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 점프 하늘 킥! 마루비 어린이 문학 20
전성현 외 지음, 한아름 그림 / 마루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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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한권에 담은 엔솔로지 동화집이다. '편견과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특별하지 않은 아이들의 특별한 이야기'라고 뒷표지에 책의 성격을 규정해 놓았다. 이런 주제로 모아놓은 작품들이 전형적 내용을 담기 쉬운데 이 책은 그런 느낌을 피하고 새로운 면을 보여주려 애썼다는 느낌이 든다.

전성현 작가님의 [골목의 토르]의 '나'(도영)는 굳이 말하자면 저소득층 아이? 거주가 열악한 형편이다. 골목 어귀의 다세대주택, 그중에서도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반지하에 살며 골목의 맨홀뚜껑에선 악취와 모기가 올라온다. 술취한 행인이 창문앞에서 소변을 보는 대목은 영화 '기생충'을 바로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떠오르는 실제사건도 있다. 해마다 폭우 때면 반복되는 반지하주택 침수 피해. (작년에는 사망자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ㅠ) 이 책에서도 침수와 생명의 위험이 있었다. 그 생명은 도영이가 돌보던 유기묘 로키. 집 안으로 진입이 불가한 상황에서 로키를 만날 수 있게 해준 건 도영이가 '토르의 망치'라고 이름붙인 바로 그 물건이었다. 그러고보니 제목이 핵심 소재들을 잘 담았네. 도영이를 만나기 전 이미 길에서 죽었을 수도 있었던 생명이지만 이 긴박한 상황에서 발견한 그 생명은 얼마나 큰 안도와 기쁨을 주던지.... 아 근데 집은 어떻게 복구한담 한숨이 나오는 나. 하지만 로키를 구하는 결말은 다른 희망도 전제한다. 저소득층이라고 어두움을 보여주지 않는 작품.

성동혁 작가님은 작가의 말에서 희귀 난치병으로 어린시절부터 고생해온 본인의 아픔을 얘기했다. 그런데 작품은 자신의 입장이 아닌 누나의 입장을 그렸다. 내 병원생활 때문에 혼자였을 누나. [나는 토요일까지 달릴 거예요]는 그렇게 쓰여진 작품이다.

병원에 있는 동생을 주중에는 엄마가 돌보고 주말에 아빠와 교대한다. '나'에겐 토요일이 엄마를 만나는 날이다. 아이는 외롭지만 동생이 어리고 아프니 어쩔 수 없다는 걸 이해한다. 외로움은 공원의 고양이인 '꽃씨'와 나누며 아이는 달리기를 한다. 계주선수도 된다. 마지막 주자로 승리를 이끈다. 그 순간에도 혼자다. 하지만 작가님의 누나는 잘 자라 좋은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이 아이도 그럴 것이라 믿게 해주는 작품이다.

안미란 작가님의 [어디서 온 누구냐고]는 난민의 이야기다. 다루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고 많은 작가님들이 도전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비유나 판타지가 들어가지 않은 생활동화로, 그 성격에 맞게 매우 현실적인 상황과 인물들이 그려진다. 나스린의 가족은 6년째 난민 허가를 바라며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지만 그사이 나스린은 한국 아이가 다 됐다. 아이돌 그룹 '보라비'의 열성팬이라는 것도. 그들의 콘서트에 가고 싶어 고대하는 것도. 결국 끝까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들과 함께 하면 안되는 것일까?

표제작인 정주영 작가님의 [점프 점프 하늘 킥]은 인물과 소재가 참 멋지다. 파쿠르라는 다소 생소한 스포츠를 접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근데 아이들의 감정을 우정 차원에서 다루면 안되는 거였나? 사랑의 방향이 동성애로든 이성애로든 어떤 방향으로 뻗어갈수도 있고 모두다 괜찮다고 말씀하고 싶은 것으로 이해하면 될까? 편견 주제의 엔솔로지니까 성소수자까지 나가야 격이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다만 초등용이라 감정면에서 너무 빠른 느낌이... 이건 내가 너무 뭘 몰라서일 수도 있다.

황명숙 작가님의 [단우의 빛]에 나오는 세 친구는 모두 엄마가 외국인인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다. 단우는 캄보디아, 윤은 몽골, 한별이는 필리핀. 엄마 문화를 경험하고 오겠다며 몽골로 떠난 윤과 필리핀에서 1년 반 유학(?)을 하고 돌아온 한별이가 나름의 자존감을 갖고 성장하는 데 비해 단우는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낀다. 하지만 제목이 암시하듯이 단우 또한 빛을 되찾으려 한걸음 나아가려 하고, 독자들은 응원하게 된다.

앞으로는 다문화라는 구분의 언어가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많은 국적의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만 하지 않을까. 나 자신도 익숙한 것에 기대는 성향이 너무 커서 좀 낯설어할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다름과 마주하고 나의 부족함을 느낀다. 그리고서 그 부족함을 잘 채우지 못하는게 문제지만... 아이들도 책을 읽으며 자신을 좀더 열었으면 좋겠다. 다른 것을 받아들이면 좋겠다. 이 책을 만든 이들의 바람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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