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멧 : 계절이 지나간 자리 - 2021 볼로냐 라가치 미들그레이드 코믹 부문 대상작 스토리잉크 2
이사벨라 치엘리 지음, 노에미 마르실리 그림, 이세진 옮김, 배정애 손글씨 / 웅진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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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읽는 것보다 그림을 읽는 일이 나에게는 훨씬 어렵다. 그래서 그림없는 그림책들을 보면 한 번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선생인 내가 아이들보다 못하는 일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한다. 이 책은 심지어 100쪽이 넘는 만화이니 오죽하랴. 글자가 하나도 없진 않고 가끔 말주머니도 나오는데, 대부분의 장면을 그림으로만 이해해야 한다. 그건 나한테는 너무 고난이도의 작업이다.^^

 

한번 읽고 잘 모르겠어서 인터넷서점의 책 소개를 읽어보고 다시 읽으니 이제야 좀 알겠다.ㅎㅎ 해석에 급급하지 않고 읽어야 이 책에 스민 감정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여러번 읽어야 하는 책이다. 책모임에서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단순한 펜선에 색연필 채색의 그림이 내용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취향에 따라 느낌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런 그림체도 좋다. 이 책은 볼로냐 라가치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제목보다도 아마 수상작 마크를 보고 집어들었던 것 같다. 처음에 뭔 소린지 모를 때 바로 내려놓지 않은 건 좋은 작품이라니까 끝까지 읽어보자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렇게 남들의 안목에 기대는 마음이 나한테도 있다. 수상작 프리미엄이 그런 거겠지.^^;;;

 

내용이 이해되니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다.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감정들. 외로움이기도 하고, 쓸쓸함이기도 하고, 설렘, 기대, 즐거움, 안타까움, 슬픔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리움이기도 한 그 감정들. 그때는 이름조차 붙이지 못하고 감정인지 뭔지도 몰랐던 감정들. 나에게는 어느정도 과거형인 감정들. 아이들에게는 현재형일 수도 있겠지. 아이들이 그 섬세한 감정의 진동을 느끼면서 자랐으면 좋겠다. 조금 아프고 눈물겹더라도. 너무 많이 말하지 말고 조용히 느끼는 시간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 때 이 책이 함께해도 참 좋을 것 같다.

 

어느 널따란 캠핑장에 루시라는 소녀가 엄마(아마도?)와 함께 머무른다. 게임장에서 인형뽑기로 강아지를 뽑고 싶어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루시. 주변에 물놀이하는 소녀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물에 떠다니는 페트병 하나를 주워 끈을 매달아 자신의 강아지라고 한다. ‘메멧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고서.

 

로망은 거칠고 장난이 심한 아이로 보인다. 친구 한 명이 비디오카메라를 가져오자 그걸로 중세시대 영화를 찍자고 제안한다. 그러려면 마녀 역할을 할 여자애가 필요하다. 그때 딱 눈에 들어온 아이가 루시! 내가 봐도 그럴 것 같긴 하다. 긴 머리에 혼자 겉도는 좀 이상한 아이. 로망은 루시에게 다가가지만 서툴게 실랑이하다 루시의 긴 머리를 잡아당기게 된다. 놀랍게도 그 금발은 가발이었고, 루시의 짧은 맨머리는 정확한 설명은 없지만 뭔가 사정이 많은 아이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게 마음과는 달리 못되게 굴던 로망은 루시가 인형뽑기에 실패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모아두었던 동전을 꺼내고 밤을 기다리는 로망. 다음날 아침 루시의 텐트 앞에 동전이 놓여있고 루시는 드디어 바라던 강아지 인형을 뽑아 즐거워한다. 그런데 돌아와보니 엄마가 텐트를 접고 있는게 아닌가. 떠날 때가 된 것이다. 루시는 방금 뽑은 강아지 인형을 안고 달린다. 로망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강아지 인형을 옆에 두고 돌아선다. 로망은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하며 강아지 인형을 발로 밀쳐버리지만, 세면대에서 손을 씻으며 들썩이는 아이의 어깨에서 너무 큰 아쉬움과 슬픔이 느껴진다. 로망은 무엇을 느꼈던 걸까? 전에 아무렇지도 않게 풀숲에 집어던졌던 고양이 사체를 굳이 다시 찾아내어, 곱게 묻어준다. 그리고 돌아서 걸어가는 로망의 품에는 그 강아지 인형이.....

 

뒷표지에는 왔던 때처럼 오토바이에 텐트와 간단한 짐을 싣고 떠나는 루시네의 뒷모습이 비쳐진다. 이들은 이제 또 어디로 가는 걸까? 다시 만날 일은 아마도 없겠지? 그들의 모습은 서로에게 흔적으로만 남겠지. ‘계절이 지나간 자리..... 배경이 캠핑장인 것도 우리 인생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잠시 머무는 곳, 떠나야 하는 곳, 만남과 이별이 있는 곳.

 

아이들의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이 이처럼 슬픔과 아쉬움일지언정, 상처와 악몽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때로는 두렵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렇게 외로움 속에서도 서로 마음을 나누며 성장한다고 이 책은 말해 주는 것 같다. 끌고 다니던 메멧을 손에서 놓는 날. 그날을 아이가 훌쩍 성장하는 날이라고 해석해도 될까. 물에 떠내려가던 메멧은 어떤 의미일까.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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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이야기와 노래가 있는 교실놀이 - 백창우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 삶을 노래하다 교실 속 살아 있는 문화예술교육 3
백창우.이호재.한승모 지음 / 푸른칠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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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홍보를 접하고 많은 선생님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 조합 무엇? 어린이세상에 머물며 수많은 곡을 만들고 부르신 백창우 선생님, 초등이 자랑하는 작곡가이자 공연기획가인 이호재 선생님, 아카펠라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음악교육의 대가 한승모 선생님이 한곳에 모이다니? 이들이 공저한 책이 나온다니 실화인가?

소문난 집에 먹을 것 없다는 말도 있기에 흥분하지 않고 책을 펼쳤는데... 우와 여긴 진짜 맛집이 맞습니다. 좋은 시, 좋은 노래, 좋은 활동, 좋은 수업이 함께 있었다.

여기 실린 곡들은 모두 백창우 선생님의 곡이다. (이호재 선생님도 왕성한 작곡활동을 하시지만 이 책에서는 백창우 선생님의 곡을 지도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만 서술함) 장별로 10곡씩 3장 총 30곡의 노래와 그에 따른 활동, 지도 팁 등을 담았다.

2학년을 맡았을 때,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 음반을 사서 여러 곡들을 아이들과 함께 부르며 지냈던 적이 있다. 책에 실린 곡들을 보니 그때 보았던 곡들도 있지만 낯선 곡들도 꽤 보인다. 특히 정유경, 송선미, 안진영, 김개미 등의 동시들에 붙인 곡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오, 내가 잊고 있던 사이에도 노래들은 꾸준히 나왔었구나. 저학년이 아니어도 지도할 곡이 충분히 많은데, 그동안 코로나로 음악활동이 위축된 탓도 있고, 나의 관심이 줄어든 이유도 있어서 꽤 오래 잊고 지냈다. 이 책을 읽으니 즐거움과 기대감이 다시 모락모락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에서 제시된 수업은 노래만 가르치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음악적 깊이를 더해가는 활동, 나아가 음악교과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활동으로 나아가게 되어있다. 노래 악보 뿐 아니라 악기연주로 이끌 수 있는 편곡 악보가 실려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음악적 전문성이 뛰어난 저자들의 강점이 유감없이 발휘된 부분이다. 예를들면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17쪽) 같은 쉬운 곡은 실로폰 2중주로 편곡되어 2학년 수업에서 해볼 수 있겠고, '내 길을 갈 거야'(78쪽) 라는 악보는 시플랫 음의 운지를 배운 4학년부터 연주할 수 있겠다. '누굴 보고 있나요'(127쪽)도 화음을 느껴볼 수 있는 2중주 편곡으로 되어있다.

실로폰이나 리코더같이 일반적으로 보급된 악기 말고 칼림바나 붐웨커 연주를 할 수 있는 악보도 실려있다. 칼림바는 살짝 만져보았는데 붐웨커는 한번도 못해봐서 매우 궁금하다. 학교에 악기를 구입할 수 있다면 꼭 배워서 해보고 싶다. 아, 컵타와 카주도 살짝 나온다.

악기 외에도 음악의 여러가지 요소들, 박자와 리듬, 셈여림, 화음, 돌림노래, 음악기호 등등도 수록곡들을 통해서 지도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음악교과서와 병행하여 함께 사용할 부교재 겸 지도서로서 손색이 없겠다.

한가지 씁쓸하게 느낀 것이 있다. 격세지감을 느꼈다고 해야하나... 세상이 하도 험악하게 변하다보니, 나의 순수했던 시절 느꼈던 가사의 느낌이 지금은 좀 다르게 다가온다. 예를들면 '나혼자 자라겠어요' 같은 가사. 예전엔 좋아했는데 지금은 "뭐라고?" 순간 눈꼬리가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삐딱 삐딱' 이라는 곡도 마찬가지다. 굳이 이런 가사를 지도하고 싶지는 않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거지 뭐.... 아이들은 이미 넘치도록 삐딱하고 넘치도록 제멋대로 자라고 있으니까 굳이 그걸 장려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앞서말한 격세지감이란 그런 뜻이다.

이런 개인적인 감정이 살짝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모든 곡을 다 지도할 수는 없으니 문제될 것은 없다. 각자 마음에 드는 곡들만 골라 지도해도 충분하다. 음악적 활동의 범위를 넘는 각종 놀이활동들도 두 분 선생님들의 다년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반영되어 보면 볼수록 감탄스럽고 무릎을 치게 된다. 오 이건 정말 어렵지도 않고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데 이런 생각을 못했었네~ 하는 활동들.

지난 토요일 교사들의 집회에서 마무리곡으로 '꿈꾸지 않으면'을 불렀다. 그동안 묵묵히 앉아만 있다가 "배운다는 건" 하고 한소절을 내뱉는 순간 바로 눈물이 흘렀다. 노래란 그런 것이다. 내 마음의 버튼과 연결되어 있는 것. 아이들과 그런 노래를 많이 부르고 싶다. 교사들이 가장 힘든 시기에 나온 이 책이 많은 교사들에게 희망과 설렘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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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에 빠졌어! - 2024년 문학나눔 선정 돌개바람 56
김미애 지음, 다나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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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재미난 저학년 동화 한 편을 읽었다. 저마다 개성이 있으면서도 살짝씩은 모두 허당이고 우리와 많이 다른 것 같지 않아 친근한 4명의 친구들이 나온다. 아기여우, 아기토끼, 아기돼지, 아기곰이다.

엄청 착한 주인공도 없고 그렇다고 악역도 없고 의인도 없지만 이들은 함께 위기에서 벗어난다. 그 위기는 제목에 나온 '구덩이'다. 네 친구가 소풍을 가는 길에 모두 구덩이에 빠진다. 여우와 토끼가 빠진 건 그런가보다 했는데, 다음에 등장한 돼지는 친구들을 꺼내주기는 커녕 "벌써 노는 중이야? 나도!!" 하면서 스스로 뛰어들었지 뭔가! 마지막 곰한테 기대를 걸어보았지만 곰 역시 허당이야. 넝쿨을 내려뜨려 친구들을 끌어올리려다 자기가 굴러떨어져 버렸어! 결국 네 친구 모두 커다란 구덩이 속에 빠지고 만다.

모두의 키를 넘는 깊은 구덩이에서 어떻게 나갈 수 있을까? 이 안에서 보이는 친구들의 모습이 평범하면서 귀엽고 아주 훌륭하진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 무심코 하나 갖고 있던 사탕을 입에 넣은 곰. 혼자만 먹는다는 친구들의 눈총에 어리둥절. 곧이어 돼지의 머리 위로 떨어진 알밤 한 개. 그걸 네 조각으로 쪼개긴 했지만 제일 큰 건 자기가 먹고 제일 작은 건 곰을 주네. 하지만 나눠먹은 게 어디야. 그정도면 훌륭하다.^^

그런데 더 큰 위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금세 구덩이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여우가 빠져나갈 방법을 찾았다! 가벼운 토끼, 여우 순서로 먼저 빠져나갔다. 돼지와 곰이 남았는데, 이때 곰이 돼지를 내보내 준다. 마지막 남은 곰은 내보내줄 친구가 없다. 이제 빠져나간 세 친구들의 차례다. 셋은 힘과 지혜를 합해 곰을 구해낸다. 네 친구는 깔끔쟁이 여우네 집에 가서 깨끗이 씻고 차를 마시고 함께 곤한 잠에 빠져든다.
"엉망진창 소풍이었어. 하지만 같이 있어서 참 좋았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 없이 좀 어설픈 친구들이 협력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귀엽고 흐뭇해서 좋았다. 어린이들은 마지막 친구까지 구덩이에 빠져버리는 장면에서 탄식을, 물이 차오르는 장면에서 위기감을, 곰까지 무사히 빠져나올 때 안도감을 느끼겠다. 다 읽기전 구덩이에서 탈출하는 방법이나 곰을 구해내는 방법에 대해 자유롭게 발표해본 후 나머지를 읽어도 재미나겠다. 저학년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것 같고, 어른이 읽어도 읽는 맛이 있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도 이랬으면 좋겠다.
적당히 허당이고,
처음엔 몰랐더라도 가르쳐주면 배우고,
엄청나게 헌신적이진 않아도 친구의 어려움을 외면하진 않고,
힘든 일 앞에서는 같은 목표로 협력하는,
각기 다르면서 하나같이 귀여운
함께 있어 좋은
아이들.
원래 아이들은 대체로 이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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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B컷 문학동네 청소년 64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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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재를 한 낱말로 한다면 '편집'이다. 편집 당했어, 할 때의 그 편집. B컷이라는 제목이 그걸 짐작하게 해준다.

남들의 A컷을 보며 살아가는 시대다. A컷이 필요한 매체는 우리 일상을 둘러싸고 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편집'한다. 자신이 선택한 매체에 'A컷'을 올려놓고 남들의 반응을 살핀다. 그러다가 그 편집에 자신마저 속아넘어가기도 한다. 자신이 휴지통에 담은 B컷. 그게 마치 없는 것처럼.

나는 나이도 있고... 매체를 많이 사용하진 않는다. 그 흔한 인스타그램도 안하고 유튜브 채널도 없으니까... 고작 하는게 페이스북인데, 그거 하나의 부작용도 만만치는 않다.ㅎㅎ 다들 너무 훌륭해.... 나는 너무 평범해...ㅠ 하지만 여기서 꽤 많은 정보를 얻고 있고, 같은 직종의 사람들과 위안을 나누기도 하기 때문에 당분간 그만둘 생각은 없다.

아주 사소하게 나의 B컷을 예로 들자면....
퇴근할 때 이미 모든 힘이 다 빠져서 오는길에 순대국이나 추어탕을 사와서 한끼 겨우 때운다. 냉장고에 먹을만한 반찬이 없다. 그러다 어떤 주말 모처럼 김밥 말아 바리바리 통에 담고 사진 찍어 올리면 나는 '요리도 잘하는데 나눠먹기까지 하는 부지런한 워킹맘'이 된다.ㅎㅎ
그날그날 겨우 준비해 수업하다가 모처럼 잘된 수업의 결과물을 올리면 나는 수업도 잘하고 결과물도 훌륭한 교사가 된다.
이런 식이다. 이렇게 해서 나의 A컷은 칭찬받고, 나자신마저 A컷을 나라고 믿게 되며 나의 진실이 담긴 B컷은 버려진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을 담은 청소년소설이다. 이금이 작가님의 필력은 믿어도 된다. 초등 고학년부터 어른들까지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 중2에서 중3에 올라가는 학생들이 주인공이고 시기는 2019~2020년, 코로나가 발발하여 전국민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그 시기다. 화자인 최선우는 공부는 그닥, 학원도 많이 다니지 않으며 게임을 좋아하고 영상편집에 소질이 있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선우가 그반의 인싸그룹의 유튜브 채널 '써빈로긴'의 동영상 편집을 맡아 해주게 되면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룹의 리더 격인 서빈이는 공부도 잘하고 매너도 꽤 괜찮다. 호구 노릇하는거 아닌가 하는 절친들의 우려에 선우가 "괜찮은 아이야."라고 변호를 할만큼 양호한 처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서빈이가 편집하라고 보낸 풀 영상을 보면서 선우는 가끔 쎄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결국에 나타난 실체는....ㅠ

결말이 심하게 충격적이거나 대단한 반전인 건 아니지만 끝까지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다. 평범한 학생인 선우의 선택이 매우 건강하여 고맙다. 어쩌면 평범한 학생이 아닌 건지도 모르지....

책 속에 작가님의 손글씨 엽서가 들어있다.
"여러분의 B컷을 응원합니다."
솔직히 나는 A컷마저도 별 게 아니어서 그 갭이 크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의 B컷을 한껏 응원하기로 했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버려진 B컷을 꺼내어 한번 보듬어본다면 훨씬 더 건강한 사람들이 되지 않을까. 어른들도 마찬가지. 영상편집 기술은 뛰어날수록 좋지만, 인생편집 기술은 없어도 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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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시험을 잘 보고 싶어 + 내 몸이 어때서 - 전2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가 되기 위한 파워 충전소 시리즈
최은영 지음, 김진화 그림 / 우리학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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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믿고 거르는 책 종류가 인성동화’ ‘가치동화를 표방한 동화들과 더불어 자기계발 동화였다. 읽어보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약간의 선입견과 심리적 거부감이 있다. 스토리가 훌륭하면 굳이 그런 단서를 붙이고 무슨무슨동화라고 내세울 필요가 없는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편견도 좀 깨 보려고 한다. 그런 생각 중에 만난 이 책은 내게 꽤 좋은 영향을 주었다. 뻔한 교훈을 들이대는 느낌 없이 스토리가 자연스러웠고 무엇보다도 전하려는 메시지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어서 욕심이 좀 났다.

 

파워 충전소! 이 시리즈는 앞으로 더 나온다고 하는데 일단 두 권이 먼저 나왔다. 바디 파워 충전소와 브레인 파워 충전소다. 몸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온 것이 순서에 맞는다고 동의한다. 어른들도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의 몸은 형편없다. 아마 신체나이를 측정해보면 깜짝 놀랄 만한 아이들도 많을걸? 자연에서 뛰어놀며 자라고, 적절한 노동을 하고(어쩔 수 없이1), 건강한 채소를 먹고(어쩔 수 없이2) 자라던 옛날 아이들과는 너무 다른 환경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저소득층에게 비만이 절대적으로 많다고 하듯이, 우리나라도 비슷해져 간다. 소득과 비례하지는 않지만 보호자의 관심과 관리에는 비례한다. 입맛에 맞는 것만 먹게 내버려두고 아무 시도도 하지 않는 경우 아이의 식습관은 한없이 나빠져 고정된다. 몸에 쓰레기를 담는구나 싶은 아이들도 보게 된다. 일단 5대 영양소에 맞춰 나온 급식 중에 일부만 골라 먹거나 거의 먹지 않고, 하교하면 편의점을 찾거나 라면을 먹는다. 이 책의 소율이가 이와 비슷하다.

 

그런가하면 먹는 양이 절대 부족한 아이들도 있다. 다이어트 강박 연령이 점점 내려오는 추세다. 이 책에서는 연예인 지망생인 세라가 그렇다. 파워충전소를 찾게 되는 아이들은 소율이와 훈이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을 처음에는 의심하던 아이들이 결국은 파워 충전을 받게 되는데, 첫권에서는 소율이가 바디 파워를, 둘째 권에서는 훈이가 브레인 파워를 충전한다.

 

바디 파워를 충전한 소율이는 세 가지에 집중하게 된다. 바른 자세, 건강한 식재료, 충분한 운동이다. 이건 나이든 나에게도 너무 절실한 것이다. 내가 다니는 커브스에도 노후에 가장 중요한 저축은 근육 저축이라던가 뭐 그런 뜻의 문구가 붙어 있다. 이 책에서 근력운동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어른에게 더 적절해 보인다. 사실 아이들은 아무 운동이든 잘 뛰기만 해도 좋은 것 아닐까. 내가 너무 무식한 소리를 하나.ㅎㅎ 어쨌든 자세, 음식, 운동. 이 중요한 것을 균형있게 다루어 준 것이 아주 적절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많은 어린이들을 바꾸어줄 힘이 있다면 세상에 유익한 일이 되겠다.

 

둘째 권에서 훈이는 학년이 올라가 어려워진 수학을 극복하지 못해 자신감이 떨어지고 친구관계에까지 위기가 찾아온다. 두 친구는 브레인 파워의 필요성을 깨닫고 충전소를 찾게 되는데, 노부부는 브레인 파워는 머리가 좋아지는 파워가 아니란다.” 라고 분명히 밝힌다. 그리고 머리에 필요한 힘을 주는 거야. 생각하는 힘, 몰두하는 힘, 그리고 그것을 단단히 지탱시켜 주는 힘 말이야.” 이 설명이 정말 맘에 들었다. 이건 정말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다. 자꾸 이런 말을 하게 되는데, 나도 이거 충전 좀 받고 싶다. 나이들수록 왜이렇게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왜 공부를 젊을 때 하라는지 알 것 같다니까. 에이고...^^;;;

 

나는 나이들어 이렇다지만 아이들 중에 이 브레인 파워가 필요한 경우가 정말 많다. 절반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주의를 빼앗길 것들이 옛날보다 훨씬 더 많아졌기 때문이겠지. 이 책에 제시된 방법들의 필요성과 효용성을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 인식하고 노력하다가 중등과정으로 가게 되면 공부에 훨씬 재미를 느낄 것 같다. 다만 책의 후반부에 짧게 제시되어 있으므로 한 번 읽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고 계속 동기부여를 시켜줄 조력자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 친구들과 함께 노력하는 것도 도전을 주는 매우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바디 파워도 브레인 파워도 남과 비교하기 위한 것이 아닌 오직 스스로의 기쁨과 성취감을 위한 것이며 결국 건강한 사회를 위한 것이다. 부디 아이들의 몸과 정신이 건강해지고 그만큼 이 사회도 건강해지면 좋겠다. 파워충전소 시리즈가 아직 다루지 않은 주제는 무엇일까, 그것도 매우 중요하고 솔깃한 것이겠지?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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