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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행복한 왕자 ㅣ 큰곰자리 4
시미즈 치에 지음, 야마모토 유지 그림,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이런 말 너무 속물이지만(ㅋㅋ), 이 책은 일석이조다. 한 권으로 두 권을 읽으니 말이다. 이 책과 또 한 권.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먼저 읽어주어야겠다. 어린이작가정신 그림책으로 읽어주면 적당할 것 같다. 어릴적 처음 읽었을 때의 그 베이는 듯한 가슴아픔이 아주 오랜만에 기억났다. 귀한 보석을 다 빼내고 버려지는 왕자.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한 제비. 아름다운 비극, 행복한 비극이라는 역설을 느끼기엔 너무 어렸었던가. 우리 아이들에겐 그 책이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까.
2학기에 2학년 학급 아이들과 읽을 책을 찾다가 이 책을 펼쳤다. 매 회차마다 4권의 책을 선정해 함께 읽는데, 문학과 비문학, 문학 중에서도 국내 문학과 외국 문학을 골고루 읽어보려 한다. 국내 작품은 읽힐 것이 넘쳐서 걱정이지만 외국 작품은 고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저학년은. 물론 국내 문학으로 다 선정해도 되지만 이왕이면 골고루 넣어보려고 이책 저책 찾아본다. 전년도에 읽히고 반응 좋았던 책이 올해는 고전하는 경우가 있어 책 선정은 해마다 반복되는 과업이다. 다행히 즐거운 과업이라서 그렇지.^^
지난 차에 들어갔던 글밥 다소 많았던 책에 고전하는 몇몇 아이들을 보고 이번에는 확 줄였다. 이 책은 83쪽이지만 워낙 그림이 많고 글씨가 커서 실제론 40쪽도 안될 것 같다. 몇분만에 "다 읽었는데 뭐해요?" 하는 아이들이 나오겠다. 얘들아, 짧다고 훌렁 읽어 치우지 말고 좀 꼭꼭 씹어 읽어보자.
이 책의 유이치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장애아동을 주인공으로 한 일본의 동화들은 작품 수도 많을 뿐 아니라 참 따뜻하게 다룬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무너질 듯 다루지도 않고 마냥 낙관적으로 다루지도 않는다. 어려움은 현실이고 서러움도 있지만 무심한 듯 절제된 문장 속에 따뜻함과 희망이 배어나오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었다. 이 책도 그렇다.
유이치는 보청기를 끼고, 그래도 듣기와 말하기가 자유롭진 못하다. 그런 유이치가 이번 학예회 연극 '행복한 왕자'의 제비 역할에 지원했다. 안될텐데.... 하는 수군거림이 있었고 유이치는 결국 눈물을 뚝뚝 흘렸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극복하고 잘 한다면 박수칠 일이지만 만약에 그렇게 못한다면.... 유이치는 공개적으로 더욱 난처한 상황이 된다. "유이치가 제비 역을 맡고 싶어하는 마음은 소중히 여기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라는 마리 선생님의 말씀도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하지만 겐타를 비롯 몇몇 친구들의 응원으로 유이치는 그렇게 원하던 제비 역을 맡게 된다.
애초에 유이치 혼자서 이룰 수 있는 일은 못되었다. 이때 도움을 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친구 겐타였다. 유이치의 대사 연습을 위해 매일 꼬박꼬박 시간을 내 주었다. 유이치도 마음을 다해 연습했다. 결국 감동의 무대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멈추고 생각해볼 대목은 '다른 이의 마음'이다. 이 책에선 특히 유이치의 마음이 되겠다. 그리고 '우정'이다. 도움을 준다고 우위에 서는 것이 아닌 동등한 우정. 그리고 눈물이다. 행복한 왕자님의 눈물, 그리고 유이치 엄마의 눈물, 유이치의 눈물. 마지막으로 선물이다. 왕자님이 주신 선물.
이 책이 우리반의 현실이라면 난 살얼음판을 걸을 것이다. 친구를 위해서 이렇게 기꺼이 시간을 내는 아이도, 그걸 허용하는 부모도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더구나 겐타가 넘어져 다치고 수영도 못가게 되고 다음날 붕대 감고 등교했을 때, 아 이게 실제상황이라면 등골이 오싹하다.ㅠ 어느새 나도 이런게 요즘 세태이고, 오지랖은 주책일 뿐이고, 적절한 무관심이 미덕이라는 확신을 키워가며 살아오진 않았는지. 무의식중에 아이들에게까지 주입하진 않았는지.
나부터 <행복한 왕자>를 마음을 다해 다시 읽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