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도그 씨, 미술관에 가다 바람어린이책 27
전은숙 지음, 남미리 그림 / 천개의바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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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편한 휴일에 이런 책을 펼쳐드는 건 일상의 작지만 큰 행복이다. 공부로 읽어야 되는 책도 도움이 되지만 이런 책은 내게 휴식과 달달한 간식 한조각 같은 거다. 아!! 핫도그 같은 것? 나도 핫도그 좋아하거든. 빵 사이에 소시지 끼운 비싼 핫도그 말고 나무꼬챙이에 끼워 튀겨서 설탕이랑 케찹 뿌린 핫도그.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이 책의 작업에서 그 훌륭한 시작은 캐릭터 창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핫도그 씨, '불도그'이면서 '핫도그'를 좋아하는 주인공. 그림을 사랑하고 화가 엘리자베스 오슬러를 좋아하는.

시작과 함께 마지막도 중요한데, 이 책에서 그 마무리는 그림이 해주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의 캐릭터와 감정을 너무 잘 살리고, 상황도 생생히 살아있으며 색감도 디테일도 뛰어난 그림. 배경이 주로 미술관이어서 액자 속의 그림들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이리하여 이야기와 그림이 찰떡궁합인 이 책, 완전 맛있는 책이 되었다!

핫도그 씨는 최애 엘리자베스 오슬러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들떠 준비한다. 연극배우를 하는 사람친구한테 낡은 차도 빌렸다. 가는 길의 에피소드들도 재밌어서, 이 책은 묵직한 메세지와 깨알재미가 결합된 책이라 해도 되겠다. 그 에피소드는 모두 '핫도그'와 관련된 것. 문닫으려는 핏불테리어의 푸드트럭에 애원하여 겨우 받아낸 핫도그 한 개! 그걸 오토바이를 탄 날치기 놈들한테 빼앗기고. 그렇게 겨우 전시장에 도착했지만.....

'개라서' 입장이 안된다는 것 아닌가? 핫도그 씨는 절망했다. 얼마나 간절히 원했고,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 눈앞에서 돌아서야 한다니. 도저히 그럴 순 없었던 핫도그 씨는 연극배우 친구의 차 트렁크에 있던 의상과 소품들로 변장을 하고 겨우 입장에 성공한다. 과연 핫도그 씨는 무사히 관람을 했을까? 이후 에피소드들도 아주 재밌지만 여기까지만.

이 책은 아주 재미나게 '차별'을 고발하고 있다.
"이건 차별이야, 차별! 미술관은 그림을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문을 활짝 열어야 해!"
화가 나서 쏟아내는 핫도그 씨의 말은 그대로가 메시지다. 긴박한 추격전 끝의 행복한 결말 또한 그러하다. 우리 사회 곳곳에 놓여진 투명한 장벽. 그것들을 보라고 말한다. 단순하게는 노키즈 존에 대해 말할 수 있겠는데, 나는 그것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철폐도 문제의 핵심을 다 보지 못한 거라는 생각. 특별히 한국 사회에 만연한 민폐에 뻔뻔한 문화, 속된말로 진상 문화를 함께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나 특정 대상에 대한 거부는 기본적으로 옳지 않으며 꾸준하고 세밀하게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메시지가 하나 더 있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이 너무 좋았어요. 남들은 저한테 재능이 없다고 일찍 포기하라고 했지요. 빨리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요. 하지만 재능 그런거 없으면 어때요. 그냥 이렇게 좋은 걸요." (92쪽)
하지만 핫도그 씨의 그림을 보는 상대방은 이미 감탄하고 있었다. 핫도그 씨 말대로 그는 타고난 재주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정과 꾸준함은 그를 어느 경지에 오르게 했다. 나도 재주가 무재주라며 한탄만 하지 말고 노력했어야 됐던게 아닐까.ㅎㅎ 어쨌든 즐기는 자, 그는 독보적이다. 우리가, 그리고 아이들이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핫도그 씨들을 응원하며, 지나는 길에 핫도그 사먹고 싶다. 딱 표지의 저 핫도그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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