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한테 불만이 있고, 그래서 부모를 바꾸어 보지만 결국은 내 부모를 선택하게 되는 구성의 작품들이 꽤 있다. 이번 학기에 우리 학년에선 함께읽기로 <마두의 말씨앗>을 읽었다. 그리고 <마미 마켓>이라는 오래된(94년작) 영화를 이어서 감상했다. 마두의 말씨앗에선 아빠를, 마미마켓에선 엄마를 바꾸지만 둘 다 부모에 대한 불만으로 부모를 바꾸는 마법(?)에 손을 대게 되고, 3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다 실패하고 결국 우리 아빠(엄마)가 가장 좋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친구간에 부모님을 맞바꾸는 이야기도 있다.(엄마 아빠를 바꾸다, 가족 바꾸기 깜짝 쇼 등) 이런 이야기들도 결국은 자기 부모님을 찾아간다. (그러고보니 결말이 반대인 이야기가 나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든다.^^)이 책의 줄거리를 보고는 비슷한 이야기가 또 나왔구나 싶었다. 그런데 읽어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관점이 다르고 문체가 다르니 소재의 유사성과는 상관없이 아주 다른 작품으로 여겨졌다.한 아저씨가 아이들(아들의 학급 친구들)에게 일일교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아저씨는 자신을 '나'라고 하지 않고 '오씨'라며 3인칭으로 서술한다. 그 '오씨'가 바로 이 책의 아빠다. 아들 이름은 연준. (엥, 오연준이면 바람의 빛깔을 부른 제주소년인데.... 작가가 팬인가?^^) 은행원인 오씨는 일에 파묻혀 고되고 힘들다. 주말엔 온전한 휴식을 원한다. 그러나 아빠랑 시간을 보내기를 학수고대하는 아들 준이가 있다. 아들의 기대와 아빠의 욕구는 부딪친다. 아빠는 자신의 욕구를 고수하고 아들은 늘 상처받는다. (이 상황은 마두의 말씨앗과 아주 유사하다.)어느날 준이는 '아빠 로봇 프로젝트'에 뽑혔다며 어떤 연구소로 오씨를 데려갔다. 준이가 원하는 아빠 로봇을 1년간 무상 대여해 준다고.... 그렇게 해서 아빠 로봇은 오씨네 집에 오게 됐다. 준이는 점점 행복해했고 아빠는 주말에 원없이 늘어져 쉴 수 있어 좋았으나.... 점점 찬밥 신세가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급기야 아빠로봇에게 격렬한 질투심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ㅎㅎ 아빠로봇에게 넘어가버린 아빠의 자리를 오씨는 과연 찾아올 수 있을까? 어떻게?이 책은 읽어주기로 좋을 것 같다. 중학년용이지만 4학년보다는 3학년 수준에 맞을 것 같고 2학년에겐 살짝 높아보이긴 하지만 괜찮을 것 같다. 읽어주고 나면 "우리 아빠한테 읽어주겠다"며 가져가는 아이가 있지 않을까? 그러나 사실 그걸 들어주는 아빠라면 굳이 안 들어도 되는 아빠일듯....아이들에게 아빠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아빠 역할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졌고 요즘 아빠들은 우리 어릴 때에 비해 아이들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아빠 역할이 무엇인지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면 좋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소통은 필수지만 그 질도 중요할 것이다. 놀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보다는 지혜로운 이끔이가 되어주어야 할 것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모기 한 방 물려갔다고 민원전화해서 고래고래 하는 아빠, 동네 치맥집에서 맥주마시며 11시까지 아이들을 가게 앞에서 뛰어놀게 하는 아빠(사실은 엄마들이 더 많음...), 다음날 등교해야 하는 아이 붙들고 밤늦도록 함께 게임하는 아빠.... 현대엔 과거보다 더 다양한 양상의 아빠들이 있다. 좋은 아빠상을 말하기는 참 어렵다. 그리고 솔직히 오씨와 마찬가지로 휴식욕구가 매우 강한 나는 오씨의 입장이 이해되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가 자신의 욕구를 다 채우며 부모노릇을 할 수는 없다.(절대로!!) 한편 아이들도 부모의 고충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부모자식이라도 관계는 쌍방이다.우리반 아이들 모두가 부모와 좋은 관계 속에서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우리반 아이들은 오씨에게 어떤 말을 할지 들어보고 싶다. 아이의 마음이 들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