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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속담 사전 - 어휘력, 문해력, 표현력을 길러 주는 필독서 ㅣ 보리 어린이 사전 시리즈
보리 사전 편집부 엮음, 송만규 그림, 윤구병 기획 / 보리 / 2024년 6월
평점 :
초등학교 교사로서 보리 출판사에게 신세를 톡톡히 졌다고 생각한다. 상생이라고 우기고 싶지만 받은 것이 훨씬 많을 것이다. 제작자가 있어야 사용자도 있는 것이니까. 더구나 그 제작이 가성비와는 거리가 먼 힘든 작업이라면!
나는 도서관활용수업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중에는 사전으로 하는 수업도 포함된다. 국어사전은 국어 단원에 들어가 있으니 당연히 가장 많이 쓰고 동물도감, 식물도감도 쓰임새가 많다. 그 외 다양한 사전들도 관심 갖고 보면 필요시 적소에 활용할 수 있다. 생각해보니 지금 있는 학교에서는 이 모든 사전들을 거의 보리출판사 사전으로 쓰고 있다. 어린이 수준에 맞게 제작되었고 특히 도감들은 세밀화로 그림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과학수업으로 시작해 미술로 마무리하기도 하는 등 수업에 도움을 많이 받는다. 우리 학교에는 현재 국어사전은 두 반 세트, 동물,식물도감은 한반 세트를 갖추어 놓고 있는데 구입비가 아깝지 않다. 지금은 사서선생님의 업무지만 예전에 내가 담당을 하던 시절에는 한꺼번에 구입할 비용이 부족하면 몇 번에 나누어 점차적으로 구입해서라도 한반치는 갖추어놓곤 했었다. 그래야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하니까. 이번에 나온 이 사전도 그렇게 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솔직히 올해 들어서는 사전 수업을 하면서 자꾸만 마음 한쪽에 회의가 들곤 했다. 이제 뭐 디지털교과서 시대가 된다는데 애들이랑 종이사전이나 뒤적거리고 있는게 맞나? 굳이 디지털교과서시대까지 가지 않아도 지금도 태블릿 한반치는 언제든 가져다 쓸 수 있고 그거 한 대면 각종 사전이 다 들어있는데 왜 굳이 그걸 마다하고 무거운 사전 낑낑거리며 가져와서 어렵게 찾고 있나? 검색어만 넣으면 바로 딱 나오는데 가나다 순서는 왜 가르치고 있나?
이 사전의 제작진도 그런 고민을 하지 않으셨을까 혼자 짐작을 해본다. 종이 사전의 의미가 흔들리고 있는 이때에 이런 대작업을 뚝심있게 해낸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는 종이책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종이책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큰 사람이지만 남을 설득하기에는 모자란다. 하지만 이 탐스러운 사전을 보면서 생각했다. 너무 떠밀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속담’이라는 주제사전인데 두께가 같은 출판사의 국어사전만큼 두껍다. 빠진 것이 없는 총망라 사전이라 하겠다. 이 책 한권이면 충분한.
속담풀이가 나오고 그 밑에 [낱말풀이]가 나온다. 맞는 구성이라 생각한다. 속담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니 어린이들이 모르는 낱말들이 많이 나오게 마련인데, 사전 두 개를 놓고 보긴 힘드니까. 그리고 보리의 많은 도감들과는 달리 이 사전엔 그림이 없지만 아주 없지는 않고 군데군데 들어가 있다. 말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낱말이 있을 때 나온다. 예를 들면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 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면 속담풀이 밑에 ‘홍두깨’라는 날말풀이가 있고 그 옆에 홍두깨 그림이 있는 식이다. 아주 적절하다. 홍두깨? 요즘 아이들은 거의 모르고, 낱말 뜻을 봐서도 정확히 감이 오진 않는데, 그림을 보면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속담 밑에 달린 것이 낱말풀이만은 아니다. 어떤 것에는 [같은 속담]이 달려있다. 예를 들면 ‘닭도 홰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 라는 속담 밑에는 ‘[같은 속담]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가 있다. 뿐만이 아니다. [같은 관용]이 있는 것을 보고 반가웠다. 속담과 관용적 표현은 약간 다르면서 많이 비슷하다. 6학년 국어교과서에는 속담 단원도 나오고 관용표현 단원도 나온다. 이 책은 제목이 속담사전이지만 관용표현도 풀이되어 있고 [같은 관용]으로 속담과 연결도 시켜놓아서 어떤 의도의 말을 속담으로도, 관용표현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의미를 연결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을 가정에 소장하며 심심풀이로 읽는 것도 추천한다. 요즘 심심풀이로 이런 걸 뒤적이는 어린이가 얼마나 있을까가 문제지만....^^;;; 가끔씩 [읽을거리]도 들어가 있다. 예를 들면 ‘박쥐구실 새 편에 붙고 쥐 편에 붙는다’는 속담 밑에 이 속담의 근원인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책 뒤의 부록도 아주 효과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제별로 속담을 정리해놓은 곳은 아주 고맙고 친절한 부분이다. 속담과 한자성어를 견주어 놓은 부분도 아주 유용하고 흥미롭다. 어른들의 상식을 높이는 데도 손색이 없다. 소재별로도 속담을 찾을 수 있도록 찾아보기가 되어있다. 정말 구석구석 의도와 배려가 돋보이는 사전이다.
이처럼 사전이되 다채로운 읽을거리가 있는 종합서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살펴볼수록 이 책에 들인 공이 얼마일까 가늠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기획자의 서문을 읽어보니 이런 말이 나온다.
「물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여 배움을 넓히는 것도 게을리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옛 어른들이 살아가면서 깨우친 지혜로운 말들을 우리 아이들이 익히는 일에도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슬기롭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이 《보리 속담 사전》입니다.」
나는 전통이라고 무조건 떠받드는 것에 그닥 찬성하지 않는다. 사실 전통문화라는 것에 크게 관심과 미련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언어에는 좀 경각심이 든다. 그중 지혜와 경험이 집약된 속담은 학생들에게 지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돕고 싶다. 모든 학교도서관에 다음 수서 때 이 책을 꼭 넣으시라고 권하고 싶고, 자녀들과 책을 뒤적이며 노는 가정이 아직도 있으시다면 이 책이 딱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