요."
라고 고백한다. 그리고는 이처럼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소심함이든 대범함이든 조심성이든 덤벙댐이든 사람에겐 타고난 기질이 있다. 기질을 부정하고 한가지 모델을 추구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렇지만......

두려움없이 도전하는 이들이 부럽다.
갈등 앞에서 회피하지 말고 침착하게 꼬인 것을 푸는 이들이 부럽다.
단호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이들이 부럽다.
능력에 버거울 정도의 짐을 기꺼이 지고 이를 악물어 끝내 해내고 마는 의지의 인간형들이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이 부러움이 결국 소심함이다. 그래서 소심함에 그냥 만족하기는 참 어렵다.

난 외가쪽 집안 내력으로 본태성 진전증(일명 수전증)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언젠가 걱정이 되어 한의원에 한번 가봤는데 진맥을 하신 선생님이 내 체질이 '소심'이라고 했다. 아놔~ 그게 신체와도 관련이 있는거야? 진전증은 큰 병은 아니니 간호사나 정밀작업 같은 직업만 갖지 않으면 사는데 지장은 없다고 했다.... 헌데 체질이 소심이란 건 대체 어떻다는 뜻인지 기억도 안나지만 하여간 이생망이라는 말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진취적으로 돌파할 힘이 내 안에 없다. 노래할 때도 느끼지만 나는 뱃심이 없다....ㅋㅋㅋ

그래서 난 평생 좁은 범위를 정해 놓고 꼼지락거리며 살았다. 대단한 사업을 벌여본 적도 없고 남한테 크게 원망들을 일도 없고 학급운영이 대박난 적도 없지만 폭망한 적도 없고 그럭저럭 조심조심 살아왔다. 좌충우돌 부딪쳐 보는 것이 인생이라면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것도 인생이다.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다. 어느쪽이 더 옳지는 않다.

이 책은 내 분신인 소심이들을 위로하는 책이다. 또한 반대의 아이들이 소심이들을 이해하는 데도, 거꾸로 소심이들이 반대의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도 통찰을 줄 책이다. 말하자면 생긴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겨먹은 걸 요리조리 잘 써먹으면서 최대의 효과를 꾀하며.

"어느 날, 누군가가 말했어요. 소심함은 병이 아니라고요.
소심함은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능력이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요.
큰 소리나 커다란 몸짓으로
반응하지는 않지만
편안함을 주기에
함께하길 좋아한다고요."

이게 뭐 내 얘기는 아니다.ㅎㅎㅎ 하지만 나도 소심함의 장점을 잘 찾아보고 살아가야겠다.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다르게 살아보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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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2021-11-21 14: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소심하시니 글을 신중하게 잘 쓰시네요. ㅎㅎ

기진맥진 2021-11-24 14:4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오래된 글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로봇 프로젝트 상상도서관 (푸른책들) 6
정소영 지음, 에스더 그림 / 푸른책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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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한테 불만이 있고, 그래서 부모를 바꾸어 보지만 결국은 내 부모를 선택하게 되는 구성의 작품들이 꽤 있다. 이번 학기에 우리 학년에선 함께읽기로 <마두의 말씨앗>을 읽었다. 그리고 <마미 마켓>이라는 오래된(94년작) 영화를 이어서 감상했다. 마두의 말씨앗에선 아빠를, 마미마켓에선 엄마를 바꾸지만 둘 다 부모에 대한 불만으로 부모를 바꾸는 마법(?)에 손을 대게 되고, 3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다 실패하고 결국 우리 아빠(엄마)가 가장 좋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친구간에 부모님을 맞바꾸는 이야기도 있다.(엄마 아빠를 바꾸다, 가족 바꾸기 깜짝 쇼 등) 이런 이야기들도 결국은 자기 부모님을 찾아간다. (그러고보니 결말이 반대인 이야기가 나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줄거리를 보고는 비슷한 이야기가 또 나왔구나 싶었다. 그런데 읽어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관점이 다르고 문체가 다르니 소재의 유사성과는 상관없이 아주 다른 작품으로 여겨졌다.

한 아저씨가 아이들(아들의 학급 친구들)에게 일일교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아저씨는 자신을 '나'라고 하지 않고 '오씨'라며 3인칭으로 서술한다. 그 '오씨'가 바로 이 책의 아빠다. 아들 이름은 연준. (엥, 오연준이면 바람의 빛깔을 부른 제주소년인데.... 작가가 팬인가?^^)

은행원인 오씨는 일에 파묻혀 고되고 힘들다. 주말엔 온전한 휴식을 원한다. 그러나 아빠랑 시간을 보내기를 학수고대하는 아들 준이가 있다. 아들의 기대와 아빠의 욕구는 부딪친다. 아빠는 자신의 욕구를 고수하고 아들은 늘 상처받는다. (이 상황은 마두의 말씨앗과 아주 유사하다.)

어느날 준이는 '아빠 로봇 프로젝트'에 뽑혔다며 어떤 연구소로 오씨를 데려갔다. 준이가 원하는 아빠 로봇을 1년간 무상 대여해 준다고.... 그렇게 해서 아빠 로봇은 오씨네 집에 오게 됐다. 준이는 점점 행복해했고 아빠는 주말에 원없이 늘어져 쉴 수 있어 좋았으나.... 점점 찬밥 신세가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급기야 아빠로봇에게 격렬한 질투심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ㅎㅎ 아빠로봇에게 넘어가버린 아빠의 자리를 오씨는 과연 찾아올 수 있을까? 어떻게?

이 책은 읽어주기로 좋을 것 같다. 중학년용이지만 4학년보다는 3학년 수준에 맞을 것 같고 2학년에겐 살짝 높아보이긴 하지만 괜찮을 것 같다. 읽어주고 나면 "우리 아빠한테 읽어주겠다"며 가져가는 아이가 있지 않을까? 그러나 사실 그걸 들어주는 아빠라면 굳이 안 들어도 되는 아빠일듯....

아이들에게 아빠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아빠 역할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졌고 요즘 아빠들은 우리 어릴 때에 비해 아이들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아빠 역할이 무엇인지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면 좋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소통은 필수지만 그 질도 중요할 것이다. 놀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보다는 지혜로운 이끔이가 되어주어야 할 것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모기 한 방 물려갔다고 민원전화해서 고래고래 하는 아빠, 동네 치맥집에서 맥주마시며 11시까지 아이들을 가게 앞에서 뛰어놀게 하는 아빠(사실은 엄마들이 더 많음...), 다음날 등교해야 하는 아이 붙들고 밤늦도록 함께 게임하는 아빠.... 현대엔 과거보다 더 다양한 양상의 아빠들이 있다. 좋은 아빠상을 말하기는 참 어렵다. 그리고 솔직히 오씨와 마찬가지로 휴식욕구가 매우 강한 나는 오씨의 입장이 이해되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가 자신의 욕구를 다 채우며 부모노릇을 할 수는 없다.(절대로!!) 한편 아이들도 부모의 고충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부모자식이라도 관계는 쌍방이다.

우리반 아이들 모두가 부모와 좋은 관계 속에서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우리반 아이들은 오씨에게 어떤 말을 할지 들어보고 싶다. 아이의 마음이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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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도서관 탐험할래? 라임 그림 동화 20
나탈리 다르장 지음, 야니크 토메 그림, 이세진 옮김 / 라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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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중요하다. 학습의 기본이며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며 공감의 매개이기도 하다. 독서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은 중요한 감각 하나를 평생 막아놓고 사는 것과도 같다..... 뭐 이런 식으로 책읽기의 필요성을 역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오늘도 아이들의 독서능력을 키워주고 싶어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는 것일게다. 하지만 아이들을 책의 세계로 초대하고 빠뜨리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호불호의 개인차는 엄연히 존재하고, 불호의 취향도 꼭 나무랄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목에 '도서관'이 들어가는 이 책은 책을 무지무지 싫어하는 톰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책을 게걸스럽게 읽는 마틸다 누나와는 반대로 톰은 휴대폰이나 게임기만 붙잡고 살 뿐 책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근데 그건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여서 딱히 문제될 거 없이 지내왔다.

하지만 집에 이모가 다녀간 후, 이 일은 심각해졌다. 이모가 "책 읽는 걸 싫어하는 아이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하고 갔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들이 그러듯이 톰의 엄마 아빠는 갑자기 책을 왕창 사다 안기고, 감시하고, 게임기를 압수한다. 그럴수록 톰은 책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어진다.

이 이야기의 매력은 부모의 압력과는 다른 또래 친구들의 상호작용에 있다. 톰은 속상한 마음을 친구들에게 얘기하는데 친구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해준다. 톰과 비슷한 친구도, 전혀 다른 친구도 있지만 함께 해법을 찾는다. '어릴땐 책을 싫어했지만 중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 마르졸렌 누나를 만나러 간 것이다. 누나는 지금 책을 아주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누나의 비유가 특이하다. "책읽기가 뽀뽀랑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해." 말하자면 일단 눈을 뜨게 되면 빠져든다는... 아놔 애들한테 비유가 좀 민망한거 아니야?.....^^;;; 하여간에 시기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매력을 알게 되면 몰입하게 된다는 누나의 경험담이었다. 그리고 누나는 톰에게 아주 근사한 곳을 소개해 주겠다고 데려간다. 그곳이 바로 제목인 '도서관'!

나머지 이야기는 톰이 도서관을 이곳저곳 '탐험'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내용이다. 억지스럽거나 강요하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책의 매력에 눈뜨는 과정을 잘 나타냈다. <책읽기를 설득하는 책들>목록에 넣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우리나라 책으로 최은옥 님의 '책읽는 강아지 몽몽'이나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 같은 책들과 함께. (이 책의 작가는 프랑스 사람이다.)

부모나 교사가 취할 시사점도 많다. 독서에 대해서 강요도 방임도 모두 적절치 않다. 강요했을 때의 문제점은 이책 초반 톰의 모습에서 볼 수 있고, 어떤 이끌어줌이나 자극 없이 그냥 지켜만 봤을 때의 아쉬움은 과거에 많이 느껴본 바다. 아이들은 스스로 껍질을 벗고 나오기도 하지만 적절한 인도와 자극이 있을 때 훨씬 잘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도서관 사서선생님이 하신 "가만히 생각해보면 책읽기는 달리기하고 참 비슷해요. 연습을 하면 할 수록 힘이 덜 들거든요." 라는 말씀처럼 도전하고 성취하는 경험도 중요하다. 그래서 교사들은 현장에서 적절한 지점을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부족하지만 내가 깨달은 지점은 함께 읽기와 공감하기, 내 이야기 하기, 표현하기와 공유하기, 연결하기 등이다. 이를 위한 방법은 교사마다 다를 것이며 다른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나 교사가 먼저 아이들 책을 마음으로 다가올 정도로 읽어야 가능한 일이니, 보이지 않게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 품을 나는 '진정성'이라 표현하겠다. 어려울 건 없지만 쉬운 일도 아니라고 주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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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숲에는 누가 살까 웅진책마을 96
송언 지음, 허지영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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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도서관행사를 앞두고 했던 설문에서 '아이들이 만나고 싶은 작가' 1위를 차지했던 송언 선생님. 털보 선생님과 꾸러기를 다룬 작품들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인기다. 그건 주로 실제 모델을 두고 쓴 이야기들이다. 털보 선생님은 당연히 작가 자신이고 선생님과 함께 했던 많은 제자들이 등장인물들로 살아났다. 하지만 선생님은 퇴직하셨고, 이젠 다른 유형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나는 예상했다. 왜냐하면 그런 작품들은 현장감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이 쓰시기도 했고. 내 예상이 적중한 건지 요즘 나오는 작품들은 조금 느낌이 다르다. 특히 이번 책은 완전히 새롭다. 반가웠다.

제목을 보고는 창작 옛이야기책인가 했는데 우화집이었다. 우화라니 재미있는 시도다. 작년에 4학년 아이들과 이야기 만들기 수업을 하면서 처음 도전한 장르가 우화였다. 로이스 로리의 '구니 버드' 시리즈를 읽고 시도하게 되었던 것인데 우화는 아이들과 다루기에 적당한 장점이 있었다.
1)의인화한 동식물이나 사물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 아이들은 주로 동물 주인공을 선호함
2)교훈을 주는 주제를 담기 때문에 인과관계와 내용의 건전성(?)이 보장된다 - 그러지 않으면 허무맹랑 엽기 퇴폐 등 온갖 눈살 찌푸려지는 내용들이 도배되어 애써 수업하고 기분 망치기 일쑤다.

이 책이 그때 나왔다면 읽어주고 수업했을 것 같다. 이솝우화 같이 오래 전승되어 온 우화와 현대의 작가가 쓴 우화를 비교하며 들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목차가 독자 대상별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친구가 필요한 아이에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주제를 먼저 정하게 하고 그에 맞추어 스토리를 짓게 했다. 독자 대상을 정하게 하고 스토리를 짓는 방법도 이 책을 읽어준다면 가능한 시도일 것 같다.

작가가 정한 독자 대상에 따라 제목을 '초대장'이라 지은 것도 뭔가 감동적이다. 각 초대장마다 두 편씩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1. 첫번째 초대장 :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노는 것, 특히 여럿이 어울려 노는 것의 가치를 귀하게 보는 내용들이다. 특히 두번째 이야기 [참새네 학교]에서는 참새 영감 선생님이 "짹짹"만 가르치고는 나가서 놀라고 한다. 사람들은 왜 날마다 공부, 공부 하는 걸까요? 라고 어린 참새가 묻자 참새 영감이 대답한다.
"어리석은 것들이라 그렇단다. 더 배울 필요가 없는데 더 배우려고 덤비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은 없지. 자기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만큼만 배워도 되건마는 도대체 왜들 그 난리법석을 떨어 대는지 당최 알 수가 없구나."
잘못 들으면 평생 배움의 필요성을, 공교육의 의미를 부정하는 말 같아서 헉! 스럽기는 한데, 다른 각도에서 보면 학력 인플레에 빠진 한국 사회를 너무나 잘 꼬집은 말이다. 우화의 역할인 풍자를 가장 잘 살린 작품이라 하겠다. 이어진 참새영감의 말이 더욱 잘 보여준다.
"그놈의 욕심 때문이 아닌가 싶구나. 남보다 으스대고 거들먹거리면서 살고 싶은 욕심 말이다. 한세상 살고 나서 저승으로 떠날때가 되면 그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이란 걸 알게 될 터이지만 그때는 이미 때가 늦은 걸 어쩌겠느냐."
그렇다. 공부가 무슨 죄가 있으리. 욕심 때문에 하는 공부. 그게 세상을 더 망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지 않았는가. 심지어는 교실 안에서도 본다. 공부 잘하는 헛똑똑이를. 과거에 그랬던 아이들이 지금 어른이 되어 만들어가는 숨막히는 세상을 보며 절망한다. 아주 강력한 우화다. 선생의 한 사람으로 가슴이 철렁했다.ㅠ

2. 두번째 초대장 : 친구가 필요한 아이에게
이중 [원숭이의 세 친구]에는 약간 이의가 있다. 아버지가 아들 친구들의 우정을 시험해보기 위해 아들이 실수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거짓말을 하고 파묻는 걸 도와달라고 하는데, 한 친구는 안된다며 가버렸고 두 친구는 걱정하면서도 따라나섰다. 아버지는 두 친구의 우정을 칭송했다. 나의 기분이 쎄해지는 순간, 처음에 가버렸던 한 친구의 우정도 칭송하고 끝나서 그나마 좀 낫기는 했다. 이 이야기는 조금 위험한 교훈을 담았다고 본다. 악행에 가담하는 건 우정이 아니다. 이 이야기만은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이어진 [여우 씨와 튤립나무]는 참 따뜻한 우정을 담은 이야기였다.

3. 세번째 초대장 : 가족을 아끼는 아이에게
이 장은 눈물겹다. 가족의 달이나 가족 주제의 수업 때 읽어주어도 좋겠다. [북극곰과 늑대]에선 자식을 지키는 모정을, [마지막 소원]에선 부모가 버리고 간 아이를 대신 키운 할머니의 사랑을 그렸다. 찡하고 눈물이....ㅠ 부정, 모정은 본능인 줄 알았는데 요즘의 끔찍한 사건들을 보면 아닌 것 같다. 부모라고 자식 사랑을 기본적으로 갖춘 것이 아니다. 그런 세상에서 이런 이야기는 정말 눈물겨웠다.

4. 네번째 초대장 :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에게
'이건 이래서 그렇단다' 류의 이야기로, 나팔꽃이 메꽃보다 나중에 피는 이유, 매미가 찢어지게 울어대는 이유를 담았다. 납득(?)과는 별개로 재미있었다.^^

5. 다섯번째 초대장 : 상상력이 뛰어난 아이에게
아이들이 가장 선호할 장이라고 생각된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끊임없이 재화나 패러디 되는데, 이 책에선 [으뜸 거북이와 멍청한 토끼]라는 제목으로 다시 태어났다. 왜 토끼는 번번이 지는걸까? 그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 재미나다.
[긴 꼬리 원숭이는 어디로 갔을까?] 이 이야기가 전체 작품 중 가장 난해해 보였다. 코끼리의 뱃속은 뭘 비유한 걸까? 혹시 나를 향한 화살이 아닌가 자꾸 돌아보는 걸 보니 뭔가 찔리는 게 있나보다.^^;;;;

6. 여섯 번째 초대장 : 새 세상으로 향하는 아이에게
뒤로 갈수록 이야기는 아이들보다도 어른의 가슴을 두드릴 것 같은 이야기였다. 특히 [여우 씨와 모자]에서 굴속에만 처박혀 있다 간만에 세상에 나와보고 초라한 마음에 다시 굴 속에 처박힌 여우에게 나는 너무나 동질감을 느꼈다.
아우 씨, 왜 내 얘기를 하고 그래. 그렇지만 어떡해. 새 세상을 탐색하기에 난 너무 게으르고 용기가 없는걸.... 흑, 슬프다.ㅠ
[너구리와 까치]가 최종작품으로 들어간 것은 참 의미있다고 본다. 세상을 보는 눈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겨우 열흘 꽃피우고 꽃이 진 뒤에 개나리가 세상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너구리와, "이보시오, 너구리 양반. 말을 함부로 지껄이지 마시구려." 하면서 "내 눈에는 온갖 것들이 다 아름답게 보여서 좋구나!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보아도 좋구나!" 하는 까치. 이들의 삶과 주변에 끼치는 영향은 어떻게 다를까? 나는 어떤 쪽에 속할까?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현장에서 물러나며 송언 선생님의 털보선생님 이야기는 이제 막을 내렸는지도 모르지만(아닐수도^^) 뒤이어 이런 작품들을 펴내시는 것에 "아직 죽지 않았어!" 같은 든든함을 느낀다. 이야기주머니와 필력을 가진 작가는 어디에 있어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시는구나! 덕분에 재밌는 이야기를 읽었고 여러가지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언제 써먹을지는 알 수 없지만.^^;;; 몇년 전 우리학교 작가와의 만남 때 먼발치서 잠깐 뵙긴 했지만 이 책을 쓰신 이야기를 작가와의 만남으로 들어보면 참 재미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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