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너를 위한 책이야 스콜라 창작 그림책 75
마리아호 일러스트라호 지음, 김지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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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식날이다. 아이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받아쓰기도 안하고, 무엇보다 '책'을 안 읽어도 되어서....
하지만 선생님의 안내말씀에 꿈은 바로 깨진다.
"한책읽기 숙제 잊지 말고요!"
실망하고 난감해 하는 아이의 표정이 화면에 가득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다. 나는 어릴 때 책이 '없어서 못읽을' 정도였는데. 주황색 계몽사 세계명작 전집을 가진 친구를 가장 부러워했는데. 그 시대엔 지금처럼 단행본들의 홍수가 아니었고 서점에 어린이책들이 넘쳐나지도 않았지. 하지만 다행히 '계림문고'라는 문고판 책이 있어서 아빠가 월급날마다 한권씩 사주셨지. 그걸 닳도록 읽었지. 방학이면 뒹굴며 책읽을 생각에 가장 좋았지. 간식이라도 있다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시간. 엄마는 질색을 하셨지만 우리 남매는 긴긴 겨울하루 엄마가 부쳐주신 김치부침개를 먹을 때도 꼭 책을 보면서 먹었지. 여름엔 복숭아나 자두를 깨물면서... 그 버릇을 아직도 못 고쳤.....^^;;;

그런데 이 책의 아이한테 책은 그저 딱딱하고 지루한 것일 뿐이다. 그래도 하라는 것은 하는 아이인지, 엄마 손에 이끌려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에는 보통 수천 수만 권의 책이 있지. 그래봤자 소용없다. "책끼리 모여 있으니까 더 지루해 보여." 라는 아이의 말처럼.

그래서 큐레이션이 의미있고, 골라주고 권해주는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것이겠지. 읽고 싶은 게 없다며 집에 가자는 딸에게 엄마는 너만했을 때 읽었던 책이라며 한 권을 권해준다. 마지못해 대출해와 소파에서 펼쳐보는 아이. 첫장은 뭐 나쁘지 않네. 오... 엇?

다음 장면이 확 바뀐다! 지금까지의 화면은 극히 일부(아이의 형광색 양말?)만 빼고는 무채색에 가까웠다. 그런데 갑자기 칼라풀한 장면으로 바뀐다. 아이가 드디어 책 속으로 빠진 것이다. 올레!!^^ 몰입되지않은 억지로 독서가 무채색이었다면, 스스로 빠져든 독서는 총천연색인 것이다. 적절하고도 직관적인 비유라고 생각한다.

그 세상에서 만난 작은 여우와 아이는 신나는, 때론 위험하고 가슴 졸이는 모험을 한다. 어느덧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 "저녁 먹자!"
"벌써?" 라며 고개를 드는 아이의 눈빛은 이제 완전 딴판이다. 얼른 먹고, 씻고, 이를 닦는 모든 행동에 남은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은 욕구가 가득하다. 이불 속 손전등 빛과 함께 다음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우와 함께 마법의 물약을 완성한 아이는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이야기'라는 마법에 걸린 것이다.

아이는 엄마한테 도서관에 또 가자고 하는데, 판타지 속 여우가 쓰고 있던 안대(아이마스크?)를 왜 엄마가 쓰고 있는 걸까? 이 책에는 이렇게 해석할 여지도 많아 자녀와 대화나누며 읽기에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 장면도 그렇다. 도서관 서가 장면인데, 처음의 서가 장면과 비교해서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앞면지와 뒷면지의 비교도 흥미롭다. 앞면지는 무채색, 아이는 휴대폰, 패드, 게임기만 들여다보고 있다. 뒷면지는 다양한 칼라, 아이는 다양한 감정과 함께 이런저런 주인공이 되어 있다.

'책을 권하는 책'을 많이 만나보았지만 그중에서도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책이다. '이야기'에 끌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다. 그 길을 잘만 찾아가면 빠지는 건 시간문제라 이거지! 학교의 역할 중에는 이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역할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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