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 점프 하늘 킥! - 2025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 마루비 어린이 문학 20
전성현 외 지음, 한아름 그림 / 마루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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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한권에 담은 엔솔로지 동화집이다. '편견과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특별하지 않은 아이들의 특별한 이야기'라고 뒷표지에 책의 성격을 규정해 놓았다. 이런 주제로 모아놓은 작품들이 전형적 내용을 담기 쉬운데 이 책은 그런 느낌을 피하고 새로운 면을 보여주려 애썼다는 느낌이 든다.

전성현 작가님의 [골목의 토르]의 '나'(도영)는 굳이 말하자면 저소득층 아이? 거주가 열악한 형편이다. 골목 어귀의 다세대주택, 그중에서도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반지하에 살며 골목의 맨홀뚜껑에선 악취와 모기가 올라온다. 술취한 행인이 창문앞에서 소변을 보는 대목은 영화 '기생충'을 바로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떠오르는 실제사건도 있다. 해마다 폭우 때면 반복되는 반지하주택 침수 피해. (작년에는 사망자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ㅠ) 이 책에서도 침수와 생명의 위험이 있었다. 그 생명은 도영이가 돌보던 유기묘 로키. 집 안으로 진입이 불가한 상황에서 로키를 만날 수 있게 해준 건 도영이가 '토르의 망치'라고 이름붙인 바로 그 물건이었다. 그러고보니 제목이 핵심 소재들을 잘 담았네. 도영이를 만나기 전 이미 길에서 죽었을 수도 있었던 생명이지만 이 긴박한 상황에서 발견한 그 생명은 얼마나 큰 안도와 기쁨을 주던지.... 아 근데 집은 어떻게 복구한담 한숨이 나오는 나. 하지만 로키를 구하는 결말은 다른 희망도 전제한다. 저소득층이라고 어두움을 보여주지 않는 작품.

성동혁 작가님은 작가의 말에서 희귀 난치병으로 어린시절부터 고생해온 본인의 아픔을 얘기했다. 그런데 작품은 자신의 입장이 아닌 누나의 입장을 그렸다. 내 병원생활 때문에 혼자였을 누나. [나는 토요일까지 달릴 거예요]는 그렇게 쓰여진 작품이다.

병원에 있는 동생을 주중에는 엄마가 돌보고 주말에 아빠와 교대한다. '나'에겐 토요일이 엄마를 만나는 날이다. 아이는 외롭지만 동생이 어리고 아프니 어쩔 수 없다는 걸 이해한다. 외로움은 공원의 고양이인 '꽃씨'와 나누며 아이는 달리기를 한다. 계주선수도 된다. 마지막 주자로 승리를 이끈다. 그 순간에도 혼자다. 하지만 작가님의 누나는 잘 자라 좋은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이 아이도 그럴 것이라 믿게 해주는 작품이다.

안미란 작가님의 [어디서 온 누구냐고]는 난민의 이야기다. 다루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고 많은 작가님들이 도전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비유나 판타지가 들어가지 않은 생활동화로, 그 성격에 맞게 매우 현실적인 상황과 인물들이 그려진다. 나스린의 가족은 6년째 난민 허가를 바라며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지만 그사이 나스린은 한국 아이가 다 됐다. 아이돌 그룹 '보라비'의 열성팬이라는 것도. 그들의 콘서트에 가고 싶어 고대하는 것도. 결국 끝까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들과 함께 하면 안되는 것일까?

표제작인 정주영 작가님의 [점프 점프 하늘 킥]은 인물과 소재가 참 멋지다. 파쿠르라는 다소 생소한 스포츠를 접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근데 아이들의 감정을 우정 차원에서 다루면 안되는 거였나? 사랑의 방향이 동성애로든 이성애로든 어떤 방향으로 뻗어갈수도 있고 모두다 괜찮다고 말씀하고 싶은 것으로 이해하면 될까? 편견 주제의 엔솔로지니까 성소수자까지 나가야 격이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다만 초등용이라 감정면에서 너무 빠른 느낌이... 이건 내가 너무 뭘 몰라서일 수도 있다.

황명숙 작가님의 [단우의 빛]에 나오는 세 친구는 모두 엄마가 외국인인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다. 단우는 캄보디아, 윤은 몽골, 한별이는 필리핀. 엄마 문화를 경험하고 오겠다며 몽골로 떠난 윤과 필리핀에서 1년 반 유학(?)을 하고 돌아온 한별이가 나름의 자존감을 갖고 성장하는 데 비해 단우는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낀다. 하지만 제목이 암시하듯이 단우 또한 빛을 되찾으려 한걸음 나아가려 하고, 독자들은 응원하게 된다.

앞으로는 다문화라는 구분의 언어가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많은 국적의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만 하지 않을까. 나 자신도 익숙한 것에 기대는 성향이 너무 커서 좀 낯설어할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다름과 마주하고 나의 부족함을 느낀다. 그리고서 그 부족함을 잘 채우지 못하는게 문제지만... 아이들도 책을 읽으며 자신을 좀더 열었으면 좋겠다. 다른 것을 받아들이면 좋겠다. 이 책을 만든 이들의 바람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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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속담 사전 - 어휘력, 문해력, 표현력을 길러 주는 필독서 보리 어린이 사전 시리즈
보리 사전 편집부 엮음, 송만규 그림, 윤구병 기획 / 보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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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로서 보리 출판사에게 신세를 톡톡히 졌다고 생각한다. 상생이라고 우기고 싶지만 받은 것이 훨씬 많을 것이다. 제작자가 있어야 사용자도 있는 것이니까. 더구나 그 제작이 가성비와는 거리가 먼 힘든 작업이라면!

 

나는 도서관활용수업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중에는 사전으로 하는 수업도 포함된다. 국어사전은 국어 단원에 들어가 있으니 당연히 가장 많이 쓰고 동물도감, 식물도감도 쓰임새가 많다. 그 외 다양한 사전들도 관심 갖고 보면 필요시 적소에 활용할 수 있다. 생각해보니 지금 있는 학교에서는 이 모든 사전들을 거의 보리출판사 사전으로 쓰고 있다. 어린이 수준에 맞게 제작되었고 특히 도감들은 세밀화로 그림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과학수업으로 시작해 미술로 마무리하기도 하는 등 수업에 도움을 많이 받는다. 우리 학교에는 현재 국어사전은 두 반 세트, 동물,식물도감은 한반 세트를 갖추어 놓고 있는데 구입비가 아깝지 않다. 지금은 사서선생님의 업무지만 예전에 내가 담당을 하던 시절에는 한꺼번에 구입할 비용이 부족하면 몇 번에 나누어 점차적으로 구입해서라도 한반치는 갖추어놓곤 했었다. 그래야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하니까. 이번에 나온 이 사전도 그렇게 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솔직히 올해 들어서는 사전 수업을 하면서 자꾸만 마음 한쪽에 회의가 들곤 했다. 이제 뭐 디지털교과서 시대가 된다는데 애들이랑 종이사전이나 뒤적거리고 있는게 맞나? 굳이 디지털교과서시대까지 가지 않아도 지금도 태블릿 한반치는 언제든 가져다 쓸 수 있고 그거 한 대면 각종 사전이 다 들어있는데 왜 굳이 그걸 마다하고 무거운 사전 낑낑거리며 가져와서 어렵게 찾고 있나? 검색어만 넣으면 바로 딱 나오는데 가나다 순서는 왜 가르치고 있나?

 

이 사전의 제작진도 그런 고민을 하지 않으셨을까 혼자 짐작을 해본다. 종이 사전의 의미가 흔들리고 있는 이때에 이런 대작업을 뚝심있게 해낸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는 종이책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종이책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큰 사람이지만 남을 설득하기에는 모자란다. 하지만 이 탐스러운 사전을 보면서 생각했다. 너무 떠밀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속담이라는 주제사전인데 두께가 같은 출판사의 국어사전만큼 두껍다. 빠진 것이 없는 총망라 사전이라 하겠다. 이 책 한권이면 충분한.

 

속담풀이가 나오고 그 밑에 [낱말풀이]가 나온다. 맞는 구성이라 생각한다. 속담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니 어린이들이 모르는 낱말들이 많이 나오게 마련인데, 사전 두 개를 놓고 보긴 힘드니까. 그리고 보리의 많은 도감들과는 달리 이 사전엔 그림이 없지만 아주 없지는 않고 군데군데 들어가 있다. 말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낱말이 있을 때 나온다. 예를 들면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면 속담풀이 밑에 홍두깨라는 날말풀이가 있고 그 옆에 홍두깨 그림이 있는 식이다. 아주 적절하다. 홍두깨? 요즘 아이들은 거의 모르고, 낱말 뜻을 봐서도 정확히 감이 오진 않는데, 그림을 보면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속담 밑에 달린 것이 낱말풀이만은 아니다. 어떤 것에는 [같은 속담]이 달려있다. 예를 들면 닭도 홰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라는 속담 밑에는 ‘[같은 속담]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가 있다. 뿐만이 아니다. [같은 관용]이 있는 것을 보고 반가웠다. 속담과 관용적 표현은 약간 다르면서 많이 비슷하다. 6학년 국어교과서에는 속담 단원도 나오고 관용표현 단원도 나온다. 이 책은 제목이 속담사전이지만 관용표현도 풀이되어 있고 [같은 관용]으로 속담과 연결도 시켜놓아서 어떤 의도의 말을 속담으로도, 관용표현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의미를 연결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을 가정에 소장하며 심심풀이로 읽는 것도 추천한다. 요즘 심심풀이로 이런 걸 뒤적이는 어린이가 얼마나 있을까가 문제지만....^^;;; 가끔씩 [읽을거리]도 들어가 있다. 예를 들면 박쥐구실 새 편에 붙고 쥐 편에 붙는다는 속담 밑에 이 속담의 근원인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책 뒤의 부록도 아주 효과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제별로 속담을 정리해놓은 곳은 아주 고맙고 친절한 부분이다. 속담과 한자성어를 견주어 놓은 부분도 아주 유용하고 흥미롭다. 어른들의 상식을 높이는 데도 손색이 없다. 소재별로도 속담을 찾을 수 있도록 찾아보기가 되어있다. 정말 구석구석 의도와 배려가 돋보이는 사전이다.

 

이처럼 사전이되 다채로운 읽을거리가 있는 종합서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살펴볼수록 이 책에 들인 공이 얼마일까 가늠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기획자의 서문을 읽어보니 이런 말이 나온다.

물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여 배움을 넓히는 것도 게을리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옛 어른들이 살아가면서 깨우친 지혜로운 말들을 우리 아이들이 익히는 일에도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슬기롭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이 보리 속담 사전입니다.

나는 전통이라고 무조건 떠받드는 것에 그닥 찬성하지 않는다. 사실 전통문화라는 것에 크게 관심과 미련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언어에는 좀 경각심이 든다. 그중 지혜와 경험이 집약된 속담은 학생들에게 지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돕고 싶다. 모든 학교도서관에 다음 수서 때 이 책을 꼭 넣으시라고 권하고 싶고, 자녀들과 책을 뒤적이며 노는 가정이 아직도 있으시다면 이 책이 딱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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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스 -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규칙, 2007 뉴베리 아너 수상작
신시아 로드 지음, 천미나 옮김 / 초록개구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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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꽤 있고 그중엔 화자나 주인공이 장애아동의 형제자매인 경우가 있다. 이책도 그렇다. 화자는 캐서린이고 캐서린에겐 데이비드라는 남동생이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리나라 작품들에도 보면 장애형제는 주로 어른스럽게 자란다. 그래야할 수밖에 없으니 저절로 그렇게 되는건가 싶기도 하다. 동생 만으로도 벅찬 부모에게 자신의 요구를 있는대로 다 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힘든 부모의 의지도 되어야 한다. 자신도 어린이일 뿐인데 말이다. 부모가 급하거나 불가능한 시간엔 장애아동의 돌봄을 형제가 맡아야 하기도 한다.

캐서린은 그 일을 꽤 잘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인 <Rules>처럼 동생에게 필요한 규칙들을 눈높이에 맞게 만들어 가르치는 것도 캐서린이 쭉 해온 일이다. 너무 대견하다. 나보다 낫다.

하지만 이 책이 현실적인 점은 캐서린이 어른스럽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건 건강하다는 뜻이라 생각하고 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캐서린이 완벽하게 어른스러웠다면 이 책에 나오는 지지고볶는 많은 일들이 훨씬 덜 일어났을 수 있다. 하지만 일어나는 편이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당사자(그 부모)가 아니라서 쉽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때로는 그 부모에게 이입되어 그 고단함에 슬퍼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낫다는 외국인데도 힘들구나... 우리나라는 더할텐데 얼마나 힘들까.ㅠ

하지만 어느 인생이나 지지고볶는다는 점에선 마찬가지이듯이, 캐서린 가족의 일상도 희로애락과 함께 흘러간다. 돌발상황의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는 점과 남들에게 죄송하다고 해야하는 순간이 많다는 점, 일반적 설득이 소용없어 대치하거나 기다려야 하는 일들이 많다는 점 등이 괴롭긴 하지만.

캐서린은 동생 데이비드 외에 장애인과의 교류가 또 생긴다. 동생 작업치료실에서 만난 제이슨. 그 아이는 휠체어를 타고 있으며 말을 하지 못해 낱말카드가 들어있는 책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아주 기본적이고 전형적인 낱말만 들어있는 그 책 속에 '낱말 불리기' 역할을 캐서린이 어쩌다 자임하게 되었다.

캐서린이 골라서 늘려주는 낱말카드. 그 과정이 내게는 정말 흥미로웠다. 그 또래 아이들의 감정을 분출하고 욕구를 표현할 말들은 그들의 생각과 소통에서 나왔다. 그 작업은 제이슨을 위한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캐서린 자신에게 필요한 과정이기도 했다. 제이슨에게 확장시켜준 그 말들은 사실 캐서린이 마음 깊은 곳에서 내뱉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둘은 친구가 되었다. 이 서사는 다른 어떤 이야기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 책의 특별함이다.

캐서린이 동생 데이비드에게 만들어준 규칙들(Rules)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느꼈다. 그중에는 '어항에 장난감을 넣지 않는다' 처럼 데이비드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있지만 '늦는다고 안오는 건 아니다'나 '남의 말을 빌려야 한다면, 아놀드 로벨이 쓴 좋은 말이 많다' 같은 말들에는 이중 이상의 의미가 들어있다고 느꼈다. 즉 캐서린 자신에게도, 나아가 독자들에게도 적용되는 규칙인 것이다. 이런 점이 이 책의 독보적인 매력이었다.

이 책의 서사 속에 두 장애가정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생각한 점이 있다. 가정의 단단함과 따뜻함은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 캐서린네도 바쁘고 힘든 가운데서도 가족애만은 굳건했고, 제이슨네도 그래보였다. 그걸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일단은 부모의 성품도 영향이 없진 않을거다. 하지만 사람의 성품이란 극단에 치받히면 얼마든지 변형될 수 있는 것이다. '가정'이 숨을 쉬고 유지될 수 있는 여유를 주어야 그 안에서 장애아동들도 안정감있게 성장할 것이다. 사회에서 장애 관련 지원을 논할 때 가정을 잘 지킨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이라 조심스럽게 한번 말해봤다.

작가님도 남매를 키우고 있으며 아들에게 데이비드처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다고 한다. '더는 바랄 게 없었다'는 마지막 문장의 해피엔딩을 쓸 수 있었던 건 작가님도 고난 중에 행복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거듭 말하지만 이 책은 지지고볶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다만 그게 불행이 아닌 사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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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키 창비아동문고 332
전수경 지음, 우주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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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경 작가님의 이전 작품들을 거의 다 읽었는데 그중 특히 sf로 분류되는 우주로 가는 계단별빛전사 소은하를 읽으면서 감탄했다. sf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을텐데 그 작품들은 그중 어딘가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했다. 이어지는 이 작품 무스키도 그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다. 소재와 내용은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이면서 뭔가 한줄기로 흐르는 느낌이 있었다.

 

우주로 가는 계단이 특히 그랬는데 작가님이 과학에 대한 소양이 높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상상을 펼쳐나간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작품은 전작에 비해 과학적 느낌이 강하진 않지만 생물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이롭다, 해롭다는 기준은 무엇인가? 사람이 판단하는 그 기준은 지구의 기준으로도 옳은가? 그렇다면 사람이라는 종은 어떠한가?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무스키는 어이없게도 모기다. 그런데 지구의 모기가 아니다. 외계에서 특수 임무를 띠고 지구로 파견된 모기란다.ㅎㅎㅎ 아 어찌보면 황당한 이런 설정이 우습게 느껴지지 않는 진지한 서사가 펼쳐진다. 아이와 모기의 우정에 가슴이 찡해진다 해도 절대 오버가 아닐 것이다.

 

이 모기와 만난 주인공 수호는 하필 스키터 증후군이라는 모기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다. 도입부에서 수호는 좀 생긴 얼굴과 인기만 믿고 까불다 여친한테 이별 통보를 당하는 좀 재수없는 아이로 나온다. 이 아이의 문제는 상대의 마음을 볼 줄 모른다는 것. 인간과 소통 부재이던 아이가 모기와의 소통으로 변해가며 깊은 우정의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외계에서 온 모기 무스키. 아카 행성에서 왔다. 역할은 DNA 전달자다. 작가의 설정은 이러하다.

아카는 우주에 있는 행성들이 재난이나 충돌, 전쟁 등으로 파괴되거나 사라질 때를 대비해 여러 행성의 미세 동식물 DNA를 저장하는 행성이었다. 오래전부터 지구를 포함한 우주 행성 연합은 비밀 협약을 통해 아카에 DNA 저장고 역할을 맡겼고, 저장된 DNA는 재난으로 멸종된 생명체를 복원할 때 사용된다고 했다. 우주 생태계를 위한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아카는 비밀리에 존재를 보호받고 있었다.

여기서 지구를 포함한이라는 대목이 조금 갸우뚱했지만 그냥 넘어가고 읽었다. 이어지는 무스키와 수호의 대화에 이 책의 가장 큰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느꼈다.

 

- 인간 DNA 수집에 대해서는 아직 협정이 체결되지 않았어.

- 하긴, 인간은 멸종될 가능성이 없을 테니까.

- 무슨 소리야. 현재 아카 빅데이터에 의하면 인간이 멸종될 확률이 아주 높아.

- 게다가 인간은 다른 동물을 함부로 죽이고 잘 협력하지도 않잖아. 교만하고 독선적인 생명체는 사라지게 되어 있어. 그것이 생태계의 원리야.

작가는 인간이 가장 하찮게 여기면서도 혐오하는 모기의 입을 빌려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무스키는 특수신경전달물질을 상대에게 주입하여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걸 주입받은 수호는 무스키와 깊은 교감을 나누며 밀착하여 생활한다. 그 과정에서 수호의 일상의 많은 사건을 공유하며 마음을 나누게 된다. 수호의 변화는 그 모든 과정들에서 일어난다.

 

무스키는 아카 행성의 말로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란다. 무스키는 자기의 별로 돌아갔다. 모기와의 이별이 이렇게 찡할 수도 있다니. 나는 앞으로도 잠자리에서 귓전에 모기가 앵앵거리면 짜증을 내며 남편한테 호소할 테고, 방 안의 모기를 절대 용납 못하는 남편은 신출귀몰한 솜씨로 그놈을 처치하고야 잠자리에 들 것이다. 하지만 아카의 인사, 무스키는 기억하겠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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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 씨, 미술관에 가다 바람어린이책 27
전은숙 지음, 남미리 그림 / 천개의바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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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편한 휴일에 이런 책을 펼쳐드는 건 일상의 작지만 큰 행복이다. 공부로 읽어야 되는 책도 도움이 되지만 이런 책은 내게 휴식과 달달한 간식 한조각 같은 거다. 아!! 핫도그 같은 것? 나도 핫도그 좋아하거든. 빵 사이에 소시지 끼운 비싼 핫도그 말고 나무꼬챙이에 끼워 튀겨서 설탕이랑 케찹 뿌린 핫도그.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이 책의 작업에서 그 훌륭한 시작은 캐릭터 창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핫도그 씨, '불도그'이면서 '핫도그'를 좋아하는 주인공. 그림을 사랑하고 화가 엘리자베스 오슬러를 좋아하는.

시작과 함께 마지막도 중요한데, 이 책에서 그 마무리는 그림이 해주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의 캐릭터와 감정을 너무 잘 살리고, 상황도 생생히 살아있으며 색감도 디테일도 뛰어난 그림. 배경이 주로 미술관이어서 액자 속의 그림들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이리하여 이야기와 그림이 찰떡궁합인 이 책, 완전 맛있는 책이 되었다!

핫도그 씨는 최애 엘리자베스 오슬러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들떠 준비한다. 연극배우를 하는 사람친구한테 낡은 차도 빌렸다. 가는 길의 에피소드들도 재밌어서, 이 책은 묵직한 메세지와 깨알재미가 결합된 책이라 해도 되겠다. 그 에피소드는 모두 '핫도그'와 관련된 것. 문닫으려는 핏불테리어의 푸드트럭에 애원하여 겨우 받아낸 핫도그 한 개! 그걸 오토바이를 탄 날치기 놈들한테 빼앗기고. 그렇게 겨우 전시장에 도착했지만.....

'개라서' 입장이 안된다는 것 아닌가? 핫도그 씨는 절망했다. 얼마나 간절히 원했고,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 눈앞에서 돌아서야 한다니. 도저히 그럴 순 없었던 핫도그 씨는 연극배우 친구의 차 트렁크에 있던 의상과 소품들로 변장을 하고 겨우 입장에 성공한다. 과연 핫도그 씨는 무사히 관람을 했을까? 이후 에피소드들도 아주 재밌지만 여기까지만.

이 책은 아주 재미나게 '차별'을 고발하고 있다.
"이건 차별이야, 차별! 미술관은 그림을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문을 활짝 열어야 해!"
화가 나서 쏟아내는 핫도그 씨의 말은 그대로가 메시지다. 긴박한 추격전 끝의 행복한 결말 또한 그러하다. 우리 사회 곳곳에 놓여진 투명한 장벽. 그것들을 보라고 말한다. 단순하게는 노키즈 존에 대해 말할 수 있겠는데, 나는 그것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철폐도 문제의 핵심을 다 보지 못한 거라는 생각. 특별히 한국 사회에 만연한 민폐에 뻔뻔한 문화, 속된말로 진상 문화를 함께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나 특정 대상에 대한 거부는 기본적으로 옳지 않으며 꾸준하고 세밀하게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메시지가 하나 더 있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이 너무 좋았어요. 남들은 저한테 재능이 없다고 일찍 포기하라고 했지요. 빨리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요. 하지만 재능 그런거 없으면 어때요. 그냥 이렇게 좋은 걸요." (92쪽)
하지만 핫도그 씨의 그림을 보는 상대방은 이미 감탄하고 있었다. 핫도그 씨 말대로 그는 타고난 재주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정과 꾸준함은 그를 어느 경지에 오르게 했다. 나도 재주가 무재주라며 한탄만 하지 말고 노력했어야 됐던게 아닐까.ㅎㅎ 어쨌든 즐기는 자, 그는 독보적이다. 우리가, 그리고 아이들이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핫도그 씨들을 응원하며, 지나는 길에 핫도그 사먹고 싶다. 딱 표지의 저 핫도그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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